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처럼 번지는 ‘야동 제작’ 충격 실태 <현장취재>

강간 뒤 “포르노 한편 찍어 주면 발설 안 하겠다”

최근 취업난이 사상 최악에 이른 가운데 음란사이트 개설을 통해 돈을 벌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이렇게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음란사이트들과 더불어 돈만 받아 챙기고 잠적하는 사기성 음란사이트도 덩달아 기승을 부리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이렇게 생겨난 음란사이트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접 ‘몰카’나 ‘셀카’ 등의 콘텐츠 제작에 나서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돈 된다’ 인식에 너도나도 음란사이트 창업
수많은 충격 영상들이 모두 90% 이상 연출

최근 경기침체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모든 비즈니스가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성인대상 비즈니스만은 굳건히 버티고 있다. ‘돈이 된다’는 인식 때문에 너도 나도 성인비즈니스, 그 중에서도 비교적 창업(?)이 손쉬운 음란사이트 운영에 뛰어 들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이런 ‘성인비즈’를 벌이는 이들은 대부분 대학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이들 불법사이트 운영자들은 해외에 서버를 개설할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서버를 통해 개설한 뒤 4~6개월 단위로 사이트의 개설과 폐쇄를 반복해 가며 경찰의 단속망을 피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인비즈’ 운영자
대부분 대학생

실제로 지난해 서울 모 대학 3학년 김모(21)씨는 불법 음란사이트를 개설해 회원들로부터 수억원의 가입비를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를 구속한 울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음란사이트가 생겨나고 사라진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또 사이트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많은데 반해 이것들을 단속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해 해외에 서버를 두거나 게릴라식으로 운영할 경우 단속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사이트가 급속히 증가함에 따라 ‘섹티즌’을 유혹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양이나 일본에서 제작된 흔한(?) 아이템들로는 장사가 되지 않는 것이 현실. 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들 음란사이트 운영자들은 단순히 사이트 개설에 그치지 않고 직접 제작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터넷에 유통되는 음란물은 음란사이트만큼이나 많아 그 수 만 해도 이미 수천 편에 달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강간하고, 몰래 찍고, 직접 찍었다는 수많은 충격 영상들이 모두 90% 이상 연출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라는 것이다.

N성인사이트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나도는 강간, 몰카, 셀카, 스와핑 등 대부분의 음란 동영상은 회사차원에서 돈을 들여 제작한 것들이라고 털어놓았다. 2002년 국산 포르노를 제작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원정까지 갔던 경험이 있다는 A씨. 그는 “가능한 쇼킹하고 엽기적인 장면이나 내용을 담아야 상품가치가 있다”며 “네티즌들은 이미 평범한 야동에 식상해 있기 때문에 제작자들은 스와핑이나 트리플, 강간 등의 변태적 행위를 연출에 적극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음란사이트에서 제공하고 있는 콘텐츠들을 살펴보면 ‘모 학습지 교사 강간, 백화점 여자화장실 몰카, 여대생 집단강간, 강남 부부들의 실제 스와핑, 동거커플 엽기 셀카, 화상 채팅 중 공개 섹스’ 등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을 소재로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동물과의 성관계를 담은 것들도 있어 혐오감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나도는 음란물의 출처는 어디이며 제작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에 음란물 제작 현장을 추적해 보았다. 새벽 1시를 조금 넘은 늦은 시간. 한 건물 비상구 계단에서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제부터 촬영을 시작해야 하는데 혹시 누가 올지 모르니까 가능한 빨리 끝내자고.”

30대 중반의 남성은 세 명의 남녀에게 이렇게 말한 후 들고 온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이들은 연출에 대해 몇 마디 더 주고받더니 곧 촬영에 들어갔다. 촬영은 보다 은밀하고 생동감 넘치는 현장임을 강조하기 위해 조명도 사용하지 않은 채 적외선 촬영을 채택했다.

가장 인기 많은
음란물은 ‘강간’

인터넷 음란 사이트에는 몰카, 셀카, 일반 포르노 등 수많은 종류의 음란물이 있는데, 이들이 오늘 촬영하려는 것은 그 중에서 섹티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다는 이른바 ‘강간’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늦은 시간 야근을 마친 세련된 미모의 여직원이 퇴근을 하려는데 마침 엘리베이터가 작동치 않는다. 이에 미모의 여성은 계단을 이용키로 하고 비상구를 통해 계단을 내려온다. 이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어디선가 나타나는 두 명의 남성. 놀란 여자는 황급히 도망치려 하지만 이내 두 남자에 잡히고 만다. 두 남자는 ‘잠시 할 이야기가 있다, 순순히 따르면 해치지 않겠다’며 이 여성을 자동차로 데려간다. 일단 차 안으로 들어가자 두 명의 남성은 야수로 돌변해 여자를 덮친다. 여성은 격렬하게 저항하지만 굶주린 남성의 완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본격적인 강간이 이루어지자 두 명 중 한명의 남성이 이를 카메라에 담는다.

상황이 종료되자 두 명의 남성은 카메라에 담은 장면들을 여성에게 보여주며 “우리는 사실 음란물 제작업자들인데 우리와 함께 포르노를 한편 찍어 주면 오늘 일을 발설치 않겠다”며 협박한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달라던 여성은 하는 수 없이 이를 수락하고 만다. 이에 곧이어 신림동의 한 여관으로 자리를 옮긴 일행은 본격적으로 격렬하고 질펀한 정사를 벌이게 된다.


쇼킹해야 인기 스와핑·트리플·강간에 ‘수간’도
상당수 셀카, 몰카 연출로 만들어진 ‘작품(?)’


충격적인 것은 처음에는 거부감을 갖던 여성이 나중에는 이 ‘잘못된 만남’을 통해 색다르고 짜릿한 쾌감을 즐기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란 동영상은 ‘모 회사 경리과 H양 강간’ 등과 같이 마치 실제인 것처럼 구체적인 제목까지 붙어 나돌게 된다. 이와 비슷한 식의 음란물 중 심한 경우는 피해여성의 휴대폰번호까지 제목 옆에 적어 놓고 확인해 보라고 하기도 한다. 물론 확인 결과 속임수였다.

이에 대해 해당 전화번호 주인 최모씨(46·남)는 “포르노 보고 전화한 모양인데 하루에도 이런 전화가 수 십 통 온다. 사업 특성상 전화번호도 바꾸기 곤란한 상황이다”라며 “누군지는 몰라도 이렇게 피해를 준 이를 찾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얼마 전 ‘K대 얼짱 포르노’라는 제목으로 유포되어 화제를 모았던 동영상 역시 유명세를 타기 훨씬 전에 유포됐지만 ‘짱’ 신드롬에 착안, 제목만 ‘K대 얼짱 포르노’로 바꾸자 금세 화제를 모았다. 한 전문가에 따르면 이 역시 셀프카메라 형식으로 제작됐지만 의도된 연출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과거 인터넷 성인방송국에 몸담은 적 있다는 L씨는 “외국 포르노물은 이제 너무 흔해서 쉽게 구할 수 있고 과장된 액션이 많아 실감도 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국산 음란물에 관심을 갖는다. 그런데 최근엔 이것도 너무 흔해서 보다 사실적이고 엽기적인 쪽으로 가고 있다”며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음란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나 투자자가 돈을 투자해 치밀한 제작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성개념 왜곡 심각
각종 성범죄 유발


또 현재 성인사이트를 운영 중인 K씨는 성인사이트가 급속히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성인사이트는 본능과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리 경기가 안 좋아도 매출이 쉽게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 “때문에 한 회사에서 여러 개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은데 큰 회사의 경우 많게는 수 십 개의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K씨는 “유통되는 국산 음란물은 대부분 큰 회사에 제작하거나 일반인들에게 사들인 것인데 이것이 네티즌들에 의해 퍼진 경우”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이처럼 소비자의 흥미를 끌기 위해 제작된 음란물은 엽기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성 개념을 심각하게 왜곡, 각종 성범죄를 조장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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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