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급사 10대 긴급기획]③예측불가 북한 권력구도

김정은 체제 ‘순항’할까? 권력쟁탈전 ‘피바람’ 불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독재자도 결국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며 그의 시대도 막을 내린 것. 곧바로 북한당국은 김정은 영도체제를 공식 선언하며 3대 세습 유지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발한 김정은 체제에 야심을 품은 당과 군부의 ‘궁중암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제 세간의 관심사는 새파란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지켜낼지, 피비린내 진동하는 권력쟁탈전으로 번질지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정은 체제 걸림돌 이미 축출…‘3대 세습’ 순항?
‘김정일 급사’ 불안한 정치 ‘궁중암투’ 가능성 제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경 김 위원장은 룡성역을 지나는 야전열차 안에서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갖가지 미스터리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죽음은 준비되지 않은 ‘급사’였다는 점이다.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발한 ‘김정은 체제’ 속에서 야심가들의 권력투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한반도 평화에 큰 영향을 미칠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요시사>는 향후 북한의 행보를 4가지로 전망해봤다.

시나리오 ① - 김정은 체제 ‘순항’ 

먼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아버지의 자리를 완전히 장악하고 북한의 유일한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09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고, 2010년 9월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 사후 즉각 북한 당국은 김정은 영도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도 김정은 체제를 빠르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3대 세습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박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사실상 군부 등을 장악한 상태다”면서 “북한처럼 권력 일원체제하에서 김정은이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되며 전임자와 똑같은 무게감을 갖는다”고 전했다.

게다가 김정은은 지난 10월부터 실질적으로 국정운영을 맡아 시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연구소의 소식지는 지난 10월10일 당 창건일부터 비공개적이지만 정식으로 국정운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친(親) 김정은 라인 구축 작업도 마무리된 상태다. 지난 2009년부터 중앙당 조직지도부 내부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지방당과 검찰·법원 등의 법기관을, 올해는 최고위직 성원과 지방당 세력까지 모두 정리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장남 김정남과 차남 김정철의 사람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세대교체에 걸림돌이 될 만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모두 제거됐다. 

무엇보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에 사망했을 당시 김 위원장 역시 아버지의 카리스마와 권위를 갖지 못해 국가지도자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의혹을 말끔히 떨쳐버리며 권력을 수중에 넣었다. 이어 명실상부한 국가통치자로 군림했다.

전 박사는 “북한의 중앙집권화 된 권력의 공고함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과 보좌진들이 빠른 체제정비를 구축해 김정은 체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시나리오 ② - 엘리트 간의 ‘파워게임’

‘김정일 급사’로 인해 불안전하게 출발한 김정은 체제에 도전하면서 계파 간 권력투쟁이 시작되는 경우다.

새파랗게 어린 김정은의 나이와 김 위원장 생전에 공식적 후계자 계승기간이 짧다는 점이 약점이다. 국정운영 경험이 크게 부족한 김정은이 권력을 넘보는 정적들에 둘러싸여 있는 점도 치명적이다. 때문에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세종연구원의 오경섭 연구원은 논평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위기는 김정은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점에서 기인한다”며 “2009년 1월 당내에서 후계자로 내정된 후 3년 남짓 후계자 수업을 받았지만 안정적으로 권력기반을 장악하고 지배엘리트들을 완전하게 장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때문에 어떤 경우든 한 세력이 먼저 김정은에 도전장을 던지면 나머지 세력들도 곧바로 권력투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먼저 실세로 통하는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보좌진 그룹이 권력 장악을 위한 파워게임을 시작하는 경우다. 특히 장성택은 2004년 김 위원장으로부터 지나치게 권력을 탐한다는 ‘괘씸죄’에 걸려 2년간 실권했을 정도로 권력욕이 강하다.

게다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군 내부의 반감이 크거나, 경제사정이 열악한 주민들의 집단 반발 기미가 있을 경우 장성택 입장에서도 더 이상 김정은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때문에 조카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현대판 수양대군’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택과 각을 세운 김정남의 지지세력도 주목의 대상이다. 특히 군부 핵심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은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김정은 후계가 공식화되며 당대표자회에서 당정치국과 당중앙군사위원회 어느 곳에도 진입하지 못하며 원한을 쌓았다.

리제강 조직지도부 1부부장(2010년 사망)의 사람들 역시 김정남 지지세력으로 분류된다. 이들 역시 김정은 체제가 공식화된 작년에 해임됐고, 김정일 장의위원 명단에서도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장성택계가 김정은 후계체제 확립을 위해 이미 손을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리 전 1부부장 라인으로 꼽히는 백세봉 국방위 제2경제위원장 등은 아직 건재해 언제든 김정은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실현 가능성 낮지만 향후 ‘평양의 봄’ 올 수도
북한 입맛대로 움직일 중국의 병기는 ‘김정남 카드’


시나리오 ③ - 민주화 바람 ‘평양의 봄’ 

그간 경제난과 기아에 시달린 북한 주민들이 중동 발(發) 민주화 바람을 일으켜 세습체제를 무너뜨리고 개방과 개혁의 길로 나가는 경우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당장 ‘민주화 운동’의 실현가능성은 낮게 평가하고 있다. ‘평양의 봄’이 오려면 통신의 발달로 정보가 빠르게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북한에 휴대전화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정보 전달과 확산의 도구, 소위 SNS 등이 이용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북한 주민이 외부세계에 눈을 뜨고 개혁과 개방, 민주화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외신들은 김 위원장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를 지칭하는 ‘아랍의 봄’처럼 북한에도 평양의 봄이 올지 주시하고 있다.

CNN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올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바람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뒤늦게 북한에도 상륙하지 않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은 아랍 국가들과는 달리 그동안 반체제 인사가 거의 없었지만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전보다 불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내부가 극도의 불안정성에 휩싸이면서 그동안 경제적 궁핍에 시달려온 주민들이 들고 일어설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외신들은 평양의 봄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인정하면서도 정보 전달의 속도를 최대 관건으로 보고 있다.

시나리오 ④ - 중국의 ‘김정남 카드’

중국이 김 위원장 사후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최대 관건이다. 중국은 북한 체제를 훨씬 더 중국에 종속되는 방향으로 개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이때 중국이 가지고 있기만 해도 북한을 최고로 압박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김정남 카드’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지난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된 것을 계기로 눈 밖에 났다. 여기에 김정은을 후계체제로 굳히는 과정에서 김정남 암살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중국첩보부에서 극렬히 막아냈고, 현재까지 김정남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혹시 모를 북한의 내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상태다. 김정은의 통치능력 부족에 경제난, 기아, 외부압력 등이 겹쳐져 쿠데타 및 인민투쟁이 벌어질 경우 먼저 중국으로 난민이 유입되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 사태에 개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지역에 혼란이 빚어질 경우 원치는 않지만 북한 사태에 개입해야만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중국이 북한 내 핵무기 폐기를 약속할 경우 미국도 중국의 개입에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 내전을 계기로 김정남을 지도자로 내세워 북한에 친(親) 중국 정부를 세울 가능성도 이채롭게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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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