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자살’ 대한항공 ‘사람 잡는 항공사’ 오명 내막

‘막장’ 인사시스템이 직원들 ‘난간’ 아래로 떠미나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대한항공이 파랗게 질렸다. 사측과 마찰을 빚어오던 직원이 최근 투신자살한 사건이 벌어져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명 째라는 점에서 더욱 난감하기만 하다. ‘사람 잡는 항공사’라는 불편한 꼬리표까지 달렸다. 그러나 이번 일을 바라보는 대한항공 직원들은 의외로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들은 이미 예견된 사태였다며 혀를 끌끌 차고 있다. 대체 무엇이 이 회사 직원들을 난간 아래로 떠미는 걸까.

올 한해에만 5명 자살…한차례 자살 소동도
수준미달 직원 선정해 관리…스트레스·압박감

대한항공 직원이 투신해 사망하는 사건이 또 일어났다. 지난 1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대한항공 본사 내 건물 옥상에서 대한항공 직원 A(47)씨가 투신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핏자국이 묻어 있던 건물 옥상 난간에는 직원의 것으로 추정되는 신발과 함께 유서가 발견됐다. 이 직원은 지난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정비 계통 업무에 종사하는 과장급 직원으로 최근 사측과 마찰을 벌여오다 난간 아래로 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과 마찰 끝에
난간 아래로 투신

대한항공에서 자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릴레이식으로 줄줄이 죽어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5명 째다. 그 시작은 지난 2월14일이었다. 이날 새벽 B(41)씨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기흥동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B씨는 객실승무원 진급대상자 문제출제를 위해 연수원에 입소했다가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둘째아이가 태어나기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1996년 대한항공 신입승무원으로 입사한 B씨는 최근까지 객실업무와 무관한 변호사 업무지원과 국토해양부 업무지원을 맡아왔다. B씨는 동료의 징계를 정당화해야 하는 변호사 지원업무를 수행하면서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6일에는 대한항공 기체정비팀 C(39)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93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부산정비공장서 항공기 부품제작 업무를 해오던 C씨는 이날 밤 부산 안락동 자택 아파트서 추락사했다. C씨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으로 5년 전부터 정신과치료를 받아왔지만 사건 직전 적절한 상담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과 하루 뒤인 3월7일엔 대한항공 객실승무본부 D(52)씨가 숙소인 R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D씨는 청주행 야간 비행근무를 마치고 R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중 베란다서 투신자살했다.

D씨는 지난 2009년까지 국제선 팀장으로 기내 서비스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근무평가제에서 지난 해 8월 하위 5%에 드는 점수를 받아 근무저평가자로 분류돼 하루아침에 국내선 일개 승무원으로 좌천됐다. 여기에 까마득한 후배가 국제선 팀장에 오르자 스트레스로 우울증까지 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직원 자살은 지난 4월에도 이어졌다. 지난 4월14일 대한항공노조민주화추진위원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대한항공 국제선 여승무원 E씨(21)가 마산 집에서 목을 매 숨졌다. E씨는 대한항공 국제선 승무원으로 입사해 인턴교육을 받다 그만두고 안타까운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씨의 자살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E씨의 자살 소식을 처음 전한 아이디 ‘친구’의 “우울증으로 자살했습니다. 회사에서 엄청나게 힘들었다고 합니다”라는 말로 E씨가 대한항공에서 근무할 당시 업무 스트레스가 상당했던 것으로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다행히 자살로 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투신자살 소동이 벌어진 적도 있었다. 지난 8월9일F씨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대한항공 항공기 격납고 옥상에서 투신자살 소동을 벌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격납고 아래에 에어매트를 설치하고 동료직원들과 함께 2시간 가량 F씨를 설득, 스스로 내려오도록 유도해 구조에 성공했다. F씨는 당시 회사 측의 인사발령에 불만을 품고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임에도 동료직원들의 권익을 옹호해야 할 노조는 제대로 된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대한항공 내부관계자는 “자신의 조합원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는데 홈페이지나 그 어디에도 이와 관련해 일언반구도 없다”며 “노조는 지난 46년 간 사측 눈치만 슬슬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직장 중 하나로 꼽히는 대한항공에서 자살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대한항공 안팎에서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제의 중심에 선 건 대한항공이 지난 2005년부터 도입해 운영해 오고 있는 ‘C-PLAYER’ 제도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성과, 역량 등에서 회사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직원을 C-PLAYER로 선정, 해마다 집중관리하며 개선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C-PLAYER로 선정된 직원은 소속 부서장과 성과 개선자료를 가지고 면담하거나 리포트를 제출하는 등 특별 관리를 받는다.

C-PLAYER 선정자
자살한 사례도

지난 2005년 C-PLAYER 대상자를 면담한 내부자료를 보면 당시 담당자는 해당 직원에 대해 ‘신유니폼 착용 시를 대비해 체중감량 3kg을 달성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승객들에게 서비스 하였으며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승무원을 독려했다’는 등의 내용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다. 이외에 부서장에 따라 대학과제처럼 ‘서비스란 무엇인가’ 등의 주제로 글을 써서 제출한 직원도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HR-BANK’라는 자체 교육기관을 통해 재교육을 받고 타부서로 전출되기도 했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이 같은 관리시스템이 직원들에게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내 일부에서는 올해 직원들이 연이어 자살한 것도 이런 관리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C-PLAYER에 선정된 경험이 있는 직원들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에 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PLAYER에 선정된 직원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2007년 7월 기체 정비팀 최모 과장이 10여년간 몸담았던 김해공장 격납고 지붕에서 투신한 사건이 그것이다.

동료들끼리 서로를 감시감독하게 한 ‘X맨 제도’
3세들의 회사 장악, 제왕적 운영 때문 시선도


대한항공 한 내부관계자는 “C-PLAYER로 선정된 많은 사람들은 모멸감을 참아내면서 일을 한다”며 “직원들 사이에 서로 경쟁을 하거나 감시를 하는 직장문화를 바꿔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측은 직원들의 자살과 C-PLAYER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직원에게 직무전환 기회를 주는 등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게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이른바 ‘X맨 제도’도 직원들의 잇단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는 동료들끼리 서로를 감시감독하게 한 제도다. 대한항공은 동료의 잘못을 고발한 직원에게 플러스점수를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직원들 사이엔 불신이 팽배해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대한항공의 이런 상황과 관련, 최근 두각을 나타낸 이른바 한진그룹 3세들의 존재와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 조현민 상무보 등 3세들의 회사 장악으로 혹여 ‘제왕적 운영’이 진행되면서 직원들의 업무스트레스가 표출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1999년 7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현아 전무는 2007년 1월부터 기내식사업본부장을 맡았고, 2009년 말에 전무로 승진한 뒤 올해부터는 호텔사업본부장과 객실승무본부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조원태 전무도 입사(2003년)나 전무 승진(2010년)은 늦었지만 여객사업본부장을 거쳐 경영전략본부장이라는 중요한 자리를 맡고 있다.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장은 2005년에 입사한 뒤 지난해 상무보를 달았다. 3세들이 전부 회사 경영에 깊숙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 “할 말 없다”
불편한 사실 외면

여기에 이달 말 예정된 대한항공 임원 인사에서 이들의 부사장 승진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조현아 전무와 조원태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 된다. 두 사람은 2009년 말 전무를 달아 시기적으로 부사장으로 승진할 때가 된 데다 그룹 내에서의 역할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현민 상무보 역시 그룹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2년 연속 승진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3세들의 장악력은 더욱 견고해 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과 관련, 대한항공 홍보실 관계자는 “말씀드릴 게 없다”며 <일요시사>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처럼 불편한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동안 빌딩 옥상에서 몸을 던질 직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