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오세훈의 저주’ 막전막후

‘5세 훈이’ 응석에 파탄 난 한나라당 ‘그 끝은 어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한나라당이 심상치 않다. 쇄신은 물론 해체설까지 제기되며 최대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집권당이자 거대여당의 이러한 위기에는 이른바 ‘오세훈의 저주’가 서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고 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퇴한 것이 ‘저주’의 시작이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해체수준까지 인도한 오세훈의 저주는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에 한나라당은 떨고 있다. 오 전 시장의 사퇴가 남긴 것은 무엇인지 집중 조명해봤다.

유승민·남경필·원희룡 동반사퇴에 홍반장도 사퇴 ‘체제붕괴’
FTA 날치기 여파 가시기도 전에 디도스 공격 파문 악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을 포함한 현 정치권에 남긴 파장은 실로 엄청나다. 단지 무상급식 주민투표 패배로 서울시장이 교체된 것 이상의 의미와 파장을 남기고 있다. 세상을 뒤흔든 ‘핵폭탄급’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잘나가는 변호사 출신이 서울시장 연임에 성공했고 차차기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인물이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오세훈 사퇴
‘저주’의 시작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 전부터 한나라당과 줄곧 마찰을 빚어왔다. 중앙당 차원의 지원을 요구하고 이를 이끌어내기 위해 패배시 ‘시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이에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티격태격했고 당내 갈등이 심화됐다. 주민투표에서 패배하자 지도부는 오 전 시장의 사퇴를 극구 말렸고 사퇴를 강행하더라도 10·26 재보선 이후로 사퇴시점을 늦춰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오 전 시장은 끝내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즉각 사퇴해 버렸다. 이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서울시장 후보 선정으로 당내 혼란이 일었고 결국 나경원 후보가 고군분투 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선거 패배는 물론이고 장래가 촉망됐던 나 후보 부친의 사학비리가 까발려졌고 1억원 피부샵, 고가의 다이아 재산 은닉 의혹, 보좌관의 폭로 등으로 만신창이 돼버렸다.

나 후보는 선거 패배 후 미국으로 건너가 휴식을 취하며 복귀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지만 당의 계속되는 악재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또한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밝혀진 의혹들은 앞으로도 공직생활을 하는데 크나큰 오점과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진다.

‘불똥’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튀었다. 4년을 절치부심하며 자신만의 대권레이스를 구상한 그를 조기등판 시킨 것이다. 박 전 대표로서도 역할론과 책임론에 휩싸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던 걸로 여겨진다.

박 전 대표도 득보다 실이 많았다. 선거운동기간 전국을 돌아다녔지만 총력을 다한 서울시장 선거에 패배하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미지에 크나큰 오점을 남긴 것이다.

오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선거 기간 중 안철수 현상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병 걸린 거 아니에요?”라고 답해 막말 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오세훈 저주가 남긴 것 중 가장 큰 변화는 뭐니 뭐니 해도 시민사회세력의 등장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권의 새로운 정치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그 파워를 여실히 드러냈다.
 
안 원장의 등장은 4년간 대선후보 지지도 1위 자리를 지켜온 박 전 대표를 앞서는 등 엄청난 영향력을 가져왔다.
 
안 원장은 “학교 업무만으로도 벅차다”며 한발 물러선 듯 했지만 1500억원이라는 거액을 기부하며 다시 한 번 국민의 환심을 사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를 더욱더 벌렸다. 

박근혜 전면 복귀 불가피, 당내 잠룡들 주도권 경쟁 치열할 듯
한나라당 공중분해 위기, ‘저주’ 계속 된다면 정권교체 가능성도

오 전 시장은 한나라당의 ‘소통 부재’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시민세력이 강세를 보였지만 이를 가능케 한 것은 SNS의 힘이 컸다는 사실에 이견을 다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층에게 관심을 갖게 하면서 빠른 전달력으로 정보전달을 하는 한편, 이들의 발걸음을 투표소로 향하게끔 했다.

그 정점에는 <나는 꼼수다>라는 인터넷 방송이 있었다. 팟케스트 다운로드 전 세계 1위 기염을 달성한 <나꼼수>는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나 후보의 의혹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 등을 사실에 입각해 집중 거론했고 투표를 독려했다.

또한 정치라는 딱딱한 주제에 재미를 가미하면서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승리의 1등 공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말로만 ‘소통’을 강조하며 <나꼼수>와 SNS, 토크콘서트 등을 흉내 내려다 여의치 않자 SNS를 규제하는 법안을 개정하고 이들을 나쁜매체로 규정함으로써 국민적 반감을 샀다.

여러 사람 울린
‘오세훈의 저주’


최근에는 10·26 재보선 당시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마비시킨 디도스 공격의 범인이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라는 사실이 밝혀져 오세훈의 저주는 정점에 달해있다.

야권과 시민들의 원성은 자자하고 여권 내에서도 확실한 규명을 언급하며 국정조사와 특검까지 논의되고 있는 상항이다. 이번 디도스 사건으로 한나라당은 도덕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타를 입었다.

또한 선거 패배 후 책임론에 휩싸인 홍 대표는 줄곧 사퇴압박을 받았고 쇄신안을 내놨지만 지도부는 물론 친박과 친이, 쇄신파 할 것 없이 홍 대표를 압박했다.
 
홍 대표는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는 없다고 완강히 버텼지만 지난 7일 유승민·남경필·원희룡 최고위원이 동반사퇴하며 ‘홍반장 체제’는 완전 붕괴됐다.
 
지난 8일에도 측근들에게 “자리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무책임하게 대안 없이 대표를 그만두고 나가버리면 당에 대 혼란이 초래된다.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대표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겠다”고 일축하며 다시 한 번 사퇴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하지만 홍 대표는 지난 8일 저녁 “나갈 때가 되면 내 발로 걸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다음 날인 9일 오전 여의도 당사 대표실에서 김장수 최고위원과 면담을 갖고 “결심을 하겠다”고 말해 사퇴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이어 오후 3시 홍 대표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당원 여러분의 뜻을 끝까지 받들지 못해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집권여당 대표로서 혼란을 막고자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정비하고 내부정리 후 사퇴하고자 했던 저의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저는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것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히며 전격 사퇴했다.

오세훈의 저주가 결국 ‘홍반장’ ‘모래시계 검사’로 불리며 유명세를 떨쳤던 홍 대표까지 무릎 꿇게 만든 것이다.

홍 대표가 사퇴하자 관심은 자연히 박 전 대표의 등판에 쏠렸다. 홍 대표의 퇴진은 당내 최대 주주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의 당 전면 복귀를 뜻하지만 박 전 대표의 역할 및 향후 당의 진로를 둘러싸고 비상대책위원회, 선거대책위원회, 재창당위원회, 조기 전당대회 등의 논의가 쏟아져 나오면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현재 소장·쇄신파는 비대위를 구성해 박 전 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수도권 친이계 ‘재창당모임’은 당의 실질적 재창당을 위해 재창당준비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친박은 비대위냐 조기 전당대회냐 등을 놓고 통일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다.

여당 내부의 상황과는 별개로 내년 4·11 총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의 여권 지도부 교체, 특히 박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은 총선과 대선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여권이 만약 재창당 수순으로 갈 경우 ‘헤쳐모여’ 속에 일부 이탈세력이 발생하면서 여권발 정계개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에선 당의 향후 진로를 놓고 권력투쟁이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특히 ‘포스트 홍준표’ 체제에 대한 당내 논란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선뜻 전면에 나설 경우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지사 측이 반격을 가할 수도 있어 잠룡들 간에 주도권을 잡기위한 치열한 경쟁 또한 예상된다.
 
이들은 박 전 대표에게 전권을 넘겨줬다간 자신들의 설 땅이 사라질 것이란 공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박 전 대표를 간판으로 내세우되 공천권 등은 분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MB와의 차별화’에 대해서도 미온적이다.
 
공천 과정에 자신들이 배제될 경우 이들은 분당도 불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표 자신이 상처를 입고 대선가도에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도권 잡기 위한
잠룡들의 세력싸움


이처럼 오세훈의 저주는 정국을 뒤흔들 만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문제는 이 저주의 끝이 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10·26 재보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그의 저주가 언제 어떤 사건으로 또 다시 터질지 모르는 데다 지금 현재도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한나라당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만약 한나라당에 오세훈의 저주가 계속된다면 총선 패배는 불 보듯 훤하고 대선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마디로 그의 저주가 한나라당 전체를 태풍 속에 몰아넣은 것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오 전 시장이 원흉으로 여겨질 법도 하다. 끝나지 않은 오세훈의 저주, 그 끝은 어디일지 사뭇 궁금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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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