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들 2012년 승천 위해 ‘통합 올인’ 내막

지금은 ‘이무기 시대’…힘 합쳐 퍼런 여의주 물어라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야권대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며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이번에는 야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노동계 등의 합류가 예고되고 있어 야권의 정계개편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평이다. 통합과정에서 다양한 이견차로 파열음이 빚어져도 야권은 내년 총선 압승, 정권교체라는 목표는 일치한다. 특히 통합 성공 시 야권의 대선주자는 누가 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야권통합 논의 급물살…중통합·소통합 투트랙으로 전개
불임정당 오명 쓴 민주당 손학규
·정동영 필사적 대권행

야권엔 현재 “뭉쳐야 산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야권은 지난해 6·2 지방선거부터 최근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후보단일화로 꿀맛을 봐왔다. 이에 야권은 통합이 피할 수 없는 대세란 점을 확인했다.

때문에 2012년의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야권통합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야권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형성해 내년 선거정국에서 총선 압승과 대선 필승으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야권의 정계개편은 크게 두 갈래로 추진되고 있다. 한쪽은 민주당을 필두로 혁신과 통합, 시민사회, 한국노총 등을 주축으로 한 ‘중통합’이 진행되고 있고, 다른 한쪽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중심이 된 ‘소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간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 중통합 참여세력은 ‘원샷 통합전당대회’를 목표로 연석회의를 꾸렸다. 하지만 민주당 내 차기 당권을 준비하는 독자전대파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밤 극적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독자전대파의 대표격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합의했다. ‘선(先) 통합결의, 후(後) 지도부 선출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

이에 따라 오는 11일 민주당의 독자적인 전당대회를 열어 혁신과 통합 등과의 신당 창당 안건이 의결되면 내년 1월8일 통합전대를 여는 방안이다.

최대쟁점 선거인단
당원주권 vs 시민참여

혁신과 통합은 지난달 24일 민주당 이외 세력이 참여하는 ‘시민통합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오는 8일께 중앙당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양측이 전당대회에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면 합당을 공식 결의하는 동시에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확정해 통합 전당대회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통합 쪽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의 통합연대, 노동계, 농민 등과 ‘통합진보정당’을 추진하고 있다. 소통합 세력은 대체적으로 야권대통합에 회의적입 입장이다. 자칫 민주당 주도의 통합에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깊다. 때문에 통합참여보다는 선거 및 정책연대나 후보단일화로에 ‘방점’을 찍겠다는 눈치다.

야권은 비록 두 갈래로 갈라진 채 통합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내년 선거정국을 앞두고 정치지형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야권의 유력 잠룡들이 통합 논의에 뛰어든 상태다. 때문에 야권통합의 기여도와 결과에 따라 잠룡들의 정치적 입지나 위상이 귀결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성공 시 누가 야권의 대선주자가 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야권의 유력 잠룡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이다.

가장 먼저 야권통합에 불을 지핀 잠룡은 민주당의 손 대표다. 그는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텃밭을 탈환하며 대권행이 일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곧 ‘한-EU FTA’ ‘KBS 수신료 인상안’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따라붙는 정체성 논란도 성가신 꼬리표다.

최근에는 ‘안풍’ 등의 파급력에 지지율이 급락하며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이에 손 대표는 야권통합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위기탈출을 노리고 있다. 손 대표가 야권통합에 물꼬를 틀 경우 리더십을 인정받고, 대권가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야권 정치지형
급속도로 재편


민주당 안팎의 위기까지 더해지자 손 대표는 ‘한지붕 맞수’라 불리는 정 최고위원과 공동전선까지 구축하며 통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손 대표는 올해 들어 정당 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재야세력의 집회 및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등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지지기반을 넓히겠다는 포석이다.

손 대표는 한국노총에 적극 구애 중이다. 이명박 정부와 결별한 한국노총은 지난 4·27 분당 보궐선거 때도 손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원한 인연이 있다. 게다가 한국노총은 조합원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조직이다. 손 대표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단체인 셈이다.

손 대표는 눈에 띄는 ‘좌클릭 행보’로 진보 진영 끌어안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미 한진중공업 등의 노동현안과 한미 FTA를 고리로 진보정당과 스킨십을 가졌다. 손 대표가 진보 진영에서 진정성을 얻는다면 재도약의 기회가 있다는 게 야권의 전망이다.

손 대표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정 최고위원 역시 오래전부터 야권통합을 주창해왔다. 정 최고위원은 이미 대선을 치른 경험이 있다. 특히 그는 정권이 교체된 빌미를 제공했던 터라 오래 전부터 야권의 통합을 이뤄 내년 ‘민주-진보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며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진보성을 보다 강력히 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그는 치열한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 고군분투하며 진보정당과 양대 노총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아 왔다.

정 최고위원은 진보정당 및 새로운 세력들이 대통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진보 진영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계기로 정 최고위원 역시 지지세 불리기에 힘쓰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 새로운 잠룡으로 급부상 한 김두관
안철수 신중 행보에 정치진로 안개국면…그래도 유력 잠룡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야권통합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문 이사장이 총력 지원했던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깃발로 시련을 겪었다. 이에 ‘민주당 간판’으로는 텃밭 이외에서는 승리할 수 없음을 확인하며 야권통합을 절감했다. 문 이사장이 야권통합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다.

문 이사장은 지난 4·27 재보선 경남 김해을 재선거 패배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내상을 입으며 PK(부산·경남) 대안으로 떠올라 친노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어 문 이사장은 <운명>이라는 자서전을 내고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안풍’의 등장으로 현재는 동력이 약해진 상태다. 게다가 문 이사장은 대선 후보의 ‘필요조건’과도 같은 국회의원·장관 등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 넘어야 할 산이다. 때문에 이번 통합에 앞장선 만큼 어떤 결과물을 내놓느냐에 따라 그의 위상이 재정립될 전망이다.

또 다른 유력 잠룡은 김두관 경남도지사이다. 김 지사 역시 친노 거목들이 대거 포진된 혁신과 통합의 핵심멤버로 야권통합의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이장에서 장관 그리고 도지사까지 경험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런 그가 야권통합에 모습을 드러내며 강력한 잠룡군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김 지사는 문 이사장과 더불어 PK에서 경쟁력 있는 야권의 몇 안 되는 인사다. 아직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은 5%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야권통합에 뛰어들면서 그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권의 핵
루키 안철수

누구보다 ‘정치권의 핵’으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보수 진영까지 긴장시키는 야권의 최대 잠룡으로 꼽힌다. 안 원장이 침묵할수록 역설적으로 지지율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오차범위까지 벗어나며 압도한 상태다.

최근 신당창당설을 직접 부인한 안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석회의에 참여한 만큼 야권통합 합류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도 절대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안 원장이 현실정치권 전면에 나선다면 야권 잠룡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침묵과 신중한 행보로 일관하는 그의 정치적 진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행보를 두고 당장의 정당참여보다는, 당분간 정치추이를 관망하면서 ‘정치 참여 시기’와 ‘방식’ 등을 깊게 고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총·대선에서 정권탈환을 위해 야권의 대통합 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과연 어느 잠룡이 통합의 주도권을 쥐며 단 하나뿐인 대권행을 거머쥐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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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