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 A의원 ‘60억 수수설’ 파문 막전막후

검찰 칼끝 정조준…이번엔 어떤 결과물 내놓을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내용이 심상치 않다. 그간 이 회장의 입에서 거론된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다 속속 구속되면서다. 이에 시선은 자연스레 이국철 비망록에서 ‘60억 수수설’ 의혹을 받고 있는 정권실세 A의원에게로 향해있다. A의원은 현 정부에서 다선 파워를 지닌 실세중의 실세다. 그런 A의원은 각종 의혹이 불때마다 중심에 서왔다. 이번 ‘이국철 폭로’로 다시 불거진 의혹에 과연 검찰의 칼끝이 그를 겨눌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국철 폭로’ 수사 결과 하나씩 하나씩 현실로 입증
‘로비창구’ 문 대표 구속, 실세의원 보좌관 계좌추적

모처럼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이국철 폭로’로 언급된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다. 검찰은 지난 24일 금품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이 같은 사건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3일 뒤에는 이 회장의 ‘로비창구’로 지목됐던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까지 구속해냈다.

신 전 차관은 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8~2009년 SLS그룹 해외법인카드를 받아 1억3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7일 신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하지만 3일 뒤 법원으로부터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기각 당했다. 

검찰은 보강수사에 주력했다. 보강수사 기간 신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 이 와중에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자택에서 발견한 SLS그룹의 워크아웃 관련 문건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를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할 주요 근거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 활기
신재민 구속되나?

게다가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인 ‘안국포럼’ 등에 몸담았던 지난 2007년 1월∼2008년 3월 이 회장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로부터 그랜저 차량을 무상 제공받아 타고 다닌 부분(리스료 1400만원 정도)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SLS조선 내부문건 외에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할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며 “지난번 기각 사유를 다 보강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검찰의 호언장담대로 28일 실시된 신 전 차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국 영장이 받아들여져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신병처리 뒤에도 정권실세 A의원의 보좌관 박모씨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대한 SLS그룹의 로비 의혹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박 보좌관이 ‘로비창구’였던 문 대표로부터 고급시계를 전달받았다가 되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2일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SLS그룹이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이 회장의 청탁을 받고 2009년 박 보좌관에게 500만원 상당의 여성용 까르띠에 시계를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문 대표가 이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박 보좌관을 자주 동석시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보좌관과 문 대표와의 접촉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은 두 사람 사이에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2009년 창원지검의 SLS그룹 수사 무마를 위해 박 보좌관에게 직접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박 보좌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계좌추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 정권실세
로비의혹 정조준 

하지만 박 보좌관은 문 대표로부터 시계를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회사 기념품으로 알고 받았는데 나중에 여성용 (명품)시계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날 바로 돌려줬다”며 고 해명했다.

박 보좌관은 또 “내가 민원담당 보좌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민원을 받았다”며 “민원이 제기되면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경우 알아봐 주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표로부터 SLS그룹 관련 민원을 받아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쪽에 전해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박 보좌관이 시계를 돌려준 정확한 시점을 조사하는 한편, 문 대표가 이 회장에게서 구명 로비 명목으로 받은 7억8000만원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사실상 그간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의혹이 많았다. 검찰이 비리 혐의자보다 폭로자 수사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금품을 받았던 신 전 차관보다 이를 폭로한 이 회장이 먼저 구속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당시 일각에선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불편한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같은 검찰 수사의 결과물은 이 회장의 폭로와 비망록을 통해 시작된 수사였다. 이 회장은 그간 정관계 인사들의 비리를 낱낱이 폭로해왔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폭로가 현실로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 공개한 ‘이국철 비망록’에서 이 회장이 문 대표를 통해 정권실세인 A의원에게 60억원을 줬다는 대목에 관심이 쏠린 상태다. 이제 이국철 폭로의 핵심은 정권실세가 개입된 ‘로비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의 여부다.

각종 비리 의혹만 터지면 중심에 선 정권실세 A의원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은 MB 복심…정권실세 겨눌까?

검찰도 자금추적 및 A의원의 보좌관을 소환하면 정권실세 측에 60억원을 전달했다는 등의 관련 의혹 전반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이 구속됐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정권실세라 불리는 A의원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왔던 인물이다. 야당 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인사들도 A의원의 ‘권력 사유화’에 대해 비판했을 정도다. 특히 지난 부산저축은행사태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A의원은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는 정권실세를 보기 좋게 비껴갔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당시 A의원이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친분이 있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박태규씨는 소망교회 30년 신도다. 부인은 소망교회 권사고, 박태규씨는 장로다. 그래서 늘 교회 끝나면 A의원과 많은 대화 나눴다”고 주장했다.

당시 A의원실 측에서는 성명을 내고 “일부 야당 의원이 제기한 A의원과 박태규 회장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박 회장은 A의원이 다니는 교회의 장로도 아니고 A의원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음은 물론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국철 폭로와 관련해서도 신 전 차관의 연결고리로 A의원을 최초 거론했다. 그는 지난 9월27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정권실세가 이국철 회장에게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갔다”며 “(그 실세는) 세상이 다 알 사람”이라고 주장했던 것.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문 대표가 이 회장의 로비의 핵심통로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 문 대표는 구속됐다. 때문에 다시금 박 전 원내대표의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 수사 온전히
신뢰하지 못 하는 시선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만은 검찰이 제대로 할까?”라며 “이국철 회장 사건은 제가 국정감사에서 제기한대로 정권실세 측근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검찰수사가 실세에게도 어떻게 진전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애초에 검찰은 이국철 비망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검찰은 이 회장의 비리 내용을 폭로했을 때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사이 검찰이 공을 들였던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재판이 ‘무죄’로 귀결돼 자존심이 바닥을 쳤고,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불었다. 이어 이국철 폭로에 청와대의 언급도 있었던 터라 검찰이 수사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찰은 이국철 비망록의 행방을 좇았지만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자 “없다”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속 후 언론에 비망록 일부가 공개되며 다시 한 번 이국철 사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비망록의 일부내용에 정권실세 중의 실세인 A의원이 거론되며 파괴력이 급상승한 상태다. 비망록에 대해 검찰의 확인수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 회장이 로비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과 정재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실세와 관련된 수사에서는 유독 칼이 무뎌진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이 회장은 사업가를 통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구명청탁을 했다며 MB정권의 복심도 겨냥한 상태다.

물론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는 이번 고위층 수사에서 그간의 검찰에 대한 불명예를 씻어 낼지 아니면 또다시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머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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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