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형사처벌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 파문 막전막후

‘땅 욕심’ 적당히 부릴 것이지…‘꼼수’ 쓰다 딱 걸렸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가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내곡동 사저 부지 구입에 깊숙이 개입했던 김인종 전 경호처장이 <신동아> 12월호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실명제법 위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직접 털어놨기 때문이다. 이로써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편법증여 등 각종 법위반 논란이 재점화 됐다. 야권은 퇴임 후 고발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이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서 이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김인종 전 경호처장 “대통령이 OK 하니까 샀지” 작심 폭로
민주당 “국정조사·특검 요구, 대국민 사과와 국회차원 조사”

김인종 전 경호처장은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모든 내용을 털어놨다. 정권 초기부터 신임을 받으며 4년간 이 대통령을 보필했지만 한 순간 버림받자 이에 대한 칼을 간 듯 보였다.

김 전 처장은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계약 전 (내곡동 터를) 방문해 OK(승인) 하니까 샀지, (대통령) 돈 투자하는데 내 마음대로 했겠나. (대통령) 승인이 나니까 계약을 하는 것”이라고 폭탄 발언을 했다.
 
이어 “사저는 각하 개인 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무수석이 알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처장은 내곡동 땅 거래 과정에서 이 대통령이 보고받고 승인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이 대통령은 전혀 몰랐다”는 청와대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라 파문을 몰고 왔다.

버림받고 작심한
김인종의 폭로


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자택이 있지만 비싼 땅값 등으로 경호시설 수용의 어려움을 들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신축하기 위해 서초구 내곡동에 788평 규모의 사저 부지를 구입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명의가 아닌 아들 시형씨 명의로 부지를 구입해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의혹이 불거졌다.

이 같은 의혹에 청와대는 “국민에게 노출되는 것을 꺼려 아들 명의로 계약했고 차후 이 대통령 명의로 이전하려했다”고 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의혹을 완강히 부인했다.
 
또한 내곡동 사저 부지 금액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자 부지 매입 자금은 시형씨가 은행대출을 받았고 나머지는 친인척에게 빌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전 처장은 “이번 사저는 각하 개인 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무수석(김백준)이 알 필요도 없지. 그러나 알기는 알았지만”이라며 내곡동 사저 구입비용이 이 대통령 ‘개인 돈’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처장은 이어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시형씨 이름으로 차명거래 한 것에 대해서 “대통령이 일반 국민과 땅 거래를 할 수는 없지 않냐”며 “보안 때문에 제가 (시형씨 이름으로 사자고)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건의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논현동에 이 대통령의 집이 있는 상황에서 내곡동에 또 땅을 샀다고 하면 1가구 2주택의 상황이 되어 시빗거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이 명의신탁과 실명제법 위반 행위에 개입했음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적잖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그는 시형씨가 구입 자금을 조달한 경위에 대해선 “그건 내가 잘 모르겠다. 돈 빌렸다 하는 건 얼마만큼 어떻게는 잘 모르고, 그건 총무수석이 알 거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또 다른 의문점과 의혹이 제기 된다. 김 전 처장의 주장은 “이 대통령의 개인 돈”이라 밝혔다. 하지만 전 국민이 알다시피 이 대통령은 자신의 모든 재산을 ‘청계재단’에 기부했고 월급마저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김 전 처장이 밝힌 이 대통령 개인 돈의 출처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또 다른 의혹
‘대통령 개인 돈’


김 전 처장의 폭로에 민주당은 지난달 19일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과 관련해 시형씨와 김백준 대통령총무수석비서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일에는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이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지난달 19일 대통령의 사저 터 구입 의혹과 관련한 각종 위·탈법 행위에 대해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를 의뢰했지만, 꼬박 한 달이 지났는데도 고발자에 대한 한 차례 검찰 조사 외에는 별다른 진척이 없다”며 “검찰의 수사 의지가 이렇게 미흡하기 때문에, 우리 민주당이 당 차원은 물론 결국은 특검이나 국정조사와 같은 국회 차원의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검찰이 ‘국민이 원하는’ 진실 규명을 위해 수사의 고삐를 바짝 당겨야 했음에도, 언론이 관련 사실을 밝혀낼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이 사건과 관련해 아들 시형씨와 청와대 주요 관계자들을 고발한 데 그쳤다면, 민주노동당은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를 직접 고발하기로 하고, 고발장 작성을 마친 상태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 “퇴임 후 MB-김윤옥 부부 고발장 이미 써놨다”
퇴임 후 위반 사실 드러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지난 2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이미 나온 증언만으로도, 이것은 명의신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재임기간에는 형사소추 면제 대상이기 때문에 당장 처벌할 수는 없지만, 퇴임하면 명백한 처벌감이라는 것이다.

부동산실명제법 3조는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법 7조에 의하면 명의신탁한 경우 신탁자는 5년 이하 징역·2억원 이하의 벌금, 수탁자는 3년 이하 징역·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만약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개인 신분으로 돌아가고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 드러난다면 이 대통령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 아들 시형씨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된다.

이 대표는 “아마 형사처벌이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 내외분이 아닌가 싶다”라며 “적당한 때에 이 대통령과 김 여사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발장에는 “이 대통령과 부인 김 여사가 (민주당에서 고발한) 임 실장, 김 전 경호처장, 아들 시형씨 등과 공모해 10억원 상당의 이익을 취하고, 10억원 상당의 재산적 피해를 대통령실에 입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을 위반한 혐의가 있으며, 대통령 부부가 매수한 부동산을 아들 명의로 명의신탁하여 등기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혐의가 있어 고발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이 대표는 고발장에서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재직기간 부여된 면책특권으로 당장 기소와 재판절차가 진행되기 어렵지만, 김 여사는 면책특권을 부여받은 바 없어 수사와 기소, 재판 진행에 법률상 장애가 없으므로 즉시 절차를 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민노당의 한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을 고발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이 대표가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고발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며 “이번에 추가로 이 대통령이 직접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만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해 민노당이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곡동 사저 부지에 대해서는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외에 이 대통령 개인 땅을 사는데 시형씨와 청와대 경호처가 아무런 기준과 원칙 없이 돈을 섞어서 구입하면서 국가예산 횡령, 배임 의혹도 불거졌다.

시형씨 명의로 구입한 사저 터와 건물의 공시지가는 모두 12억8497만원인데, 시형씨의 실거래가는 11억2000만원이었다. 반면 청와대 경호처가 구입한 터의 공시지가는 10억9400만원인데 실거래가는 42억8000만원이었다.

시형씨 지분과 경호실 지분을 합쳐서 54억원에 부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시형씨는 알짜배기 땅을 싼 값에, 경호실은 싼 땅을 비싼 값에 사지 않았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시형씨는 내곡동 땅 구입을 위해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6억원, 친척에게서 6억원을 빌렸는데 12억원에 대한 이자는 이율을 연 5%로 잡아도 월 500만원에 이른다. 연간 6000만원 수준이다.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에서 팀장으로 일하는 시형씨의 연봉은 40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어 시형씨가 연봉을 모두 이자 넣는데 써도 모자란다는 말이다. 결국 이자를 대통령 부부가 대신 내준다면 이는 편법증여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들 시형씨 소득
빚 갚는데 다 써?


야권은 김 전 처장의 발언으로 내곡동 부지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야당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결국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민주당은 검찰의 조사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면 한나라당도 무작정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현재로서는 검찰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한나라당 내에서도 검찰의 이런 태도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고조될 경우 국정감사나 특별검사제 도입에 의지를 보이는 이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서 이 대통령은 재임 중 형사처벌이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수모를 당하게 됐다. 내곡동 사저에 대한 끝없는 논란에 퇴임 후 이 대통령의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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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