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박원순 ‘사생결단’ 힘겨루기 내막

대통령과 소통령의 혈전 “올해 죽여야 내년에 산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이 말은 특히 정치권에 잘 적용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기도 하는 일이 정치권에서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관계가 그렇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월급을 박 시장이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며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호연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박 시장의 서울시 입성으로 대통령과 소통령으로 만난 두 사람은 내년 선거정국에서 대리전으로 팽팽하게 맞붙을 전망이다. 상대를 반드시 눌러야만 살 수 있는 ‘정면 승부’이기에 두 사람 모두 결사항전의 자세를 취하는 모양새다.

지난 2002년 아름다운재단 기부로 MB-박원순 인연
2012 총
대선 여야 희비 가를 대통령-소통령으로 악연

“내가 서울시장을 지낼 때 많이 (아름다운재단에) 협조 했습니다.”(이명박 대통령) “맞습니다. 그때는 자주 뵈었죠.”(박원순 서울시장)
지난 8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0‧26 재보선 이후 국무회의장에서 첫 대면하면서 나눈 얘기다. 두 사람의 환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나도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국무회의에 참석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5년간은 참석하지 못했다”며 박 시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반겼다. 이 대통령은 계속해서 두 사람의 과거 인연을 상기시켰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시절 조성했던 서울숲을 언급하며 “박 시장이 애를 많이 썼다”고 말했고, 박 시장은 “그때 내가 감사를 했다”면서 “앞으로 자주 만날 기회를 주시면 여러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재회한 MB와 박
양쪽 속내는 복잡

실제로 두 사람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 첫 인연을 맺었다. 지난 2002년 서울시장에 당선된 이 대통령이 “시장 월급을 불우이웃을 돕는데 사용 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당시 아름다운재단의 상임이사를 맡았던 박 시장은 곧바로 ‘월급 기부’ 제안서를 들고 이 대통령을 찾았다. 제안은 흔쾌히 받아들여졌고, 4년간 시장 월급을 아름다운재단에 기탁해 환경미화원과 소방공무원 유가족을 돕는 데 사용하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훈훈한 관계를 맺었다.

당시 일들을 떠올리며 대통령과 서울시장이 되어 재회한 두 사람은 많은 덕담을 나누었다. 하지만 이제 양쪽의 속내는 복잡해졌다. 내년 선거정국에서 여야의 희비가 두 사람 손에 달려 있어서다. 2012년 총‧대선은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의 ‘심판론’ 형태로 치러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현 정부의 ‘박원순 죽이기’ 징후가 포착되고 있고, 박 시장도 ‘한미FTA 재검토’를 요구하며 사실상 정부에 반기를 들어 양측 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먼저 칼끝을 겨눈 것은 다급한 이 대통령 측이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지난 10‧26 재보선에서 보듯 수도권 민심이 야권으로 기울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경남의 민심이반도 심상찮아 현 정권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팽배하다. 무엇보다 당선 직후 파격행보를 보이는 박 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도 부담이다.

때문에 박 시장의 당선 직후부터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세 역전을 위해 기득권 세력이 박 시장의 오점과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집중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리고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현 정권이 박원순 죽이기에 나선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면서다.

아모레퍼시픽에
세무 드림팀 떴다!

10·26 서울시장 선거 직후인 지난달 27일 아모레퍼시픽이 난데없이 세무조사를 받았다. 아모레퍼시픽은 박 시장이 한때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약 97억원을 기부하며 가장 많은 후원금을 제공했던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특별’이 아닌 ‘정기’ 세무조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전 통고나 예고 없이 불시에 들이닥친 점이 그렇고, 무려 10여 명이 넘는 대기업 전문 베테랑 조사관들이 샅샅이 훑은 점도 그렇다. 이들은 ‘먼지 한 톨’까지 털어낼 기세로 달라붙었다.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추론케 하는 대목이다.

게다가 경찰은 나경원 후보 캠프의 ‘1억 피부샵’ 허위사실 유포 고발과 관련 <나는 꼼수다>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나는 꼼수다>는 지난 선거기간 동안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문제와 나 후보의 피부샵 문제를 제기하며 여권의 역풍을 일으키는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를 두고 최근 트위터를 중심으로 현 정권이 본격 박원순 죽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


기부금 조성 의혹 검찰수사 본격 개시…‘박원순 죽이기’
‘박’ 한미FTA 사실상 반기들며 MB의 꼼수론에 철퇴

검찰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박 시장의 아름다운재단 불법 기부금 모금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개시한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허철호)는 박 시장과 아름다운재단을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인터넷 <민족신문> 김기백 대표를 불러 조사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검찰은 김 대표의 진술 등을 검토한 뒤 우선 재단 관계자를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지난달 13일 서울시장 선거 직전에 “아름다운재단이 10년 동안 100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모집했음에도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에 기부금 액수를 신고한 것은 단 세 차례 뿐이다”며 박 시장과 재단을 고발했다.

검찰은 당시 이 사건을 곧장 현 수사팀에 배당했다. 하지만 ‘한명숙 사건’의 전철이라는 비난 여론이 쇄도하고 ‘표적수사’라는 강한 의혹을 제기하자 “배당만 했을 뿐 어떤 수사도 한 적이 없다”며 한 발 물러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미뤄뒀던 기부금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를 예고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박원순의 반격 개시
MB 아킬레스건 공격

박 시장도 이에 적극 맞서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이는 한미FTA의 처리에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ISD(투자자 국가제소권) 조항’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미FTA 서울시 의견서’를 외교통상부와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박 시장은 ISD 조항이 서울시와 시민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를 들었다. 그는 “ISD 관련 압도적 제소건수 1위가 미국임을 감안할 때 우려스럽다”며 “소송에서 패소하면 금전으로 배상해야 하는데 서울시와 시민에게 큰 재정 부담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시장은 미국계 기업형 슈퍼마켓이 골목 상권을 무차별 침범하는 등 소상공인 피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하지만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의 속내는 따로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박 시장이 한미 FTA의 처리여부가 BBK사건과 연관 있다고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들며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함이다”고 내다봤다.

이미 한 언론사와 SNS를 중심으로 MB정권이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은 BBK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의 실소유주 논란은 정국을 강타했다. 이어 사건은 미국 검찰의 손에 넘어갔고 수사 결과는 지난 7월8일 발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무기한 연기되며 유야무야 됐다. 이에 의혹만 더 짙어졌고, BBK사건은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 붙었다. 때문에 MB정부가 수사 결과 발표를 막기 위해 재빨리 저자세의 한미FTA로 급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만약 미국 검찰의 수사 결과가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나온다면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박 시장과 야권 측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공산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게다가 박 시장은 FTA를 고리로 야권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박 시장은 또 혁신적이고 통합을 이룬 정당이 만들어진다면 이에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혁신과 통합’의 상임대표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혁신과 통합이 지향하는 이념이나 목표가 우리 정치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뜻과 일치한다. 함께 갈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야권과의 공조를 통해 현 정권을 심판하고 내년 선거를 야권 필승구도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MB-박의 생사가
2012 총
대선 변수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이 대통령과 기득권세력은 정권 심판론에 맞서 박 시장에 불거진 각종 의혹들을 겨누며 오점 만들기에 사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무소속 지자체장인 박 시장은 몇 번이고 한계와 난관에 부딪칠 공산이 크기에 공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맞선 박 시장도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들추며 적극 공성전에 뛰어든 형국이다. 박 시장이 지속적으로 기득권 세력에 털리면, 그 파장은 내년 총‧대선으로 이어져 야권 공멸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때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은 훈훈한 인연을 맺었고, 공생관계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에 마주서서 살기 위한 공세와 방어전을 펼쳐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다. 향후 평행곡선을 그리며 사생결단을 펼칠 두 사람. 과연 내년 선거에서 어느 쪽이 웃고, 어느 쪽이 울게 될까? 벌써부터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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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