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토로> 키 크는 수술했다가 한쪽다리 잃은 여성

“6cm 커진 뒤,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평생 “키가 커지는 것”이 꿈이었던 한 주부가 있다. 그에게 138.5cm의 작은 키는 늘 세상 속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다. 옷을 사거나, 식당에 가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키’에 집착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그에게 소원은 딱 하나. 바로 키가 1센티미터라도 커지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키 크는 수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평생의 한을 풀기 위해 수소문 끝에 병원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키가 커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곧 빗나갔다. 키가 크기는커녕 수술이 실패하면서 한쪽 다리를 절단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시흥 자택에서 기자와 만난 김명숙(49·여)씨는 “수술은 내 다리를 잃게 했을 뿐 아니라 내 꿈까지 모두 잃게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5년 동안 그녀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키 크는 수술 실패로 ‘한쪽 다리 기능 상실해’
지난 15년간 “재수술만 20회, 고통 속에 살아”


평범하게 살아오던 주부 김명숙씨는 지난 1996년 TV를 시청하다 무릎을 쳤다. 방송엔 ‘키 크는 수술’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있었다.
“그래. 바로 저거야!”

평생 138.5cm라는 작은 키가 콤플렉스였던 그는 저 수술만 하면 두 아들에게 좀 더 당당하고 떳떳한 엄마로, 또 자신의 행복을 되찾고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부푼 꿈을 꿨다.    

김씨는 바로 수소문 끝에 병원을 알아봤고,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한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수술을 통해 6cm 정도 커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답변을 들었다.

당시 34세였던 김씨는 무서움과 두려움에 수술을 망설였지만 “특별한 부작용 없이 수술을 통해 키가 커질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용기를 얻었고 같은 해 9월 수술대에 올랐다. 

“의사도 신이 아니라 실수했다”

김씨가 선택한 방법은 알비지아수술(내고정)이다. 키 크는 수술방법에는 ‘일리자로프수술(외고정)’과 ‘알비지아수술(내고정)’이 있는데 외고정은 핀 자리에 염증이 생길 수 있고, 또 겉보기에도 혐오스러워 비교적 활동하기 편하도록 뼈 안에 기구를 삽입하는 내고정을 선택했다. 당시 8살이었던 큰아들, 18개월 된 둘째아들과 수술 후 여기저기 돌아다닐 꿈을 꿨던 이유도 있었다. 

5~6시간 걸린다는 수술시간은 예정과 다르게 진행됐다. 수술대에 누워 의식을 되찾은 김씨는 한쪽 다리에만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김씨는 “본능적으로 수술이 잘못 됐다는 걸 깨닫고 의사를 찾자, 의사는 ‘의사도 신이 아닌 사람인지라 뼈(골수강)크기와 기구(금속정)를 오차 내어 실수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우측 다리 수술이 실패하자 좌측 다리는 수술이 진행되지 않은 채 마무리 됐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수술부위 염증(화상)으로 인해 피부조직 괴사현상이 나타나고 뼈를 깎는 듯한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수술이 잘못 된 후 지난 15년간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제 고통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수술하고 두 달 동안은 화상이 심해 수술실에서 피부를 도려내고 삼출물을 제거하기 위해 각종 시술을 받고, 그 치료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밤이면 헛소리를 하거나 진통제를 투여 받고 쇼크에 빠진 적도 있고요. 또 항생제 과다복용으로 2003년부터는 어지러움증까지 시달리고 있으며 이명, 공항장애까지 겪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김씨는 수술을 받았던 1996년 이후부터 지난 2009년 12월까지 무려 14년에 걸쳐 엉덩이 부위 피부조직 이식수술 및 다리 재수술 등 20회에 가까운 수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김씨는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는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지난 8월에는 K병원으로부터 우측하지 지체장애진단을 받았다. K병원 측은 김씨의 상태를 “우측 다리, 무릎 아래로는 기능이 전혀 없다. 수 십 차례 수술시행 후 현재 일리자로프로 고정된 상태지만 우측 무릎 아래가 없는 다리와 같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다리 뿐 아니라 꿈까지 잃어…

“수술 전 저는 키만 작았을 뿐,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인이었어요. 그런데 수술 후 한쪽 다리를 잃었고, 제 꿈마저 모두 잃었어요. 20회가 넘는 재수술을 받으면서는 꼭 제가 마루타가 된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지난 15년간 제 주위사람들도 저로 인해 기를 못 펴고 산거 같고….”   

김씨는 수술 실패 후 수차례 재수술에도 좀처럼 호전된 상태를 보이지 않자, 지난해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김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4억3000여만원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년이 넘어서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치료비조로 8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병원 측은 “수술의 부작용 내지 후유증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했고, 수술 중 부득이하게 합병증이 발생한 김씨에 대해 최선의 치료를 실시했다”며 “이후에도 김씨의 치료비를 병원 측에서 지급하며 완치가 되기까지 정성껏 돌봐준 것은 사실이나 이는 병원 측 과실이라기보다는 김씨의 체질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불가항력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정과정에서 판사님에게 ‘판사님은 4억3천만원과 한쪽 다리를 바꾸라면 바꾸겠냐’고 울분을 터뜨렸어요. 공소시효가 10년이 지난일이지만 병원 측에서 치료가 가능하다하여 그것을 믿고 2010년 6월까지 정기적인 치료를 받아왔고, 치료를 받느라 소송이 늦어지게 된 거고요. 병원 측에서도 과실을 인정하여 무료수술과 치료를 받게 해놓고, 이제 와서 환자 체질상 문제였다니 기가 막힙니다. 제가 지나온 고통스러운 지난 15년과, 평생 제구실을 못 할지도 모르는 한쪽 다리는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김씨는 민주주의사회에서 법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해 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멀쩡했던 사람이 한쪽 다리 없이 평생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억울한 조정이 된다하니 너무도 부당한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김씨는 지난 10월 19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를 받았으나 변론재개를 신청하고 법원에 설 준비 중에 있다.

치열한 반론과 공방 속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판결을 예고하는 법정은 사건의 무게를 재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어느 한쪽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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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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