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떨고 있는 지자체장 백태

겉으론 보무당당 속으론 전전긍긍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지사의 혐의는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 시작됐고, 당선 이후에도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 지사가 선거과정서 불거진 의혹으로 경찰수사를 받게 되면서 몇몇 당선인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로 이 지사처럼 선거 당시 제기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당선인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난 6·13지방선거는 여느 선거 때와 다름없이 혼탁했다. 특히 후보 간 ‘의혹 공방’이 첨예했다. 당선인들은 치열한 선거전 끝에 당선의 기쁨을 맛봤지만 후유증을 남겼다. 선거를 치르면서 고소·고발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선거 이후 수사에 착수했다. 몇몇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일부는 검·경 수사를 받는가 하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선거
고소·고발 난무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사건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이 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때 이름을 날렸고, 잠룡으로 불리며 대권 주자로 수직 상승했다.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며 경쟁력을 과시했지만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밀려났다. 이 지사는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재기에 성공했다.

이 지사는 당선 이후 성남시장 시절 선보였던 ‘성남형 복지 정책’을 경기도에 안착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이 지사는 선거 과정 당시 불거진 의혹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지사는 ‘여배우 스캔들’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의혹 등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지난 12일 이 지사는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켰다는 의혹에 따른 수사였다. 경기 분당 경찰서는 이 지사의 자택과 성남시청 통신기계실 등 4개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이 이 지사의 친형 의혹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른미래당 성남적폐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특위는 지방선거가 열리기 3일 전인 지난 6월10일 이 지사를 허위사실 공표죄 등으로 고발했다. 이 지사가 친형 강제 입원 의혹을 부인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자택을 나서며 “사필귀정을 믿는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지사는 “이명박·박근혜정권 때도 문제가 되지 않은 사건인데, 6년이 지난 이 시점서 왜 이런 과도한 일이 벌어지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이 지난 7월 있었던 압수수색의 연장선이라고 밝혔다. 당시 경찰은 분당보건소와 성남시정신건강증진센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성남남부지사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이 지사는 지난 16일엔 자진 ‘신체검증’에 나섰다. ‘여배우 스캔들’의 당사자인 배우 김부선씨가 제기한 신체 비밀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였다. 신체 비밀 논란은 지난 4일, SNS 트위터 등에서 퍼진 김씨와 공지영 작가의 음성파일이 단초가 됐다. 

음성파일에서 김씨는 “이 지사의 신체 한 곳에 큰 점이 있다”며 “법정서 최악의 경우 꺼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진흙탕 선거, 당선 되고도 노심초사
직접 신체 검증…의혹 일축에 안간힘


이 지사는 이날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웰빙센터 진료실서 7분간 신체 검증을 받았다. 신체 검증을 위해 아주대 성형외과·피부과 전문의 각각 1명씩 참여했다. 검증에 참여한 아주대학교 의료진은 “녹취록에 언급된 부위서 점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동그란 점이나 레이저 흔적, 수술 봉합, 절제 흔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용 경기도 대변인은 “오늘 공개검증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으로 도정이 방해받아선 안 된다는 이 지사의 확고한 결심에 따라 진행됐다”며 “자연인 이재명에게 매우 참담하고 치욕스런 일이지만 공인으로서, 도지사로서 책무를 다하고자 검증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이 명백하게 밝혀진 만큼 소모적 논란이 모두 불식되길 바란다”며 “이 지사가 차분하게 도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이 지사는 ‘혜경궁 김씨’ ‘조폭 유착설’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지사는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강경 대응하는 모양새다. 경찰 수사에 따라 불가피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과 다소 결이 다르다. 

이 지사는 ‘의혹의 꼬리표’를 잘라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여러 의혹으로 정치적 타격을 입으면서 도정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지사가 지난 8일 맞이한 취임 100일에서도 그간의 성과와 함께 각종 논란들이 언급됐다.

당선 후 의혹
수사 받기도

이 지사 외에 지방선거 전후 불거졌던 의혹으로 수사를 받게 된 당선인들이 다소 존재한다. 이 지사처럼 자택 등을 압수수색 당한 경우부터 검찰에 송치되거나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는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김진규 울산 남구청장은 공직선거법위반과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자택 등을 압수수색 당했다. 울산지방검찰청 공안부는 지난 13일 오전 수사관들을 김 구청장의 집무실과 남구에 있는 자택 등에 보내 2시간가량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울산시선관위가 지난 4일 김 구청장과 선거사무원 1명,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 2명을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것에 따른 조치다. 김 구청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당선된 단체장 가운데 전국서 최초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된 사례가 됐다. 
 

김 구청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 과정서 선거사무원과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 등에게 선거운동의 대가로 1600여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따르면 후보자가 자원봉사자에게 선거운동과 관련해 대가를 제공하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매길 수 있다.

회계책임자가 아니었던 자원봉사자 2명은 지난 3∼5월까지 선거운동 물품 제작비 등 총 140여건과 8700여만원에 이르는 선거비용을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구청장은 예비후보 당시 회계책임자를 겸임했는데, 이들이 이를 대신해 선거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정치자금법(선거비용 관련 위반행위에 대한 벌칙)에 따르면 회계책임자가 아닌 자가 선거비용을 지출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 구청장에 대한 압수수색 소식이 이어지자 지역 야당은 크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울산광역시당 김종섭 대변인은 김 구청장의 압수수색이 있던 다음날 논평을 통해 “이쯤 되면 김 구청장의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고 보여진다”며 “스스로의 사퇴가 답”이라고 잘라 말했다.

울산시 남구의회 한국당 소속 의원들도 김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안대룡 부의장 등 7명은 지난 16일 남구청 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구청장은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직접 해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부의장은 “이 사태가 길어지면 남구민들은 행정에 불신을 느낄 것”이라며 “김 구청장 혐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달라”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일단 수사를 지켜보자며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김 구청장은 이 외에도 지난 7월 허위학력 게재 혐의를 받아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바 있다. 김 구청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행한 선고 공보와 벽보, 명함 등과 SNS에 허위학력을 공표한 혐의를 받았다.

주택 16채를 소유해 화제가 된 백군기 용인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다가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백 시장을 지난 15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백 시장에게 유사기관 설치 금지 및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적용했다. 백 시장은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지지자 10여명이 참여한 유사 선거사무실을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백 시장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시장은 확정되지 않은 계획을 홍보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백 시장은 올해 5월 ‘세종고속도로에 용인 모현·원삼 나들목을 설치하겠다’고 언론에 알리거나, 선거 공보물에 ‘흥덕역 설치 국비확보’라고 홍보하는 등 확정되지 않은 계획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송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취임 100일
검 들락날락

백 시장은 두 혐의에 따라 경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백 시장은 경찰 조사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이 유사기관 설치 금지와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적용한 까닭은 전 용인시 간부급 공무원 A씨의 조사를 통해서다. 

A씨는 유사 선거사무실서 활동하면서 용인시민의 개인정보 등을 확보해 백 시장에게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백 시장은 지난 10일 ‘100일 취임 기자간담회’서 각종 의혹들에 대해 해명했다. 백 시장은 이날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백 시장은 “흔들림 없이 시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사회 일각에선 백 시장을 ‘신(新) 적폐’로 규정하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2일 출범한 ‘용인시민모임’은 이날 시청 브리핑실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백 시장에 대한 공정수사를 촉구했다. 백 시장에 대한 선거법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제보자로 알려진 김현욱 전 경기도의원은 이 모임의 상임대표를 맡았다.

시민모임은 이날 유인물을 통해 “백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경찰 조사에서 누락된 부분과 추가 위반 내용에 대한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시장의 구속수사 촉구와 법적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 등에 대한 계획도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민주시민세력, 합리적 진보세력, 야당 등과 연대해 신 적폐세력 퇴진 운동을 펴겠다”며 향후 백 시장에 대한 적극적 비판 활동을 예고했다.

조인묵 양구군수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가 검찰에 송치됐다. 강원 양구경찰서는 조 군수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조 군수는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직접 쓰지 않은 책을 편저자인 것처럼 출간해 선거에 당선될 목적으로 출판기념회를 연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를 받고 있다.

책 출간을 공모한 B씨 역시 같은 혐의가 적용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조 군수는 이 같은 혐의로 지난달 6일 경찰에 출석해 3시간30분가량 조사 받은 바 있다. 조 군수와 B씨는 지난 8월부터 9월초까지 양구경찰서에 출석해 조사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군수는 “단순히 원고를 구입해 출판기념회를 연 것이 아니다”라며 “당초 원고 내용과 개인적 기획 의도(고전 분야)에 맞게 출판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내용도 대폭 수정해 출판기념회를 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군수는 “검찰에 가서도 있는 사실 그대로 진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 군수는 지난해 12월 양구군수 출마를 선언하며 지난 2월출판기념회를 가졌다. 당시 조 군수는 <육도삼략-6가지 지혜로 3가지 전략을 얻어라>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출마예정자였던 조 군수는 “공직은퇴를 전후해 고향 양구서의 삶을 계획하고 양구의 미래를 꿈꾸며 평소 즐기던 고전들을 읽게 됐다”며 “그 과정서 만난 지혜들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출간하게 됐다”고 출판배경을 밝혔다. 

이윤행 전남 함평군수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이 군수는 지난 2016년 지인들에게 신문사 창간을 제안하고, 창간 비용으로 5000만원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신문사는 당시 현직이었던 안병호 전 군수를 비판하는 글을 다수 게재했다.

검경 수사부터 당선 무효형까지
공소시효 끝나는 12월까지 주목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합의부 김희중 판사는 지난달 17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군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언론매체를 선거에 이용해 지지기반을 형성하고 공론화의 장에서 민의를 침해한 범죄로 매우 불량하다”면서도 “다만 금품제공 시점이 6월 지방선거 2년6개월 전이고, 안 전 군수가 선거에 불출마해 영향을 미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직 군수로 군정을 수행해야 하고 형이 확정되지 않은 점, 방어권 보장 등을 감안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군수는 1심 선고 이후 입장문을 통해 “저는 분명히 법을 범하지 않았고, 재판부서도 제 유죄를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군수직을 그대로 수행토록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군과 군민만을 바라보며, 제 소임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군수의 항소심은 내달 1일 열린다.

선거 공소시효
얼마 남지 않아

6·13지방선거와 관련된 선거 사범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오는 12월13일까지다. 공직선거법 제 268조에 따르면 선거 사범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후 6개월이다. 곳곳에선 지방선거 관련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사정당국은 공소시효 만료일까지 수사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그 결과에 따라 지역 사회는 한 차례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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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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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