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 A의원 ‘60억 수수설’ 파문 막전막후

검찰 칼끝 정조준…이번엔 어떤 결과물 내놓을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내용이 심상치 않다. 그간 이 회장의 입에서 거론된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다 속속 구속되면서다. 이에 시선은 자연스레 이국철 비망록에서 ‘60억 수수설’ 의혹을 받고 있는 정권실세 A의원에게로 향해있다. A의원은 현 정부에서 다선 파워를 지닌 실세중의 실세다. 그런 A의원은 각종 의혹이 불때마다 중심에 서왔다. 이번 ‘이국철 폭로’로 다시 불거진 의혹에 과연 검찰의 칼끝이 그를 겨눌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국철 폭로’ 수사 결과 하나씩 하나씩 현실로 입증
‘로비창구’ 문 대표 구속, 실세의원 보좌관 계좌추적

모처럼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이국철 폭로’로 언급된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다. 검찰은 지난 24일 금품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이 같은 사건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3일 뒤에는 이 회장의 ‘로비창구’로 지목됐던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까지 구속해냈다.

신 전 차관은 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8~2009년 SLS그룹 해외법인카드를 받아 1억3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7일 신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하지만 3일 뒤 법원으로부터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기각 당했다. 

검찰은 보강수사에 주력했다. 보강수사 기간 신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 이 와중에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자택에서 발견한 SLS그룹의 워크아웃 관련 문건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를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할 주요 근거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 활기
신재민 구속되나?

게다가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인 ‘안국포럼’ 등에 몸담았던 지난 2007년 1월∼2008년 3월 이 회장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로부터 그랜저 차량을 무상 제공받아 타고 다닌 부분(리스료 1400만원 정도)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SLS조선 내부문건 외에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할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며 “지난번 기각 사유를 다 보강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검찰의 호언장담대로 28일 실시된 신 전 차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국 영장이 받아들여져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신병처리 뒤에도 정권실세 A의원의 보좌관 박모씨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대한 SLS그룹의 로비 의혹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박 보좌관이 ‘로비창구’였던 문 대표로부터 고급시계를 전달받았다가 되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2일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SLS그룹이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이 회장의 청탁을 받고 2009년 박 보좌관에게 500만원 상당의 여성용 까르띠에 시계를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문 대표가 이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박 보좌관을 자주 동석시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보좌관과 문 대표와의 접촉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은 두 사람 사이에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2009년 창원지검의 SLS그룹 수사 무마를 위해 박 보좌관에게 직접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박 보좌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계좌추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 정권실세
로비의혹 정조준 

하지만 박 보좌관은 문 대표로부터 시계를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회사 기념품으로 알고 받았는데 나중에 여성용 (명품)시계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날 바로 돌려줬다”며 고 해명했다.

박 보좌관은 또 “내가 민원담당 보좌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민원을 받았다”며 “민원이 제기되면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경우 알아봐 주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표로부터 SLS그룹 관련 민원을 받아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쪽에 전해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박 보좌관이 시계를 돌려준 정확한 시점을 조사하는 한편, 문 대표가 이 회장에게서 구명 로비 명목으로 받은 7억8000만원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사실상 그간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의혹이 많았다. 검찰이 비리 혐의자보다 폭로자 수사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금품을 받았던 신 전 차관보다 이를 폭로한 이 회장이 먼저 구속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당시 일각에선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불편한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같은 검찰 수사의 결과물은 이 회장의 폭로와 비망록을 통해 시작된 수사였다. 이 회장은 그간 정관계 인사들의 비리를 낱낱이 폭로해왔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폭로가 현실로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 공개한 ‘이국철 비망록’에서 이 회장이 문 대표를 통해 정권실세인 A의원에게 60억원을 줬다는 대목에 관심이 쏠린 상태다. 이제 이국철 폭로의 핵심은 정권실세가 개입된 ‘로비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의 여부다.

각종 비리 의혹만 터지면 중심에 선 정권실세 A의원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은 MB 복심…정권실세 겨눌까?

검찰도 자금추적 및 A의원의 보좌관을 소환하면 정권실세 측에 60억원을 전달했다는 등의 관련 의혹 전반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이 구속됐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정권실세라 불리는 A의원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왔던 인물이다. 야당 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인사들도 A의원의 ‘권력 사유화’에 대해 비판했을 정도다. 특히 지난 부산저축은행사태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A의원은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는 정권실세를 보기 좋게 비껴갔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당시 A의원이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친분이 있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박태규씨는 소망교회 30년 신도다. 부인은 소망교회 권사고, 박태규씨는 장로다. 그래서 늘 교회 끝나면 A의원과 많은 대화 나눴다”고 주장했다.


당시 A의원실 측에서는 성명을 내고 “일부 야당 의원이 제기한 A의원과 박태규 회장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박 회장은 A의원이 다니는 교회의 장로도 아니고 A의원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음은 물론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국철 폭로와 관련해서도 신 전 차관의 연결고리로 A의원을 최초 거론했다. 그는 지난 9월27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정권실세가 이국철 회장에게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갔다”며 “(그 실세는) 세상이 다 알 사람”이라고 주장했던 것.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문 대표가 이 회장의 로비의 핵심통로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 문 대표는 구속됐다. 때문에 다시금 박 전 원내대표의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 수사 온전히
신뢰하지 못 하는 시선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만은 검찰이 제대로 할까?”라며 “이국철 회장 사건은 제가 국정감사에서 제기한대로 정권실세 측근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검찰수사가 실세에게도 어떻게 진전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애초에 검찰은 이국철 비망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검찰은 이 회장의 비리 내용을 폭로했을 때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사이 검찰이 공을 들였던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재판이 ‘무죄’로 귀결돼 자존심이 바닥을 쳤고,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불었다. 이어 이국철 폭로에 청와대의 언급도 있었던 터라 검찰이 수사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찰은 이국철 비망록의 행방을 좇았지만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자 “없다”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속 후 언론에 비망록 일부가 공개되며 다시 한 번 이국철 사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비망록의 일부내용에 정권실세 중의 실세인 A의원이 거론되며 파괴력이 급상승한 상태다. 비망록에 대해 검찰의 확인수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 회장이 로비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과 정재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실세와 관련된 수사에서는 유독 칼이 무뎌진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이 회장은 사업가를 통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구명청탁을 했다며 MB정권의 복심도 겨냥한 상태다.

물론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는 이번 고위층 수사에서 그간의 검찰에 대한 불명예를 씻어 낼지 아니면 또다시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머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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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