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정동영의 불안한 ‘오월동주’ 행보

‘앙숙’마저 손잡게 한 ‘안풍’ 위력 “그대도 대권은 포기 못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당 지도부가 똘똘 뭉쳤다. 특히 ‘한지붕 맞수’라 불리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공동전선을 구축한 모양새다. ‘안풍’의 폭발력과 당 안팎의 공격에 두 사람 모두 입지가 좁아지자 급기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 모두 대권을 노리기에 그 연대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두 사람의 의기투합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안풍’ 파급력에 직격탄 맞은 손정 대권행 안개 속 국면
공방 일삼던 두 정적 뭉쳐…통합 올인해 위기 탈출 모색

현재 민주당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날로 더해지는 ‘안풍’의 파급력이 민주당을 위협하면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안풍을 등에 업은 무소속 박원순 시장에 밀리며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썼다.

재보선에서 야권단일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전방에서 도왔음에도 “죽 쒀서 개줬다”는 비아냥이 돌아왔다. 게다가 당 내부에서 야권통합과 한미 FTA 처리에 따른 불협화음도 심각하다.

충돌 일삼던 손‧정
이제는 의기투합!

팽배해진 위기 속에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뭉치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상 그간 두 사람은 앙숙으로 불리며 요소요소마다 정면충돌하여 파열음을 빚어온 사이다.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종북진보’라는 설전을 펼친 바 있다. 한 EU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책임 공방을 벌였고, 대북정책과 ‘희망버스’ 탑승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방식을 놓고 충돌했다.

하지만 장외에서 안풍이 정치권을 강타하자 민주당의 입지가 좁아졌음은 물론 두 사람의 존재감도 상실됐다. 그야말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것. 지난 427 재보선을 통해 손 대표의 지지율은 15%대까지 치솟으며 일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곧 ‘안풍’과 ‘문풍’의 파급력에 직격탄을 맞으며 손 대표의 지지율은 순식간에 반토막 났다.

지난 1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 대표는 3.6%까지 폭락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도 밀려 5~7위권에 불과한 것. 정 최고위원 역시 지난 대선 후보였음을 무색케 할만큼 존재감이 상실되며 지지율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권을 꿈꾸는 두 사람 모두 동반추락하며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연대를 구축해 위기상황을 탈출해야 하는 상황. 이에 두 사람은 공동보조를 취하며 야권통합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의 본격적인 공조는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 합의된 한미FTA 절충안에 대한 결사저지 태세에서 시작됐다. 손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에 FTA를 내걸고 국민의 뜻을 묻겠다”며 비준안 처리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최고위원 역시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도)라는 독소조항을 걷어내야 한다”며 뜻을 같이 했다.

맞장구 친 손‧정
한목소리 나와 

이어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한미FTA 저지를 위한 야5당 대표 결의대회에 함께 참석하면서 연대를 과시했다. 민주당 온건파 의원들이 지난 8일 ISD 조항에 대한 새로운 절충안을 마련하고 당 전체 의원 87명 가운데 45명의 동의를 받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 모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두 사람의 ‘찰떡궁합’은 야권통합 논의에서 빛을 발했다. 손 대표는 지난 3일 연내 ‘민주진보 통합정당’ 건설 플랜을 발표한 데 이어 4일에는 12월18일 이전에 ‘원샷’ 통합 전당대회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일찍이 통합 전당대회를 주장해 오던 정 최고위원도 이에  적극 동조했다.


당권 도전에 나서려는 김부겸박지원이종걸 의원 등이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를 주장하며 지도부를 비판했다. 게다가 지도부가 야권통합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기득권 유지의 방편이라는 불만도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이에 손 대표는 주초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통합 전대와 관계없이 당헌 규정대로 다음달 18일 이전에 당 대표를 사임하고 그 이후 어떤 경우라도 당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며 당내 반발 진화에 나섰다.

이어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통합 전당대회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오는 20일 야권통합 연석회의 개최를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이사장,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 등이 모인 ‘혁신과 통합’은 이미 연석회의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에도 손을 뻗은 상태이고, 야권통합 합류 여부를 기다리는 상태다. 때문에 야권통합 연석회의가 가동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손-정 연대’를 두고 현 상태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상승세를 꺾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두 사람의 의기투합을 불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1026 서울시장 선거 후 야권통합이 피할 수 없는 대세란 점을 두 사람 모두 확인했다. 이에 통합이라는 당면과제를 양자 간의 협력을 통해 향후 재편될 정치지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한국노총 100만 당원과 진보세력 연합하면 대권 탄력?
대권행은 단 한자리…두 잠룡의 의기투합은 연말까지만?

자신들이 주도해 야권통합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잠재적 대권주자인 안 원장과 문 이사장 등 이른바 시민세력에게 ‘제3신당’ 창당의 빌미를 주거나 통합과정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최근 진보정당 및 새로운 세력들을 대통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는 분위기다. 특히 FTA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과 공조를 강화한 상태라 진보진영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최고위원은 일찍이 한진중공업 사태 등 노동현안에 발 벗고 나서는 등 민주당의 진보성을 보다 강력히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며 진보정당과 양대 노총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아 왔다. 여기에 최근 손 대표도 정 최고위원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손 대표 역시 거리로 향해 FTA 반대투쟁에 나선 것.

손 대표는 아울러 정당 외로 눈길을 돌리며 한국노총에 적극 구애중이다. 특히 통합정당이 들어서면 한국노총 등 노동세력에 20명 이상의 공천을 검토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한국노총의 이용득 위원장 역시 야당 성향에 가깝고 통합정당 참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노총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정책연합을 했지만, 지난해 1월 한국노총 내부의 반발을 산 노동법 개정안 문제로 정책연대가 파기된 상태다. 이에 책임론으로 전 지도부가 물러나고 올해 1월 이 위원장이 당선됐다.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가 파기되면서 손 대표는 이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와 자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적으로 한국노총을 방문한 것만 4~5차례라는 것.

게다가 손 대표와 한국노총의 인연은 각별하다.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한국노총 경기지방본부는 손 당시 지사와 함께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를 뛰어 다녔다. 한국노총은 지난 4·27 분당 보궐선거 때도 손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원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조합원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조직이다. 손 대표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단체인 셈이다.

정, 진보세력 껴안기
손, 한국노총 구애

그래서일까. 손 대표는 지난 7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이 위원장과 오찬자리를 갖고 야권통합에 한국노총의 참여를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요청에 감사하다”며 “한국노총은 조직적 방침이 결정되고 100만 조합원들의 총의가 담긴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풍’의 직격탄에 이어 당 안팎의 풍랑을 만나 현재 한 배를 탄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 두 사람의 행보에 당 내부에서는 비판이 거센 상태다. 두 사람의 연대가 통합에만 매몰돼 당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것. 게다가 손 대표의 본래 성향과 다르게 FTA 투쟁을 계기로 좌측으로의 이동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정권교체라는 통합의 총론은 같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두 사람의 최종 종착역이 ‘대권’으로 같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연대가 연말 통합정당이 들어설 때까지만 이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본격 내년 선거정국에 들어서면 숙명의 대결을 피할 길이 없다. 때문에 두 사람의 불안한 오월동주 행보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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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