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관 터진 여권 ‘핵분열’ 막전막후

‘탈당’ 압력 받을 바엔 ‘신당’ 창당 하겠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여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친이-친박 간의 갈등으로 ‘한 지붕 두 가족’의 불편한 동거를 지속해왔던 이들이 각자의 살길을 모색하며 ‘두나라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신당 창당을 선언하고 각자 노선을 주장하는 세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입지가 좁아진 친이계들이 친박을 견제하며 헤쳐모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야권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통합논의가 한창인 것과는 정반대의 풍경이라 이채롭다. 이른바 여권의 ‘핵분열’로 일컬어지는 신당창당 움직임을 추적해봤다.

박세일 이사장 “진보와 보수의 통합형 새 정당 필요”
‘반(反) 박근혜’ 성격 지닌 반박세력의 집결소 전망

‘권력무상’이라 했던가? 지난 4년간 국정을 장악하고 당내 세력을 확대했던 친이계가 몰락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의 레임덕과 보조를 함께 하고 있지만 권력의 달콤함을 맛본 이들이 쉽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줄 리는 만무하다. 당내에서 쏟아지는 각종 쇄신안에도 무뚝뚝한 반응이고 오히려 생채기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본격화 되는
창당 움직임


창당 움직임이 본격화 된 것은 지난 7일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한 보수단체 포럼에 참석한 김 지사는 ‘당 쇄신이 안 되면 신당으로 가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미 신당 창당 움직임이 시작됐다. 박세일 선진통일연합 상임의장도 있고 조만간 가시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지사의 발언 다음날인 8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도 신당 창당과 관련, “이제는 구체제에 대해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아니라 ‘뜨거운 안녕’을 해야 할 때”라며 “선진화와 통일을 위해서 새로운 정치주체가 등장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기존의 정당 개혁만으로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정당정치가 실현되기 힘들다는 의미다. 박 이사장은 이어 “새로운 정당은 진보와 보수를 통합하고 국가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창당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앞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석연 변호사를 보수 진영의 시민후보로 추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보수성향의 신당을 창당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묶어야 한다. 극단적 입장을 제외하고 모두 대동단결해야 한다”며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창당 의사를 밝힌 박 이사장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다. 지난 10일 박 이사장은 “올 12월 신당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겠다”고 밝혔고 “국회의원 중심의 원내정당이 아닌 당원 중심의 ‘원외정당’을 목표로 한다”며 신당의 성격을 설명했다.

또 신당이 창당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당연히 후보를 낼 것”이라 밝혔고 “내년 4월 총선 예비후보등록일인 12월13일 이전에 창당준비위원회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했다.

박 이사장은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가칭) 대표와 함께 신당 창당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색사회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박 이사장과 장 대표가 수 차례 만나 창당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테스크포스팀 운영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박 이사장이 밝힌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를 묶어야 한다”는 주장에서 ‘개혁적 보수’는 박 이사장 자신, ‘합리적 진보’는 장 대표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장 대표는 대표적 진보 정치인이지만 박 이사장과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박 이사장은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 등을 지내면서 YS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지금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YS계 인사들 상당수가 박 이사장 조직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 대표도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YS와 같은 길을 걸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YS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 사람이 YS와 가까운 만큼 아직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YS계가 신당을 지원할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온다. 심지어 “YS가 직접 나설 수 있다”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개혁적 보수를 대표하는 박 이사장과 합리적 진보의 상징인 장 대표의 협력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여겨진다.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벌써부터 두 사람이 만들 정당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접촉하고 있다.

구체제에 대한
‘뜨거운 안녕’


신당 창당 움직임이 본격 궤도에 오르면서 한나라당은 노심초사하며 눈치를 보고 있다.
 
당의 실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친박 진영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이사장은 박 전 대표와 앙숙지간으로 잘 알려져 있어 신당이 창당된다면 ‘반 박근혜’ 성향을 가질 여지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이에 위기의식을 느낀 탓인지 친박계 이한구 의원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년 총선에서 공천 기준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박 전 대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사람인지 아닌지 여부”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그의 발언은 박 전 대표에게 계속 반발하는 반 박근혜계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발언으로 여겨진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표는 당의 ‘정책 쇄신’을 요구할 뿐 별다른 반응 없이 창당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면 친이계에서는 보수신당 창당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공천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마당에 새로운 동아줄이 생긴 것으로 보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친이계 의원은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 불신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에 정쟁 종식과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신당이 출범하면 수도권 한나라당 의원 중에도 합류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이명박 탈당 후 입당 가능성도 제기
한나라당=친박계당, 신당=친이계당 재편되나?

대선주자의 움직임도 남다르다. 신당 창당을 공언한 바 있는 김 지사는 이미 많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고 김 지사와 동맹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정몽준 전 대표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정 전 대표는 그간 박 전 대표를 흠집 내기 위해 끊임없이 공격을 해왔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에는 친박계 의원들의 역습을 받으며 본전도 못 찾는 형국이다.

자서전을 출간하고, 강연회를 돌며 박 전 대표를 공격해도 수년째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부친이 이루지 못했던 대통령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년 대선 출마를 몇 차례 공언한 바 있는 정 전 대표로서는 시간이 없다. 급박한 위기에 놓인 정 전 대표인 것이다. 따라서 정 전 대표는 신당이 창당되면 기회를 틈타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자신과 뜻이 맞는 인사들을 데리고 갈 것이란 관측이다. 대표적인 인사로 최근 연일 쓴소리를 내뱉고 있는 전여옥 의원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결국 정 전 대표가 박 전 대표를 공격하는 것은 친박 진영에 대한 흠집을 내고 자신과 뜻이 맞는 인사들을 결집시키기 위한 치밀한 로드맵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입지가 좁아진 마당에 탈당 후 당적 이동은 국민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정당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여질 수도 있다. 또한 기득권을 버리고 변화의 의지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활용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 전 대표와 김 지사가 일정 수준 이상의 의원을 결집할 수 있다면 신당은 거대신당이 될 수 있는 날개를 다는 형국이고 기존의 한나라당을 휘청거리게 할 수 있는 한방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한편 신당 창당에 대해 이 대통령의 시름도 깊어만 보인다. 자신의 세력인 친이계가 신당 창당에 호의적이지만 한나라당 당적을 가지고 대통령에 당선된 이 대통령이 이를 공개적으로 지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자진 탈당설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듯 집권 말기로 다가갈수록 탈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어 얼굴 붉히며 탈당하느니 스스로 탈당하고 배후에서 신당을 지지해 자신의 세력들을 재결집 한다는 것이다.

신당 창당의
파급력 얼마나?


이처럼 박세일 신당 창당은 여권의 잠룡들과 대통령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이 엄청나다.

하지만 신당의 성공 가능성은 파괴력 있는 인사들이 얼마나 합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여권의 한 의원은 “한국 역사에서 제3세력을 중심으로 한 정당이 성공한 적이 없다”면서 “창조한국당과 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위기와 발맞춰 본격 움직임에 돌입한 신당 창당의 움직임은 쉽게 사그라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현재 정치권의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한나라당은 친박계, 신당은 친이계를 중심으로 한 범여권 통합정당으로 재편된다.
 
말로만 떠돌던 ‘한나라당=두나라당’ 공식이 성립되는 셈이다. 그야말로 야권의 ‘핵분열’이 이뤄지는 것이고, 이에 따른 후폭풍은 가히 가늠할 수조차 없을 정도이다. 내달 13일 윤곽을 드러낼 신당의 파급력이 어느 정도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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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