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화류계 돌고 도는 ‘복고열풍’ 실태

‘수질’과 ‘서비스’로 중무장한 ‘방석집’ 뜬다

[헤이맨라이프=서  준 대표] 룸살롱의 큰 방 말고 아담하고 밀폐된 곳에서 오붓하게 놀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비싸기만 하고 이젠 좀 식상한 룸살롱서비스에서 좀 더 이색적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룸살롱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온 마니아라면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룸살롱은 하드코어서비스란 게 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산만하고 손님을 대하는 아가씨들 태도는 ‘의무적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에 마니아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곳은 바로 이름도 유명한 ‘방석집’.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그 칙칙한 집들이 아니다. 겉으론 여전할지 몰라도 인테리어와 ‘수질’은 확실히 한 단계 올라갔다.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요정도 아니고 룸살롱도 아닌 어중간한 서비스 형태를 벗어나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것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방석집들 노력에 힘입어 인터넷 유흥 관련 사이트엔 방석집이 유흥문화의 새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방석집은 과거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방석집은 어떻게 업그레이드 됐는지 그 현장을 가본다.

흥정부터 시작…‘쇼부’에 따라 가격 천차만별
액기스만 즐기는 짧은 시간, 질펀한 긴 시간

방석집으로 유명한 중동의 방석집 골목. 골목입구에 들어서자 유리창 안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던 아가씨들이 밖으로 나와 호객을 한다. 호객행위를 하는 아가씨들을 ‘액면’이라고 한다. 대부분 업소의 간판급 아가씨들이다.

과거엔 예쁜 아가씨들이 호객을 하고 실제 접대는 평범한 아가씨들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오히려 손님들 발길을 끊는 행위란 것을 알고 난 뒤로는 이런 일은 대부분 사라졌다.

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흥정을 해온다. 방석집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 미리 흥정부터 한다. 룸살롱의 경우 일부 흥정제도를 도입한 곳도 있긴 하지만 방석집은 거의 모두가 흥정에 따라 술값이 정해진다.

호객 아가씨=액면
업소 간판급 아가씨

적어도 ‘수질’에 관한한 방석집은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을 필요가 없다. 유리창 너머로 대기 중인 아가씨들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까닭이다. 아가씨와 즐기는 게 주목적인 것을 감안하면 룸살롱보다 확실히 매력적 요소다. 뿐만 아니라 방석집 안에서 아가씨를 고른 뒤에도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

골목 중간 즈음 적당한 업소를 골라 입구에서 아가씨와 흥정했다. “아가씨들과 제대로 즐기시려면 길게 노는 쪽을 택하는 게 좋다. 긴 서비스는 맥주 한 짝이면 된다. 맥주 한 짝이라고 해봤자 병 크기도 작고 아가씨와 손님이 같이 마시므로 생각보다 양이 그리 많지 않다. 지금 우리 업소가 특별할인기간이므로 값은 단돈 20만원. 내일이면 할인기간이 끝난다.”

업계에선 흥정을 ‘쇼부 친다’고 말한다. 어떻게 쇼부 치느냐에 따라 값과 서비스 차이가 많다. 때문에 방석집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가면 남들보다 비싼 값에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만화캐릭터 모방하는 ‘코스프레 서비스’ 도입
쇼타임 끝나면 불 끄고 한데 어우러져 ‘부비’


일반적으로 방석집 메뉴는 맥주 4~5병쯤 나오는 기본메뉴와 속칭 ‘짝’으로 계산되는 메뉴가 있다. 짝이란 맥주 한 상자를 가리킨다. 방석집에서 제대로 된 풀코스서비스를 받으려면 맥주 한 짝을 시키는 게 일반화 돼있다. 이럴 경우 두 사람 기준으로 25만~30만원에서 해결된다. 룸살롱의 1인당 값으로 두 사람이 풀코스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마니아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방석집은 메뉴에 따라 값 기준이 있긴 하나 ‘고객맞춤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맞춤제란 손님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맞춤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방석집은 짧게 노는 것, 길게 노는 것 이렇게 두 종류의 맞춤서비스를 마련해 놓고 있다. 손님들은 목적에 따라 간단히 즐기다 갈 것인지 질펀하고 길게 즐기다 갈 것인지 정하면 된다.

맞춤서비스는 입구에서 흥정 때 결정된다. ‘짧게 놀다가 가고 싶다’고 말하면 방석집에서 알아서 서비스해준다. 하지만 짧게 노는 게 길게 노는 서비스의 핵심만 모았다고는 해도 아쉬운 점이 남는다. 짧게 노는 기본비용은 15만원 이하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된 방석집 서비스를 맛보려면 길게 노는 서비스를 택하는 게 좋다.

일단 맥주 한 짝에 20만원이란 흥정가격을 수락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방석집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다소 비좁은 방안에 방석을 깔고 앉는 것은 여전했다. 방으로 안내했던 아가씨가 사라지자 지배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타나 “20대와 30대 손님들을 위해 우리가 특별히 마련해 놓은 서비스가 있는데 받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공손히 물었다.

그에 따르면 최근 환타지가 인기를 끌면서 일본처럼 룸이나 클럽에서 판타지캐릭터를 찾는 남성들이 많아 ‘코스프레 서비스’를 마련했다는 것. 코스프레란 만화영화 등에서 나오는 인물을 각종 분장을 통해 실제로 재현해내는 것을 말한다.

만화 캐릭터 분장해
저돌적인 ‘육탄공세’

지배인의 소개에 호기심이 일어 코스프레 서비스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자 잠시 뒤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방안으로 들어오는 아가씨를 본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룸살롱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미녀들이 분홍색 가발에 여고생 흰색 세라교복을 입고 등장한 것. 초이스 시간은 만화주인공박람회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자신을 최나영(23·가명)이라고 밝힌 아가씨는 “일본만화 여학생 캐릭터를 모방했다. 손님들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복장은 물론 캐릭터의 다양한 이미지도 모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아가씨를 고르는 기회가 있으며 파트너 바꾸기는 두 번 정도 가능하다.

초이스가 끝나고 본격 서비스 시간으로 들어서자 아가씨들은 돌아가며 쇼를 선보였다. 룸살롱 쇼는 다분히 형식적이고 아가씨들 표정도 소극적인데 반해 방석집 쇼는 보다 적극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편이었다.

캐릭터로 분장한 아가씨들은 저돌적인 육탄공세와 더불어 만화 속의 인물처럼 깜찍한 언행을 선보여 손님들이 기쁨의 환호를 지르게 만들었다. 또 아가씨들은 웬만한 남성들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방석집은 룸살롱보다 공간이 좁아 활동적으로 움직이진 못한다. 하지만 아가씨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진한 스킨십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방안에서 방석을 깔고 노는 특성상 놀다가 아가씨와 방에 드러누워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도 가능하다.

최씨에 따르면 최근엔 불시에 들이닥치는 단속 때문에 손님과 아가씨들을 모텔로 내보내는 방석집이 많아졌다. 이렇게 나가는 돈도 모두 술값에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룹섹스를 하듯 한 방에서 한꺼번에 관계를 갖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며 인근 모텔로 가는 것을 더 환영한다. 그러나 일부 손님들은 이를 즐기다 못해 온갖 변태적 행위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최씨는 전했다. 또 쇼 타임 중 관계를 가지려는 이들도 많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그럴 경우 처음엔 거부하지만 손님들 뜻이 강한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응한다고 한다.

집중단속 풍선효과?
유흥풍속 뒷걸음질?

대충 술자리를 끝낸 후 방석집 지배인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 지배인에 따르면 방석집은 작은 방에서 오붓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퇴근길에 혼자 찾아오는 손님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실제로 대개의 방석집들은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를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고 한다. 이 업소 역시 ‘나 홀로’ 손님에겐 6만 원 선에서 짧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지배인의 얘기였다.

지배인은 “혼자 오는 손님들은 퇴근길에 잠깐 들러 회포를 풀고 가는 식”이라며 “이들은 술이나 쇼보다 아가씨들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물간 술집의 대명사로 꼽히던 방석집. 그러나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방석집이 점차 호황을 누리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단지 성매매집결지(집창촌)에 대한 집중 단속으로 인한 ‘풍선효과’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의 유흥풍속이 과거로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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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