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농협중앙회장, 선거전 물밑작업 논란

물불 가리지 말고 슈퍼파워 ‘철밥통 자리’ 지켜라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회장 선거를 앞두고 농협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단임 약속을 깨고 연임에 나서서다. 이번 선거는 최 회장과 김병원 조합장, 최덕규 조합장이 3파전을 이룰 전망이다. 하지만 농협 안팎에선 최 회장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일찌감치 물밑작업에 착수, 든든한 기반을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농협 내부의 시선은 그리 달가워 보이지 않는다. 농협노조와 일부 조합장들은 단임제로 운영키로 한 취지를 거스르면서 연임을 추진하는 최 회장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막은 채 연임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연임 노리고 대의원들에게 향응 제공 의혹 불거져
포항동지상고 동문 MB와의 학연 활용 주장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오는 18일로 확정됐다. 이번 선거에서 회장으로 선출되면 향후 4년간 농협을 이끌게 된다. 중앙회장 후보로는 최원병 농협중앙회장과 전남 나주·남평 김병원 조합장, 경남 합천 최덕규 조합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농협 안팎에선 최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견해가 많다. 일찌감치 물밑작업에 착수, 기반을 든든하게 다져놨기 때문이다.

사실상 최 회장 연임
확정적 견해 많아

중앙회장 선거 방식은 최 회장 임기에 전국 조합장 1170여명이 뽑는 직선제에서 대의원 288명만 투표권을 갖는 간선제 방식으로 변경됐다. 최 회장은 올 들어 20여개 자회사의 임원 자리가 비면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들을 앉히고 있다. 농협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렇게 자회사 임원이 된 대의원이 54명에 달한다. 이는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의 18.8%에 해당한다.

농협 내부관계자는 “과거에는 농협 자회사 임원에 옛 조합장과 농협 내부 인사 등도 임명됐지만, 올 들어서는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만이 임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월 200만~300만원의 월급을 따로 받을 수 있다.

최 회장은 또 연임을 노리고 대의원들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의의 자회사인 농협유통의 임원 17명이 미국 연수를 다녀오면서 명품 핸드백을 선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사람에 530만원씩 모두 9000만원의 연수비용은 농협중앙회가 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뿐만 아니라 다른 자회사들도 해외 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연수 비용으로 올해 들어서만 60여차례 4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을 정도다.

이밖에 사업활성화 지원금 2조8500억원이 대의원 조합에 집중적으로 배정된 사실도 논란이 됐다. 이 같은 방법을 통해 최 회장은 현재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288명 가운데 150명 이상을 우군화 해놓은 상태라는 전언이다.

포항동지상고 동문인 이명박 대통령과의 학연을 활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청와대에서 열린 포항동지상고 동문회에 참석해 인연을 과시했다. 이어 지난 9월 서울 상암운동장에서 열린 ‘전국 농업인 한마음 전진대회’에는 이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다.

이와 관련, 농협 내부관계자는 “농협 창립 50주년 맞아 열린 행사에서 4만 명의 농민 조합원을 위한 프로그램은 하나도 없었다”며 “이 대통령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최 회장과의 우정을 과시하는 자리 같았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최 회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농협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최 회장을 도와주기 위해 투표권이 있는 농협 대의원 조합장 288명을 이달 중 청와대로 초청할 계획’이라는 설이 나돈 바 있다. 그 자리에서 이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금탑산업훈장을 수여할 계획이라는 말도 있었다.

이 같은 설은 현실이 됐다. 최 회장이 농협 사업구조 개편에 공헌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 수상자로 선정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최 회장은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 대통령에게 훈장을 수여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 농협중앙회장에 대한 훈장 수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농협 내부에서 회자되던 ‘설’을 의식한 결과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따라서 현재 농협은 최 회장의 수훈 사실을 쉬쉬하고 있으며, 훈장은 추후 수여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탑산업훈장 수훈
농협?최 회장 ‘쉬쉬’

최 회장의 이 같은 연임 움직임을 바라보는 내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농협노조와 일부 조합장들은 단임제로 운영키로 한 취지를 거스르면서 연임을 추진하는 최 회장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최근 농협 공동대책위원회는 농협중앙회 중앙본부 본관 앞에서 노동자·농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최 회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공동대책위는 전국농민화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금융산업노조 농협중앙회지부, NH농협중앙회노조, 농협중앙회비정규노조, 전국농협노조, 전국축협노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동대책위는 “최 회장의 지난 임기 4년은 50년 농협이 일거에 해체될 수 있는 시한폭탄을 장착한 것이나 다름이 없고 회장직을 이용한 권력형 비리는 또 얼마나 드러날지 모를 일”이라며 “최 회장이 끝내 노욕을 버리지 못하고 농협중앙회 회장직에 도전하게 된다면 세상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회사 임원 자리에 투표권 있는 대의원 앉혀
농협노조 등 조직적 반발 외면한 채 연임작업


이 같은 반발에도 최 회장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모습이다. 주변의 비판에 귀를 막고 묵묵히 재임 물밑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이 이처럼 회장직에 목을 메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30조원에 25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거대한 조직이다. 중앙회 산하에 지역조합만도 1170개가 있고 중앙회 임직원만도 1만8000명이나 된다. 조합원은 240만명에 이른다. 중앙회 회장은 이 조직을 등에업고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국회의원들조차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게 농협 중앙회장이다.

중앙회장으로 선출된 이후에도 각종 이권과 얽혀있다. 이 때문에 회장 직선제로 바뀐 1988년 이후 3명의 회장이 모두 감옥살이를 했다. 한호선(14~15대, 1988~1994), 원철희(16~17대, 1994~1999) 회장은 공금을 개인적으로 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대근(18~20대, 1999~2007) 회장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이 때문에 회장의 인사권이 배제되고 회장직이 상임에서 비상임으로 바뀌는 등 중앙회장의 권한이 많이 축소 됐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일 뿐 아직까지 대부분의 권한은 회장이 행사한다는 설명이다.

농협 내부관계자는 “수십억원씩을 써가며 중앙회장이 되려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회장의 영향력은 연봉이나 조직의 수장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다”고 말했다.

단임제 바꾼 장본인
규정상 하자 없다

최 회장은 지난 2009년 농협법을 개정하며 임기를 연임제에서 단임제로 바꾼 장본인이다. 연임에 따른 조직의 파행운영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것이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후 최 회장은 언론을 통해 올해를 끝으로 물러날 것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최 회장은 재출마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 지난 3월 ‘신용-경제 분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농협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장본인으로서 사업개편 작업을 제대로 마무리 하겠다는 게 최 회장의 연임 도전 명분이다.

단임제로 바뀐 건 최 회장 재임기간 중이므로 최 회장만은 연임이 가능하다. 규정 상 아무런 하자가 없다. 다만 연임제를 단임제로 바꿨던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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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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