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상소’ 올린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

“MB정권 불신의 뿌리는 ‘낙하산 인사’에서 비롯”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과거 국왕의 판단이 잘못됐으면 충신들은 목숨까지 내던지며 간언을 그치지 않았다. 국왕이 쓰디쓴 직언을 삼키면 기울어져가는 나라는 기사회생했고, 달콤한 아첨에 휘둘리면 나라는 기우는 것이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현재도 마찬가지. 최근 현정권에 민심 이반이 속출하는 가운데 직언을 담은 상소를 올린 사람이 있다. 바로 정태근 한나라당 의원이다. 정 의원은 MB정권의 개국공신이자 집권여당의 초선의원이라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에서 ‘쓴소리맨’으로 변신한 정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MB에 대국민 사과와 변화 요청한 친이직계들의 ‘일침’
당 대표의 쇄신안은 순서도 틀렸고, 내용 강도 떨어져

대한민국의 역사 가운데 가장 훌륭한 리더십을 선보인 왕을 꼽으라면 단연 세종대왕이 1순위로 꼽힌다. 세종은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을 정치의 본질로 삼았음은 물론 신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의 리더십’을 펼쳤다. 특히 세종실록에는 “모든 일은 위에 있는 사람이 비록 옳다고 말 할지라도, 아래 있는 사람이 마음속으로 그른 것을 알면, 진언(進言)하여 숨김이 없어야 마땅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최근 세종의 뜻을 이어 직언이 담긴 ‘현대판 상소’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청와대 참모진 교체와 747공약 폐기 등 강도 높은 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쇄신 연판장’을 청와대에 전달한 것. 이러한 연판장의 내용은 야당 의원들의 주장이 아니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다. 특히 정두언‧정태근‧임해규‧조전혁‧주광덕 의원 등 친이계가 주도하고 나서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이 중 친이직계로 분류되는 정태근 의원은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의 정무부시장을 역임했고, 친이계의 모임이라 할 수 있는 ‘안국포럼’에 소속돼 있다. 게다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 수행실장 등을 맡아 현 정부의 ‘개국공신’으로 꼽힌다. 이런 그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대통령에 변화와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임기말 선거정국이면 항상 정권심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통령은 탈당해 집권여당의 부담을 덜고자 했지만 결코 탈당은 바람직하지 않고, 선거도 못 이긴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당이 MB정권의 공과를 짊어지는 자세로 반성과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점에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변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의원은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지 못할 경우 한나라당은 버림받는 정당이 될 것이며, MB정부는 실패한 정부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또 당 지도부 역시 선거 패배를 가져올 만큼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점과 당 대표의 선거 패배에도 “사실상 승리다” “무승부다”라고 말해 국민에게 상처를 준 점에 대해서도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어 당 대표의 쇄신안을 정면 비판하면서 진정한 쇄신은 국민 피부에 와 닿는 정책기조의 변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대통령의 사과와 쇄신을 요구하는 ‘쇄신 연판장’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청와대 참모 교체와 747공약 폐기 등 굉장히 강도가 높은데.

▲ 국민들은 지난 6‧2 지방선거부터 이번 10‧26 재보선까지 여당에게 매를 든 것이다. 특히 4‧27 재보선 당시 분당을 패배로 이전 지지자들까지 등을 돌렸음을 확인했다. 이러한 위기에 등 돌린 지지자와 성난 민심을 되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이번에도 변화가 없으면 한나라당은 버림받는 정당이 되고, 이는 MB정부의 실패로 귀결된다. 때문에 다른 어떤 때보다 절박한 심정과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이전보다 변화의 요구 강도가 높았다.

- 선거에서 패배하면 항상 쇄신론이 나오지만 대부분 헛구호에 그친다. 이전에 비하면 쇄신 서명에 25명이라서 동력도 약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쇄신을 단행해 일정 변화는 있었지만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변화를 못 보여줬다. 이에 우리는 쇄신파라는 허울 좋은 이름만 얻었고, 불철저 했다는 반성이 있었다. 이에 어떤 때보다 강도 높은 쇄신을 요구하는 수준이었기에 서명 참여자 25명 결코 적지 않다고 본다.

- 청와대에서는 쇄신 연판장에 유감을 표명했다.

▲ 청와대는 이전부터 타이밍을 못 맞추는 곳이다. 항상 인사도 느리고 국민적 요구도 시기에 맞추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의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답변이 금방 나올 것이라고는 기대도 안했다. 그러한 가운데 청와대에서 형식과 시기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저는 이전 의원총회부터 청와대에 변화의 의지가 없다면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을 것이라 누차 강조했고, 또 서한을 보낸 것도 대통령이 돌아온 6일이다. 기자들의 취재과정에서 일찍이 공개된 것일 뿐. 때문에 청와대는 오히려 왜 이런 문제제기가 되었는지에 대해 더 깊게 성찰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된다.

- 청와대 쇄신이 중도 좌초할 경우 대응 방안은?

▲ 먼저 당 지도부에 드리는 서한을 통해 지도부가 직접 대통령을 만나 변화와 사과의 약속을 받아내는 등 직접 쇄신의 주체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얘기했다. 이것이 실천되지 못하면 지도부가 설자리 좁아질 것이다. 혁신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문제제기를 하며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다. 일단 지도부의 결과를 보고 앞으로의 상황을 논의를 해나갈 것이다.


- 홍준표 대표가 ‘중앙당사 없애고, 비례대표의 반은 국민경선인 슈퍼스타K 방식으로 하겠다’ 등의 쇄신안을 발표했다.

▲ 당의 쇄신 방향은 순서가 틀렸고, 본질적인 내용에 있어 강도가 떨어진다. 먼저 정책에 대한 쇄신이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은 당청관계에 대한 혁신이다. 청와대에 무기력한 정당이 아니라 이끌어가는 여당의 모습이 필요하다. 마지막이 인물과 내부풍토를 바꾸는 순서로 진행돼야 한다. 지금껏 여당은 국민들의 고통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적절한 방안마련이 미흡했고, 적극적으로 실천도 못했다. 이에 국민들은 여당에게 무책임한 느낌, 웰빙‧부자정당 이미지가 심어졌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지 중앙당사 폐쇄 등은 그 후의 일이다. 

- 부자정당 이미지를 씻기 위한 노력은?

▲ 저는 MRO사업의 대기업 독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또 정두언 의원을 중심으로 추가감세 철회를 사실상 관철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다. 최근에는 부자증세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소득 최고구간 8800만원 이상의 소득자가 대폭 늘었다. 또 작년 기준으로 상위 1% 소득은 2억4000만원 정도다. 이분들에 대해 좀 더 높은 소득세율 적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마련된 추가적인 재원은 복지에 투입하는 것이다. 대학생 등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나 특히 3040세대를 위한 보육‧사교육‧주택문제에 예산을 투여하는 것이다. 또 대기업 규제‧비정규직 문제는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획기적 대책으로 비용이 없이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이처럼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획기적 정책으로 부자정당 오명을 씻어내야 한다.

-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문제 때문에 시끄러웠다. 도덕불감증에 걸린 정부란 비판이 나온다.

▲ 사저문제는 대통령 퇴임 후 가장 중요한 사안인데 공식적으로 청와대 실장을 비롯한 수석비서관 사이에서 논의 되지 않은 것이 첫 번째 문제다. 또 경호처와 대통령 사저 땅 가격에 차이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 두 번째고, 세 번째는 왜 아들 명의인가다. 이에 대통령께서 원점에서 재검토를 지시한 것은 적절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지금껏 외쳤던 공정과 이 정권은 도덕적으로 완벽하다고 한 것이 정면 배치됐다. 때문에 대통령이 직접적 책임이 없다손 치더라도 국민들에게 사과 하는 것이 먼저다.

- 청와대의 인사방식에도 비판 여론이 강하다.

▲ 국민들한테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이 대통령의 인사문제다. 처음 조각부터 국민정서를 고려하지 않아 실망을 줬다. 대통령의 생각은 일만 잘하면 된다지만, 국민들은 일을 잘하는 것과 동시에 도덕성, 자질을 본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납득이 어려운 재산형성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사안이다. 게다가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된 측근들을 반복적으로 다시 등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제는 남은 기간이라도 대통령께서 낙하산‧회전문 인사를 안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실천해 국민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

- 10‧26 재보선은 내년 선거의 바로미터였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 총선이 대선의 길목이 아니라 대선만큼 중요하다. 총선에서 정권심판 형태로 가서 소수당으로 전락하면 대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어렵고, 현 정부도 국회 지지를 받기 어려워 반쪽정부로 전락하게 된다. 현재 무상급식 투표나 서울시장 선거에서 보듯 수도권이 어려워졌다. 게다가 부산‧경남‧울산도 위기감이 팽배하다. 핵심적 이유는 40대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해서다. 과거부터 40대에 이기지 못하면 선거에서 이기는 정당이 없었다. 2030의 어려움과 소통도 주력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40대에 대한 보다 획기적인 대책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것을 해내지 못하면 2004년 탄핵 직후 역풍으로 인한 선거와 비슷할 양상으로 갈 수 있다.

- ‘안철수 신드롬’에 대한 견해는?

▲ 기존 정치인에 대한 불신에 비해 안철수 교수가 행보는 참신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 정치에 참여할 생각이 있다면 본인이 갖고 있는 정치철학, 본인이 만들고자 하는 사회, 그것을 관철시킬 구체적 정책과 방법 등 이런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은 부단히 검증받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도 많은 검증들이 이뤄졌듯 검증을 피해서는 안 된다.

- 지난달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대신 ‘18대 국회 반성문’을 읽어 눈길을 끌었다. 격식을 파괴했고, 긍정적 반응이 이어졌는데 당시를 회상하면?

▲ 18대 국회 내내 국민의 지탄을 받았고 심지어 불신이 더 커졌다. 정당정치의 위기는 본질적으로 의회정치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고, 국민들 보기에는 파당적 이해관계에 몰두해 싸움판으로 치닫는 것으로 비춰져서다. 이러한 관행을 끊어야 하기에 나와 다수당인 한나라당부터 반성하고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당시 선진국회로 가는 기틀을 만들자고 여야에 호소한 것이다. 여당 내의 ‘국회 바로 세우기’와 민주당 내의 ‘민주적 의회운영을 위한 모임’을 중심으로 물리력을 막는 규정, 어려워진 직권상정, 무리한 의사진행에 합법적 저지 방안을 마련해놨다. 이번 국회에서 통과만 시키면 된다. 이를 토대로 19대 국회가 선진화돼 국민적 요구에 부응한다면 18대 국회의 잘못들을 용서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이에 감히 한 개인이 요청한 것이고, 당시 15분간 준비해간 반성문을 읽었다. 당시에 야당 측에서도 감명 깊게 들었다고 격려를 받았다.

민심 되돌리지 못하면 한나라 2012 총대선 희망 없다! 
국감 시즌만 되면 ‘물 만난 정태근’ 단골 국감스타 등극


-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야당은 몸싸움도 불사하고 있는 상황인데 의회정치 복원관점에서 봤을 때 탈출구는?

▲ 원내대표단에서는 합의까지 나온 상황이다. 게다가 애초 야당이 99% 마련한 상태인데 물리력으로 막겠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최소한의 합의를 깨버리고 물리력을 동원한다면 의회에 있으면 안 되고 거리로 나가 혁명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 전부를 얻지 않으면 의사진행에 협력할 수 없다는 것은 의회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여당 역시 야당에 있는 합리적 의원들 중심으로 대화와 설득을 더 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물리력 없이 한-EU FTA처럼 통과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에서 여야의 기라성 같은 의원들이 포진해있지만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단골 국감스타가 된다. 소회를 밝히신다면?

▲ 공기업 및 산하기관이 많아 국회의원 혼자 하기 힘들다. 사실상 의정활동을 뒷받침한 보좌진의 역할이 컸다. 대기업의 MRO 문제도 사실은 보좌진들이 찾아낸 것이다. 보좌진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내가 문제제기를 덧붙여 개선의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저는 대정부질의나 예결위 상임위 때 원고를 안 본다. 그러다 보니깐 심각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되는 점도 있었던 것 같다.

- 대기업 독식 구조를 폭로하며 삼성 등의 MRO사업 철수 등을 이끌어내 ‘중소기업 호민관’으로 불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발전 어떻게 가능할까?

▲ 첫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시장에 대한 잠식을 제한해 중소기업 시장을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소모성 자제, 정보화 사업, 음식 캐터링 사업, 물류사업 이런 부분은 정부나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 우선 배려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기업의 힘으로 인한 불공정 거래를 막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부문을 제외한 대기업의 독식구조는 과세의 형태로 규제할 수 있고, 중소기업자단체가 나서 원가가 오르면 납품단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주도적 협상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지금은 이의신청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정해서 키워주는 것도 필요하다.

- SNS가 정치권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 보인다.

▲ 한나라당이나 보수 진영에서 트위터 공포증에 걸려있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는 것이다. 트위터 자체가 아무리 위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정당한데도 우리를 왜곡시키고 조작시켜 엎을 수 있는 위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현재 트위터의 조롱거리를 지금 우리가 제공하는 것이다. 분명 선거에서 졌는데 ‘진 것도 이긴 것도 아니다’고 하고 있다. 앞으로 트위터에 대해 힘 있는 접근 방법성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 창구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 2030세대는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어떻게 한나라당 지지자로 껴안을 수 있을까? 

▲ 요즘 20대의 특성은 자존심, 창의성, 일자리, 사회적 참여 욕구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때문에 보수적인 기성세대들이 젊은 계층의 삶의 양식을 존중해 자존심을 살려 줘야 한다. 또 젊은 사람과 소통하며 의사결정에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젊은층은  힘들더라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1인창조기업을 활성화시켜 스스로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이뤄졌을 때 젊은 층의 지지가 돌아올 것으로 본다.
대담=서형숙 기자

<정태근 의원 프로필>

▲1989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사 
▲2010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석사
▲2000 한나라당 성북갑 지구당 위원장
▲2001 한나라당 국가혁신위원회 정치분과위원
▲2005~2006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2007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조직분과 간사
▲2007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수행단 단장
▲2008 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4강외교 특사단
▲2008 국회 지식경제‧예산결산‧운영위원회 위원
▲2010 제1호 발로 뛰는 국회의원 호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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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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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