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영국신사’ 홍석우 신임 지식경제부 장관

화려한 ‘친정’ 복귀 “집안 살림 잘 부탁해요”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홍석우 전 코트라 사장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취임했다. 지난 9월 정전사태 이후 최중경 전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지 한 달 만이다. 이에 따라 홍 장관은 내부 출신 장관이란 영예를 안고 ‘친정’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게 그 이유다.

최중경 전 장관 사의 표명한 지 30일 만에 내정
지경부 요직 두루 거쳐…중소기업·무역 분야 두각


청와대가 9·15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의 후임으로 홍석우 전 코트라 사장을 임명했다. 산통 끝에 단행된 인사다. 정전사태가 발생한 지 42일, 최중경 전 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지 30일 만에  단행된 인사다.

인선 배경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30여년간의 지식경제부 업무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산업·무역·중소기업·에너지 분야 등의 당면 현안을 무난하게 해결하고 조직을 안정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TK, 고려대 인맥
타이틀 모두 피해

홍 장관은 지식경제부의 전신인 상공부와 산업자원부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무역정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어지간해서는 역정을 내지 않아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괄괄하기보다는 온후하고 차분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끈다는 평가다.

탁월한 업무능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사실 홍 장관은 지경부 장관 하마평에서 그다지 자주 오르내리던 인물이 아니다. 그동안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을 비롯해 기획예산처 출신인 김대기 청와대 경제수석, 한준호 삼천리 회장, 김영학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오영호 무역협회장 등이 장관 후보자로 거론됐다.

김동선 청장은 2년 넘게 청와대 지경비서관을 지내며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김대기 경제수석 역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 온 데다 합리적 성품으로 무난한 조직 관리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준호 회장은 정전사태 경질 인사에 따른 후속 인사인 만큼 에너지 분야 전문가를 후임 장관으로 선임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김영학 전 차관 역시 에너지 분야 전문가로 하마평에 올랐다. 옛 산자부에서 자원개발실장을 역임한 오영호 무역협회장도 후보로 언급됐다.

쟁쟁한 후보군 속에서 홍 장관이 발탁된 것은 지경부 전문가이면서도 출신 지역·학교 등에서 여론의 비판을 피해갈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홍 장관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왔다. TK와 고려대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모두 피한 것이다.

게다가 무역·중소기업 전문가로 분류돼 정부의 공생 발전에도 부합된다는 평이다. 공직 생활을 상공부 수출 1과 사무관을 시작으로 주미대사관 상무관, 산업자원부 무역정책과 과장, 부산·울산 지방중소기업청 청장, 대구·경북 지방중소기업청 청장을 맡으면서 무역·중소기업 전문가로 입지를 다졌다.

홍 장관 스스로도 이번 인사를 예상하지 못했다. 코트라 사장에 취임한 지 불과 4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홍 장관은 청와대가 발표하기 몇 시간 전에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홍 장관은 지난 15일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치렀다. 이어 다음 날인 지난 16일 지식경제위원회는 별다른 이견 없이 ‘적격’ 의견으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지경위는 청문보고서를 통해 “홍 후보자의 30여년 간의 공직생활 경험과 전문성을 감안했을 때 실물경제와 에너지 자원 정책을 총괄하는 지경부 장관으로서 능력과 자질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자원 정책의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홍 후보자가 총괄업무를 경험하면서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고, 재산관련 의혹이나 도덕성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경부 출신인 홍 장관의 취임에 지경부는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경부 측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 지경부가 안고 있는 현안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이 장관이 돼 그만큼 문제 해결에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됐다”며 “홍 장관이 결단력이 있어 여러 문제의 정확한 개선 방안을 내놓고, 합리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로써 홍 장관은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 이후 8년 만에 내부 출신 장관이란 영예를 안고 친정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여간 험난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재산관련 의혹이나
도덕성 문제없다

연일 치솟는 휘발유 가격 안정과 정전사태 재발 방지는 물론 곧바로 닥쳐올 겨울철 전력난 대비가 해결해야할 현안 1순위다. 올 연초부터 중동사태 악화 등 악재가 연이어 벌어지면서 국내 유가시장에 상륙한 고유가는 집권 후반기 국가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서민경제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고유가는 지경부가 올해 내내 머리를 싸매고 해법 찾기에 골몰한 선결 과제다.

정부가 올해 4월 초 정유사에 대한 압박을 통해 3개월간 한시적인 가격인하 결정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7월 이후 다시 기름값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휘발유는 7주 연속 상승세를 그리며 기름값 2000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 전 장관이 회계사 출신임을 내세워 정유사의 수익구조를 샅샅이 뒤지고, 주유소 장부를 들춰내가면서 가격 거품을 빼기 위해 팔 걷고 나섰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정전사태로 사의 표명을 한 뒤에는 최 전 장관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대안주유소 등의 각종 기름값 대책에 힘이 빠지면서 정부 눈치를 보던 업계는 기름값 인상에 거침이 없는 모습이다. 만약 홍 장관이 이런 기름값 난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충분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지경부 뿐만 아니라 MB정부 전체에 대한 실망감과 불만감이 팽배해질 수 있다.

전력수급 안정대책 역시 고심거리다. 당초 최 전 장관이 올 연말까지 자리를 지켜 정전사태 피해보상과 대책을 마무리 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예상보다 빠른 교체로 홍 장관의 몫으로 남게 됐다.

인사청문회 무난…경과보고서도 이견 없이 채택
고유가, 전력수급 안정, 동반성장 등 과제 산적


정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손해보상 문제나 재발방지 대책, 전력공급 능력 확보, 한전과 전력거래소 통합 등 전력기관 간 역할 설정 등 민감한 현안에서 전력당국의 수장인 홍 장관이 어떤 업무스타일로 위기를 돌파할지 관심을 모은다.

글로벌 재정위기 이후 갈수록 뚜렷해지는 수출 둔화나 한미 FTA 후속조치 등 현안이 쌓여 있다. 올해 수출입을 포함한 무역 규모는 1조 달러 달성이 확실해 보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쪼그라드는 등 앞으로 한국 수출의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도 큰 관심사다.
동반성장 정책도 추진 1년이 지난 현재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국정기조로 내세우면서 주무부처 수장인 홍 내정자의 어깨를 무겁게 할 공산이 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도 문제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나 초과이익공유제 등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의 골이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만큼 홍 내정자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어디에 놓을지도 주목된다. 다만 중소기업청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반성장 문제는 원만하게 풀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이밖에 최 전 장관이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을 주도한 산업자원협력실이 향후 홍 장관 밑에선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국가 간 산업자원협력을 확대하고 산업자원협력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설된 산업자원협력실은 최 전 장관이 직접 진두지휘할 만큼 지경부내에서 가장 급부상한 핵심 부서로 꼽힌다.
또 MB정부가 집권 성과로 내세우며 공을 들이고 있는 자원개발정책이나 한전 등 주요 공기업의 적자문제, 러시아와 북한을 잇는 가스관 연결사업 등도 홍 장관이 고민해야할 숙제다.

부드러운 영국신사
카리스마 보여줄까

한편, 일각에선 ‘부드러운 영국 신사’로 알려진 홍 장관이 이 같은 쟁점들을 결단력 있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최 전 장관이 기름값 대책부터 대·중소기업 공생 발전에 이르기까지 청와대를 대신해 업계에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던 만큼 최 전 장관에 비해 홍 장관의 카리스마가 얼마만큼 발휘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물론 그의 뛰어난 소통 능력이 부처 간 협의에서 잘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행시 23회 동기이면서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동문으로 친분이 두터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호흡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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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벌써 두 달’ 쿠팡발 관세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쿠팡 사태의 ‘나비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지구 반대편에 태풍을 일으킨다는 뜻처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외교전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더불어 쿠팡의 ‘믿는 구석’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나라 정치권을 넘어 미국 정가마저 반응하고 있는 쿠팡 사태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지난해 11월 말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 쿠팡에서 고객의 개인정보가 3000만건 이상 유출됐다.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규모를 웃도는 수치였다. 지난달 28일로 쿠팡 사태는 두 달째를 맞았다. 그동안 정치권은 물론 대통령까지 쿠팡 사태를 언급했다. 미국 기업 방패 삼아 하지만 쿠팡의 태도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뻔뻔함’을 앞세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쿠팡 사태는 지난해 11월29일 쿠팡 고객에게 발송된 문자로 시작됐다. 문자에는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배송 주소록, 주문 정보 등 개인정보가 ‘노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쿠팡 측은 결제 정보와 로그인 관련 정보는 괜찮다고 했다. 주말 사이에 문자를 받은 고객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앞서 상반기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보다 더 큰 규모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무엇보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 직원의 소행이라는 의혹이 번지면서 충격을 더했다. 사태가 쿠팡 시스템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는 쿠팡 사태 발생 직후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경찰은 쿠팡 본사 현장을 압수 수색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청문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쿠팡 유출 대응 범부처 TF를 구성해 압박 수위를 높였다. 국세청도 가세해 전방위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난 지 사흘 만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쿠팡 때문에 우리 국민이 걱정이 많다”며 “사고 원인을 조속하게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 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현실화하는 등의 대책에 나서달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역대 정부 최초로 생중계된 기관별 업무보고에서도 쿠팡에 대한 질책을 이어갔다. 당시 이 대통령은 “‘무슨 팡’인가 하는 곳에서 규정을 어기지 않았나. 그 사람들은 처벌이 전혀 두렵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에 대한 처벌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전방위서 압박했는데도… 그러면서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 이야기가 사실 쿠팡 때문 아니냐. 너무 가혹하고 심야 노동 때문에 많이 죽는 것 아니냐. 금지시키자는 주장도 있다”며 “새로운 노동 형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 기법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뿐만 아니라 쿠팡 자체를 정조준한 것이다. 문제는 이 정도의 전방위적 공격에도 쿠팡의 태도는 그대로였다는 점이다. 정부와 논의되지 않은 자체 조사 결과를 기습적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실제 개인정보 유출 규모는 3000여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쿠팡의 ‘셀프 조사’ 결과에 경찰 등이 반박했지만 쿠팡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쿠팡의 주장대로면 피해 규모는 1만분의 1로 줄어든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대국민 사과도 사태 발생 한 달 만에야 나왔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자체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하지만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진행한 청문회에는 출석하지 않아 사과의 진정성이 바랬다. 실제 김 의장뿐만 아니라 김유석 쿠팡 부사장 등도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쿠팡에서 제시한 보상안은 부정적인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쿠팡은 1인당 5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하는 등 총 3370만명의 고객에게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현금 배상이 아니라 쿠팡, 쿠팡이츠(배달), 쿠팡트래블(여행), 쿠팡알럭스(명품)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으로 쪼개놓은 것도 모자라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의 지급이라 비판이 빗발쳤다. 대통령도 나섰는데 심지어 사용 조건도 까다롭게 설정해 놨다. 쿠폰 사용 기간을 지급일로부터 3개월로 제한하고 도서, 주류, 상품권 등은 구매할 수 없으며, 쿠팡이츠에서 사용할 때는 최소 주문 금액 이상일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보상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까지 나서서 비판했지만 쿠팡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되다 보니 쿠팡의 ‘뻣뻣한’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체 쿠팡의 ‘믿는 구석’이 뭐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쿠팡이 그동안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언급됐다. 쿠팡은 정부 부처 출신을 많이 데려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치권 인사와 쿠팡 관계자가 식사했던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탈당한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쿠팡으로 이직한 전직 보좌관 관련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자신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전직 보좌관에 대해 인사 불이익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쿠팡이 독점적 지위를 무기로 뻔뻔하게 굴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쿠팡은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보적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에도 전국에 지어놓은 물류센터가 배송 거점 역할을 하는 중이고 ‘로켓배송’이라 이름 붙인 새벽배송은 배달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았다. 월 구독료 7890원의 ‘로켓와우’ 서비스는 2024년 말 기준으로 1500만명 이상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무료 배송, 무료 반품은 물론 쿠팡에서 론칭한 OTT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회원 탈퇴 등으로 이용자가 감소 중이지만, 여전히 후발 주자와는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 없이 흘러가나 실제 사건 발생 직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쿠팡에 미칠 손실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독점적 지위’를 언급했다. 쿠팡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에 개인정보가 유출됐어도 이용자는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최근 또 하나의 의견이 더해졌다. 쿠팡이 미국을 믿고 우리나라 상황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미국 기업이다. 쿠팡의 대처가 주가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한 행보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사태 규모를 축소한 자체 조사 결과가 주가 방어용이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의견은 최근 미국의 행보로 힘을 받는 모양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 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국회가 미국과의 관세 협정에 대해 승인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배경으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무역 협정은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합의된 거래에 따라 신속하게 관세를 낮췄고 당연히 우리의 무역 파트너들도 같은 조치를 취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지난해 7월30일 양국 모두에 훌륭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10월29일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왜 한국 국회는 이를 승인하지 않고 있나”라고 적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외신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들에 불이익 조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상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오간 대화라는 점에서 쿠팡 사태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뻔뻔한 태도 일관하더니 ‘믿는 구석’ 있었나 의심 <WSJ>는 관계자 발언 등을 인용해 “밴스 부통령이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김 총리와 만나 쿠팡을 포함한 미국 기술 기업들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대화는 양국 간 무역 긴장이 정점에 이르기 불과 며칠 전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미국 투자사들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일반적인 규제 집행 수준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대응이 주가 하락 등 손실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 정보 근절법)과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트럼프정부와 의회 일부에서는 검열이자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비판을 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체결한 대미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에 “한국이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내용,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 금지 약속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는 이에 대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관계자를 급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 등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메시지가 나온 뒤 저희가 미국 국무부와 접촉한 바로는 쿠팡이나 온라인 플랫폼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그렇게 결론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안갯속 조 장관은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어떤 특별한 이유를 특정키가 어렵다”며 “그런 이유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추가 메시지를 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상 발표 하루 뒤인 지난달 27일 “한국과 함께 해결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협상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한국 국회가 무역 합의를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승인하기 전까지는 한국과의 무역 합의는 없는 것”이라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 한 번 우리나라가 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늪에 빠진 셈이다. 동시에 쿠팡 사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