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들 2012년 승천 위해 ‘통합 올인’ 내막

지금은 ‘이무기 시대’…힘 합쳐 퍼런 여의주 물어라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야권대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며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이번에는 야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노동계 등의 합류가 예고되고 있어 야권의 정계개편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평이다. 통합과정에서 다양한 이견차로 파열음이 빚어져도 야권은 내년 총선 압승, 정권교체라는 목표는 일치한다. 특히 통합 성공 시 야권의 대선주자는 누가 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야권통합 논의 급물살…중통합·소통합 투트랙으로 전개
불임정당 오명 쓴 민주당 손학규
·정동영 필사적 대권행

야권엔 현재 “뭉쳐야 산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야권은 지난해 6·2 지방선거부터 최근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후보단일화로 꿀맛을 봐왔다. 이에 야권은 통합이 피할 수 없는 대세란 점을 확인했다.

때문에 2012년의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야권통합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야권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형성해 내년 선거정국에서 총선 압승과 대선 필승으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야권의 정계개편은 크게 두 갈래로 추진되고 있다. 한쪽은 민주당을 필두로 혁신과 통합, 시민사회, 한국노총 등을 주축으로 한 ‘중통합’이 진행되고 있고, 다른 한쪽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중심이 된 ‘소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간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 중통합 참여세력은 ‘원샷 통합전당대회’를 목표로 연석회의를 꾸렸다. 하지만 민주당 내 차기 당권을 준비하는 독자전대파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밤 극적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독자전대파의 대표격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합의했다. ‘선(先) 통합결의, 후(後) 지도부 선출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

이에 따라 오는 11일 민주당의 독자적인 전당대회를 열어 혁신과 통합 등과의 신당 창당 안건이 의결되면 내년 1월8일 통합전대를 여는 방안이다.

최대쟁점 선거인단
당원주권 vs 시민참여

혁신과 통합은 지난달 24일 민주당 이외 세력이 참여하는 ‘시민통합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오는 8일께 중앙당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양측이 전당대회에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면 합당을 공식 결의하는 동시에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확정해 통합 전당대회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통합 쪽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의 통합연대, 노동계, 농민 등과 ‘통합진보정당’을 추진하고 있다. 소통합 세력은 대체적으로 야권대통합에 회의적입 입장이다. 자칫 민주당 주도의 통합에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깊다. 때문에 통합참여보다는 선거 및 정책연대나 후보단일화로에 ‘방점’을 찍겠다는 눈치다.

야권은 비록 두 갈래로 갈라진 채 통합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내년 선거정국을 앞두고 정치지형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야권의 유력 잠룡들이 통합 논의에 뛰어든 상태다. 때문에 야권통합의 기여도와 결과에 따라 잠룡들의 정치적 입지나 위상이 귀결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성공 시 누가 야권의 대선주자가 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야권의 유력 잠룡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이다.

가장 먼저 야권통합에 불을 지핀 잠룡은 민주당의 손 대표다. 그는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텃밭을 탈환하며 대권행이 일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곧 ‘한-EU FTA’ ‘KBS 수신료 인상안’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따라붙는 정체성 논란도 성가신 꼬리표다.

최근에는 ‘안풍’ 등의 파급력에 지지율이 급락하며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이에 손 대표는 야권통합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위기탈출을 노리고 있다. 손 대표가 야권통합에 물꼬를 틀 경우 리더십을 인정받고, 대권가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야권 정치지형
급속도로 재편

민주당 안팎의 위기까지 더해지자 손 대표는 ‘한지붕 맞수’라 불리는 정 최고위원과 공동전선까지 구축하며 통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손 대표는 올해 들어 정당 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재야세력의 집회 및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등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지지기반을 넓히겠다는 포석이다.

손 대표는 한국노총에 적극 구애 중이다. 이명박 정부와 결별한 한국노총은 지난 4·27 분당 보궐선거 때도 손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원한 인연이 있다. 게다가 한국노총은 조합원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조직이다. 손 대표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단체인 셈이다.

손 대표는 눈에 띄는 ‘좌클릭 행보’로 진보 진영 끌어안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미 한진중공업 등의 노동현안과 한미 FTA를 고리로 진보정당과 스킨십을 가졌다. 손 대표가 진보 진영에서 진정성을 얻는다면 재도약의 기회가 있다는 게 야권의 전망이다.

손 대표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정 최고위원 역시 오래전부터 야권통합을 주창해왔다. 정 최고위원은 이미 대선을 치른 경험이 있다. 특히 그는 정권이 교체된 빌미를 제공했던 터라 오래 전부터 야권의 통합을 이뤄 내년 ‘민주-진보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며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진보성을 보다 강력히 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그는 치열한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 고군분투하며 진보정당과 양대 노총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아 왔다.

정 최고위원은 진보정당 및 새로운 세력들이 대통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진보 진영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계기로 정 최고위원 역시 지지세 불리기에 힘쓰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 새로운 잠룡으로 급부상 한 김두관
안철수 신중 행보에 정치진로 안개국면…그래도 유력 잠룡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야권통합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문 이사장이 총력 지원했던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깃발로 시련을 겪었다. 이에 ‘민주당 간판’으로는 텃밭 이외에서는 승리할 수 없음을 확인하며 야권통합을 절감했다. 문 이사장이 야권통합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다.

문 이사장은 지난 4·27 재보선 경남 김해을 재선거 패배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내상을 입으며 PK(부산·경남) 대안으로 떠올라 친노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어 문 이사장은 <운명>이라는 자서전을 내고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안풍’의 등장으로 현재는 동력이 약해진 상태다. 게다가 문 이사장은 대선 후보의 ‘필요조건’과도 같은 국회의원·장관 등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 넘어야 할 산이다. 때문에 이번 통합에 앞장선 만큼 어떤 결과물을 내놓느냐에 따라 그의 위상이 재정립될 전망이다.

또 다른 유력 잠룡은 김두관 경남도지사이다. 김 지사 역시 친노 거목들이 대거 포진된 혁신과 통합의 핵심멤버로 야권통합의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이장에서 장관 그리고 도지사까지 경험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런 그가 야권통합에 모습을 드러내며 강력한 잠룡군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김 지사는 문 이사장과 더불어 PK에서 경쟁력 있는 야권의 몇 안 되는 인사다. 아직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은 5%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야권통합에 뛰어들면서 그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권의 핵
루키 안철수

누구보다 ‘정치권의 핵’으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보수 진영까지 긴장시키는 야권의 최대 잠룡으로 꼽힌다. 안 원장이 침묵할수록 역설적으로 지지율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오차범위까지 벗어나며 압도한 상태다.

최근 신당창당설을 직접 부인한 안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석회의에 참여한 만큼 야권통합 합류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도 절대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안 원장이 현실정치권 전면에 나선다면 야권 잠룡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침묵과 신중한 행보로 일관하는 그의 정치적 진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행보를 두고 당장의 정당참여보다는, 당분간 정치추이를 관망하면서 ‘정치 참여 시기’와 ‘방식’ 등을 깊게 고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총·대선에서 정권탈환을 위해 야권의 대통합 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과연 어느 잠룡이 통합의 주도권을 쥐며 단 하나뿐인 대권행을 거머쥐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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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