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잠룡들 2012년 승천 위해 ‘통합 올인’ 내막

지금은 ‘이무기 시대’…힘 합쳐 퍼런 여의주 물어라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야권대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며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이번에는 야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노동계 등의 합류가 예고되고 있어 야권의 정계개편이 보다 강화될 것이라는 평이다. 통합과정에서 다양한 이견차로 파열음이 빚어져도 야권은 내년 총선 압승, 정권교체라는 목표는 일치한다. 특히 통합 성공 시 야권의 대선주자는 누가 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야권통합 논의 급물살…중통합·소통합 투트랙으로 전개
불임정당 오명 쓴 민주당 손학규
·정동영 필사적 대권행

야권엔 현재 “뭉쳐야 산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실제로 야권은 지난해 6·2 지방선거부터 최근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후보단일화로 꿀맛을 봐왔다. 이에 야권은 통합이 피할 수 없는 대세란 점을 확인했다.

때문에 2012년의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야권통합이 가시화되는 양상이다. 야권이 힘을 합쳐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형성해 내년 선거정국에서 총선 압승과 대선 필승으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야권의 정계개편은 크게 두 갈래로 추진되고 있다. 한쪽은 민주당을 필두로 혁신과 통합, 시민사회, 한국노총 등을 주축으로 한 ‘중통합’이 진행되고 있고, 다른 한쪽은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중심이 된 ‘소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간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등 중통합 참여세력은 ‘원샷 통합전당대회’를 목표로 연석회의를 꾸렸다. 하지만 민주당 내 차기 당권을 준비하는 독자전대파의 반발로 난항을 겪었다. 그러다 지난달 27일 밤 극적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독자전대파의 대표격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합의했다. ‘선(先) 통합결의, 후(後) 지도부 선출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

이에 따라 오는 11일 민주당의 독자적인 전당대회를 열어 혁신과 통합 등과의 신당 창당 안건이 의결되면 내년 1월8일 통합전대를 여는 방안이다.

최대쟁점 선거인단
당원주권 vs 시민참여

혁신과 통합은 지난달 24일 민주당 이외 세력이 참여하는 ‘시민통합당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오는 8일께 중앙당 창당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양측이 전당대회에서 통합수임기구를 구성하면 합당을 공식 결의하는 동시에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경선룰을 확정해 통합 전당대회 일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통합 쪽에서는 민주노동당과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노·심·조(노회찬·심상정·조승수)의 통합연대, 노동계, 농민 등과 ‘통합진보정당’을 추진하고 있다. 소통합 세력은 대체적으로 야권대통합에 회의적입 입장이다. 자칫 민주당 주도의 통합에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깊다. 때문에 통합참여보다는 선거 및 정책연대나 후보단일화로에 ‘방점’을 찍겠다는 눈치다.

야권은 비록 두 갈래로 갈라진 채 통합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내년 선거정국을 앞두고 정치지형이 빠른 속도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야권의 유력 잠룡들이 통합 논의에 뛰어든 상태다. 때문에 야권통합의 기여도와 결과에 따라 잠룡들의 정치적 입지나 위상이 귀결되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합 성공 시 누가 야권의 대선주자가 될 것인지는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야권의 유력 잠룡은 민주당의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 등이다.

가장 먼저 야권통합에 불을 지핀 잠룡은 민주당의 손 대표다. 그는 지난 4·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 텃밭을 탈환하며 대권행이 일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곧 ‘한-EU FTA’ ‘KBS 수신료 인상안’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리더십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따라붙는 정체성 논란도 성가신 꼬리표다.

최근에는 ‘안풍’ 등의 파급력에 지지율이 급락하며 절박한 처지에 놓였다. 이에 손 대표는 야권통합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위기탈출을 노리고 있다. 손 대표가 야권통합에 물꼬를 틀 경우 리더십을 인정받고, 대권가도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야권 정치지형
급속도로 재편


민주당 안팎의 위기까지 더해지자 손 대표는 ‘한지붕 맞수’라 불리는 정 최고위원과 공동전선까지 구축하며 통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손 대표는 올해 들어 정당 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재야세력의 집회 및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등 친밀감을 높이고 있다. 지지기반을 넓히겠다는 포석이다.

손 대표는 한국노총에 적극 구애 중이다. 이명박 정부와 결별한 한국노총은 지난 4·27 분당 보궐선거 때도 손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원한 인연이 있다. 게다가 한국노총은 조합원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조직이다. 손 대표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단체인 셈이다.

손 대표는 눈에 띄는 ‘좌클릭 행보’로 진보 진영 끌어안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이미 한진중공업 등의 노동현안과 한미 FTA를 고리로 진보정당과 스킨십을 가졌다. 손 대표가 진보 진영에서 진정성을 얻는다면 재도약의 기회가 있다는 게 야권의 전망이다.

손 대표와 연합전선을 구축한 정 최고위원 역시 오래전부터 야권통합을 주창해왔다. 정 최고위원은 이미 대선을 치른 경험이 있다. 특히 그는 정권이 교체된 빌미를 제공했던 터라 오래 전부터 야권의 통합을 이뤄 내년 ‘민주-진보정부’로의 정권교체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며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이에 정 최고위원은 민주당의 진보성을 보다 강력히 하는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특히 그는 치열한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 고군분투하며 진보정당과 양대 노총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아 왔다.

정 최고위원은 진보정당 및 새로운 세력들이 대통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진보 진영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이 자신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을 계기로 정 최고위원 역시 지지세 불리기에 힘쓰고 있다.

시험대에 오른 문재인, 새로운 잠룡으로 급부상 한 김두관
안철수 신중 행보에 정치진로 안개국면…그래도 유력 잠룡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야권통합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문 이사장이 총력 지원했던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깃발로 시련을 겪었다. 이에 ‘민주당 간판’으로는 텃밭 이외에서는 승리할 수 없음을 확인하며 야권통합을 절감했다. 문 이사장이 야권통합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인 셈이다.

문 이사장은 지난 4·27 재보선 경남 김해을 재선거 패배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내상을 입으며 PK(부산·경남) 대안으로 떠올라 친노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어 문 이사장은 <운명>이라는 자서전을 내고 대권주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안풍’의 등장으로 현재는 동력이 약해진 상태다. 게다가 문 이사장은 대선 후보의 ‘필요조건’과도 같은 국회의원·장관 등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현실정치 경험이 없다는 점이 넘어야 할 산이다. 때문에 이번 통합에 앞장선 만큼 어떤 결과물을 내놓느냐에 따라 그의 위상이 재정립될 전망이다.

또 다른 유력 잠룡은 김두관 경남도지사이다. 김 지사 역시 친노 거목들이 대거 포진된 혁신과 통합의 핵심멤버로 야권통합의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며 이장에서 장관 그리고 도지사까지 경험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런 그가 야권통합에 모습을 드러내며 강력한 잠룡군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김 지사는 문 이사장과 더불어 PK에서 경쟁력 있는 야권의 몇 안 되는 인사다. 아직까지 여론조사 지지율은 5%를 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이번 야권통합에 뛰어들면서 그의 향후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정치권의 핵
루키 안철수

누구보다 ‘정치권의 핵’으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보수 진영까지 긴장시키는 야권의 최대 잠룡으로 꼽힌다. 안 원장이 침묵할수록 역설적으로 지지율은 더욱 상승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오차범위까지 벗어나며 압도한 상태다.

최근 신당창당설을 직접 부인한 안 원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석회의에 참여한 만큼 야권통합 합류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현 시점에서도 절대적인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안 원장이 현실정치권 전면에 나선다면 야권 잠룡 중 가장 유력한 인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침묵과 신중한 행보로 일관하는 그의 정치적 진로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행보를 두고 당장의 정당참여보다는, 당분간 정치추이를 관망하면서 ‘정치 참여 시기’와 ‘방식’ 등을 깊게 고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총·대선에서 정권탈환을 위해 야권의 대통합 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과연 어느 잠룡이 통합의 주도권을 쥐며 단 하나뿐인 대권행을 거머쥐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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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