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화류계 돌고 도는 ‘복고열풍’ 실태

‘수질’과 ‘서비스’로 중무장한 ‘방석집’ 뜬다

[헤이맨라이프=서  준 대표] 룸살롱의 큰 방 말고 아담하고 밀폐된 곳에서 오붓하게 놀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비싸기만 하고 이젠 좀 식상한 룸살롱서비스에서 좀 더 이색적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룸살롱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온 마니아라면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룸살롱은 하드코어서비스란 게 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산만하고 손님을 대하는 아가씨들 태도는 ‘의무적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에 마니아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곳은 바로 이름도 유명한 ‘방석집’.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그 칙칙한 집들이 아니다. 겉으론 여전할지 몰라도 인테리어와 ‘수질’은 확실히 한 단계 올라갔다.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요정도 아니고 룸살롱도 아닌 어중간한 서비스 형태를 벗어나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것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방석집들 노력에 힘입어 인터넷 유흥 관련 사이트엔 방석집이 유흥문화의 새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방석집은 과거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방석집은 어떻게 업그레이드 됐는지 그 현장을 가본다.

흥정부터 시작…‘쇼부’에 따라 가격 천차만별
액기스만 즐기는 짧은 시간, 질펀한 긴 시간

방석집으로 유명한 중동의 방석집 골목. 골목입구에 들어서자 유리창 안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던 아가씨들이 밖으로 나와 호객을 한다. 호객행위를 하는 아가씨들을 ‘액면’이라고 한다. 대부분 업소의 간판급 아가씨들이다.

과거엔 예쁜 아가씨들이 호객을 하고 실제 접대는 평범한 아가씨들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오히려 손님들 발길을 끊는 행위란 것을 알고 난 뒤로는 이런 일은 대부분 사라졌다.

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흥정을 해온다. 방석집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 미리 흥정부터 한다. 룸살롱의 경우 일부 흥정제도를 도입한 곳도 있긴 하지만 방석집은 거의 모두가 흥정에 따라 술값이 정해진다.

호객 아가씨=액면
업소 간판급 아가씨

적어도 ‘수질’에 관한한 방석집은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을 필요가 없다. 유리창 너머로 대기 중인 아가씨들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까닭이다. 아가씨와 즐기는 게 주목적인 것을 감안하면 룸살롱보다 확실히 매력적 요소다. 뿐만 아니라 방석집 안에서 아가씨를 고른 뒤에도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

골목 중간 즈음 적당한 업소를 골라 입구에서 아가씨와 흥정했다. “아가씨들과 제대로 즐기시려면 길게 노는 쪽을 택하는 게 좋다. 긴 서비스는 맥주 한 짝이면 된다. 맥주 한 짝이라고 해봤자 병 크기도 작고 아가씨와 손님이 같이 마시므로 생각보다 양이 그리 많지 않다. 지금 우리 업소가 특별할인기간이므로 값은 단돈 20만원. 내일이면 할인기간이 끝난다.”

업계에선 흥정을 ‘쇼부 친다’고 말한다. 어떻게 쇼부 치느냐에 따라 값과 서비스 차이가 많다. 때문에 방석집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가면 남들보다 비싼 값에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만화캐릭터 모방하는 ‘코스프레 서비스’ 도입
쇼타임 끝나면 불 끄고 한데 어우러져 ‘부비’


일반적으로 방석집 메뉴는 맥주 4~5병쯤 나오는 기본메뉴와 속칭 ‘짝’으로 계산되는 메뉴가 있다. 짝이란 맥주 한 상자를 가리킨다. 방석집에서 제대로 된 풀코스서비스를 받으려면 맥주 한 짝을 시키는 게 일반화 돼있다. 이럴 경우 두 사람 기준으로 25만~30만원에서 해결된다. 룸살롱의 1인당 값으로 두 사람이 풀코스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마니아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방석집은 메뉴에 따라 값 기준이 있긴 하나 ‘고객맞춤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맞춤제란 손님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맞춤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방석집은 짧게 노는 것, 길게 노는 것 이렇게 두 종류의 맞춤서비스를 마련해 놓고 있다. 손님들은 목적에 따라 간단히 즐기다 갈 것인지 질펀하고 길게 즐기다 갈 것인지 정하면 된다.

맞춤서비스는 입구에서 흥정 때 결정된다. ‘짧게 놀다가 가고 싶다’고 말하면 방석집에서 알아서 서비스해준다. 하지만 짧게 노는 게 길게 노는 서비스의 핵심만 모았다고는 해도 아쉬운 점이 남는다. 짧게 노는 기본비용은 15만원 이하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된 방석집 서비스를 맛보려면 길게 노는 서비스를 택하는 게 좋다.

일단 맥주 한 짝에 20만원이란 흥정가격을 수락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방석집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다소 비좁은 방안에 방석을 깔고 앉는 것은 여전했다. 방으로 안내했던 아가씨가 사라지자 지배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타나 “20대와 30대 손님들을 위해 우리가 특별히 마련해 놓은 서비스가 있는데 받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공손히 물었다.

그에 따르면 최근 환타지가 인기를 끌면서 일본처럼 룸이나 클럽에서 판타지캐릭터를 찾는 남성들이 많아 ‘코스프레 서비스’를 마련했다는 것. 코스프레란 만화영화 등에서 나오는 인물을 각종 분장을 통해 실제로 재현해내는 것을 말한다.

만화 캐릭터 분장해
저돌적인 ‘육탄공세’

지배인의 소개에 호기심이 일어 코스프레 서비스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자 잠시 뒤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방안으로 들어오는 아가씨를 본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룸살롱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미녀들이 분홍색 가발에 여고생 흰색 세라교복을 입고 등장한 것. 초이스 시간은 만화주인공박람회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자신을 최나영(23·가명)이라고 밝힌 아가씨는 “일본만화 여학생 캐릭터를 모방했다. 손님들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복장은 물론 캐릭터의 다양한 이미지도 모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아가씨를 고르는 기회가 있으며 파트너 바꾸기는 두 번 정도 가능하다.

초이스가 끝나고 본격 서비스 시간으로 들어서자 아가씨들은 돌아가며 쇼를 선보였다. 룸살롱 쇼는 다분히 형식적이고 아가씨들 표정도 소극적인데 반해 방석집 쇼는 보다 적극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편이었다.

캐릭터로 분장한 아가씨들은 저돌적인 육탄공세와 더불어 만화 속의 인물처럼 깜찍한 언행을 선보여 손님들이 기쁨의 환호를 지르게 만들었다. 또 아가씨들은 웬만한 남성들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방석집은 룸살롱보다 공간이 좁아 활동적으로 움직이진 못한다. 하지만 아가씨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진한 스킨십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방안에서 방석을 깔고 노는 특성상 놀다가 아가씨와 방에 드러누워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도 가능하다.

최씨에 따르면 최근엔 불시에 들이닥치는 단속 때문에 손님과 아가씨들을 모텔로 내보내는 방석집이 많아졌다. 이렇게 나가는 돈도 모두 술값에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룹섹스를 하듯 한 방에서 한꺼번에 관계를 갖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며 인근 모텔로 가는 것을 더 환영한다. 그러나 일부 손님들은 이를 즐기다 못해 온갖 변태적 행위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최씨는 전했다. 또 쇼 타임 중 관계를 가지려는 이들도 많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그럴 경우 처음엔 거부하지만 손님들 뜻이 강한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응한다고 한다.

집중단속 풍선효과?
유흥풍속 뒷걸음질?

대충 술자리를 끝낸 후 방석집 지배인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 지배인에 따르면 방석집은 작은 방에서 오붓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퇴근길에 혼자 찾아오는 손님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실제로 대개의 방석집들은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를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고 한다. 이 업소 역시 ‘나 홀로’ 손님에겐 6만 원 선에서 짧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지배인의 얘기였다.

지배인은 “혼자 오는 손님들은 퇴근길에 잠깐 들러 회포를 풀고 가는 식”이라며 “이들은 술이나 쇼보다 아가씨들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물간 술집의 대명사로 꼽히던 방석집. 그러나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방석집이 점차 호황을 누리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단지 성매매집결지(집창촌)에 대한 집중 단속으로 인한 ‘풍선효과’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의 유흥풍속이 과거로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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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