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화류계 돌고 도는 ‘복고열풍’ 실태

‘수질’과 ‘서비스’로 중무장한 ‘방석집’ 뜬다

[헤이맨라이프=서  준 대표] 룸살롱의 큰 방 말고 아담하고 밀폐된 곳에서 오붓하게 놀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비싸기만 하고 이젠 좀 식상한 룸살롱서비스에서 좀 더 이색적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은 없을까. 룸살롱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온 마니아라면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룸살롱은 하드코어서비스란 게 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산만하고 손님을 대하는 아가씨들 태도는 ‘의무적 테두리’를 벗어나기 힘들다. 이에 마니아들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곳은 바로 이름도 유명한 ‘방석집’. 이제 더 이상 예전의 그 칙칙한 집들이 아니다. 겉으론 여전할지 몰라도 인테리어와 ‘수질’은 확실히 한 단계 올라갔다.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요정도 아니고 룸살롱도 아닌 어중간한 서비스 형태를 벗어나 이색적이고 독창적인 것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방석집들 노력에 힘입어 인터넷 유흥 관련 사이트엔 방석집이 유흥문화의 새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방석집은 과거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방석집은 어떻게 업그레이드 됐는지 그 현장을 가본다.

흥정부터 시작…‘쇼부’에 따라 가격 천차만별
액기스만 즐기는 짧은 시간, 질펀한 긴 시간

방석집으로 유명한 중동의 방석집 골목. 골목입구에 들어서자 유리창 안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던 아가씨들이 밖으로 나와 호객을 한다. 호객행위를 하는 아가씨들을 ‘액면’이라고 한다. 대부분 업소의 간판급 아가씨들이다.

과거엔 예쁜 아가씨들이 호객을 하고 실제 접대는 평범한 아가씨들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오히려 손님들 발길을 끊는 행위란 것을 알고 난 뒤로는 이런 일은 대부분 사라졌다.

이 골목으로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흥정을 해온다. 방석집에 대해 잘 아는 이들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 미리 흥정부터 한다. 룸살롱의 경우 일부 흥정제도를 도입한 곳도 있긴 하지만 방석집은 거의 모두가 흥정에 따라 술값이 정해진다.

호객 아가씨=액면
업소 간판급 아가씨

적어도 ‘수질’에 관한한 방석집은 다른 사람의 추천을 받을 필요가 없다. 유리창 너머로 대기 중인 아가씨들을 직접 보고 고를 수 있는 까닭이다. 아가씨와 즐기는 게 주목적인 것을 감안하면 룸살롱보다 확실히 매력적 요소다. 뿐만 아니라 방석집 안에서 아가씨를 고른 뒤에도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 바꿀 수 있다.

골목 중간 즈음 적당한 업소를 골라 입구에서 아가씨와 흥정했다. “아가씨들과 제대로 즐기시려면 길게 노는 쪽을 택하는 게 좋다. 긴 서비스는 맥주 한 짝이면 된다. 맥주 한 짝이라고 해봤자 병 크기도 작고 아가씨와 손님이 같이 마시므로 생각보다 양이 그리 많지 않다. 지금 우리 업소가 특별할인기간이므로 값은 단돈 20만원. 내일이면 할인기간이 끝난다.”

업계에선 흥정을 ‘쇼부 친다’고 말한다. 어떻게 쇼부 치느냐에 따라 값과 서비스 차이가 많다. 때문에 방석집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가면 남들보다 비싼 값에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만화캐릭터 모방하는 ‘코스프레 서비스’ 도입
쇼타임 끝나면 불 끄고 한데 어우러져 ‘부비’


일반적으로 방석집 메뉴는 맥주 4~5병쯤 나오는 기본메뉴와 속칭 ‘짝’으로 계산되는 메뉴가 있다. 짝이란 맥주 한 상자를 가리킨다. 방석집에서 제대로 된 풀코스서비스를 받으려면 맥주 한 짝을 시키는 게 일반화 돼있다. 이럴 경우 두 사람 기준으로 25만~30만원에서 해결된다. 룸살롱의 1인당 값으로 두 사람이 풀코스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마니아들의 시선을 잡아끌기에 충분하다.

이처럼 방석집은 메뉴에 따라 값 기준이 있긴 하나 ‘고객맞춤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고객맞춤제란 손님들이 원하는 바에 따라 맞춤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방석집은 짧게 노는 것, 길게 노는 것 이렇게 두 종류의 맞춤서비스를 마련해 놓고 있다. 손님들은 목적에 따라 간단히 즐기다 갈 것인지 질펀하고 길게 즐기다 갈 것인지 정하면 된다.

맞춤서비스는 입구에서 흥정 때 결정된다. ‘짧게 놀다가 가고 싶다’고 말하면 방석집에서 알아서 서비스해준다. 하지만 짧게 노는 게 길게 노는 서비스의 핵심만 모았다고는 해도 아쉬운 점이 남는다. 짧게 노는 기본비용은 15만원 이하다. 하지만 역시 제대로 된 방석집 서비스를 맛보려면 길게 노는 서비스를 택하는 게 좋다.

일단 맥주 한 짝에 20만원이란 흥정가격을 수락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방석집이란 타이틀에 걸맞게 다소 비좁은 방안에 방석을 깔고 앉는 것은 여전했다. 방으로 안내했던 아가씨가 사라지자 지배인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타나 “20대와 30대 손님들을 위해 우리가 특별히 마련해 놓은 서비스가 있는데 받아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공손히 물었다.

그에 따르면 최근 환타지가 인기를 끌면서 일본처럼 룸이나 클럽에서 판타지캐릭터를 찾는 남성들이 많아 ‘코스프레 서비스’를 마련했다는 것. 코스프레란 만화영화 등에서 나오는 인물을 각종 분장을 통해 실제로 재현해내는 것을 말한다.

만화 캐릭터 분장해
저돌적인 ‘육탄공세’

지배인의 소개에 호기심이 일어 코스프레 서비스를 받겠다고 했다. 그러자 잠시 뒤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방안으로 들어오는 아가씨를 본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룸살롱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미녀들이 분홍색 가발에 여고생 흰색 세라교복을 입고 등장한 것. 초이스 시간은 만화주인공박람회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자신을 최나영(23·가명)이라고 밝힌 아가씨는 “일본만화 여학생 캐릭터를 모방했다. 손님들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복장은 물론 캐릭터의 다양한 이미지도 모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에 따르면 아가씨를 고르는 기회가 있으며 파트너 바꾸기는 두 번 정도 가능하다.

초이스가 끝나고 본격 서비스 시간으로 들어서자 아가씨들은 돌아가며 쇼를 선보였다. 룸살롱 쇼는 다분히 형식적이고 아가씨들 표정도 소극적인데 반해 방석집 쇼는 보다 적극적이고 생동감이 넘치는 편이었다.

캐릭터로 분장한 아가씨들은 저돌적인 육탄공세와 더불어 만화 속의 인물처럼 깜찍한 언행을 선보여 손님들이 기쁨의 환호를 지르게 만들었다. 또 아가씨들은 웬만한 남성들 요구는 대부분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방석집은 룸살롱보다 공간이 좁아 활동적으로 움직이진 못한다. 하지만 아가씨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진한 스킨십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방안에서 방석을 깔고 노는 특성상 놀다가 아가씨와 방에 드러누워 진한 애정행각을 벌이는 것도 가능하다.

최씨에 따르면 최근엔 불시에 들이닥치는 단속 때문에 손님과 아가씨들을 모텔로 내보내는 방석집이 많아졌다. 이렇게 나가는 돈도 모두 술값에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룹섹스를 하듯 한 방에서 한꺼번에 관계를 갖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며 인근 모텔로 가는 것을 더 환영한다. 그러나 일부 손님들은 이를 즐기다 못해 온갖 변태적 행위를 요구하기도 한다고 최씨는 전했다. 또 쇼 타임 중 관계를 가지려는 이들도 많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그럴 경우 처음엔 거부하지만 손님들 뜻이 강한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응한다고 한다.

집중단속 풍선효과?
유흥풍속 뒷걸음질?

대충 술자리를 끝낸 후 방석집 지배인과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 지배인에 따르면 방석집은 작은 방에서 오붓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퇴근길에 혼자 찾아오는 손님들이 의외로 많다고 한다. 실제로 대개의 방석집들은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를 따로 마련해 놓고 있다고 한다. 이 업소 역시 ‘나 홀로’ 손님에겐 6만 원 선에서 짧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지배인의 얘기였다.

지배인은 “혼자 오는 손님들은 퇴근길에 잠깐 들러 회포를 풀고 가는 식”이라며 “이들은 술이나 쇼보다 아가씨들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과거 한물간 술집의 대명사로 꼽히던 방석집. 그러나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오히려 업그레이드된 방석집이 점차 호황을 누리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단지 성매매집결지(집창촌)에 대한 집중 단속으로 인한 ‘풍선효과’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사회의 유흥풍속이 과거로 뒷걸음질치고 있기 때문일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