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자살’ 대한항공 ‘사람 잡는 항공사’ 오명 내막

‘막장’ 인사시스템이 직원들 ‘난간’ 아래로 떠미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대한항공이 파랗게 질렸다. 사측과 마찰을 빚어오던 직원이 최근 투신자살한 사건이 벌어져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명 째라는 점에서 더욱 난감하기만 하다. ‘사람 잡는 항공사’라는 불편한 꼬리표까지 달렸다. 그러나 이번 일을 바라보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의외로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며 혀를 끌끌 차고 있다. 대체 무엇이 이 회사 직원들을 난간 아래로 떠미는 걸까.

올 한해에만 5명 자살…한차례 자살 소동도
수준미달 직원 선정해 관리…스트레스·압박감

대한항공 직원이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대한항공 본사 내 건물 옥상에서 대한항공 직원 A(47)씨가 투신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핏자국이 묻어 있던 건물 옥상 난간에는 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과 함께 유서가 발견됐다. 이 직원은 지난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정비 계통 업무에 종사하는 과장급 직원으로 최근 사측과 마찰을 벌여오다 난간 아래로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 마찰 끝에
난간 아래로 투신

대한항공에서 자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릴레이식으로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명 째다. 그 시작은 지난 2월14일이었다. 이날 새벽 B(41)씨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기흥동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B씨는 객실승무원 진급대상자 문제출제를 위해 연수원에 입소했다가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둘째아이가 태어나기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1996년 대한항공 신입승무원으로 입사한 B씨는 최근까지 객실업무와 무관한 변호사 업무지원과 국토해양부 업무지원을 맡아왔다. B씨는 동료의 징계를 정당화해야 하는 변호사 지원업무를 수행하면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6일에는 대한항공 기체정비팀 C(3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부산정비공장서 항공기 부품제작 업무를 해오던 C씨는 이날 밤 부산 안락동 자택 아파트서 추락사했다. C씨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5년 전부터 정신과치료를 받아왔지만 사건 직전 적절한 상담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하루 뒤인 3월7일엔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D(52)씨가 숙소인 R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D씨는 청주행 야간 비행근무를 마치고 R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중 베란다서 투신자살했다.

D씨는 지난 2009년까지 국제선 팀장으로 기내 서비스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근무평가제에서 지난 해 8월 하위 5%에 드는 점수를 받아 근무저평가자로 분류돼 하루아침에 국내선 일개 승무원으로 좌천됐다. 여기에 까마득한 후배가 국제선 팀장에 오르자 스트레스로 우울증까지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직원 자살은 지난 4월에도 이어졌다. 지난 4월14일 대한항공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대한항공 국제선 여승무원 E씨(21)가 마산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E씨는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으로 입사해 인턴교육을 받다 그만두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씨의 자살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E씨의 자살 소식을 처음 전한 아이디 ‘친구’의 “우울증으로 자살했습니다. 회사에서 엄청나게 힘들었다고 합니다”라는 말로 E씨가 대한항공에서 근무할 당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자살로 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투신자살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지난 8월9일F씨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한항공 항공기 격납고 옥상에서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격납고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동료직원들과 함께 2시간 가량 F씨를 설득, 스스로 내려오도록 유도해 구조에 성공했다. F씨는 당시 회사 측의 인사발령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임에도 동료직원들의 권익을 옹호해야 할 노조는 제대로 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내부관계자는 “자신의 조합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데 홈페이지나 그 어디에도 이와 관련해 일언반구도 없다”며 “노조는 지난 46년 간 사측 눈치만 슬슬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직장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항공에서 자살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한항공 안팎에서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선 건 대한항공이 지난 2005년부터 도입해 운영해 오고 있는 ‘C-PLAYER’ 제도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성과, 역량 등에서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을 C-PLAYER로 선정, 해마다 집중관리하며 개선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C-PLAYER로 선정된 직원은 소속 부서장과 성과 개선자료를 가지고 면담하거나 리포트를 제출하는 등 특별 관리를 받는다.

C-PLAYER 선정자
자살한 사례도

지난 2005년 C-PLAYER 대상자를 면담한 내부자료를 보면 당시 담당자는 해당 직원에 대해 ‘신유니폼 착용 시를 대비해 체중감량 3kg을 달성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승객들에게 서비스 하였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승무원을 독려했다’는 등의 내용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이외에 부서장에 따라 대학과제처럼 ‘서비스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글을 써서 제출한 직원도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HR-BANK’라는 자체 교육기관을 통해 재교육을 받고 타부서로 전출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이 같은 관리시스템이 직원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내 일부에서는 올해 직원들이 연이어 자살한 것도 이런 관리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C-PLAYER에 선정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PLAYER에 선정된 직원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07년 7월 기체 정비팀 최모 과장이 10여년간 몸담았던 김해공장 격납고 지붕에서 투신한 사건이 그것이다.

동료들끼리 서로를 감시감독하게 한 ‘X맨 제도’
3세들의 회사 장악, 제왕적 운영 때문 시선도


대한항공 한 내부관계자는 “C-PLAYER로 선정된 많은 사람들은 모멸감을 참아내면서 일을 한다”며 “직원들 사이에 서로 경쟁을 하거나 감시를 하는 직장문화를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직원들의 자살과 C-PLAYER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직원에게 직무전환 기회를 주는 등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게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이른바 ‘X맨 제도’도 직원들의 잇단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동료들끼리 서로를 감시감독하게 한 제도다. 대한항공은 동료의 잘못을 고발한 직원에게 플러스점수를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직원들 사이엔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대한항공의 이런 상황과 관련, 최근 두각을 나타낸 이른바 한진그룹 3세들의 존재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 조현민 상무보 등 3세들의 회사 장악으로 혹여 ‘제왕적 운영’이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업무스트레스가 표출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999년 7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현아 전무는 2007년 1월부터 기내식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09년 말에 전무로 승진한 뒤 올해부터는 호텔사업본부장과 객실승무본부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조원태 전무도 입사(2003년)나 전무 승진(2010년)은 늦었지만 여객사업본부장을 거쳐 경영전략본부장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다.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장은 2005년에 입사한 뒤 지난해 상무보를 달았다. 3세들이 전부 회사 경영에 깊숙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할 말 없다”
불편한 사실 외면

여기에 이달 말 예정된 대한항공 임원 인사에서 이들의 부사장 승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 된다. 두 사람은 2009년 말 전무를 달아 시기적으로 부사장으로 승진할 때가 된 데다 그룹 내에서의 역할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민 상무보 역시 그룹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2년 연속 승진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3세들의 장악력은 더욱 견고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과 관련,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일요시사>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처럼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 빌딩 옥상에서 몸을 던질 직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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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