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여권 발급 거절 파문 일파만파

“내년 총선인데 어딜 가!” 닥치고 여권발급!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인기가 심상찮다. 전 세계 다운로드 1위를 달성하고 뉴욕타임스 등 각종 해외 외신에 보도되는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이슈와 거침없는 언변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나꼼수>가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여권 발급 거절 문제로 또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 진상을 살펴봤다.

“미국 갔다 안 온다고? 밀항해서라도 오겠다”
<나꼼수> 출연 등 정치적 행보에 대한 보복?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나꼼수> 팀은 다음달 6일부터 12일까지 미국의 하버드대학, 콜롬비아대학, 존스홉킨스대학, UCLA, UC버클리 등 5개 대학의 초청을 받아 강연을 펼칠 예정이다.
 
수많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중 하나가 세계 유명 대학에 초청받아 강연을 받는 일은 이례적인 일로 <나꼼수> 팬들은 많은 관심과 기대 속에 강연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연이 반쪽짜리 공연의 위기에 쳐했다. 계류 중인 재판이 있다는 이유로 정 전 의원의 여권 발급이 거절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졸한 대응”

여권 발급이 거절당하자 정 전 의원의 팬카페 회원 70여명은 지난 1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정 전 의원의 여권 발급을 허용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팬카페 회원들은 “미국 대학에서 열리는 강의·토론회에 참석하고자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여권을 신청했지만 당국은 뚜렷한 이유 없이 불허 통보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전 의원의 <나꼼수> 방송 출연 등 정치적 행보 때문에 여권을 발급하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라며 “만일 이것이 이유라면 치졸하기 그지없는 대응”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정 전 의원과 <닥치고 정치>의 저자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기자, 김용민 시사평론가의 사인회가 열렸다.

정 전 의원도 여권 발급 불허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정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10년 여권이 2009년 만료돼 지난해 여권을 다시 신청했다”며 “당시 1년짜리 단수여권을 발급받아 유럽에 다녀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공연을 앞두고) 여권을 다시 신청했는데 나오지 않고 있어 불쌍한 대한민국 국민이 됐다”고 자신의 처지를 비꼬았다.

여권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정 전 의원은 “어디에서도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며 “여권을 신청하면 신원조회를 하게 돼 구청에서 경찰청으로 신원조회 서류를 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에서는 제가 BBK사건으로 현재 계류 중이기 때문에 대법원에 신원조회 의뢰를 한다”며 “대법원에서 신원조회해서 여권을 내줘도 된다는 답변이 와야 되는데 답변은 오지 않고 여권 발급 불허 통보만 두 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BBK 주가조작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가 “대법원 판결이 임박해서 여권발급이 안 되는 건 아닐까”라고 묻자 정 전 의원은 “지난해 단수여권을 받았을 때도 2심 판결이 난 후 2년 정도가 경과한 뒤였다”며 “지금 법원에서 판결이 임박해서 여권을 못 내준다는 공식 입장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상적으로 대법원 판결이 그렇게 오래 걸리냐”고 묻자 “정치사건 아닌 이건희 삼성회장 같은 경우는 13년, 에버랜드 불법 증여 이런 것은 13년도 걸리고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조금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여권을 내줬다”면서 “올해에는 환경 변화가 크게 없는데 안 내주는 데에는 정치적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추정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갔다가 귀국 안 할까봐 그런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귀국(한다), 입국 금지하면 밀항을 통해서라도 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라디오 출연에 앞서 <나꼼수>에서도 “내년이 총선인데 왜 안 들어 오냐”며 “총선출마를 위해서라도 꼭 들어온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이 계속되자 지난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이 “검찰의 의견을 들어 정 전 의원의 여권 발급을 제한한 것 아니냐”고 묻자 차한성 신임 법원행정처장은 “재판에 지장이 있느냐를 감안해 재판부가 해외여행 불허 의견을 제출했다”며 “재판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권재진 법무장관도 “정 전 의원은 상고심 재판 중”이라며 “검찰에서 출국금지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 처장은 “많은 네티즌들이 여권 발급 제한에 대해 정 전 의원이 진행하는 정치풍자 토크쇼인 <나는꼼수다> 관련 보복이라고 한다”는 강 전 의원의 지적에 “그런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의 판단은?

정 전 의원이 여권 문제로 출국하지 못하면 김 총수, 김 평론가, 주 기자 등 3명의 진행자만 미국으로 출국하게 된다.
 
정 전 의원은 <나꼼수> 방송에서는 4명 다 가지 않겠다고 초강수를 뒀지만 “한국에 남게 된다면 미국과의 화상 연결을 통해 강연에 참여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해외의 유명 대학의 초청에 반쪽짜리 공연으로 전략할 위기에 처해 있는 <나꼼수>팀. 만약 정 전 의원의 출국이 끝내 허용되지 않는다면 외신에 비춰진 한국은 어떤 모습일지 부끄러워지는 대목이다. 대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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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