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사형(兄)통 이상득’ 들끓는 8대 의혹 총정리

‘상왕’ 불출마 선언은 ‘불운’의 서막?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상왕’ ‘형님’ ‘실세’ ‘6선 파워’ 이 모든 수식어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지칭하는 말이다. 수식어만 봐도 그의 ‘썬파워’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런 그가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세운 명분은 “한나라당 쇄신에 밀알이 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상 불명예 퇴진이다. ‘15년지기’ 보좌관의 부당거래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보좌관이 받은 금품이 거액이라는 점에서 ‘금품의 종착지’가 이 의원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게다가 이 의원에게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만사형(兄)통’으로 불리며 온갖 의혹의 중심에 서왔다. 그에게 따라붙었던 의혹들을 속속 들여다봤다.

①SLS그룹으로부터 60억원 수수설         
②부산저축은행 구명로비 연루설
③‘인천공항 민영화’ 맥쿼리 수혜설       
④‘수돗물 민영화’ 코오롱 수혜설
⑤남이천 나들목 특혜 의혹              
⑥민간인 불법사찰 배후설
⑦‘영포라인’ 인사전횡 리더               
⑧‘형님예산’ 편성 압력 의혹

‘대통령의 형님’으로 ‘실세중의 실세’라는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파워가 셌던 만큼 따라붙은 의혹도 많았다. 굵직한 비리만 터지면 배후에 언제나 이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 의원에게 ‘의혹 제조기’ ‘의혹의 노른자’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다.

가장 최근에, 가장 강한 의혹을 풍기는 대목은 역시 SLS그룹으로부터 60억원 수수설이다.

올 하반기 정국의 핫이슈는 단연 ‘이국철 폭로’였다.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입에서 거론된 인사들은 하나같이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때문에 시선은 자연스레 ‘이국철 비망록’에서 ‘60억원 수수설’ 의혹을 받고 있는 이 의원에게로 향해 있다. 특히 이 의원의 복심인 보좌관 박모(46)씨가 구속되며 의혹은 한층 더 깊어진 상태다.

박 보좌관은 이 회장과 ‘로비창구’이던 대영로직스 대표인 문모씨 등, 앞서 구속 기소된 두 사람으로부터 7억원 상당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다. 이 의원은 자신의 보좌관이 금품수수에 연루된 데 대해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박씨가 개인적으로 받은 돈일 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 의원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받은 돈을 박 보좌관이 중간에서 빼돌린 셈이다. 이른바 ‘배달사고’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상왕’ 관련 의혹들

의혹의 초점은 보좌관이 받기에는 너무 거액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검찰은 박 보좌관이 의원실의 다른 직원 4명을 통해 돈세탁한 정황까지 포착했다. 배달사고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 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무실 직원 모두 동원됐다는 점에서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의원이 저축은행 구명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박 보좌관이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에게서 1억5000만원을 받은 정황은 이미 검찰에 의해 확인됐다. 때문에 이 의원에게 끊임없이 제기됐던 ‘부산저축은행 비리 몸통설’이 다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경영 부실로 퇴출 위기에 봉착했던 부산저축은행은 작년 6월 유상증자를 통해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 등으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며 두 기업은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렸다.

위험성이 다분한 부산저축은행의 상식 밖의 투자에 거물급 정계 인사의 배후설이 나돌았다. 유상증자 과정에 청와대 참모와 이 의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야당과 일부 언론은 검찰이 이 의원을 조사하려고 했으나 청와대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대한 의혹만 짙어진 채 저축은행 수사는 마무리되었다.

정부가 필사적으로 밀어붙이던 인천공항 민영화도 의혹의 대상이다. ‘지분매각’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민영화’다. 인천공항이 지분매각 시 도로, 공항 등 SOC 민자투자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호주계 금융그룹 맥쿼리는 매각 대상 ‘0순위’다.

맥쿼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 의원의 아들인 지형씨가 맥쿼리IMM자산운용과 이 회사를 인수한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대표였다는 점 때문이다. 공항매각을 두고 ‘맥쿼리그룹 권력인맥’의 힘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일반적으로 민영화는 수익이 낮음에도 과도한 인력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공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6년 연속 서비스 수준 세계 1위, 화물처리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6년 연속 흑자경영을 하고 있는 알토란같은 공공기업이다.

이처럼 우수한 실적을 자랑하던 인천공항이 2008년 공공기관평가에서 갑작스럽게 하위로 밀려난 점도 의혹을 뒷받침한다.

수돗물 민영화 역시 인천공항 민영화 의혹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맥쿼리그룹 대신 ‘코오롱 그룹’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2008년 봄 정부는 사실상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강력한 추진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여론의 거센 역풍이 불었다. 필수재이며 공공재인 물은 국민 100%가 고객으로 민영화되면 재벌기업의 배만 불린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수돗물 민영화가 추진되면 수혜기업이 바로 코오롱이라는 설이 파다했다.

때마침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물 사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2015년까지 매출 2조원 이상의 세계 10대 물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코오롱워터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부의 수돗물 민영화와 딱 맞아떨어진 행보였다.

특히 이 의원이 과거 코오롱 사장이었다는 점과 고문으로 월급을 꼬박꼬박 챙긴 점, 그리고 코오롱 그룹이 현 정권과 사이가 돈독하다는 점에서 의혹은 생각보다 거셌다. 

아들이 대표였던 맥쿼리그룹
국내 투자 관련 연루 의혹

남이천나들목 설치 이후 이 의원의 재산이 폭등한 점도 특혜 의혹의 대상이다. 교통량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 일가의 선영 근처에 남이천나들목 신설이 결정돼 의심을 산 것.

그간 도로공사는 세력권 인구가 적고, 경제성에 타당성이 없다는 이유에서 남이천나들목 건설 불가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8월 이천시가 재차 남이천나들목 설치를 신청했고, 지난 9월 도로공사는 허가판정을 내렸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867대였던 남이천나들목 하루 예상 교통량이 갑작스럽게 6233대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고, 2만명 수준이었던 나들목 이용 예상인구 역시 1년 만에 6배 가까이 늘어난 12만2869명으로 폭증하며 의혹이 난무했다.

특히 남이천나들목 건설 승인 뒤 이 의원은 돈벼락을 맞았다. 이 의원과 가족이 경기 이천 송갈리 주미리 일대에 보유하고 있는 땅은 이 의원의 선영이 있는 영일울릉목장을 포함해 36개 필지 49만8262㎡로, 이 땅은 이 의원과 그의 부인, 아들 부부의 소유로 되어있다. 지난해 1월 공시지가는 79억3279만원이었으나 지난해 10월 남이천나들목 승인 후 땅값이 폭등해 지난해 말 300억원으로 뛰었으며, 현재 45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배후 의심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8년에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국무총리실로부터 불법사찰을 당해 정권의 압력에 시달렸던 ‘김종익씨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게다가 총리실에서 한나라당의 남경필‧정두언 의원과 지금은 탈당한 정태근 의원 등에 대해 전방위적인 뒷조사를 벌여 정치인 사찰 파문도 확산됐다. 당시 불법사찰을 주도한 배후 세력으로 이 의원이 지목됐다. 이 같은 주장을 했던 이가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친이계였기에 상당한 설득력을 얻었다.

지난해 8월31일 충남 지식경제부 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 비공개 자유토론에서 두 정 의원은 이 의원을 공식적으로 거명하며 불법사찰 전횡을 문제 삼았다.

정(두언) 의원은 당시 “영감 좀 빨리 들어가시라고 해라. 인생 좀 불안하게 살지 말라고 하시라”며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노출했다. 이어 정(태근) 의원도 가세하며 “청와대와 국정원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 이상득 의원도 알고 있다”며 이 의원을 사찰의 배후로 직접 거론했다. 이어 남 의원 역시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밝혀져야 하고 확실히 털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문제가 된다”라고 공격했다.

현 정부의 인사문제는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비판이 쏟아지는 부분이다. 이 의원은 ‘MB정권 인사조각’의 실직적 ‘리더’라는 의혹이 파다했다. 특히 이 의원은 ‘영포회’를 주축으로 비선조직인 ‘선진국민연대’에 몸담았던 측근인사들에 대해 공기업뿐만 아니라 청와대와 정부 요직 입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간인 불법사찰
인사전횡의 배후


연례행사 격인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에도 이 의원이 배후세력으로 의심받고 있다. 야당은 3년 연속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예산을 강행처리하면서 이 의원 지역구인 포항 관련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지난 2009년 예산에서는 포항 관련 예산으로 포항항만 정비사업 예산 등 총 4370억원이 편성됐다. 당시 포항 쪽 인사들이 송년모임에서 “어떻게 하는지 몰라도 예산이 쭉쭉 내려온다”고 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됐다.

2010년 또 다시 한나라당이 야당을 밀어내고 처리한 2011년 예산안 역시 복지예산은 삭감한 반면, 포항 예산은 1790억원으로 책정돼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이 의원은 의혹만 제기됐다 하면 늘 그 중심에 서왔다. 게다가 보좌관이 구속되자 이어진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국민들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검찰의 칼날이 이 의원을 겨누며 퇴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점에서다. 또한 권력을 누릴 만큼 누리다 만신창이가 돼 레임덕이 걸린 정권에서 먼저 발을 빼겠다는 의미도 짙다는 지적이다.

최근 검찰의 수사는 한층 속도를 내며 마침내 ‘상왕’까지 겨눈 상태다. 그렇다고 아직 살아있는 권력인 상왕 관련 의혹에 대해 완벽한 진상조사가 이루어 질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측근 비리를 감싸고 있던 빗장이 풀렸으니 더 많은 게 터져 나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불운의 시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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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