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실세 A의원 ‘60억 수수설’ 파문 막전막후

검찰 칼끝 정조준…이번엔 어떤 결과물 내놓을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폭로내용이 심상치 않다. 그간 이 회장의 입에서 거론된 인사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다 속속 구속되면서다. 이에 시선은 자연스레 이국철 비망록에서 ‘60억 수수설’ 의혹을 받고 있는 정권실세 A의원에게로 향해있다. A의원은 현 정부에서 다선 파워를 지닌 실세중의 실세다. 그런 A의원은 각종 의혹이 불때마다 중심에 서왔다. 이번 ‘이국철 폭로’로 다시 불거진 의혹에 과연 검찰의 칼끝이 그를 겨눌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국철 폭로’ 수사 결과 하나씩 하나씩 현실로 입증
‘로비창구’ 문 대표 구속, 실세의원 보좌관 계좌추적

모처럼 검찰 수사가 활기를 띠는 분위기다. ‘이국철 폭로’로 언급된 인사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다. 검찰은 지난 24일 금품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이 같은 사건을 폭로한 이국철 SLS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받고, 3일 뒤에는 이 회장의 ‘로비창구’로 지목됐던 대영로직스 대표 문모씨까지 구속해냈다.

신 전 차관은 차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8~2009년 SLS그룹 해외법인카드를 받아 1억3000여만원을 사용한 혐의다. 이에 검찰은 지난달 17일 신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하지만 3일 뒤 법원으로부터 “추가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이 더 규명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기각 당했다. 

검찰은 보강수사에 주력했다. 보강수사 기간 신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다. 이 와중에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자택에서 발견한 SLS그룹의 워크아웃 관련 문건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를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할 주요 근거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 활기
신재민 구속되나?

게다가 검찰은 신 전 차관이 이명박 대통령의 캠프인 ‘안국포럼’ 등에 몸담았던 지난 2007년 1월∼2008년 3월 이 회장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업체로부터 그랜저 차량을 무상 제공받아 타고 다닌 부분(리스료 1400만원 정도)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한 SLS조선 내부문건 외에 금품 수수의 대가성을 입증할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며 “지난번 기각 사유를 다 보강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했다. 검찰의 호언장담대로 28일 실시된 신 전 차관에 대한 법원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결국 영장이 받아들여져 구속 수감됐다.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신병처리 뒤에도 정권실세 A의원의 보좌관 박모씨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 대한 SLS그룹의 로비 의혹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박 보좌관이 ‘로비창구’였던 문 대표로부터 고급시계를 전달받았다가 되돌려준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 22일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표는 SLS그룹이 워크아웃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이 회장의 청탁을 받고 2009년 박 보좌관에게 500만원 상당의 여성용 까르띠에 시계를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검찰은 문 대표가 이 회장을 만나는 자리에 박 보좌관을 자주 동석시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보좌관과 문 대표와의 접촉 사실이 확인된 만큼 검찰은 두 사람 사이에 금품 거래가 있었는지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2009년 창원지검의 SLS그룹 수사 무마를 위해 박 보좌관에게 직접 금품을 건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검찰은 박 보좌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데 이어 계좌추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검찰 정권실세
로비의혹 정조준 

하지만 박 보좌관은 문 대표로부터 시계를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는 “회사 기념품으로 알고 받았는데 나중에 여성용 (명품)시계라는 것을 확인하고 다음 날 바로 돌려줬다”며 고 해명했다.

박 보좌관은 또 “내가 민원담당 보좌관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1000건 이상의 민원을 받았다”며 “민원이 제기되면 사실 확인이 필요할 경우 알아봐 주는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 대표로부터 SLS그룹 관련 민원을 받아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는 쪽에 전해준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박 보좌관이 시계를 돌려준 정확한 시점을 조사하는 한편, 문 대표가 이 회장에게서 구명 로비 명목으로 받은 7억8000만원의 사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사실상 그간의 검찰 수사와 관련해 의혹이 많았다. 검찰이 비리 혐의자보다 폭로자 수사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이다. 금품을 받았던 신 전 차관보다 이를 폭로한 이 회장이 먼저 구속되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당시 일각에선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불편한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검찰은 신 전 차관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보강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같은 검찰 수사의 결과물은 이 회장의 폭로와 비망록을 통해 시작된 수사였다. 이 회장은 그간 정관계 인사들의 비리를 낱낱이 폭로해왔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폭로가 현실로 

때문에 일부 언론에서 공개한 ‘이국철 비망록’에서 이 회장이 문 대표를 통해 정권실세인 A의원에게 60억원을 줬다는 대목에 관심이 쏠린 상태다. 이제 이국철 폭로의 핵심은 정권실세가 개입된 ‘로비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의 여부다.

각종 비리 의혹만 터지면 중심에 선 정권실세 A의원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은 MB 복심…정권실세 겨눌까?

검찰도 자금추적 및 A의원의 보좌관을 소환하면 정권실세 측에 60억원을 전달했다는 등의 관련 의혹 전반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이 구속됐지만 이번 사건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정권실세라 불리는 A의원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서왔던 인물이다. 야당 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인사들도 A의원의 ‘권력 사유화’에 대해 비판했을 정도다. 특히 지난 부산저축은행사태가 벌어졌을 당시에도 A의원은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당시 검찰 수사는 정권실세를 보기 좋게 비껴갔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 당시 A의원이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와 친분이 있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박태규씨는 소망교회 30년 신도다. 부인은 소망교회 권사고, 박태규씨는 장로다. 그래서 늘 교회 끝나면 A의원과 많은 대화 나눴다”고 주장했다.


당시 A의원실 측에서는 성명을 내고 “일부 야당 의원이 제기한 A의원과 박태규 회장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박 회장은 A의원이 다니는 교회의 장로도 아니고 A의원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음은 물론이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국철 폭로와 관련해서도 신 전 차관의 연결고리로 A의원을 최초 거론했다. 그는 지난 9월27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정권실세가 이국철 회장에게 수십억원의 돈을 받아갔다”며 “(그 실세는) 세상이 다 알 사람”이라고 주장했던 것.

당시 박 전 원내대표는 같은 자리에서 문 대표가 이 회장의 로비의 핵심통로라고 주장했고, 실제로 검찰 수사 결과 문 대표는 구속됐다. 때문에 다시금 박 전 원내대표의 주장이 관심을 끌고 있다.

검찰 수사 온전히
신뢰하지 못 하는 시선

박 전 원내대표는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이번만은 검찰이 제대로 할까?”라며 “이국철 회장 사건은 제가 국정감사에서 제기한대로 정권실세 측근이 개입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검찰수사가 실세에게도 어떻게 진전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애초에 검찰은 이국철 비망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검찰은 이 회장의 비리 내용을 폭로했을 때도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사이 검찰이 공을 들였던 한명숙 전 총리 관련 재판이 ‘무죄’로 귀결돼 자존심이 바닥을 쳤고,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여론이 거세게 불었다. 이어 이국철 폭로에 청와대의 언급도 있었던 터라 검찰이 수사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검찰은 이국철 비망록의 행방을 좇았지만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자 “없다”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속 후 언론에 비망록 일부가 공개되며 다시 한 번 이국철 사태는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비망록의 일부내용에 정권실세 중의 실세인 A의원이 거론되며 파괴력이 급상승한 상태다. 비망록에 대해 검찰의 확인수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 회장이 로비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과 정재계 인사들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그동안 검찰은 정권실세와 관련된 수사에서는 유독 칼이 무뎌진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특히 이 회장은 사업가를 통해 권재진 법무부 장관에 구명청탁을 했다며 MB정권의 복심도 겨냥한 상태다.

물론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는 이번 고위층 수사에서 그간의 검찰에 대한 불명예를 씻어 낼지 아니면 또다시 ‘도마뱀 꼬리 자르기’에 머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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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