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66)창업 투자금 날린 사연

수익금 준다더니…사라진 종잣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이어갑니다.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예순여섯 번째 주인공은 창업에 도전했다가 투자금만 날린 A씨 이야기입니다.
 

경기도 일산 등지서 학원사업을 하던 A씨는 노후 대비책으로 창업을 떠올렸다. 한때 학원가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렸던 그는 2010년 학원 경기가 점차 불황에 접어들자 다른 사업을 통해 수익의 다각화를 꿈꿨다. 오랜 시간 학원사업에만 매진해왔던 A씨에게 다른 사업은 생소했을 터. 그래서 그는 ‘위탁 운영’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하려 했다.

1억 넘게 투자

A씨가 F사 B소장을 만난 것도 그때였다. F사는 경영컨설팅을 하는 회사로, B소장은 블로그를 통해 창업 노하우, 교육 등의 정보를 전달했다. 여러 사람의 소개를 거쳐 B소장을 만난 A씨는 서울 양재 하이브랜드 건물에 사무실 두 곳을 얻어 커리 전문점과 감자탕 가게를 내기로 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었다.

A씨가 B소장의 회사인 F사와 계약을 맺는 과정서 들인 돈은 투자금 6000만원, 임대보증금 4000만원 등 1억원을 웃돌았다. A씨는 F사에 두 가게의 영업 활동을 맡기는 대신, 매달 일정 금액의 투자수익금을 받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일정기간 수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A씨가 투자수익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약정 해약과 제3자에게 가게 매매가 가능하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A씨는 약정 조항에 따라 가게에서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원금은 손해 보지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의 생각은 계약이 이뤄진 지 두 달 만에 산산조각 났다.

노후 대비책으로 창업 도전
가게 두 곳 위탁운영 맡겨

당초 A씨가 받기로 한 투자수익금은 각 매장서 180만원씩 총 360만원. 하지만 가게 오픈 첫 달에만 투자수익금이 지급됐을 뿐 그 이후 점차 줄어들더니 이내 감감무소식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가게가 들어선 건물 관리인과 임대인으로부터 관리비와 임차료를 내라는 독촉이 이어졌다. A씨에 따르면 건물 관리인과 임대인이 문제 삼을 때까지 8개월여가량 가게 관리비와 임차료가 지급되지 않았다.

이들은 A씨와 F사를 상대로 법적 조치를 취했다. 결국 A씨는 F사가 책임지고 마무리한다는 확인서를 받고, 미납된 관리비 2500여만원을 지급했다.

A씨는 “집에 압류가 들어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며 “내가 관리비를 전부 지급하고 나서야 소를 취하해줬다”고 털어놨다. 그 사이 A씨는 B소장에게 약정 조항대로 원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2012년 9월 B소장과 F사를 상대로 투자금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가게 두 곳을 오픈하는 과정서 들인 투자금 등의 돈과 F사 대신 납부한 관리비를 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B소장은 당시 A씨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며 제출한 답변서에서 “A씨가 1억원 이상을 회사에 입금해줬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며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6000여만원 상당만 입금됐다”고 설명했다.

맡긴 돈 못 받고
관리비 대신 내고

이어 “투자계약의 조건상 위탁 운영하는 매장을 제3자에게 매매할 경우 A씨에게 투자원금을 지급하고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고 상호계약했다”며 “계약이 만료된 현 시점서 제3자 매매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원금을 원고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푸드 코트를 운영하며 많은 손실을 입었다”며 “공동명의로 투자해 운영돼온 매장의 손실을 온전히 저에게 돌리며 투자금 전액을 돌려달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계약기간이 끝난 상황서 소장을 통해 투자계약에 대한 해지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A씨와 B소장의 엇갈린 주장을 두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소장과 F사가 관리비를, F사가 투자금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F사가 법원 판결 이전에 이미 폐업처리가 됐다는 점이다.

A씨에 따르면 F사는 2011년 9월 이미 폐업처리가 완료됐다. 그는 “법원 판결 이후 B소장이 개인회생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소장의 개인회생 진행 과정서 이의를 신청했고, 결국 B소장의 개인회생은 기각됐다.

소송과 개인회생 등의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A씨는 B소장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그 과정이 ‘구걸’에 가까웠다고 자조했다.

채무 조정했지만…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지난해 6월 채무를 재조정하고 공증을 받았다. B소장의 채무금을 8000만원으로 조정하고 그가 40개월에 걸쳐 200만원씩 A씨에게 갚는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B소장은 첫 달부터 돈을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B소장은 나와 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동안에도 방송 출연, 언론 보도, 블로그 등을 통해 사업을 홍보해왔다”며 “개인적인 채무를 떠나 언제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입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B소장 입장은?


B소장은 A씨의 주장에 대해 “채무에 대해서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고 또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갚을 수 있는 상환에 대한 부분과 조율을 자율적으로 서로 동의하는 것으로 했다”며 “개인적인 음해나 이런 것들은 하지 않는 조건을 붙였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각서를 썼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각서에는)기사 제보를 통해서 어떤 역할을 하겠다고 하면 채무가 소멸되도록 돼있다”며 “그 자료를 (기자가)못 봤을 수도 있지만 A씨가 하도 개인적인 음해를 해서 마지막에 서로 그런 약속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사를 통하든 뭘 하든 개인적인 음해가 나오면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면서도 “개인적인 채무 내용은 기사거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소장은 “정상적인 다른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기사)을 통해서 개인적인 명예훼손을 한다거나 하면 변호사를 통해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거듭 입장을 밝혔다.

B소장은 “1년 넘게 서로 연락이 없었다. 이런 식의 기사 제보는 예전에 A씨가 하려던 방법”이라며 “거기에 대해서는 받아놓은 각서나 사인이 있기 때문에 변호사를 통해 대처하겠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채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은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활동이 중단되면 경제활동이 안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활동을 못하게 하겠다’ ‘매체에 보도를 하겠다’ ‘음해를 하겠다’ 등의 얘기들은 사전에 합의해서 하지 않기로 했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내가 인정하지 못할 부분까지 채무를 더 인정해줬다”며 “그런데 일정 정도의 숙려기간 없이, 계속 통화하면서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아니고, 상환 방법을 찾은 것도 아니고. 1년 지나서 기자를 통해서 이렇게 말이 나오는 것에 대해 나도 당연히 할 말은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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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