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여성들의 카페 논란

금지된 사랑? 난 변하지 않을 거예요~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녀들이 급증하고 있다. 최근 이들이 모인 카페 회원 수가 소리 소문 없이 수천 명을 돌파했다고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 인터넷에서는 ‘유부남 사귀기’ ‘유부남 사랑’ ‘유부남 애인’ 이란 키워드로 모인 카페가 수십 개나 되는 실정. 가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녀와 탈선하는 불륜행각이 과거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달라진 점은 유부남과의 불륜관계가 과거에 비해 당당해졌다는 점이다. 예전 불륜 커플은 사랑을 쉬쉬하는데 급급했다면 최근에는 인터넷상에서 미혼여성들이 노골적으로 외도 사실을 밝히고, 유부남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아픔을 공유하기도 하는 한편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전수받기도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정불화는 물론 간통죄까지 조장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불륜중인 미혼녀들 카페’
가입자 대부분 “20~30대 직장여성 및 대학생”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OO카페는 ‘유부남을 사랑하는 미혼녀’들을 위해 개설된 친목 공간이 있다.

“친구회사 회식자리에 우연히 가게 되었다가 알게 되었어요. 이후 몇 번을 그런 자리에 더 가게 됐고, 자연스레 그 사람과 가까워지게 됐죠. 여러 가지로 말도 잘 통했고 당연히 유부남이기에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나 제 신랑감에 대해서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다가 이래저래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번호를 교환하게 되었고, 어느 날 점심을 같이 하자고 문자를 보내왔고 그렇게 시작이 됐죠…. 전 그 사람에게 이혼하고 나에게 오란 말도, 눈치도 안 줘봤습니다. 다만 몇 번, ‘아! 이사람 정말 내가 가지고 싶다’ 그런 생각은 했습니다. 근데 그렇게 까지는 하지말자고 계속 혼자서 되뇌는 중입니다.”

얼마 전 이 카페 게시판에 ‘떳떳하지 못함에 맘이 아프고 그럼에도 전 맘이 설렙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미혼녀들 모이는
“탈선의 놀이터”

이 카페는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들은 이 공간에 모여 고민을 함께 나누거나 채팅창을 통해 대화를 하는 등 서로에게 상담자이자 조언자 역할을 했다.

카페대문에는 ‘금지된 사랑? 난 변하지 않을 거예요’라는 카페의 목적을 가늠케 하는 문구와 함께 사랑에 관한 짧은 시가 적혀있다. 또 유부남과 교제하고 있는 미혼들의 공간, 혹은 가정이 있음에도 다른 이성과 만나고 있는 기혼들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기본적으로 이 카페에 게시된 글을 읽을 수 있고, 글을 쓸 수 있는 회원이 되려면 가입 후 등급 상향(등업)이 되어야 한다. ‘등업신청’이라는 짧은 글만 올리면 되는 다른 일반카페에 비해 등업 조건도 까다롭다.

운영자는 “등업을 원하시는 분은 저에게 육하원칙에 의한 메일 보내주시길 바란다”며 “‘본인과 상대분이 기혼인지 미혼인지? 상대분과 어떻게 만났는지? 둘의 나이 차이는 얼마나 나는지? 사귄 기간은 어느 정도인지? 왜 등업을 원하는지?’를 자세히 적어 메일로 보내면 선별하여 등업 해주겠다”고 공지했다.

그럼에도 이 카페 회원 수는 무려 6000명이 넘는다. 하루 방문자 수만 500여 명에 달한다.

해당 카페에 가입돼 있는 한 회원의 말에 따르면 카페회원 대부분은 20~30대 직장여성들로 심지어 이제 막 20살을 넘긴 대학생도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만나고 있는 유부남과의 연애 담이나 고민사항들을 털어놓으며 서로에게 정보를 공유한다.

“4년 기다렸더니 결국 올 사람은 온다”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습니다”라는 희소식(?)을 나누기도 하고, “오늘 둘째가 태어난 지 1년 된 돌이래요” “그 사람 와이프에게 계속 전화가 오네요”라는 차마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자신들의 아픔을 나누고 있었다. 또 ‘와이프를 생각한다면 미안하지만 그 사람 뺏고 싶어요’, ‘그와 나눈 스킨십 얘기’ 등 은밀한 이야기까지 오가고 있다.

‘금지된 사랑’
그 치명적 유혹

이 카페 회원인 A(29·여)씨는 6년 전 21살의 나이차가 나는 유부남을 만나 사랑에 빠졌다.

A씨가 겨우 대학교 4학년 때 그의 회사에서 지원하는 행사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가 그를 처음 알게 됐고, 되돌아보니 힘들기도 했고 또 그만큼 행복했던 시절과 함께 벌써 6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A씨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투정도, 눈물도 그분 앞에서 보인 적 없다보니 밝았던 제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항상 우울한 모습만 보이는 것 같다”며 “시간이 흘러 지금은 마음을 많이 보여주시고 많이 다정해지셨지만 그분 눈에 비치는 건 사랑이 아닌 안쓰러움과 애틋함인 것 같다”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이어 “투정부리면 떠나버릴까 무서워 6년이란 시간동안 참는 법만 배워왔는데 이제 점점 지쳐간다. 그래서 이렇게라도 님(카페회원)들한테 위로 받고 싶다”고 전했다.

또 다른 회원인 B씨는 같은 직장, 같은 부서에서 만난 유부남과 1년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B씨는 “이 사랑을 왜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회사에 적응하고 일이 차차 손에 익어갈 때 쯤 하나 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사람과 일이 항상 부딪히니 가까워지면서 편해지기 시작했다”며 그와 처음 나눈 묘한 감정을 회상했다.

이어 B씨는 “1년이 지난 지금은 생각이 더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그 사람의 결혼생활을 지켜보는 것도 힘들고, 마음 편히 보지도 못 해, 데이트도 못 즐겨, 연락도 마음대로 못 해, 친구들한테 소개도 못 시켜, 남들처럼 주말데이트도 못 하는데 거기다 연락도 못해…. 이런 것들이 너무 힘든데 당연히 감당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생각에 투정도 못 부리겠다”며 “그 사람 항상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 ‘너밖에 없다는 말’ ‘마지막 여자가 나라는 말’을 많이 해주는데, 그럴수록 두 사람의 마음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우리사이가 내 욕심 탓인지 내 남자였으면 하는 생각이, 그 사람 와이프 자리가 내 자리였으면 싶고, 아침에 같이 출근하고 싶고 퇴근하고 싶고, 주말에도 함께 보내고 싶고…”라며 깊은 속마음을 풀어놨다. 

이런 글들이 올라오면 몇 개의 댓글이 달린다. 이들은 유부남과 이제 그만 헤어질 것을 서로 종용하기도 하고, 결단을 내린 후의 아픔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이처럼 미혼녀들이 당당히 자신의 외도사실을 밝히고, 함께 고민을 공유하고 털어놓는 현실. 이 같은 최근의 세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유부남에게 더 끌린다는 그녀들, 도대체 왜?
불륜의 끝은 모두의 아픔, “사랑에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유부남과의 연애가 표면화되는 현상을 연애지상주의와 개인주의가 결합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현대인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데, 그런 자신에게 만족을 주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사회 도덕률을 무시할 뿐 아니라 남의 사람까지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또 현대 사회의 변화된 가치관이 이런 세태에 맞물려 있고 고전적이기는 하지만 유부남의 금전적 풍요와 연륜에서 나오는 매력도 미혼 여성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심리학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들어 불륜을 설명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사랑에 장애가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상대를 더 깊이 사랑한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불륜 커플이 늘고, 그들의 사랑이 더 열정적으로 달아오르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불륜 드라마 속 결말이 대부분 허탈하듯, 현실 또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어찌됐건 불륜 커플의 사랑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윤리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유부남의 애인을 둔 미혼녀들은 종종 “우리에겐 함께 꿈 꿀 미래가 없다” “그 사람을 갖고 싶어진다면, 이제 떠나야 할 때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헤어질 시점을 가늠하곤 한다.

유부남과의 위험한 연애. 그 야심찬 이별계획을 실천하고 있다는 C씨는 “나는 그 사람의 와이프에게 들킬까봐 불안해하진 않았다. 대신 나의 존재가 들킬까 전전긍긍해하는 오빠를 봐야했고 숨어야만 하는 내 신세를 보면서 삼류 같은 인생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던 부분이 컸다”며 “같이 있고 싶을 때 같이 있지 못하는 것도 참을 만 했고 목소리 듣고 싶을 때 못 듣는 상황도 참을 만 했었다. 그 어떤 것도 감내할 수 있었지만 사랑이라는 미명 아래 나를 버려가며 숨어가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전락해버린 현실이 싫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와이프와 나와의 대등관계가 아닌. 그 사람의 와이프의 존재는 곧 나의 존재를 지워야만 정상궤도를 찾을 수 있는…. 마치 시소처럼 와이프가 상승하기 위해선 난 하락해야하는 그런 존재였다”며 순탄치 않았던 심정을 토로했다.

“우린 함께 꿈꿀
미래가 없어….”

또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라는 속담처럼 이들 또한 유부남 애인의 ‘또 다른’ 불륜에 대한 의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카페 내에선 알고 보니 유부남 애인이 와이프 외에 두 명의 여자와 동시에 만나고 있었다는 등, 사내연애 중이었던 나와 헤어진 뒤 다른 직원과 애정전선에 놓여있다는 등의 고민을 토로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한편 지난 3년간 7살 어린 미혼여성과 연애를 했었다는 안모(37·남)씨의 충고는 인상에 남았다.

“미혼여성이시라면 유부남과의 연애는 아예 시작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결혼생활이라는 게 혼자 있을 때와 달리 회사일, 집일이 생겨버리죠. 더구나 애도 있고 하면 여자는 힘들고 남자 또한 같은 생활에 새로움을 찾게 되죠. 와이프와 잠자리도 아이까지 있다면 잘 못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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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