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국회의원들 과도한 ‘서울땅 사랑’ 집중해부

‘땅땅땅’ 의사봉 소리 들으며 ‘땅’사러 다녔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18대 지방 국회의원들의 서울 지역 땅 사랑이 도가 지나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국회 공보에 공개된 국회의원 재산변동 및 등록사항 공개목록 가운데 부동산 현황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소장 하승수)가 분석한 결과가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값이 크게 상승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점점 ‘꿈같은 현실’이 되고 있는 시점에 공개된 자료라 서민들의 원성과 허탈감은 더욱 크다.

한나라 김호연 134억 최다, 박희태 국회의장 74억   
서울지역 5억 이상 부동산 한나라 56명 민주 32명

예부터 농사를 지으며 살아온 선조들의 영향 탓인지 한국인의 ‘땅 사랑’은 유별나다. 근대 사회에서 땅은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재산 증식에 가장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부동산 불패’라는 말이 있듯이 다른 투자와 달리 안정적이고 높은 투자성공률을 보장해준다. ‘금싸라기’ 땅이라면 더할 나위 없음은 물론이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땅값을 자랑하는 곳은 서울로 그중 ‘강남 3구’는 엄청난 땅값을 자랑하며 최고의 금싸라기 땅으로 분류된다.

박희태 국회의장
강남땅 소유도 최고!


서민들의 삶은 팍팍해져만 가는데 18대 국회의원 295명 가운데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부동산을 보유한 의원이 93명(32%)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강남에 가장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의원은 박희태 국회의장(한나라당)이다.
 
지역구가 경남 양산시인 박 의장은 강남·서초구에 74억2040만여원의 상가건물과 단독주택 등을 소유하고 있고, 강남구 삼성동에 3억원의 아파트 전세를 얻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에 36억8900만원짜리 상가와 서초구 서초동에 3억2300만원짜리 상가건물 1채씩을 소유하고 있으며 강남구 역삼동에 18억6000만원짜리 단독주택 1채를 가지고 있다. 배우자 이름으로도 서초구와 강남구에 약 15억5000만원 상당의 1079㎡(327평)의 토지와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

박 의장은 지역구인 경남 양산에는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00만원짜리 아파트를 빌렸을 뿐 다른 보유 부동산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장이 주로 서울 서초·강남구에 상가 등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20여년 가까이 서울지검·대검·법부부 등에서 검사생활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박 의장 쪽은 “해당 부동산은 모두 국회의원 생활을 하기 전부터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북 전주 완산구(갑)가 지역구인 신건 민주당 의원이 박 의장의 뒤를 이었다. 신 의원은 서초구 서초동에 35억 상당의 대지 314㎡(95평)와 강남구 신사동에 18억3200만원 짜리 연립주택 1채로 강남·서초구에 53억4400만원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3위로는 한나라당의 이사철(경기 부천시 원미구을)의원이 서초구 방배동에 대지와 연립주택, 아파트가 있으며 서초구 반포동에 상가를 포함 총 48억 상당을 소유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구)도 서초구 서초동에 한국 최고의 빌라라는 ‘트라움하우스’(39억2800만원 상당)를 소유하고 있으며, 같은 당 백성운 의원(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도 강남구 도곡2동에 이름만 들어도 알법한 삼성 ‘타워펠리스’(27억 상당)와 배우자 명의로 같은 아파트(8억7000만원)를 보유하고 있어 총 35억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역시 같은 당 박상은(인천중구 동구 옹진군) 의원은 강남구 청담동에 8억7200만원짜리 연립주택과 강남구 신사동에 26억짜리 사무실을 소유하고 있어 총 34억73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아깝게 강남 ‘30억대 클럽’에 속하지 못한 한나라당 이범관(경기 이천시 여주군) 의원은 서초구 서초3동의 13억 상당의 아파트와 배우자 명의의 서초구 서초4동의 13억 상당의 아파트, 3억6000만원 상당의 상가를 포함해 29억6000만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박근혜, 정동영 등
유력정치인 현황은?


또 지역구가 서울이 아닌데도 서울 지역에 5억원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9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구가 서울인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제외한 197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서울에 부동산을 갖고 있는 셈이다.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 전 지역의 부동산 소유 현황을 살펴보면 단연 한나라당 김호연(충남 천안시 을) 의원이 압도적으로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2008년까지 빙그레의 대표이사를 지낸 김 의원은 용산구를 중심으로 서대문구와 종로구에 배우자, 자녀 총 합 134억547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김 의원은 강남 3구에는 부동산이 없어 강남지역 부분에서는 아쉽게 박 의장에게 1위 자리를 내줬으며 총자산 부분에서도 2104억원으로 정몽준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이어 심재철(경기 안양시 동안구을) 한나라당 의원은 중구 수표동에 배우자 포함 69억 상당의 사무실과 창고 전세를 소유하고 있다.
 
같은 당 장윤석(경북 영주시) 의원은 강남의 압구정동과 신사동을 비롯, 동대문구 이문동, 성동구 금호동 등지에 총 67억55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성윤환(경북 상주시) 의원도 서초구 서초동과 도봉구 방학동, 동작구 신대방동 등 강남과 강북을 아우르며 47억2400만원 상당을 소유하고 있다.

보온병 포탄 발언으로 유명한 안상수(경기 의왕 과천시) 전 대표도 강남구 삼성동과 자곡동 일대를 비롯해 26억4700만원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강남 3구에 부동산 보유 93명, 3명 중 1명 꼴
MB정부, 집권하자마자 첫 날치기의 결과물?

금액과 상관없이 주요 정치인들의 서울지역 부동산 현황을 살펴보면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대구 달성군) 전 대표는 강남구 삼성동에 19억8000만원 상당의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단독주택 평가액이 22억4000만원으로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형오(부산 영도구) 전 국회의장은 영등포구와 서초구 방배동에 13억5000만원 상당, 정의화(부산 중구 동구) 국회부의장은 강남구 논현동과 강서구 마곡동에 약 6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유승민(대구 동구 을)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강남구 개포동에 11억3600만원, 이주영(경남 마산 갑)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강남구 도곡동에 5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포항시 남구 울릉군) 전 국회부의장은 성북구 성북동에 단독주택과 얼마 전 사저 문제로 화제가 되었던 서초구 내곡동 일대를 포함, 총 14억14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황우여(인천 연수구)·김진표(수원시 영통구) 여·야 원내대표는 사이좋게 모두 강남구에 약 14억원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고, 김무성(부산 남구 을)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17억2200만원 상당의 아파트로, 같은 동에 10억4800만원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박지원(전남 목포시) 전 민주당 원내대표를 앞섰다.

정동영(전주시 덕진구) 최고위원은 강남구 도곡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12억7600만원, 정세균(진안군 무주군 장수군 임실군) 최고위원은 마포구 상수동에 8억2400만원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이회창(홍성군 예산군) 전 자유선진당 대표는 용산구 동빙고동에 6억7500만원, 심대평(공주시 연기군) 자유선진당 대표는 12억5600만원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정당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94명의 국회의원들 중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56명 포함되어 있고 민주당 의원은 32명, 자유선진당 6명이 서울지역에 5억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94명 중 절반이 넘는 약 60%가 한나라당 의원이다. 부자 정당, 부동산 정당, 투기 정당, 재테크 정당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18대 국회는 집권 첫 해 2008년 첫 날치기로 종합부동산세를 개편했다.
 
2008년 11월을 기준으로 개편 이전의 종합부동산세는 기준시가 6억원 이상의 건물에 대해 부과되었지만 그 해 9월의 정부 개편안은 9억원으로 상향조정되었으며 개인별 합산이 적용됐다.

이렇게 자신들이 지킬 것이 많으니 날치기를 통해서라도, 그것도 집권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날치기를 해버렸던 것이다.

부자 자신들 기득권
지키기 위한 날치기?


최근 몇 년 사이 ‘하우스 푸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서민들은 각종 가계대출, 신용대출을 통해 힘겹게 자신의 집을 마련하고 정작 채무 탓에 빈곤한 삶을 살고 있는데 반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은 너도나도 비싼 서울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표를 의식해 뉴타운정책과 부동산법 개정 등을 빌미로 자신들의 배불리기에 전념함으로써 빈부격차를 뼈아프게 절감하는 서민들의 허탈감이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땅!땅!땅! 의사봉 소리를 들으며 자신들의 땅 살 궁리만 하지 말고 서민들의 ‘내 집 장만 마련’이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갈 수 있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실질적이고 올바른 의정활동이 아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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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