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국민바라기’ 프로젝트 가동 내막

이(李) 바득바득 갈더니만 드디어 대권행보 ‘스타트’?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박근혜 전 대표는 그간 ‘조기 등판론’ ‘탈당설’ ‘신당설’ ‘책임론’ 등 각종 설에 시달렸다. 지난 4년간 대세론을 확고히 굳혀온 박 전 대표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묻어난 구설수 들이었다. 안철수 태풍으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고 경쟁 대선주자들은 박 전 대표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되어있다. 그럼에도 박 전 대표는 그간 정중동 자세를 유지하며 각종 설들에 대해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본격 대선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칩거 아닌 칩거’를 접고 드디어 치열한 전쟁터에 발을 내딛는 것이다.

11월 말, 대학 강연으로 대권행보 시작 직접 알려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듯이 국민만을 바라본다’

최근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신당설에 홍역을 치렀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이 신당 추진을 공식화하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불똥이 튄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신당설을 일축하자 한동안 잠잠했던 ‘대표론’이 다시금 떠올랐다. 대세론이 흔들리자 전면에 나서 뭔가를 보여줘야 된다는 것이다.

또한 12월 중순께 통합 전당대회를 추진하고 있는 야당의 움직임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대표설은)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라고 거듭 일축했다.

4년 전과 동일하게
대학 강연으로 시작


이런 ‘설’들은 대세론이 흔들렸다고는 하지만 박 전 대표의 영향력과 파워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권에서 대안론으로 구체적인 인물들이 거론되고 자신을 견제하는 ‘반 박근혜’ 성격의 신당이 창당된다 해도 박 전 대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보인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의 템포에 맞춰 묵묵히 ‘대권계단’을 밟아 올라가고 있다.

오래 전부터 나오라는 갖은 등판 요구에도 답답하리 만큼 침묵으로만 일관하던 박 전 대표의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일까. 이번에는 그간 있었던 각종 추측이나 측근의 의견이 아닌 박 전 대표가 직접 자신의 대권행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중소상공인대회에 참석한 후 기자들과 만나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제 얘기도 하겠다”면서 사실상 출격을 선언했다.

이정현 의원도 “이달 말에서 12월 초 사이에 지방대 강연을 시작으로 박 전 대표가 활발하게 활동을 할 것”이라며 시점 또한 못 박았다. 이 의원은 이어 “그동안 박 전 대표가 무대 위에서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무대 아래서 듣는 위주로 다가서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때도 대권행보의 시작을 대학 강연에서 했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은 이달 말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박 전 대표가 어느 지역의 대학에서 첫 강연 스타트를 끊을지는 미정이지만, 과거 ‘내미는 손을 잡는’ 방식이 아니라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가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으로 측근들은 전했다.

그렇다고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안 원장의 ‘청춘콘서트’ 방식을 따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최근 ‘청춘콘서트’를 따라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드림토크’와 <나는 꼼수다>를 따라한 <홍준표의 라디오스타>를 의식한 탓 인이지 ‘박근혜 형식’의 강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측근은 “기존에는 무대에 올라 이야기를 하고 들었다면, 이제는 무대에서 내려와 함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청춘콘서트와도 전혀 다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에 ‘수첩공주’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즉흥적인 만남과 대화의 시간도 충분히 가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지나칠 정도로 준비된 답변만 내놔 ‘수첩에 적힌 것만 이야기 한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지난 10·26 재보선 지원 유세에 나섰던 당시 한 커피전문점에서 여중생들과 30분 이상 자유롭게 대화한 것이나,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와 이야기를 나눈 것이 같은 맥락이다.
 
좀 더 유연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현장에서 즉석 간담회를 하거나 예정되지 않은 대화의 시간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정책 행보는 이미 시작된 만큼 기존에 발표한 정책들을 보완해 나가며 분야를 확대화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박 전 대표는 조만간 장기 성장 전략과 노동시장 활성화 전략, 미래 먹거리 산업 전략 등 국가 성장 정책을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그동안 고용과 연계시키기는 했지만 박 전 대표 정책의 초점이 ‘복지’에 맞춰져 있었다”며 “골고루 잘살게 하는 게 목표라면 그 핵심 수단은 경제 성장일 수밖에 없다. 성장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비전을 곧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기존에 발표한 정책을 정교화하고 경제·교육·여성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계획을 밝힐 전망이다. 다만 이런 와중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배려가 담긴 정책을 더 강조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권행보의 콘셉트도 정해졌다. ‘해바라기가 해를 향하듯이 국민만을 바라본다’는 의미로, 최근 각종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불만을 파악해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뜻인 ‘국민바라기 정치’를 대권 콘셉트로 정했다. 

안철수와는 다르다
‘박근혜 형식’ 강연


대권행보를 시작한 박 전 대표는 당내 권력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친이계가 박세일 이사장의 신당과 교감을 나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으며, 이에 박 전 대표는 쇄신파와의 연대설이 떠돌고 있다.

이에 연말 당 쇄신 국면에서 정치와 정책 분야에서 친박과 쇄신파의 연대가 강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만약 박 이사장과 친이계가 손을 잡고 신당을 만든다면 친박계는 쇄신파와 손잡고 한나라당을 이어 갈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한나라당이 ‘두나라당’으로 재편되는 것이다.

당내 권력지형에도 영향력, 쇄신파와 연일 교감
새롭게 떠오르는 ‘쇄-박 연대’로 당 장악한다?


박 전 대표는 최근 쇄신파 의원들과 긴밀한 교감을 나누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당내 초선 쇄신파의 맏형 격인 김성식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지난 1일엔 자신이 주최한 고용·복지 세미나의 사회를 김 의원에게 맡긴 바 있어 두 사람 간의 관계설정이 주목된다.

지난 15일에는 한·미FTA 여야 합의 처리를 주장하며 단식 농성 중인 정태근 의원을 찾아 “몸 잘 추스르라”고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다음달 2일 열리는 권영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표 주변에선 이미 양쪽이 교감을 나눈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쇄신파 의원들을 한나라당의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세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안면이 없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서지 않는 게 박 전 대표의 스타일인데, 쇄신파 의원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는 것을 보면 서로 개별적인 접촉을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평소 쇄신파 의원들이 주장하는 정책이나 법안을 유심히 봐왔다고 한다.

박 전 대표의 행보가 정책적인 차원을 넘어 정치적인 외연 확대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표의 한 참모는 “큰 틀에서 보면 합리적인 의원들부터 품고 같이 가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쇄신파와의 연대를 통해 당이 친박에 치중됐다는 이미지와 20~40세대의 지지가 공고하지 않다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한 수도권 초선의원도 “당 쇄신 국면에서 함께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양쪽 모두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한·미FTA 국면 이후 닥칠 당 쇄신 국면에서 ‘쇄-박 연대’가 실체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정현 의원은 “당 내 편가르기 차원이 아닌, 국민의 삶을 챙긴다는 차원에서 합리적인 의원들과 뜻이 맞으면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시화 되는
‘쇄-박 연대’


이처럼 아무리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박 전 대표이지만 그의 움직임에 여권이 요동치고 있다.

그를 흠집 내기 위한 세력도 숱하게 많지만 박 전 대표는 담담해 보인다. 그만큼 그가 가지고 있는 ‘보수의 차기 대통령’ 이미지가 강하고 여권에서 가지는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래권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4년을 ‘이를 갈고’ 준비한 첫 발을 내딛은 것이다. ‘안철수 신드롬’에 맞선 그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어디까지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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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