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커피왕조의 몰락 풀스토리

차리면 돈 벌었는데 ‘아, 옛날이여…’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커피시장을 선도하며 ‘성공 신화’로 꼽혔던 1세대 토종 커피 브랜드들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때 글로벌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를 위협하던 이들 커피 업체들은 ‘1세대 커피 프랜차이즈’ 성공 신화로 꼽혔지만 최근 시장 포화에 따른 무리한 투자와 오너리스크 등으로 생존의 기로에 놓여있다. 
 

관세청 수입통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커피 시장은 11조원을 넘어섰다. 2007년 3조원대 규모서 10년 사이에 11조 7300억여원으로 3배 이상 몸집을 불린 셈이다. 하지만 국내 토종 커피점의 성공 신화로 불리던 1세대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무리한 투자, 방만 경영, 오너의 횡령 등으로 오히려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계속되는 
오너리스크

탐앤탐스주식회사의 커피 프랜차이즈 탐앤탐스커피가 실적 악화로 폐점률이 치솟고 있는 상황서 대표의 자금 횡령 의혹과 관련해 본사 압수수색까지 받았다. 1세대 토종 커피 탐앤탐스마저 추락하는 것은 아닌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달 13일 검찰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같은 달 11일 오전 강남구 신사동 탐앤탐스 본사 사무실과 이 회사 대표 김도균씨의 자택 등에 수사관을 보내 회계 장부와 문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김 대표가 경영 과정서 회사 돈 수십억원을 빼돌려 챙긴 정황을 포착하고 이날 강제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탐앤탐스는 가맹점이 내는 가맹 수수료 등으로 수익을 내는 프랜차이즈 업체다. 


탐앤탐스는 가맹점에 빵 반죽을 공급하는 과정에 김 대표가 경영권을 쥔 또 다른 업체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챙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탐앤탐스는 김 대표가 지분 100%를 가진 개인회사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회사 주변의 자금 흐름을 파악한 뒤 횡령 혐의가 드러날 경우 김 대표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시장은 커 가는데…성공신화 옛말
줄줄이 폐업 프랜차이즈 내리막길

탐앤탐스와 김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5년 김 대표는 상표권을 개인 명의로 보유해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챙기면서 브랜드 관리 비용은 법인이 부담하게 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에 김 대표는 지난해 7월 보유하고 있던 50억원 상당의 상표권을 탐앤탐스로 무상양도했고, 올해 기소유예 처분됐다.  

지난해에는 가맹점주들로부터 18억6000만원가량의 산재 보험료를 받고, 실제로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혐의(배임)로 고소당했다. 수사를 맡은 서울동부지검은 김 대표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지만 고소인들이 항고하면서 추가 의혹들까지 함께 재수사가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해 초에는 탐앤탐스가 커피값을 올리면서 정작 원두는 싼 제품으로 바꿨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2001년 시작한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탐앤탐스는 국내외에 400여개 가맹 매장을 두고 있는 국내 대표 1세대 토종 커피 브랜드로 꼽힌다. 그러나 가맹점 사업실적 악화에 따른 재계약 불발로 폐점률이 크게 상승하는 등 지속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6년 27억원의 적자를 냈고 3년간 폐점률은 2014년 5.9%, 2015년 10.4%, 2016년 13.7% 등으로 계속 치솟고 있다. 

차기사업 실패
법정관리 신청

한때 전국에 1000여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커피업계의 신화로 불리던 토종 커피전문점 카페베네의 경우 경영난에 법정관리를 받게 됐다. 지난 1월12일 카페베네는 이날 오전 중곡동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키로 의결하고 서울회생법원에 이를 신청했다. 

이는 김선권 전 대표가 지난 2008년 카페베네를 창업한 지 10여년 만이었다. 

기업회생절차는 부채가 과도한 기업에게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로, 법정관리를 뜻한다. 법원은 사업을 계속할 경우의 가치가 사업을 청산할 경우의 가치보다 크다고 인정되면 회생 계획안을 제출받아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채무 변제 시 법원은 회생절차를 종결한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가맹점 물류 공급에 지속적으로 차질이 발생했다”며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날 이사회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카페베네는 창업 4년 만에 매장 수가 800개를 돌파하면서 한때 토종 커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알려졌지만 점차 커피 전문점 경쟁이 과열되면서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특히 창업주인 김선권 전 대표가 차기 사업을 벌였지만 줄줄이 실패하면서 2013년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에는 해외투자와 계열사 손실이 겹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매장 수도 2014년 1560개에 달했지만 2016년에는 724개로 대폭 줄었다.
 

결국 김 전 대표는 2016년 초 사모펀드운용사 K3제오호사모투자전문회사와 싱가포르 푸드엠파이어그룹, 인도네시아 살림그룹의 합작법인 한류벤처스에 카페베네를 매각하고 회사를 떠났다. 

이후 한류벤처스는 전체 금융부채의 70%에 해당하는 700억원을 상환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적극 나섰지만 과도한 부채 상환으로 발목이 잡혔다. 이로 인해 물류공급이나 가맹점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가맹점주들의 어려움도 커진 상태다.


커피왕 사망
1세대 전멸

카페베네는 현재 대주주들이 550억원에 달하는 신규 투자와 회생을 위한 노력을 했지만 영업현금흐름의 2∼3배에 달하는 부채상환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면서 회사 측에서는 이를 단기간에 타개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이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질 경우 카페베네는 대부분의 영업현금흐름을 가맹점 물류공급 개선과 지원에 사용할 것”이라며 “가맹점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 투자사와의 공동사업도 계속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할리스커피는 IMM PE로 주인이 바뀌면서 실적이 개선되긴 했지만 매각이 무산돼 여전히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남아있다. 주커피 역시 2009년 6월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를 출범하고 가맹점 90호점까지 확장했으나 수익성 악화로 태영F&B에 매각되기도 했다. 

지난해 강훈 KH컴퍼니 대표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강 대표는 스타벅스커피 한국 론칭과 할리스커피 창업 카페베네 성공신화 등으로 커피왕으로 불렸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이 발목을 잡아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됐다.

당시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강 대표의 회사 직원 A씨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 화장실서 숨져 있는 그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강 대표가 회사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금전적 문제로 힘겨워 했고 지인에게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말투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리한 투자와 잇단 리스크
중소·중견, 대기업까지 진출

한때 커피왕으로 불리던 강 대표가 이같이 생을 마감한 것으로 놓고 업계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강 대표는 1998년 할리스커피를 오픈하며 성공적인 첫발을 뗐으며 이후 2010년에는 카페베네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원두 커피 시장의 성장가도를 주도했다. 특히 그가 손 대는 족족 사업은 번창했고 점포 수는 눈에 띄게 늘어갔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도 시련의 시간은 찾아왔다. 2010년 HK컴퍼니를 설립한 강 대표는 2011년 망고식스를 런칭했다. 런칭 초기에는 역시 ‘커피왕’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매출이 치솟았고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는 듯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망고식스는 매출 부진에 시달렸다. 이에 강 대표는 2016년 쥬스식스를 운영하는 KJ마케팅을 인수하며 저가 음료 프랜차이즈로 재기를 꿈꿨지만 이 역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결국, 강 대표는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KH컴퍼니와 KJ마케팅의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어깨에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다. 1세대 커피 브랜드들은 한국 커피 산업의 외형을 급속하게 확장시켰지만 무분별한 확장과 차별화 전략의 부재로 무너지고 있다.

프랜차이즈의 사업 특성상 가맹점주가 임대료와 인테리어비 등을 부담하는 구조로 가맹 본사가 가진 자본이 적어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맹점 영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할 경우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

무분별한 확장
자본력에 뒤져

더욱이 대기업과의 자본력 싸움서 밀리면서 한계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2634억원, 영업이익은 11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34% 증가했다. CJ푸드빌의 투썸플레이스도 2016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한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시장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서 중소, 중견 업체들까지 대기업들이 모두 진출해 있기 때문에 성공하기 쉽지 않다”며 “결국 오너의 난립 속에 무리한 사업 확대와 욕심이 결국 위기를 자초했다. 피해를 받는 것은 가맹점주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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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