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상소’ 올린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

“MB정권 불신의 뿌리는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과거 국왕의 판단이 잘못됐으면 충신들은 목숨까지 내던지며 간언을 그치지 않았다. 국왕이 쓰디쓴 직언을 삼키면 기울어져가는 나라는 기사회생했고, 달콤한 아첨에 휘둘리면 나라는 기우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현재도 마찬가지. 최근 현정권에 민심 이반이 속출하는 가운데 직언을 담은 상소를 올린 사람이 있다. 바로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MB정권의 개국공신이자 집권여당의 초선의원이라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에서 ‘쓴소리맨’으로 변신한 정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MB에 대국민 사과와 변화 요청한 친이직계들의 ‘일침’
당 대표의 쇄신안은 순서도 틀렸고, 내용 강도 떨어져

대한민국의 역사 가운데 가장 훌륭한 리더십을 선보인 왕을 꼽으라면 단연 세종대왕이 1순위로 꼽힌다. 세종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을 정치의 본질로 삼았음은 물론 신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의 리더십’을 펼쳤다. 특히 세종실록에는 “모든 일은 위에 있는 사람이 비록 옳다고 말 할지라도, 아래 있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그른 것을 알면, 진언(進言)하여 숨김이 없어야 마땅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 세종의 뜻을 이어 직언이 담긴 ‘현대판 상소’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청와대 참모진 교체와 747공약 폐기 등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쇄신 연판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 이러한 연판장의 내용은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아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다. 특히 정두언‧정태근‧임해규‧조전혁‧주광덕 의원 등 친이계가 주도하고 나서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 중 친이직계로 분류되는 정태근 의원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의 정무부시장을 역임했고, 친이계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안국포럼’에 소속돼 있다. 게다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수행실장 등을 맡아 현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이런 그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에 변화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임기말 선거정국이면 항상 정권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통령은 탈당해 집권여당의 부담을 덜고자 했지만 결코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고, 선거도 못 이긴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당이 MB정권의 공과를 짊어지는 자세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은 버림받는 정당이 될 것이며, MB정부는 실패한 정부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또 당 지도부 역시 선거 패배를 가져올 만큼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점과 당 대표의 선거 패배에도 “사실상 승리다” “무승부다”라고 말해 국민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어 당 대표의 쇄신안을 정면 비판하면서 진정한 쇄신은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정책기조의 변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대통령의 사과와 쇄신을 요구하는 ‘쇄신 연판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 참모 교체와 747공약 폐기 등 굉장히 강도가 높은데.

▲ 국민들은 지난 6‧2 지방선거부터 이번 10‧26 재보선까지 여당에게 매를 든 것이다. 특히 4‧27 재보선 당시 분당을 패배로 이전 지지자들까지 등을 돌렸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위기에 등 돌린 지지자와 성난 민심을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번에도 변화가 없으면 한나라당은 버림받는 정당이 되고, 이는 MB정부의 실패로 귀결된다. 때문에 다른 어떤 때보다 절박한 심정과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이전보다 변화의 요구 강도가 높았다.

- 선거에서 패배하면 항상 쇄신론이 나오지만 대부분 헛구호에 그친다. 이전에 비하면 쇄신 서명에 25명이라서 동력도 약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쇄신을 단행해 일정 변화는 있었지만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못 보여줬다. 이에 우리는 쇄신파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 얻었고, 불철저 했다는 반성이 있었다. 이에 어떤 때보다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는 수준이었기에 서명 참여자 25명 결코 적지 않다고 본다.

- 청와대에서는 쇄신 연판장에 유감을 표명했다.

▲ 청와대는 이전부터 타이밍을 못 맞추는 곳이다. 항상 인사도 느리고 국민적 요구도 시기에 맞추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답변이 금방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했다. 그러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형식과 시기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저는 이전 의원총회부터 청와대에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 누차 강조했고, 또 서한을 보낸 것도 대통령이 돌아온 6일이다. 기자들의 취재과정에서 일찍이 공개된 것일 뿐. 때문에 청와대는 오히려 왜 이런 문제제기가 되었는지에 대해 더 깊게 성찰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된다.

- 청와대 쇄신이 중도 좌초할 경우 대응 방안은?

▲ 먼저 당 지도부에 드리는 서한을 통해 지도부가 직접 대통령을 만나 변화와 사과의 약속을 받아내는 등 직접 쇄신의 주체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이것이 실천되지 못하면 지도부가 설자리 좁아질 것이다. 혁신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하며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다. 일단 지도부의 결과를 보고 앞으로의 상황을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 홍준표 대표가 ‘중앙당사 없애고, 비례대표의 반은 국민경선인 슈퍼스타K 방식으로 하겠다’ 등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 당의 쇄신 방향은 순서가 틀렸고, 본질적인 내용에 있어 강도가 떨어진다. 먼저 정책에 대한 쇄신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당청관계에 대한 혁신이다. 청와대에 무기력한 정당이 아니라 이끌어가는 여당의 모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이 인물과 내부풍토를 바꾸는 순서로 진행돼야 한다. 지금껏 여당은 국민들의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적절한 방안마련이 미흡했고, 적극적으로 실천도 못했다. 이에 국민들은 여당에게 무책임한 느낌, 웰빙‧부자정당 이미지가 심어졌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지 중앙당사 폐쇄 등은 그 후의 일이다. 

- 부자정당 이미지를 씻기 위한 노력은?

▲ 저는 MRO사업의 대기업 독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또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추가감세 철회를 사실상 관철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다. 최근에는 부자증세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소득 최고구간 8800만원 이상의 소득자가 대폭 늘었다. 또 작년 기준으로 상위 1% 소득은 2억4000만원 정도다. 이분들에 대해 좀 더 높은 소득세율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추가적인 재원은 복지에 투입하는 것이다. 대학생 등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나 특히 3040세대를 위한 보육‧사교육‧주택문제에 예산을 투여하는 것이다. 또 대기업 규제‧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획기적 대책으로 비용이 없이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이처럼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획기적 정책으로 부자정당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문제 때문에 시끄러웠다. 도덕불감증에 걸린 정부란 비판이 나온다.

▲ 사저문제는 대통령 퇴임 후 가장 중요한 사안인데 공식적으로 청와대 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 사이에서 논의 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문제다. 또 경호처와 대통령 사저 땅 가격에 차이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두 번째고, 세 번째는 왜 아들 명의인가다. 이에 대통령께서 원점에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적절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지금껏 외쳤던 공정과 이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한 것이 정면 배치됐다.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적 책임이 없다손 치더라도 국민들에게 사과 하는 것이 먼저다.

- 청와대의 인사방식에도 비판 여론이 강하다.

▲ 국민들한테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 대통령의 인사문제다. 처음 조각부터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아 실망을 줬다. 대통령의 생각은 일만 잘하면 된다지만, 국민들은 일을 잘하는 것과 동시에 도덕성, 자질을 본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재산형성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사안이다. 게다가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된 측근들을 반복적으로 다시 등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는 남은 기간이라도 대통령께서 낙하산‧회전문 인사를 안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실천해 국민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 10‧26 재보선은 내년 선거의 바로미터였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 총선이 대선의 길목이 아니라 대선만큼 중요하다. 총선에서 정권심판 형태로 가서 소수당으로 전락하면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어렵고, 현 정부도 국회 지지를 받기 어려워 반쪽정부로 전락하게 된다. 현재 무상급식 투표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듯 수도권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부산‧경남‧울산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핵심적 이유는 40대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서다. 과거부터 40대에 이기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이 없었다. 2030의 어려움과 소통도 주력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40대에 대한 보다 획기적인 대책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것을 해내지 못하면 2004년 탄핵 직후 역풍으로 인한 선거와 비슷할 양상으로 갈 수 있다.

-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견해는?

▲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에 비해 안철수 교수가 행보는 참신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본인이 갖고 있는 정치철학,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사회, 그것을 관철시킬 구체적 정책과 방법 등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은 부단히 검증받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도 많은 검증들이 이뤄졌듯 검증을 피해서는 안 된다.

-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대신 ‘18대 국회 반성문’을 읽어 눈길을 끌었다. 격식을 파괴했고,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는데 당시를 회상하면?

▲ 18대 국회 내내 국민의 지탄을 받았고 심지어 불신이 더 커졌다. 정당정치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의회정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고, 국민들 보기에는 파당적 이해관계에 몰두해 싸움판으로 치닫는 것으로 비춰져서다. 이러한 관행을 끊어야 하기에 나와 다수당인 한나라당부터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당시 선진국회로 가는 기틀을 만들자고 여야에 호소한 것이다. 여당 내의 ‘국회 바로 세우기’와 민주당 내의 ‘민주적 의회운영을 위한 모임’을 중심으로 물리력을 막는 규정, 어려워진 직권상정, 무리한 의사진행에 합법적 저지 방안을 마련해놨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만 시키면 된다. 이를 토대로 19대 국회가 선진화돼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다면 18대 국회의 잘못들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감히 한 개인이 요청한 것이고, 당시 15분간 준비해간 반성문을 읽었다. 당시에 야당 측에서도 감명 깊게 들었다고 격려를 받았다.

민심 되돌리지 못하면 한나라 2012 총대선 희망 없다! 
국감 시즌만 되면 ‘물 만난 정태근’ 단골 국감스타 등극


-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야당은 몸싸움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의회정치 복원관점에서 봤을 때 탈출구는?

▲ 원내대표단에서는 합의까지 나온 상황이다. 게다가 애초 야당이 99% 마련한 상태인데 물리력으로 막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최소한의 합의를 깨버리고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의회에 있으면 안 되고 거리로 나가 혁명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 전부를 얻지 않으면 의사진행에 협력할 수 없다는 것은 의회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여당 역시 야당에 있는 합리적 의원들 중심으로 대화와 설득을 더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물리력 없이 한-EU FTA처럼 통과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여야의 기라성 같은 의원들이 포진해있지만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단골 국감스타가 된다. 소회를 밝히신다면?

▲ 공기업 및 산하기관이 많아 국회의원 혼자 하기 힘들다. 사실상 의정활동을 뒷받침한 보좌진의 역할이 컸다. 대기업의 MRO 문제도 사실은 보좌진들이 찾아낸 것이다. 보좌진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내가 문제제기를 덧붙여 개선의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저는 대정부질의나 예결위 상임위 때 원고를 안 본다. 그러다 보니깐 심각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는 점도 있었던 것 같다.

- 대기업 독식 구조를 폭로하며 삼성 등의 MRO사업 철수 등을 이끌어내 ‘중소기업 호민관’으로 불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 어떻게 가능할까?

▲ 첫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에 대한 잠식을 제한해 중소기업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소모성 자제, 정보화 사업, 음식 캐터링 사업, 물류사업 이런 부분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 우선 배려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기업의 힘으로 인한 불공정 거래를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부문을 제외한 대기업의 독식구조는 과세의 형태로 규제할 수 있고, 중소기업자단체가 나서 원가가 오르면 납품단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주도적 협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지금은 이의신청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정해서 키워주는 것도 필요하다.

- SNS가 정치권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 보인다.

▲ 한나라당이나 보수 진영에서 트위터 공포증에 걸려있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것이다. 트위터 자체가 아무리 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정당한데도 우리를 왜곡시키고 조작시켜 엎을 수 있는 위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재 트위터의 조롱거리를 지금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다. 분명 선거에서 졌는데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고 하고 있다. 앞으로 트위터에 대해 힘 있는 접근 방법성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 창구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 2030세대는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어떻게 한나라당 지지자로 껴안을 수 있을까? 

▲ 요즘 20대의 특성은 자존심, 창의성, 일자리, 사회적 참여 욕구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때문에 보수적인 기성세대들이 젊은 계층의 삶의 양식을 존중해 자존심을 살려 줘야 한다. 또 젊은 사람과 소통하며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젊은층은  힘들더라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1인창조기업을 활성화시켜 스스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이뤄졌을 때 젊은 층의 지지가 돌아올 것으로 본다.
대담=서형숙 기자

<정태근 의원 프로필>

▲1989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 
▲2010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석사
▲2000 한나라당 성북갑 지구당 위원장
▲2001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정치분과위원
▲2005~2006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2007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조직분과 간사
▲2007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수행단 단장
▲2008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4강외교 특사단
▲2008 국회 지식경제‧예산결산‧운영위원회 위원
▲2010 제1호 발로 뛰는 국회의원 호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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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