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파격행보’ 파장 어디까지?

2012년 여‧야 운명 ‘시장님’ 손에 달렸소이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바닥민심 살피기’ 행보가 지속되고 있다. 박 시장은 ‘시민 중심의 서울’을 강조하며 시종일관 자세는 낮추고, 눈높이는 서민에 맞추고 있는 것. 시민들은 ‘파격적’이라는 열렬한 환호와 함께 ‘미래 서울’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사실상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수도권민심의 바로미터였던 셈이다. 때문에 향후 박 시장의 행보가 내년 총?대선에서 여권과 야권의 운명을 가르는 주요한 변수로 작용될 전망이다.

시민들과 스킨십‧소통 강화하며 바닥민심에 집중 
MB 어묵 vs 박원순 떡볶이…‘유종의 미’가 중요
 
박원순 서울시장의 친서민 행보가 연일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 시장은 당선 이전부터 이용하던 대중교통으로 출근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게다가 “시장이 시장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며 시장을 찾아 직접 바닥민심을 살피고 있다. 시공무원들과의 스킨십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에 박 시장에 대한 긍정적 반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친서민 행보 눈길
시민 스킨십 강화

지난달 27일 새벽 6시30분 방배동 자택을 나선 박 시장이 취임 첫날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노량진 수산시장. 비서 2명과 함께 택시를 타고 현장을 방문한 박 시장은 상인과 시민들을 만나 “열심히 일 하겠다”며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박 시장이 선거기간 중에 시장이 되면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말한 바 있어 가장 먼저 시민과의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어 박 시장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시 청사로 출근했다. 시청에 출근한 박 시장이 가장 먼저 들른 곳도 다름 아닌 종합민원실이다. 기존 서울시장들이 출근한 뒤 곧장 집무실로 올라갔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라는 평이다. 민원실을 찾은 박 시장은 일반 시민 및 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했다. 다음 도 공무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업무보고를 받았다.

지난 2일에는 새벽부터 관악구 서원동 환경미화원 휴게실을 찾아 미화원들과 함께 길거리 청소를 하며 그들의 고충을 귀담아 들었다. 주말에도 박 시장은 오랜 단골이었던 골목책방과 영천시장을 직접 찾았고, 시민들과 함께 떡볶이를 먹기도 했다. 거리에서 마주친 시민과 일일이 악수했고, 사진 속 모델이 되는 여유도 보여줬다.

이에 주변에 모인 시민들은 “시장님 파이팅”이라며 환호를 보내는 풍경도 연출됐다. 또 어떤 여학생이 “재수 중인데 위로 좀 해달라”고 하자 박 시장은 “저는 재수를 두 번이나 했다. 고등학교, 대학교 다 재수했었다”며 위트 섞인 말로 힘을 북돋아 주기도 했다.

형식과 격식에 구애받지 않는 박 시장의 탈권위주의적인 모습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전 시장들이 시장 당선증을 직접 가서 받았던 전례를 깨고 측근을 시켜 대신 받도록 한 것. 게다가 지난 2일 간부정례회의도 시공무원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애쓰며, 각 업무에 일일이 관심을 표명했다.

박 시장의 첫 째 업무도 핵심 공약의 이행이었다. 월동대책, 서민복지, 무상급식 등 민생과 관련된 시정현안을 먼저 챙긴 것. 이에 공약사항이던 초등학교 5~6학년에 대한 무상급식을 11월부터 실시하게 됐다.

확 바뀐 서울시
정무라인 최소화

박 시장의 집무실은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주제로 꾸며질 예정이다. 그는 희망제작소 사무실에 있던 책을 시청에 옮겨 도서관 같은 집무실을 꾸민다는 계획이다. 또 정책비서관과 수행비서관이 머물던 정책실 역시 시민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변했다. 박 시장은 “시청 문을 언제든지 열어놓고 있을 계획”이라며 “시장이니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취임식도 ‘온라인 생중계’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지난 1일 “취임식에 대해 새로운 의견을 계속 받을 생각이지만 온라인으로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시민시장’이미지에 걸맞게 보다 많은 시민과 함께 취임식을 갖고자 하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시장을 보좌하는 정무라인도 최소화해 운영된다. 박 시장은 지난 1일 정무부시장에 김형주 전 국회의원을 내정하며 정무라인을 꾸렸다. 정무부시장은 국회와 서울시의회, 언론, 정당과의 업무를 협의 조정하는 역할이다.

선거캠프에서 비서실장과 정책단장을 맡았던 기동민 전 민주당 부대변인과 서왕진 전 환경정의연구소장은 각각 정무수석비서관과 정책특보에 내정했다. 캠프 상황실 부실장이었던 권오중 전 청와대 행정관도 시장 비서실장으로 낙점된 상태다.

시장의 ‘입’을 담당할 대변인 자리엔 캠프 쪽 인사가 아닌 류경기 전 한강사업본부장을 내정했다. 박 시장의 정무진은 총 10여 수준으로 20여 이었던 오세훈 전 시장의 절반 수준이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공무원으로 비서진을 꾸리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권위를 타파하고 민생을 챙기는 박 시장의 행보에 시민들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간 정부 인사들과 비교하면 차별성이 두드러진다는 이유에서다. “친서민 행보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기대 섞인 반응도 보였다.

서울시 직원들 역시 박 시장의 행보에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처음 박원순 시장이 취임할 때만 해도 공무원들이 내심 부담을 느끼는 눈치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며 “시장이 자칫 경직될 수 있는 행정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한 것.

‘박’ 시민과 신뢰‧교감 지속되면 총‧대선 야권탄력
‘전세 역전’ 위한 기득권세력의 집중공세 심화될 것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도 시장 골목을 찾아 어묵을 먹고, 국민들과 사진도 찍었다. 게다가 친서민 공정사회를 정책기조로 내세웠다. 하지만 부자감세를 비롯해 공정사회 기조에 어긋나는 권력형 측근비리가 연일 터지며 민심이반이 속출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현재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 사실상 국가 부채 규모가 무려 1848조원 이상이다. 국민들이 부담할 부채인 셈.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에도 어긋나게 서민경제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마찬가지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한강르네상스 사업, 디자인 서울 등 전시성 행정에 올인한 결과 서울시 부채만 25조원에 달할 정도로 시정이 엉망이다. 서울시의 과도한 홍보비, 호화 밥값 등에 혈세낭비도 심각했다. 

이에 서울시장 보선은 현 정권에 대한 심판론적 의미가 짙었다. 때문에 박 시장의 친서민 행보가 ‘일회성 쇼’에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 2012년 총‧대선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박 시장에 대한 서민 교감과 신뢰가 지속될 내년 선거정국 분위기를 계속 야권이 주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상 수도권 민심은 현재 야권의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해 6‧2 지방선거에서 서울 25개 구청장 중 민주당 출신이 21곳을 차지하고, 서울시의원도 106석 중 79석을 민주당이 차지했다. 이어진 4‧27 재보선에서는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경기 성남 분당에서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당선됐다.


‘박’ 신뢰 지속되면
내년 야권강세 지속

게다가 이번 10‧26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야권단일후보인 박 시장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서울 25개구 중 한나라당이 이긴 곳은 서초‧강남‧송파‧용산 4개구뿐이다. 이는 내년 총선으로 미루어본다면 48개의 지역구 중 40개 지역구에서 야권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은 2007년 이명박 대선 승리로 연결됐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범야권 후보 박 시장의 당선은 내년 총‧대선에서 야권 승리의 징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엉망이다”라는 평가가 줄을 잇게 되면 선거의 전세는 역전될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의 서민 행보에 대해 기득권 세력들의 집중공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선거 기간 동안 제대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각종 의혹들 또한 박 시장이나 여야 모두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집권여당으로선 없는 먼지도 털어내려 사력을 다 할 것이기에 이를 해소하거나 방어하려는 박 시장과 야권의 수성전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현 정권이 ‘박원순 죽이기’에 나선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어 박 시장의 생사 여부가 내년 선거판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래저래 여야의 생사 희비쌍곡선은 박 시장의 생사에 걸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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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