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되면 울릴’ 정계개편 총성

거대 야당이 꿈틀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정계개편의 바람이 여의도 국회를 관통하고 있다. 한국당은 바미당에게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평화당 내부에선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이 제기됐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치권 셈법이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다만 정계개편의 바람은 선거제 개편에 달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선거제 개혁을 논의할 국회 정개특위의 활동기한은 12월31일까지다. 그 결과에 따라 개편 여부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정치권 최대 이슈로 정계개편이 손꼽히고 있다. 사실 20대 국회서 정계개편 이슈는 더 이상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계개편은 이미 지난 6·13지방선거 이후 한 차례 국회를 뒤흔든 바 있다. 개편 가능성을 두고 여러 가지 경우의 수와 각종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양당제 체제로의 회귀’까지 언급됐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다당제 체제
깔끔히 정리?

현재 국회는 다당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20년에 치러질 총선이 차츰 가까워지면서 개편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형국이다.

정계개편 이슈가 국회를 덮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전원책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이하 조강특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 형성’ 발언 때문이다. 

전 위원은 지난 4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대통령제를 계속 고수한다면 소선거구제와 양당제로 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라며 “내년에는 보수 통합 전당대회로 가야 되고, 보수단일대오로 가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밝혔다. 


전 위원은 최근까지도 연일 ‘보수단일대오’를 주장하고 있다.

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그 중에서도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과의 통합 가능성이 대두됐다. 한때 보수라는 가치아래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였기 때문이다.

바미당 소속 의원들 중 일부는 과거 한국당 의원들이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을 탈당하면서 바른정당을 창당했다. 그러나 소속 의원들의 한국당 복당으로 바른정당은 위기를 겪었다. 바른정당은 훗날 국민의당과 합당했고, 오늘날의 바미당이 창당됐다.

그 연유로 전 위원의 보수단일대오 발언에 바미당이 가장 먼저 언급됐다. 바미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 제기된 정계개편서도 한국당과의 통합이 거론된 바 있다.

한국, 연일 바미당 향해 러브콜
바미, 집안 단속 나서며 선긋기

그러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연일 선을 그었다. 손 대표는 지난 15일 다소 격앙된 상태로 “한국당과의 통합이라는 건 전혀 없다”며 “만약 우리 당에서 갈 사람이 있으면 가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중도우파의 새로운 통합은 바미당을 중심으로 이뤄지지 적폐 청산 대상인 한국당으로 안 된다”며 “한국당은 다음 총선에서 없어질 정당”이라며 작심한 듯 비판을 이어갔다.


한국당의 보수단일대오와 손 대표의 ‘갈 테면 가라’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한국당은 보수 통합을 외치며 바미당을 흔들고 있다. 바미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후 지지율 답보상태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손학규호가 출범했지만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은 시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고질적인 당내 통합 문제도 큰 부담이다. 바미당은 손 대표 취임 이후 내부 통합 문제로 잡음이 잦아드는 형국이었지만, 최근 당 통합 문제가 다시금 불거져 나왔다. 이는 당 정체성 논란으로 번졌다.

바미당은 최근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안을 두고 당내 갈등이 수면위로 부상했다. 바미당 투톱인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 비준안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언주·지상욱 의원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 의원은 당의 정강·정책과 함께 지도부의 신임을 묻기도 했다. 바미당 지도부는 지난 8일 의원총회에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초청해 당내 갈등을 매듭짓고자 했다.

이 의원은 자신의 SNS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전문가를 모셔서 듣든가 할 일이지 장관을 부르다니 여당이라도 된 줄 착각한 모양”이라며 “아예 대놓고 2중대가 되기로 한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아예 총회에 불참했다.

지선 이후
다시 화두로

지 의원은 의총에 참석해 “조 장관의 의견 개진을 공개가 아닌 비공개로 하겠다고 했고, 일정을 따로 잡아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반대하는 전문가의 시간을 잡아주기로 해서 오늘은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다”며 한 걸음 물러섰다. 

다만 지 의원은 손 대표가 이날 오전 국회 비준안에 반대하는 이들을 향해 “냉전적 안보관을 탈피하고, 평화 프로세스서 당당한 야당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바미당에는 냉전적 안보관을 가진 의원은 없다. 걱정 말라”며 완전히 물러서진 않았다. 

바미당은 의총 이후 판문점 선언 비준에 대해 “국회 비준대상은 아니다”라며 “대신 당 차원의 지지결의안을 추진하겠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당내 갈등과 지지율 답보 등 회복세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서 한국당의 보수단일대오 발언은 바미당에게 달갑지 않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2020년 총선이 치러질 때 바미당의 선전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바미당은 이미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참패에 가까운 성적을 냈고 지지율도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손 대표는 당의 상황을 고려해 “갈 테면 가라”며 사실상 집안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도 정계개편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평화당 초선 의원들의 ‘탈당설’이 새어나오면서 어수선한 분위기다. 탈당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김경진·이용주 의원이다. 김 의원과 이 의원은 왕성한 대내외 활동으로 평화당의 주력 인물로 평가받는다. 다만 이들의 탈당은 당장 일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의원은 지난 11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12월 이후 탈당이 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선거법 개정이라든지 정계개편의 방향을 알아보고 필요하다면 탈당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의원은 “김 의원과 저는 12월 이전에 탈당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이 정계개편의 시기를 12월로 한정한 까닭은 그 시기에 마무리될 선거제 개편 논의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제로 다가오는 2020 총선을 치르기엔 평화당에게 다소 무리가 있다. 저조한 지지율 탓이다. 

바미당 역시 마찬가지다. 그 연유로 바미당과 평화당을 이끄는 정동영 대표와 손 대표는 취임 전후로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당 명운을 걸고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손 대표 역시 선거제 개혁을 “정치적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두 당은 정의당과 원외정당 그리고 시민단체 등과 함께 선거제 개편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선거제 개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지지율에 따라 의석수가 결정되는 것으로 현행 소선거구제보다 국회 진입장벽이 낮다.


여야는 지난 16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정개특위는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창구다. 정개특위는 지난 7월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구성안이 의결됐지만 원 구성을 두고 여야 간 합의가 늦춰졌다.

정개특위의 활동시한은 오는 12월31일까지다. 이 의원이 정계개편의 시기를 12월로 한정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선거제 개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오는 2020 총선은 소선거제로 치러질 공산이 크다. 바미당과 평화당은 현재 지지율로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정개특위가 내놓을 결과물에 따라 양당 소속 의원들의 ‘정치적 결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18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감대가 높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여러 가지 쟁점들을 조율할 것”이라며 사실상 선거제도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잡음 들리자
바로 흔들기?

바미당과 평화당을 비롯한 정의당 등 소수 3당은 선거제 개편에 적극 동의하고 있지만 관건은 거대 양당이다. 현행 선거제도가 민주당과 한국당에게 유리한 만큼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

민주당은 원내 정당 가운데 연일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위인 한국당과도 그 격차가 크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것처럼 이번 총선서도 ‘민주당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민주당의 양보가 관전 포인트인 까닭이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보다 중·대선거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월 지방선거서 크게 패배한 한국당으로선 한 선거구서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보다 두 명 이상을 뽑는 게 유리하다. 한 선거구서 민주당 등에게 1등자리를 줘도 2등자리만큼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간 간극이 드러나면서 정개특위의 합의는 요원해질 전망이다. 특히 정개특위의 활동 시기는 두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또 국회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의 구성 법정기한(총선 18개월 10일 전인 지난 15일)을 넘긴 상태다. 논의에 속도가 필요한 만큼 여야의 첨예한 갈등이 선명해질 전망이다.

정개특위 구성, 활동 12월까지
선거제 개편 불발시 이합집산?

여야가 선거제 개편 합의에 실패한다면 바미당과 평화당 의원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을 공산이 크다. 이미 한국당이 보수단일대오를 외치며 바미당을 흔들어 놓은 상황이다. 바미당 소속 의원들의 한국당 행이 가시화될 경우 민주당서도 상응한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결국 의석수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평화당 의원들의 탈당이 이뤄진다면 민주당으로선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평화당 의원들의 진영은 한국당보단 민주당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최근 한국당에선 ‘태극기 부대’를 통합의 대상이라 밝히면서 바미당 의원들의 한국당행은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해석이다. 
 

전 위원은 지난 15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과의 인터뷰서 태극기 부대에 대해 “(그분들은)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다. 극우가 아니다”라며 “그러면 그들을 보수 세력에서 앞으로 제외할 것이냐, 그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지난 17일 “태극기 부대까지 통합 대상이라며 수구세력의 몸집 부풀리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하태경 최고위원 역시 “보수대통합의 전제가 극우라는 것이 증명됐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한국당의 태극기 부대 발언으로 선거제 개편이 불발되더라도 바미당 의원들의 한국당행은 전보다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의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지만 극적인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인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 의장은 “선거제 개편에 합의하면 정치개혁을 제일 잘 한 국회가 될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편 최근 각 정당의 지지율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지난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5∼1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민주당 42.3%로 선두를 지켰다. 이어 한국당이 20%로 2위를 기록했고, 정의당9.8%, 바미당6.6%, 평화당 3.1% 순이었다.

보수 통합설
민주당 조치는?

이번 여론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방식, 무선전화(80%)와 유선전화(20%) 병행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포인트로 응답률은 7.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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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