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중앙회장, 선거전 물밑작업 논란

물불 가리지 말고 슈퍼파워 ‘철밥통 자리’ 지켜라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단임 약속을 깨고 연임에 나서서다. 이번 선거는 최 회장과 김병원 조합장, 최덕규 조합장이 3파전을 이룰 전망이다. 하지만 농협 안팎에선 최 회장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일찌감치 물밑작업에 착수, 든든한 기반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농협 내부의 시선은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 농협노조와 일부 조합장들은 단임제로 운영키로 한 취지를 거스르면서 연임을 추진하는 최 회장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막은 채 연임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임 노리고 대의원들에게 향응 제공 의혹 불거져
포항동지상고 동문 MB와의 학연 활용 주장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오는 18일로 확정됐다. 이번 선거에서 회장으로 선출되면 향후 4년간 농협을 이끌게 된다. 중앙회장 후보로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전남 나주·남평 김병원 조합장, 경남 합천 최덕규 조합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농협 안팎에선 최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일찌감치 물밑작업에 착수, 기반을 든든하게 다져놨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 회장 연임
확정적 견해 많아

중앙회장 선거 방식은 최 회장 임기에 전국 조합장 1170여명이 뽑는 직선제에서 대의원 288명만 투표권을 갖는 간선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최 회장은 올 들어 20여개 자회사의 임원 자리가 비면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들을 앉히고 있다. 농협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렇게 자회사 임원이 된 대의원이 54명에 달한다. 이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의 18.8%에 해당한다.

농협 내부관계자는 “과거에는 농협 자회사 임원에 옛 조합장과 농협 내부 인사 등도 임명됐지만, 올 들어서는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만이 임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월 200만~300만원의 월급을 따로 받을 수 있다.

최 회장은 또 연임을 노리고 대의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의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의 임원 17명이 미국 연수를 다녀오면서 명품 핸드백을 선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사람에 530만원씩 모두 9000만원의 연수비용은 농협중앙회가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뿐만 아니라 다른 자회사들도 해외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연수 비용으로 올해 들어서만 60여차례 4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을 정도다.

이밖에 사업활성화 지원금 2조8500억원이 대의원 조합에 집중적으로 배정된 사실도 논란이 됐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최 회장은 현재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288명 가운데 150명 이상을 우군화 해놓은 상태라는 전언이다.

포항동지상고 동문인 이명박 대통령과의 학연을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열린 포항동지상고 동문회에 참석해 인연을 과시했다. 이어 지난 9월 서울 상암운동장에서 열린 ‘전국 농업인 한마음 전진대회’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이와 관련, 농협 내부관계자는 “농협 창립 50주년 맞아 열린 행사에서 4만 명의 농민 조합원을 위한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었다”며 “이 대통령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최 회장과의 우정을 과시하는 자리 같았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최 회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농협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최 회장을 도와주기 위해 투표권이 있는 농협 대의원 조합장 288명을 이달 중 청와대로 초청할 계획’이라는 설이 나돈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할 계획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 같은 설은 현실이 됐다. 최 회장이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공헌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 수상자로 선정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최 회장은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 대통령에게 훈장을 수여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훈장 수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농협 내부에서 회자되던 ‘설’을 의식한 결과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현재 농협은 최 회장의 수훈 사실을 쉬쉬하고 있으며, 훈장은 추후 수여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탑산업훈장 수훈
농협?최 회장 ‘쉬쉬’

최 회장의 이 같은 연임 움직임을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농협노조와 일부 조합장들은 단임제로 운영키로 한 취지를 거스르면서 연임을 추진하는 최 회장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최근 농협 공동대책위원회는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본관 앞에서 노동자·농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최 회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공동대책위는 전국농민화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금융산업노조 농협중앙회지부, NH농협중앙회노조, 농협중앙회비정규노조, 전국농협노조, 전국축협노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동대책위는 “최 회장의 지난 임기 4년은 50년 농협이 일거에 해체될 수 있는 시한폭탄을 장착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회장직을 이용한 권력형 비리는 또 얼마나 드러날지 모를 일”이라며 “최 회장이 끝내 노욕을 버리지 못하고 농협중앙회 회장직에 도전하게 된다면 세상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회사 임원 자리에 투표권 있는 대의원 앉혀
농협노조 등 조직적 반발 외면한 채 연임작업


이 같은 반발에도 최 회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모습이다. 주변의 비판에 귀를 막고 묵묵히 재임 물밑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이 이처럼 회장직에 목을 메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30조원에 25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한 조직이다. 중앙회 산하에 지역조합만도 1170개가 있고 중앙회 임직원만도 1만8000명이나 된다. 조합원은 240만명에 이른다. 중앙회 회장은 이 조직을 등에업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국회의원들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게 농협 중앙회장이다.

중앙회장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각종 이권과 얽혀있다. 이 때문에 회장 직선제로 바뀐 1988년 이후 3명의 회장이 모두 감옥살이를 했다. 한호선(14~15대, 1988~1994), 원철희(16~17대, 1994~1999) 회장은 공금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대근(18~20대, 1999~2007) 회장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때문에 회장의 인사권이 배제되고 회장직이 상임에서 비상임으로 바뀌는 등 중앙회장의 권한이 많이 축소 됐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일 뿐 아직까지 대부분의 권한은 회장이 행사한다는 설명이다.

농협 내부관계자는 “수십억원씩을 써가며 중앙회장이 되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회장의 영향력은 연봉이나 조직의 수장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고 말했다.

단임제 바꾼 장본인
규정상 하자 없다

최 회장은 지난 2009년 농협법을 개정하며 임기를 연임제에서 단임제로 바꾼 장본인이다. 연임에 따른 조직의 파행운영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후 최 회장은 언론을 통해 올해를 끝으로 물러날 것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 회장은 재출마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지난 3월 ‘신용-경제 분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장본인으로서 사업개편 작업을 제대로 마무리 하겠다는 게 최 회장의 연임 도전 명분이다.

단임제로 바뀐 건 최 회장 재임기간 중이므로 최 회장만은 연임이 가능하다. 규정 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 다만 연임제를 단임제로 바꿨던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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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