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정토로> 키 크는 수술했다가 한쪽다리 잃은 여성

“6cm 커진 뒤,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평생 “키가 커지는 것”이 꿈이었던 한 주부가 있다. 그에게 138.5cm의 작은 키는 늘 세상 속 자신을 나약한 존재로 만들었다. 옷을 사거나, 식당에 가는 사소한 일상에서도 ‘키’에 집착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그에게 소원은 딱 하나. 바로 키가 1센티미터라도 커지는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키 크는 수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평생의 한을 풀기 위해 수소문 끝에 병원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키가 커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수술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기대는 곧 빗나갔다. 키가 크기는커녕 수술이 실패하면서 한쪽 다리를 절단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지난 8일 경기도 시흥 자택에서 기자와 만난 김명숙(49·여)씨는 “수술은 내 다리를 잃게 했을 뿐 아니라 내 꿈까지 모두 잃게 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15년 동안 그녀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키 크는 수술 실패로 ‘한쪽 다리 기능 상실해’
지난 15년간 “재수술만 20회, 고통 속에 살아”


평범하게 살아오던 주부 김명숙씨는 지난 1996년 TV를 시청하다 무릎을 쳤다. 방송엔 ‘키 크는 수술’에 대한 소개가 나오고 있었다.
“그래. 바로 저거야!”

평생 138.5cm라는 작은 키가 콤플렉스였던 그는 저 수술만 하면 두 아들에게 좀 더 당당하고 떳떳한 엄마로, 또 자신의 행복을 되찾고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부푼 꿈을 꿨다.    

김씨는 바로 수소문 끝에 병원을 알아봤고,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한 병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정형외과 의사로부터 수술을 통해 6cm 정도 커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답변을 들었다.

당시 34세였던 김씨는 무서움과 두려움에 수술을 망설였지만 “특별한 부작용 없이 수술을 통해 키가 커질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용기를 얻었고 같은 해 9월 수술대에 올랐다. 

“의사도 신이 아니라 실수했다”

김씨가 선택한 방법은 알비지아수술(내고정)이다. 키 크는 수술방법에는 ‘일리자로프수술(외고정)’과 ‘알비지아수술(내고정)’이 있는데 외고정은 핀 자리에 염증이 생길 수 있고, 또 겉보기에도 혐오스러워 비교적 활동하기 편하도록 뼈 안에 기구를 삽입하는 내고정을 선택했다. 당시 8살이었던 큰아들, 18개월 된 둘째아들과 수술 후 여기저기 돌아다닐 꿈을 꿨던 이유도 있었다. 

5~6시간 걸린다는 수술시간은 예정과 다르게 진행됐다. 수술대에 누워 의식을 되찾은 김씨는 한쪽 다리에만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김씨는 “본능적으로 수술이 잘못 됐다는 걸 깨닫고 의사를 찾자, 의사는 ‘의사도 신이 아닌 사람인지라 뼈(골수강)크기와 기구(금속정)를 오차 내어 실수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우측 다리 수술이 실패하자 좌측 다리는 수술이 진행되지 않은 채 마무리 됐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수술부위 염증(화상)으로 인해 피부조직 괴사현상이 나타나고 뼈를 깎는 듯한 통증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수술이 잘못 된 후 지난 15년간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제 고통을 어떻게 말로 다 설명할 수 있을까요. 수술하고 두 달 동안은 화상이 심해 수술실에서 피부를 도려내고 삼출물을 제거하기 위해 각종 시술을 받고, 그 치료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밤이면 헛소리를 하거나 진통제를 투여 받고 쇼크에 빠진 적도 있고요. 또 항생제 과다복용으로 2003년부터는 어지러움증까지 시달리고 있으며 이명, 공항장애까지 겪으며 살아가고 있어요.”

김씨는 수술을 받았던 1996년 이후부터 지난 2009년 12월까지 무려 14년에 걸쳐 엉덩이 부위 피부조직 이식수술 및 다리 재수술 등 20회에 가까운 수술을 받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김씨는 목발에 의지하지 않고는 거동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지난 8월에는 K병원으로부터 우측하지 지체장애진단을 받았다. K병원 측은 김씨의 상태를 “우측 다리, 무릎 아래로는 기능이 전혀 없다. 수 십 차례 수술시행 후 현재 일리자로프로 고정된 상태지만 우측 무릎 아래가 없는 다리와 같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다리 뿐 아니라 꿈까지 잃어…

“수술 전 저는 키만 작았을 뿐,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정상인이었어요. 그런데 수술 후 한쪽 다리를 잃었고, 제 꿈마저 모두 잃었어요. 20회가 넘는 재수술을 받으면서는 꼭 제가 마루타가 된 느낌까지 들더라고요. 지난 15년간 제 주위사람들도 저로 인해 기를 못 펴고 산거 같고….”   

김씨는 수술 실패 후 수차례 재수술에도 좀처럼 호전된 상태를 보이지 않자, 지난해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김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 4억3000여만원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10년이 넘어서 공소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치료비조로 8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병원 측은 “수술의 부작용 내지 후유증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했고, 수술 중 부득이하게 합병증이 발생한 김씨에 대해 최선의 치료를 실시했다”며 “이후에도 김씨의 치료비를 병원 측에서 지급하며 완치가 되기까지 정성껏 돌봐준 것은 사실이나 이는 병원 측 과실이라기보다는 김씨의 체질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 불가항력이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김씨는 억울함을 토로했다.

“조정과정에서 판사님에게 ‘판사님은 4억3천만원과 한쪽 다리를 바꾸라면 바꾸겠냐’고 울분을 터뜨렸어요. 공소시효가 10년이 지난일이지만 병원 측에서 치료가 가능하다하여 그것을 믿고 2010년 6월까지 정기적인 치료를 받아왔고, 치료를 받느라 소송이 늦어지게 된 거고요. 병원 측에서도 과실을 인정하여 무료수술과 치료를 받게 해놓고, 이제 와서 환자 체질상 문제였다니 기가 막힙니다. 제가 지나온 고통스러운 지난 15년과, 평생 제구실을 못 할지도 모르는 한쪽 다리는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김씨는 민주주의사회에서 법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해 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멀쩡했던 사람이 한쪽 다리 없이 평생 비참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렇게 억울한 조정이 된다하니 너무도 부당한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김씨는 지난 10월 19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조서를 받았으나 변론재개를 신청하고 법원에 설 준비 중에 있다.

치열한 반론과 공방 속에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판결을 예고하는 법정은 사건의 무게를 재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어느 한쪽도 억울한 일이 없도록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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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