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친문 불화설 내막

‘독주 막아라’ 견제구 툭툭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민주당은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강한 리더십을 내세운 ‘이해찬 효과’다. 이 대표는 수직적 당청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해 당의 존재감을 키웠다. 민주당이 현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는 까닭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의 독주를 우려하며 견제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대표를 향한 견제구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8·25전당대회에 출마해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의 출마 자체만으로 당권 경쟁구도가 출렁였다. 이 대표는 당권을 잡은 이후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는 ‘강한 여당’의 기치를 내걸었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행보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청와대와의 관계를 유지하되, 할 말은 하는 여당이 됐다. 이 대표의 전임자였던 추미애 대표는 민주당을 이끌 당시 ‘청와대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의 민주당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호 출범
강한 여당으로

이 대표는 취임 후 열린 첫 워크숍서 이전과 다른 여당의 모습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31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 리조트서 민주당 의원 워크숍을 가졌다. 당시 그는 “어제 고위당정회의를 했다. 추석 민생에 대비해 여러 가지 정책에 관한 정부의 보고를 듣고 우리의 의견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부동산 동향이 심상치 않아서 각별히 부동산으로 인한 국민들의 걱정을 완화시키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정부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워크숍을 통해 청와대를 향한 지적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전의 민주당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발언은 ‘소신 있는 집권 여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맞고 있다. 이 대표 체제 이후 청와대에 가로막혀 계류하고 있는 사안들이 하나 둘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그거, 내가 (청와대에) 전화해 끝냈어’라는 이해찬의 말을 듣고 환호한 당직자가 많다”고 전했다.

‘강한 여당’을 내세우는 이 대표 체제가 연착륙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당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면서 여당의 위상을 높였다. 동시에 이 대표는 자신의 존재감도 끌어올리게 됐다. 그간 불거졌던 불통, 건강 이상설, 올드보이 비판 등을 스스로 불식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당정청 관계는 크게 흐트러지거나 어긋나지 않았다. 또한 이 대표는 전국을 돌며 지역별로 예산정책협의회를 여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힘 있는 여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의 경륜과 중량감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반면 이 대표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당내 친문(친 문재인) 그룹은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그 연유로 친문 세력들의 이 대표 견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당 대표의 ‘고유권한’인 최고위원 지명에 반기를 들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대표적 친문인사다. 동시에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체됐던 ‘부엉이 모임’의 일원이다. 홍 원내대표는 추 대표 임기 말에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그 까닭에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친문의 강력한 지지 속에서 당선된 것도 한몫했다.

그는 7·8월 임시국회 때 민주당 선두에 나서며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 합의를 종용하는 등 당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의 존재감은 이 대표의 취임 이후 변화를 겪었다.


이 대표가 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자 홍 원내대표의 무게감은 다소 미약해진 것이다. 당 ‘투톱’으로 평가받는 대표와 원내대표지만 사실상 이 대표 ‘원톱’으로 당이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강한 여당 강조…당청관계 수정
당 전면에 등판, 원내대표와는 삐걱

홍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공식 일정을 제외한 외부 일정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예산정책협의회의 전면에 나선 것도 이 대표다. 통상 예산정책협의회는 원내대표가 주도한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인천시서만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했다. 홍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인천 부평을이다. 반면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예산정책협의회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전남, 세종, 충남, 경기, 경남, 부산 등을 돌며 전국 시·도청을 방문했다.

이 대표의 광폭 행보에 우려가 제기됐다. 원내대표의 협상력 때문이다. 정기국회 회기로 접어들면서 여야 간 접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통상 정당 간 협의는 원내대표가 나서게 된다. 

그러나 이 대표 체제가 공고하게 구축된 상황서 홍 원내대표의 협상력은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홍 원내대표가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홍 원내대표가 지난 정기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이 대표에게 삼고초려까지 하며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홍 원내대표가 이 대표와 한 차례 부딪히면서 이들의 경쟁 구도가 조명됐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서 이 대표가 이수진 전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과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을 최고위원에 지명하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당 대표의 최고위원 지명은 ‘고유권한’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민주당은 얼마 뒤 최고위를 열어 지명직 최고위원에 홍 전 구청장 대신 이형석 광주 북구을 지역위원장을 최고위원으로 의결했다. 이 전 위원장은 변동이 없었다.

홍 원내대표가 홍 전 구청장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을 두고 두 사람 간의 갈등 관계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예비경선서 홍 전 구청장은 인천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경쟁자는 박남춘 예비후보였다.

당내 투톱인데…
실상은 원톱?

당시 인천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홍 원내대표는 박 예비후보의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에 홍 전 구청장은 “공천관리위원장이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며 홍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이 사건으로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두 사람 간의 갈등 관계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 실상은 다른 곳에 있다고 지적한다. 홍 원내대표의 이 대표 견제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친문 세력의 이 대표 견제로 보기도 한다.

당시 홍 전 구청장의 지명을 반대했던 사람은 홍 원내대표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 역시 홍 전 구청장 반대에 동조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홍 원내대표와 박 최고위원이 친문 세력이면서 부엉이 모임의 멤버라는 사실이다. 

이에 홍 원내대표가 이 대표 체제를 단독으로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세력 간 견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민주당 당직자는 보도된 한 매체와의 통화서 “홍 원내대표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할 말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계파 간 견제라기보다 당내 건전한 긴장 관계로 보는 것이 맞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홍 원내대표와 박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지명을 거부한 사안에 이어 당내서도 친문 세력의 결집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친문 세력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체된 부엉이 모임을 구심점으로 세력을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계파주의 논란으로 해체된 부엉이 모임은 공개 싱크탱크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특히 새롭게 결성될 모임에는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진표·송영길 의원을 지지했던 친문 인사들이 들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김 의원과 송 의원을 지지했던 친문 인사들이 결집한다면 이 대표를 견제할 세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친문세력 결집
견제? 균형추?

김진표·송영길 의원은 전당대회서 이 대표와 함께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다. 김 의원은 선거 당시 이 대표를 겨냥해 “여소야대 상황서 당대표 임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당대표가 자꾸 야당을 궤멸 대상이나 혁파 대상으로 느끼게 하는 언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정면 비판했다.

송 의원 역시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송 의원은 당시 추 전 대표가 “확신을 가지고 잡고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이 대표를 지지하자 제동에 나섰다. 
 

송 의원은 “당 대표도 특정 후보를 지지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공정해야 할 당 대표 입장으로 좀 더 신경 써 달라는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비판했다.

김 의원과 송 의원은 이 대표를 상대로 협공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전당대회 첫 TV토론회에 출연해 이 대표를 향해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김 의원은 “(이 후보의) 보수 궤멸, 20년 집권계획 같은 불필요한 비판과 논란은 야당과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이 대표가 비판을 받았던 소통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송 후보 역시 “원팀과 당정청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후보님과 과연 원활한 소통이 될지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전당대회 이후 이 대표는 김 의원을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에, 송 의원을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위촉했다. 민주당 내 원팀을 강조하며 두 의원을 각각의 전문분야에 배치한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과 송 의원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문 구심점’을 시험하는 자리였던 만큼 두 의원은 검증을 해내지 못한 셈이다. 

송 의원은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해 입지를 다지는 데 그쳤다. 김 의원의 경우 타격이 컸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서 친문 인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3철' 중 하나인 전해철 의원의 지지를 받은 것도 김 의원이었다. 

전 의원은 김 의원을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글을 게재했다가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친문세력 견제 움직임
당내 새나오는 불협화음

새로 결성될 부엉이 모임이 주목을 받는 것도 그 연유에서다. 두 의원의 참여 여부를 떠나서 그들을 지원했던 인사들이 싱크탱크에 참여하게 된다면 또 다른 친문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 여권 관계자는 “송 의원이 86계 의원들과 여러 가지 수를 구성하고 있다. (이 모임도) 그 중 일환”이라며 “재단 설립까지는 아니고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엉이 모임은 친문 세력과 86계의 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될 전망이다. 모임이 결성된다면 이 대표를 견제할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소위 ‘이해찬 대 부엉이’의 구도다.

반면 견제세력이 아닌 당내 균형추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최근까지 이 대표가 보였던 광폭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이 대표 1인 체제로 기울 가능성을 차단하고, 부작용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대표에 대한 견제 자체를 시기상조라고 본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당권을 잡았다. 대표에 취임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또,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여당의 위상과 당 내 분위기가 상당 부분 변화했다. 

당 내외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 대표를 향한 견제가 이른 시기부터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이 대표는 민주당 창당 63주년을 맞아 ‘힘 있는 여당’을 넘어 ‘힘 있는 민주당’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민주당 창당 63주년 기념식서 “63년간 달려온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며 “앞으로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창당 기념일은 1955년 9월18일이지만 남북정상회담 일정으로 올해 창당 기념식을 하루 일찍 앞당겼다. 이 대표는 이 자리서 “민주당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유일한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은 대립과 갈등을 평화와 공존의 현대사로 바꾸는 매우 중요한 행보”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헤쳐 나가는 민주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조성된 한반도 평화 무드에 민주당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역할 재차 강조
갈등보단 원팀

이 대표는 창당 기념식서 민주당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향후 이 대표가 나아갈 방향과 그 궤를 같이 할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여당으로서의 민주당과 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을 강조했다. 

또, 대통령 당선을 거론한 것은 하나 된 민주당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공언은 당이 하나가 됐을 때를 전제로 한다. 이 대표의 말처럼 민주당이 당내 갈등 없이 원팀으로 명맥을 이어갈지, 당내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해찬의 집권 50년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창당 기념일서 ‘집권 50년론’을 주창했다. 남북정상회담 하루 전 시행된 기념식서 나온 발언이었다. 앞서 제시한 집권 20년론보다 30년 앞섰다. 이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집권 20년론’을 제시했고, 지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20년 집권플랜’을 제시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권력 욕심 부릴 시간에 민생에 집중하는 여당 대표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필요하게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비치는 발언을 자꾸 내뱉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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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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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