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호남 대숙청’ 시나리오 뜨는 내막

민주당, 전라도와 경상도 가르는 ‘화개장터’?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당이 안팎으로 시끄럽다. 시민세력에 의해 외적 입지가 좁아진데 이어 내분까지 휩싸이는 양상이다.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때 이른 ‘호남 대숙청 시나리오’가 뜨면서다. 당 쇄신과 야권통합이 ‘호남물갈이’를 겨냥하고 있는 것. 게다가 비주류격인 친노(親盧)진영은 본격 ‘호남색 지우기’에 나설 태세이다. 서서히 점화되는 ‘노풍’에 호남 인사들의 반발로 당이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지르는 ‘화개장터’로 전락한 모양새다.

당 쇄신야권대통합 등 정계개편은 ‘호남물갈이’ 겨냥
당 안팎의 친노계 인사들 ‘호남당’ 인식 지우기에 나서

민주당에 ‘호남 대숙청 시나리오’가 떴다. 선거시즌이 본격화되며 당의 쇄신과 야권통합 등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예고되면서다. 지난 10‧26 재보선을 통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체감하며 변화 없이는 내년 총?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현재 당 지도부는 가장 먼저 공천혁신을 꺼내들며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예고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새롭고 신선한 인재 수혈로 민주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공천혁신이 이루어질 경우 논쟁의 초점은 단연 ‘호남물갈이’에 맞춰진다.

물갈이 직격탄
호남이 ‘0순위’ 

현재 민주당 소속 의원의 절반 이상은 호남지역 의원들이다. 이에 당의 쇄신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호남권의 개혁이 급선무라는 것. 게다가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표밭’이자 확고한 지지기반이다. 참신한 인재들을 영입해 진입장벽을 과감하게 제거해주기 위해서는 호남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때문에 호남지역의 중진의원들은 언제나 물갈이 대상 ‘0순위’로 꼽힌다. 

당내 개혁특위가 지역구 공천 방식과 관련해서도 신진인사 발탁을 염두에 둔 배심원제를 호남 등 당세가 강한 지역에 제한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호남물갈이를 뒷받침한다.

야권통합 논의에 있어서도 민주당의 ‘기득권 포기’가 전제되고 있다. 야권통합이 성립되려면 민주당이 맨 먼저 자리를 내줘야 하는 곳이 ‘호남’이란 얘기다. 일각에서는 야권통합 내지 연대가 이뤄질 경우 민주당이 30% 지분을 갖게 된다는 설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심지어 ‘박원순 캠프’를 주도한 ‘혁신과 통합’ 측에서 총선 지분을 5:5로 민주당에게 요구했다는 후문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당 안팎에서는 호남색을 과감히 지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0‧26 재보선을 통해 지역정당의 한계를 체감해서다. 민주당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텃밭인 호남 지역 2곳을 제외하고는 전멸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 간판’으로는 텃밭 이외에서는 승리할 수 없음을 확인했다.

특히 문재인‧이해찬 등 친노의 거목들이 대거 포진된 ‘혁신과 통합’에서 심혈을 기울인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 깃발로 시련을 겪었다. 민주당의 지역정당 이미지를 벗기지 않고선 설 자리가 없음을 절감한 것이다. 이에 친노인사들은 본격 호남당 이미지 지우기에 발벗고 나섰다.

이들은 민주당만의 단독 전당대회를 반대하고, ‘통합창당대회’로 가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내년 총선에 나갈 예비후보 등록일이 오는 12월14일인 만큼 이전까지 통합정당을 만들어야 선거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친노진영 결집
‘호남색’ 지우기

과거 친노진영은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에도 “호남이 흔들려야 영남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당시에도 친노진영을 중심으로 민주당 내의 뜻을 같이하는 의원들이 동참하며 신당을 창당시켰다. 

하지만 친노진영에서는 과거 민주당 분열방식의 통합으로 실패를 맛본 상태다. 이로 말미암아 이번에는 통합의 실질적인 중심은 민주당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일 “민주당이 당내 결의로 통째로 참여하는 통합만 우리가 추구할 바”라고 주장한 것.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민주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혁신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에 당 지도부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하며 혁신과 통합과 뜻을 같이 했다. 손 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달 말까지 통합정당 추진 기구를 결성하고 다음 달 말까지 통합을 완료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전에 ‘혁신과 통합’의 공동대표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사실상 통합에 주도적으로 나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미가 더 짙다.

이러한 통합정당창당 계획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당내 극심한 반발 기류가 형성됐기 때문. 당 쇄신이 우선임과 동시에 친노진영 주도의 통합이 ‘도로 열린우리당’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다. 게다가 진보정당 측 역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만의 전당대회를 치르게 되더라도 친노진영에서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전당대회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 한 전 총리는 현재 금품수수혐의에서 잇따라 무죄판결을 받으며 족쇄가 풀린 상태다.

‘한명숙 귀환’으로 당 장악 노린 친노계 vs 호남계 기싸움
호남계 “민주당을 통째로 거저먹겠다는 욕심” 불만 토로

현재 차기당권은 호남의원으로 대표되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독주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친노진영은 ‘안철수 바람’으로 보여진 새로운 정치에 대한 민심의 열망에 박 전 원내대표가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또 박 전 원내대표가 야권통합과 당 쇄신 등 민주당의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장인지도 의문이다.

이에 반해 친노진영은 한 전 총리가 ‘야권통합의 적임자’라는 기치를 내세울 수 있다. 한 전 총리는 10ㆍ26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고, 야권 주요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게다가 당 쇄신과 맞물려 한 전 총리가 박 전 원내대표보다 신선하다며 평가 우위에 두고 있다.

무엇보다 한 전 총리의 잇따른 무죄판결에 ‘현 정권이 이전 정권 인사에 대한 정치 탄압’이었다는 비판여론이 형성돼 있는 상태다. 때문에 친노진영에서는 내년 총‧대선도 임기 말로 치닫는 현 정권에 대한 심판 형태로 진행될 경우 한 전 총리가 유리한 구도로 이끌고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일 의원총회 참석 후 나온 한 전 총리는 민주당 당권 도전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결정한 바 없다”면서도 “이제 판결이 났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를 하는 구도를 넓힐 생각이다”고 유보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일단 한 전 총리는 오랫동안 진행된 검찰 조사로 위축된 심신을 정리한 후 본격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의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는 상태다. 호남의 한 중진의원은 “선거 때 호남표로 당선되고도 선거만 끝나면 호남당 탈피를 외치는 것은 정치도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장세환 민주당 의원도 지난 2일 문 이사장을 성토하는 개인 성명을 냈다. 장 의원은 “민주당 밖의 인사인 문재인 이사장이 통합협상이 논의되기도 전에 ‘다 버리라’며 통합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다”며 “그의 발언은 공천 지분권을 챙기고 민주당을 통째로 거저먹겠다는 욕심의 발로로서 정치적 금도를 벗어났다”고 토로했다.

절체절명 당 위기
탈출구 마련 시급


이어 호남권 의원들은 결속력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박주선 최고위원이 당권도전 준비조직 성격으로 출범 시킨 ‘동북아위원회’에 정세균 최고위원이 고문을 맡은 것은 호남권 결속의 신호탄으로 보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 최고위원 스스로 ‘호남물갈이’를 주장한 바 있음에도 이를 호남의 전략적 연대, 제휴의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특히 호남에 대한 역차별이 가시화된다면 호남 인사들이 본격적인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당내 갈등의 여지가 확산되며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지역정당의 한계라는 과제를 풀어야 하지만 지나치게 호남물갈이만을 공격할 경우 정통 지지기반인 호남층의 이탈 위험성도 존재한다. 위기의 기로에서 딜레마에 빠진 민주당에 탈출구 전략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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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