[신년특집]③역술인 ‘백운비의 천기누설’③재계 총수 5인 2012년 운세

‘다사다난’ 임진년에도 회장님은 날개 달고 ‘씽씽’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2012년은 난고(難苦)가 많은 한해가 될 것이다.” ‘백운비역리원’ 백운비 원장은 올해의 국운에 대해 이처럼 내다봤다. 지난해 유럽 금융위기 등 해외발 경제악재 여파 등으로 피눈물을 흘려온 서민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내수부진, 유가인상, 환율하락 등으로 고전하던 재계도 한숨이 나오긴 마찬가지. 그렇다면 우리 경제를 짊어지고 있는 재계 총수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그 해답을 사주풀이의 대가로 통하는 백 원장에게 구해봤다.

이건희 “대규모 물갈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
정몽구 “해롭던 인간관계 청산?해소되는 해”
최태원 “그간의 공이 화로 바뀌는 불행한 해”
구본무 “신업종이 추가되는 등 외부적인 확장”
신동빈 “부적절한 이성관계 등 큰 구설 조심”


백운비 원장에 따르면 임진년은 예로부터 난고가 많은 해다. 임진왜란이 대표적인 예다. 국운이 불안해 나라 전체가 중심과 방향을 잃고 흐트러진다. 경제는 조여오고 정치는 통합되는 듯 보이다 결국 파행으로 끝을 맺게 된다. 또 안보문제 등 각종 사고와 불행이 잇따르게 된다. 심지어 날씨까지 문제다. 비가 많이 오는 등 천재지변이 많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온갖 악재를 한 데 버무려 놓은 듯 한 한해다. 벌써부터 한숨이 나온다. 그렇다면 대기업 총수들은 이 같은 악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백 원장은 “개인경제는 나빠지나 나라경제는 좋아진다”며 “대기업 회장들의 경우 무난한 한해를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타고난 운에 흔들림 없는 이건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4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이 회장은 서울 서초사옥에 매주 두 차례 정기적으로 출근하면서 그룹 내 긴장감을 끌어 올렸다. 그룹의 실적관리 속에 스마트폰 갤럭시S2 글로벌 시장 판매량 1위 등극 등 이른바 ‘이건희 효과’가 당장 나타났다.

이와 함께 위기에 내몰렸던 애플과의 특허전쟁도 방어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며 회사의 전반에 안정을 가져왔다. 이밖에 신상필벌 인사조치, 소프트웨어 인재육성, 반도체 업계 대응방안 모색 등 직접 지휘봉을 휘두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경영외적으로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1년 반 동안 11차례에 걸쳐 평창 유치를 위해 170일의 해외 출장을 다니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국민들은 2003년, 2007년 두 번 연속 결선투표에서 평창이 탈락했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삼성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한층 부드러워졌다.

그렇다면 임진년에는 어떨까. 이 회장의 올해 운수를 들여다본 백 원장은 “역시…”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 원장에 따르면 이 회장의 운은 타고날 때부터 대국의 사주를 타고 나 악재가 많은 임진년에도 문제가 없다. 특히 방어운이 좋아 웬만한 외부의 공격에도 끄떡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흔히 재벌이라면 모두 최상의 운을 타고 났으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모두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삼성이 재계 1위 자리를 견고히 지키고 있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백 원장은 특히 “이 회장은 최근 단행한 물갈이 작업이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지난해 12월 부사장 48명, 전무 127명, 상무 326명 등 총 501명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재계는 삼성의 인사를 의외로 받아들였다. 미국 경기침체와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 심화 등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된 가운데 이처럼 대규모의 승진인사를 낸 때문이다. 이는 위기상황에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야 한다는 이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백 원장은 이 회장의 건강을 걱정했다. 백 원장은 “이 회장은 병약한 운을 타고난 게 결점”이라며 “항상 건강과 신변관리에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도 상승곡선 지켜 볼 정몽구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지난해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을 미소를 머금고 바라봤다. 올 11월까지 현대ㆍ기아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7.7%보다 1.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마의 벽으로 여겨지던 10% 점유율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중국시장에서의 판매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11월까지 지난해보다 13.2% 증가한 106만3325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유럽에서는 현대차 43만1627대, 기아차 39만5575대 등 82만7202대의 자동차를 11월까지 팔았다.

더불어 품질에 대한 호평도 넘쳐났다. 그랜저와 아반떼가 미국 자동차 전문 컨설팅 회사인 오토퍼시픽사가 발표한 ‘2011 가장 이상적인 차’에서 차급별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올해에만 전세계 유력매체와 기관에서 60여차례의 호평이 쏟아졌다. 과거에는 ‘밸류 포 머니(value for money)’라는 평가를 받으며, 값싼 차의 대명사로 통하던 치욕을 말끔히 씻어낸 것이다.

경영외적으로도 호재가 이어졌다. 정 회장은 지난 8월 5000억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해비치재단에 출연하면서 ‘통 큰 기부왕’에 등극했다. 개인기부 규모로 사상 최대 액수였다. 그동안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들의 기부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점에서 그의 기부는 단연 돋보였다. 회사 이미지 상승에 크게 기여한 건 두말할 것도 없다.

정 회장은 올해도 실적 상승곡선을 지켜보게 될 예정이다. 백 원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반적인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관망했다. 인간관계 역시 잘 풀릴 것이라고 했다. 백 원장은 “올해는 주변에 해롭던 인간관계가 청산되는 해”라며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정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백 원장은 “가까운 사람이 적이 되고 평소 멀리했던 사람이 가까워지는 이상한 관계가 진행된다”며 “버릴 것과 취할 것을 분명히 하라”고 권고했다.

#소나기 온 뒤 ‘맑음’ 최태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공금횡령 및 자금전용 의혹과 관련, 문지방이 닳도록 검찰을 드나들고 있어서다. 2003년 분식회계 사건 이후 8년 만이다. 최 회장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진두지휘했던 역점사업도 구심점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몇 년간 공들여 지난달 가까스로 품에 안은 하이닉스반도체와 ‘SK식 사회공헌’인 소모성 자재 구매대행(MRO) 사업체의 사회적기업 전환이라는 이른바 ‘최태원의 꿈’도 함께 휘청거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백 원장은 지난해의 악재가 올해에도 이어지리란 견해를 내놨다. 백 원장은 “운기가 하락해 그 동안의 공이 화로 바뀌는 불행한 사태와 이변이 자주 발생하는 등 자신을 시험하는 이상한 운세가 자주 괴롭히게 된다”고 혀를 찼다. 이어 백 원장은 “최고의 순발력과 인내력으로 자신을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 회장이 맞고 있는 비가 지나가는 ‘소나기’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백 원장은 “후반기 운이 맑고 청명하여 그 동안 잃은 부분을 회복하게 된다”며 “전진력과 성장력이 최대한 발휘돼 명망을 높일 호기”라고 장담했다.


#새로운 먹거리 찾아낼 구본무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실적부진으로 깊은 시름에 빠져있다. LG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의 부진에 지난 4월21일 10만4천원으로 고점을 찍은 LG그룹의 주가는 현재 36.6% 떨어진 6만6000원대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운세는 LG그룹을 부진의 늪에서 건져줄 ‘동아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눈에 띄는 도약은 없지만 전반적 상승세를 이어가리란 설명이다. 백 원장은 “운이 스스로 보호되고 성장하여 2012년도 무난한 한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 원장은 특히 “새로운 업종이 추가되는 등 외부적인 확장과 번창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구 회장으로선 반가운 소리다. 구 회장은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신성장동력 발굴에 힘을 기울여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이에 따라 LG그룹은 신성장동력 사업군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투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등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신수종 사업이 대부분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반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는 점에서 그리 녹록치 않은 상황이었다.

조심해야 할 점도 있다. 회사가 외형적으로 확장되는 반면, 내부적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내부적으로 뜻하지 않은 파벌이나 방해자 등으로 인해 큰 부분을 잃을 수 있다”며 “상하 유대와 교류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마이너스 손’ 꼬리표 떼는 신동빈

2011년에 대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소회는 복잡미묘할 것으로 보인다. 회장으로 승진한 뜻 깊은 해인 동시에 오래 전부터 받아온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을 털어내지 못한 치욕스런 해이기도 해서다.

신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는 2006년 신 회장이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불거졌다.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롯데백화점이 신세계에 밀리는가 하면 신 회장이 주도한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이 나란히 업계 하위권을 밑도는 실적을 거뒀다. 명품 아울렛 사업도 신세계에 현저히 밀렸다.

회장에 취임한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5조3673억원, 4368억원, 3011억원으로 전기대비 2.4%, 2.5%, 11.9% 감소했다. 주요사업인 백화점 사업부진이 영업이익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사업다각화, 시너지효과를 위해 시도했던 기업인수합병은 줄줄이 실패했다. 손대는 사업마다 줄줄이 실패하는 통에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됐다.

그러나 올해 운세는 신 회장의 ‘불편한 꼬리표’를 잘라내는 가위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백 원장은 “사업 확장과 동시에 거래처가 획기적으로 느는 등 회사가 발전되고 명성이 더욱 드높아 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현재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하이마트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신 회장으로선 귀가 솔깃한 얘기다.

그러나 꼭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백 원장은 “사적으로 부적절한 이성관계 등 큰 구설에 휘말리게 되니 완벽한 경계로 방어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는 신 회장이 귀담아 들을만한 얘기다. 신 회장은 지난 해 10월 수차례에 걸쳐 룸살롱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술접대를 받고도 그 자리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소 당하면서 구설에 휩싸인 바 있다.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