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59>12·7 대책 대해부

올해만 6번째…결국 서민은 ‘들러리’

 

지난 7일 정부가 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대책은 올해만 6번째. 이명박 정부 들어 정책 횟수를 살펴보니 총 20회가 넘는다. 너무 자주 대책을 발표하다보니 이제는 헷갈릴 정도다.

주택시장 정상화·서민 주거안정 지원 방안 발표
일반국민들 의견 수렴…쪽방 등 현장점검도 반영

정부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토대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거쳐 지난 7일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 등에 따른 주택시장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전월세 등 서민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전세가 상승 우려
…선제적 대응방안”

최근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경제 불확실성 증가, 주택 구매심리위축, SOC 예산 축소 등으로 주택·건설시장의 어려움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서민 주거안정도 저해될 우려가 있어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취지다. 전월세시장의 경우 내년 초 봄 이사철 수요 등으로 전세가격이 상승할 우려가 있어 선제적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특히 이번 대책은 시장 전문가, 관련업계, 대학생 등 일반국민들의 의견수렴 결과와 쪽방·재건축 단지·대학가 등 다양한 현장 점검결과 등을 반영했다.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시장 과열시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 완화,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 등을 통한 원활한 주택건설·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실수요 주택구입자의 내집 마련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전월세가구와 대학생 등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다양한 주거비부담 완화방안을 강구했다.

이에 따라 2005년 8·31 대책을 통해 발표되고 1년간 유예기간을 거친 후 2007년 1월1일부터 시행됐던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조치가 이르면 2012년 초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2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는 햇수로 4년, 3주택 이상은 7년만으로,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거래 규제를 푼 것이다.

규제를 푸는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현 가능성과 가계부채급증으로 내년 내수시장 및 경제성장률 위축이 가시화되자, 주택시장이 수도권 위주로 재차 추락할 움직임을 조기에 차단하고 주택거래량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내년 세제개편이 현실화되면 양도세의 절세 요령이 보다 간편해지고, 다주택 판정과 기간에 구애 없이 다주택자의 시세차익을 정부가 묵시적으로 용인한 셈이어서 수도권 주택시장의 가격조정과 바닥 다지기도 보다 빨리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심리가 저조하고 당분간은 계절적 비수기가 겹쳐 거래활성화 효과를 단기간 기대하기 어렵겠으나, 지난 3월 수도권 DTI규제 부활로 조정되던 주택가격의 하락폭을 저지하는데 일조할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국토해양부는 강남 3구에만 적용하고 있는 투기과열지구를 폐지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강남·서초·송파구가 있다. 투기과열지구가 해제되면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청약자격 제한 등의 규제가 완화된다.

2003년 12월31일 이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 안에서 설립된 재건축 조합의 조합원은 조합인가일로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됐으나, 이번 조치로 인해 보유자 및 신규 매수자의 진출입이 자유로워져 매수·매도 타이밍에 여유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이 다시 과열될 경우 단기차익을 노리는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힘들어 졌다.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는 금번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2년 부과중지와 맞물려 강남재건축 규제완화 호재로 작용해 집값 낙폭을 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조합설립 인가된 26개 단지 1만9000명의 조합원 지위양도가 가능해지고, 조합설립을 추진  중인 22개 단지 2만2000명도 향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혜 대표 단지로는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서초구 방배 5차, 대치동 청실 등이 있다.

정부는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해 우선 시장과열 시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해 주택거래·공급에 애로가 없도록 해 나갈 예정이다. 부동산시장과열 시 투기방지를 위해 주택소유와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됐었으나, 현재 시장상황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 폐지 법안 개정을 지속 추진하되, 우선 주택법 하위법령을 대폭 정비해 주택건설에 사용된 비용이 분양가에 합리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분양가 공시항목(공공 61개, 민간 7개)도 축소해 다양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은 개발이익 환수라는 제도 도입취지를 감안하여 제도자체는 유지하되, 현재의 재건축 위축상황을 고려하여 2년간 부과중지할 계획이다. 주택 청약제도도 과거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던 시기에 마련된 무주택자 위주의 규정이 시장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개선하기로 했다.

비수도권의 경우 청약가능지역이 시·군단위로 제한되어 있으나, 앞으로 청약가능지역을 도단위(인접 광역시 포함)로 확대하여 교통여건 개선으로 확대된 생활권역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되 당첨기회는 당해 시·군 거주자에게 우선 부여할 계획이다.

또 현재 1순위, 2순위 순차적으로 분양하도록 되어 있는 청약제도를 미분양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1·2순위를 동시 분양할 수 있도록 개선하여 미분양이 최소화되도록 할 예정이다.(당첨은 현행대로 1순위 우선) 장기간 미사용 되는 용지 등을 지역수요에 부응하는 시설부지로 활용하는 등 토지이용도를 제고하고, 뉴타운사업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택지지구 등에 학교용지·관공서 부지 등으로 계획되었으나 여건변화로 불필요해져 장기간 미사용 상태인 용지나, 대도시 주변의 개발가능지를 지역수요에 부응하는 시설부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 교과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 TF를 구성하여 실태조사와 부지 사용가능성, 특성, 수요, 지역여건 등을 면밀히 점검하여 추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강남·서초·송파
투기과열지구 폐지

주민들과 업계의 토지거래·택지확보와 관련된 애로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지가가 안정되고 투기우려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장기간 토지이용이 제한되고 있는 지역(수도권 녹지·비도시지역 등)에 대해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고, 과거 후분양 조건(40% 이상 공정 시 주택분양)으로 공급받았으나 자금부담 등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택지도 경기상황을 감안하여 선분양할 수 있도록 허용할 계획이다.

정부는 뉴타운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뉴타운 지구에 대한 기반시설 설치비 국고지원을 ‘12년에 대폭 확대’(11년 500억원)하고, 향후에도 수요를 보아가며 지속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건설업계 경영난 완화와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PF 정상화, 유동성 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사업추진이 부진한 공모형 PF 정상화를 위해 정부 내 조정위원회를 설치하여 사업조건 조정(사업계획 변경, 토지대금 납부조건 완화 등) 등 추진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한주택보증에서 시행 중인 PF대출 보증도 지속 시행하되, 사업성 있는 중소업체의 사업위주로 지원할 계획이다. 사업성이 있는 부실 PF 사업장은 PF 정상화뱅크 등에서 인수하여 최대한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미 PF 정상화뱅크를 통해 지난 6월 19개 사업장 1억2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바 있으며, 금년 말까지 2차 부실채권을 매입할 예정이다.

은행권 부실 PF사업장 증가 등 수요발생 시 2012년 제2차 PF 정상화뱅크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 자산관리공사가 매입한 저축은행 PF사업장 중 사업성이 높은 사업장은 민간사업자를 유치하여 정상화할 계획이다.

MB정부 들어 정책만 20여 회
매번 다주택자에 초점 맞춰

또한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을 위해 건설사 P-CBO 추가발행과 대주단 협약 운영기간 연장을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P-CBO는 2010년 12월 이후 4차례 총 1조1000억원 발행하였으며, 발행수요 등을 보아가며 2조원 규모 내에서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특히 정부는 실수요 주택구입 지원 강화를 위해 국민주택기금에서 주택구입자금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말까지 지원하기로 되어 있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기간을 1년간 연장하여 내년 말까지 1조원 한도에서 지원하되 금리를 연 4.7%에서 4.2%로 인하하고, 지원대상도 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확대하여 구입자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8·18 전월세대책으로 금리를 0.5%p 인하(5.2→4.7%)한 이후 월평균 지원 실적이 500억원 이상 증가(1·8월 월평균 120억원→10∼11월 월평균 673억원)했으며, 1조원이 모두 지원될 경우 약 1만5000가구가 내집 마련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생애최초 구입자가 아닌 일반 무주택자에 대한 구입자금(근로자·서민 주택구입자금) 지원대상도 부부합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확대할 예정이다.


전월세가구의 주거지원 강화를 위해 전세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다양한 주거비부담 완화방안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저소득 세입자 등의 주거안정을 위해 내년 중 전세임대주택 1만5000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전세임대주택은 LH·지자체 등이 수요자가 원하는 기존주택을 임차하여 저소득가구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임대주택 건설·매입에 장기간 소요되는 단점을 극복하여 단기간에 서민 주거안정을 지원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쪽방 등 비주택 거주자나 소년소녀가장 및 시설퇴소아동 등에 대한 지원물량을 확대(1000→3000호)할 계획이다.

전월세 소득공제 적용대상이 확대되도록 제도 적용 시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 있는 자’요건을 폐지하여 1인가구 등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주거용 오피스텔 세입자에 대해서도 국민주택기금에서 저리(2∼4%) 전세자금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대학생 주거안정을 위해 대학생용 임대주택과 기숙사 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학생용 전세임대주택은 대학기숙사 수준의 임대료로 1만호를 내년 신학기에 맞춰 공급하기로 했다. 그 대상주택을 주거용 오피스텔(85㎡ 이하)까지 확대하고, 대학가 주변에 월세형 임차방식의 공급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여 종전 전세주택뿐만 아니라 보증부 월세도 지원 대상에 포함하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원 대상지역도 확대해 대학이 도 지역에 위치하는 경우 대학소재 시·군 지역의 전세주택만을 지원하던 것을 해당 도 전체의 전세주택까지 지원하기로 하였다.

과도한 규제들 완화
공제 적용대상 확대

대학기숙사 확충을 위해 자금과 택지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대학이 소유부지 등에 기숙사 건설 시 주택기금에서 저리(2%) 자금을 지원하고, 국·공유지나 장기 미사용 중인 학교용지 등을 용도 변경하여 기숙사 부지로 활용되도록 할 방침이다. 대학가 하숙집 등 노후주택 개량 시 주택기금에서 저리(2%) 자금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

도시 내 중소형·임대주택이 많이 건설될 수 있도록 관련 지원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보금자리주택(연 15만호)은 지구여건에 따라 분양주택 용지 일부를 5년 임대 또는 10년 임대로 전환하여 임대물량을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도시 중소형·임대주택 건설 활성화 추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다세대·연립·도시형 생활주택 등에 대한 저리(연 2%) 건설자금 지원을 내년 말까지로 연장하고, 택지를 소유하지 않더라도 임대주택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토지 임대부 임대주택 방식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만 6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책 횟수를 살펴보니 총 20회가 넘는다. 그때마다 부동산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울러 서민들의 주거안정기반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이라 자신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이번 대책도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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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