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여성들의 카페 논란

금지된 사랑? 난 변하지 않을 거예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녀들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이들이 모인 카페 회원 수가 소리 소문 없이 수천 명을 돌파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유부남 사귀기’ ‘유부남 사랑’ ‘유부남 애인’ 이란 키워드로 모인 카페가 수십 개나 되는 실정.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녀와 탈선하는 불륜행각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달라진 점은 유부남과의 불륜관계가 과거에 비해 당당해졌다는 점이다. 예전 불륜 커플은 사랑을 쉬쉬하는데 급급했다면 최근에는 인터넷상에서 미혼여성들이 노골적으로 외도 사실을 밝히고, 유부남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아픔을 공유하기도 하는 한편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정불화는 물론 간통죄까지 조장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불륜중인 미혼녀들 카페’
가입자 대부분 “20~30대 직장여성 및 대학생”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OO카페는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녀’들을 위해 개설된 친목 공간이 있다.

“친구회사 회식자리에 우연히 가게 되었다가 알게 되었어요. 이후 몇 번을 그런 자리에 더 가게 됐고, 자연스레 그 사람과 가까워지게 됐죠. 여러 가지로 말도 잘 통했고 당연히 유부남이기에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나 제 신랑감에 대해서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다가 이래저래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번호를 교환하게 되었고, 어느 날 점심을 같이 하자고 문자를 보내왔고 그렇게 시작이 됐죠…. 전 그 사람에게 이혼하고 나에게 오란 말도, 눈치도 안 줘봤습니다. 다만 몇 번, ‘아! 이사람 정말 내가 가지고 싶다’ 그런 생각은 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까지는 하지말자고 계속 혼자서 되뇌는 중입니다.”

얼마 전 이 카페 게시판에 ‘떳떳하지 못함에 맘이 아프고 그럼에도 전 맘이 설렙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미혼녀들 모이는
“탈선의 놀이터”

이 카페는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들은 이 공간에 모여 고민을 함께 나누거나 채팅창을 통해 대화를 하는 등 서로에게 상담자이자 조언자 역할을 했다.

카페대문에는 ‘금지된 사랑? 난 변하지 않을 거예요’라는 카페의 목적을 가늠케 하는 문구와 함께 사랑에 관한 짧은 시가 적혀있다. 또 유부남과 교제하고 있는 미혼들의 공간, 혹은 가정이 있음에도 다른 이성과 만나고 있는 기혼들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적으로 이 카페에 게시된 글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회원이 되려면 가입 후 등급 상향(등업)이 되어야 한다. ‘등업신청’이라는 짧은 글만 올리면 되는 다른 일반카페에 비해 등업 조건도 까다롭다.

운영자는 “등업을 원하시는 분은 저에게 육하원칙에 의한 메일 보내주시길 바란다”며 “‘본인과 상대분이 기혼인지 미혼인지? 상대분과 어떻게 만났는지? 둘의 나이 차이는 얼마나 나는지? 사귄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왜 등업을 원하는지?’를 자세히 적어 메일로 보내면 선별하여 등업 해주겠다”고 공지했다.

그럼에도 이 카페 회원 수는 무려 6000명이 넘는다. 하루 방문자 수만 500여 명에 달한다.

해당 카페에 가입돼 있는 한 회원의 말에 따르면 카페회원 대부분은 20~30대 직장여성들로 심지어 이제 막 20살을 넘긴 대학생도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만나고 있는 유부남과의 연애 담이나 고민사항들을 털어놓으며 서로에게 정보를 공유한다.

“4년 기다렸더니 결국 올 사람은 온다”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라는 희소식(?)을 나누기도 하고, “오늘 둘째가 태어난 지 1년 된 돌이래요” “그 사람 와이프에게 계속 전화가 오네요”라는 차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자신들의 아픔을 나누고 있었다. 또 ‘와이프를 생각한다면 미안하지만 그 사람 뺏고 싶어요’, ‘그와 나눈 스킨십 얘기’ 등 은밀한 이야기까지 오가고 있다.

‘금지된 사랑’
그 치명적 유혹

이 카페 회원인 A(29·여)씨는 6년 전 21살의 나이차가 나는 유부남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A씨가 겨우 대학교 4학년 때 그의 회사에서 지원하는 행사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그를 처음 알게 됐고, 되돌아보니 힘들기도 했고 또 그만큼 행복했던 시절과 함께 벌써 6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A씨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투정도, 눈물도 그분 앞에서 보인 적 없다보니 밝았던 제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항상 우울한 모습만 보이는 것 같다”며 “시간이 흘러 지금은 마음을 많이 보여주시고 많이 다정해지셨지만 그분 눈에 비치는 건 사랑이 아닌 안쓰러움과 애틋함인 것 같다”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이어 “투정부리면 떠나버릴까 무서워 6년이란 시간동안 참는 법만 배워왔는데 이제 점점 지쳐간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님(카페회원)들한테 위로 받고 싶다”고 전했다.

또 다른 회원인 B씨는 같은 직장, 같은 부서에서 만난 유부남과 1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B씨는 “이 사랑을 왜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회사에 적응하고 일이 차차 손에 익어갈 때 쯤 하나 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사람과 일이 항상 부딪히니 가까워지면서 편해지기 시작했다”며 그와 처음 나눈 묘한 감정을 회상했다.

이어 B씨는 “1년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더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그 사람의 결혼생활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마음 편히 보지도 못 해, 데이트도 못 즐겨, 연락도 마음대로 못 해, 친구들한테 소개도 못 시켜, 남들처럼 주말데이트도 못 하는데 거기다 연락도 못해…. 이런 것들이 너무 힘든데 당연히 감당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투정도 못 부리겠다”며 “그 사람 항상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 ‘너밖에 없다는 말’ ‘마지막 여자가 나라는 말’을 많이 해주는데, 그럴수록 두 사람의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우리사이가 내 욕심 탓인지 내 남자였으면 하는 생각이, 그 사람 와이프 자리가 내 자리였으면 싶고, 아침에 같이 출근하고 싶고 퇴근하고 싶고, 주말에도 함께 보내고 싶고…”라며 깊은 속마음을 풀어놨다. 

이런 글들이 올라오면 몇 개의 댓글이 달린다. 이들은 유부남과 이제 그만 헤어질 것을 서로 종용하기도 하고, 결단을 내린 후의 아픔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미혼녀들이 당당히 자신의 외도사실을 밝히고, 함께 고민을 공유하고 털어놓는 현실. 이 같은 최근의 세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유부남에게 더 끌린다는 그녀들, 도대체 왜?
불륜의 끝은 모두의 아픔, “사랑에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유부남과의 연애가 표면화되는 현상을 연애지상주의와 개인주의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대인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데, 그런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사회 도덕률을 무시할 뿐 아니라 남의 사람까지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현대 사회의 변화된 가치관이 이런 세태에 맞물려 있고 고전적이기는 하지만 유부남의 금전적 풍요와 연륜에서 나오는 매력도 미혼 여성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심리학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들어 불륜을 설명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사랑에 장애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대를 더 깊이 사랑한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불륜 커플이 늘고, 그들의 사랑이 더 열정적으로 달아오르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불륜 드라마 속 결말이 대부분 허탈하듯, 현실 또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찌됐건 불륜 커플의 사랑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윤리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부남의 애인을 둔 미혼녀들은 종종 “우리에겐 함께 꿈 꿀 미래가 없다” “그 사람을 갖고 싶어진다면, 이제 떠나야 할 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헤어질 시점을 가늠하곤 한다.

유부남과의 위험한 연애. 그 야심찬 이별계획을 실천하고 있다는 C씨는 “나는 그 사람의 와이프에게 들킬까봐 불안해하진 않았다. 대신 나의 존재가 들킬까 전전긍긍해하는 오빠를 봐야했고 숨어야만 하는 내 신세를 보면서 삼류 같은 인생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던 부분이 컸다”며 “같이 있고 싶을 때 같이 있지 못하는 것도 참을 만 했고 목소리 듣고 싶을 때 못 듣는 상황도 참을 만 했었다. 그 어떤 것도 감내할 수 있었지만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나를 버려가며 숨어가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이 싫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와이프와 나와의 대등관계가 아닌. 그 사람의 와이프의 존재는 곧 나의 존재를 지워야만 정상궤도를 찾을 수 있는…. 마치 시소처럼 와이프가 상승하기 위해선 난 하락해야하는 그런 존재였다”며 순탄치 않았던 심정을 토로했다.

“우린 함께 꿈꿀
미래가 없어….”

또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라는 속담처럼 이들 또한 유부남 애인의 ‘또 다른’ 불륜에 대한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카페 내에선 알고 보니 유부남 애인이 와이프 외에 두 명의 여자와 동시에 만나고 있었다는 등, 사내연애 중이었던 나와 헤어진 뒤 다른 직원과 애정전선에 놓여있다는 등의 고민을 토로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한편 지난 3년간 7살 어린 미혼여성과 연애를 했었다는 안모(37·남)씨의 충고는 인상에 남았다.

“미혼여성이시라면 유부남과의 연애는 아예 시작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결혼생활이라는 게 혼자 있을 때와 달리 회사일, 집일이 생겨버리죠. 더구나 애도 있고 하면 여자는 힘들고 남자 또한 같은 생활에 새로움을 찾게 되죠. 와이프와 잠자리도 아이까지 있다면 잘 못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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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