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친문 불화설 내막

‘독주 막아라’ 견제구 툭툭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 출범 이후 민주당은 이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강한 리더십을 내세운 ‘이해찬 효과’다. 이 대표는 수직적 당청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해 당의 존재감을 키웠다. 민주당이 현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는 까닭이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의 독주를 우려하며 견제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 대표를 향한 견제구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8·25전당대회에 출마해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이 대표의 출마 자체만으로 당권 경쟁구도가 출렁였다. 이 대표는 당권을 잡은 이후에도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는 ‘강한 여당’의 기치를 내걸었다.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행보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청와대와의 관계를 유지하되, 할 말은 하는 여당이 됐다. 이 대표의 전임자였던 추미애 대표는 민주당을 이끌 당시 ‘청와대에 끌려 다닌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의 민주당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해찬호 출범
강한 여당으로

이 대표는 취임 후 열린 첫 워크숍서 이전과 다른 여당의 모습을 예고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월31일 충남 예산군 덕산 리솜 리조트서 민주당 의원 워크숍을 가졌다. 당시 그는 “어제 고위당정회의를 했다. 추석 민생에 대비해 여러 가지 정책에 관한 정부의 보고를 듣고 우리의 의견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부동산 동향이 심상치 않아서 각별히 부동산으로 인한 국민들의 걱정을 완화시키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정부 측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워크숍을 통해 청와대를 향한 지적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전의 민주당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발언은 ‘소신 있는 집권 여당’으로 나아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맞고 있다. 이 대표 체제 이후 청와대에 가로막혀 계류하고 있는 사안들이 하나 둘 해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그거, 내가 (청와대에) 전화해 끝냈어’라는 이해찬의 말을 듣고 환호한 당직자가 많다”고 전했다.

‘강한 여당’을 내세우는 이 대표 체제가 연착륙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당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면서 여당의 위상을 높였다. 동시에 이 대표는 자신의 존재감도 끌어올리게 됐다. 그간 불거졌던 불통, 건강 이상설, 올드보이 비판 등을 스스로 불식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 취임 이후 당정청 관계는 크게 흐트러지거나 어긋나지 않았다. 또한 이 대표는 전국을 돌며 지역별로 예산정책협의회를 여는 등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힘 있는 여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의 경륜과 중량감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반면 이 대표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당내 친문(친 문재인) 그룹은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그 연유로 친문 세력들의 이 대표 견제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당 대표의 ‘고유권한’인 최고위원 지명에 반기를 들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내 대표적 친문인사다. 동시에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체됐던 ‘부엉이 모임’의 일원이다. 홍 원내대표는 추 대표 임기 말에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그 까닭에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친문의 강력한 지지 속에서 당선된 것도 한몫했다.

그는 7·8월 임시국회 때 민주당 선두에 나서며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 합의를 종용하는 등 당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의 존재감은 이 대표의 취임 이후 변화를 겪었다.


이 대표가 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자 홍 원내대표의 무게감은 다소 미약해진 것이다. 당 ‘투톱’으로 평가받는 대표와 원내대표지만 사실상 이 대표 ‘원톱’으로 당이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강한 여당 강조…당청관계 수정
당 전면에 등판, 원내대표와는 삐걱

홍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취임한 이후 공식 일정을 제외한 외부 일정을 거의 하지 않았다. 예산정책협의회의 전면에 나선 것도 이 대표다. 통상 예산정책협의회는 원내대표가 주도한다. 

그러나 홍 원내대표는 인천시서만 예산정책협의회를 주재했다. 홍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인천 부평을이다. 반면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예산정책협의회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전남, 세종, 충남, 경기, 경남, 부산 등을 돌며 전국 시·도청을 방문했다.

이 대표의 광폭 행보에 우려가 제기됐다. 원내대표의 협상력 때문이다. 정기국회 회기로 접어들면서 여야 간 접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통상 정당 간 협의는 원내대표가 나서게 된다. 

그러나 이 대표 체제가 공고하게 구축된 상황서 홍 원내대표의 협상력은 다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홍 원내대표가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홍 원내대표가 지난 정기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이 대표에게 삼고초려까지 하며 부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홍 원내대표가 이 대표와 한 차례 부딪히면서 이들의 경쟁 구도가 조명됐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서 이 대표가 이수진 전 민주당 전국노동위원장과 홍미영 전 부평구청장을 최고위원에 지명하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당 대표의 최고위원 지명은 ‘고유권한’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에 반기를 든 것이다. 민주당은 얼마 뒤 최고위를 열어 지명직 최고위원에 홍 전 구청장 대신 이형석 광주 북구을 지역위원장을 최고위원으로 의결했다. 이 전 위원장은 변동이 없었다.

홍 원내대표가 홍 전 구청장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을 두고 두 사람 간의 갈등 관계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예비경선서 홍 전 구청장은 인천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경쟁자는 박남춘 예비후보였다.

당내 투톱인데…
실상은 원톱?

당시 인천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홍 원내대표는 박 예비후보의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에 홍 전 구청장은 “공천관리위원장이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며 홍 원내대표를 비판했다. 이 사건으로 두 사람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두 사람 간의 갈등 관계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일 뿐 실상은 다른 곳에 있다고 지적한다. 홍 원내대표의 이 대표 견제로 해석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친문 세력의 이 대표 견제로 보기도 한다.

당시 홍 전 구청장의 지명을 반대했던 사람은 홍 원내대표만이 아니었다. 민주당 박광온 최고위원 역시 홍 전 구청장 반대에 동조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홍 원내대표와 박 최고위원이 친문 세력이면서 부엉이 모임의 멤버라는 사실이다. 

이에 홍 원내대표가 이 대표 체제를 단독으로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세력 간 견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민주당 당직자는 보도된 한 매체와의 통화서 “홍 원내대표는 그냥 넘어가지 않고 할 말 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계파 간 견제라기보다 당내 건전한 긴장 관계로 보는 것이 맞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홍 원내대표와 박 최고위원이 최고위원 지명을 거부한 사안에 이어 당내서도 친문 세력의 결집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친문 세력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해체된 부엉이 모임을 구심점으로 세력을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계파주의 논란으로 해체된 부엉이 모임은 공개 싱크탱크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특히 새롭게 결성될 모임에는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진표·송영길 의원을 지지했던 친문 인사들이 들어설 것으로 점쳐진다.


김 의원과 송 의원을 지지했던 친문 인사들이 결집한다면 이 대표를 견제할 세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친문세력 결집
견제? 균형추?

김진표·송영길 의원은 전당대회서 이 대표와 함께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다. 김 의원은 선거 당시 이 대표를 겨냥해 “여소야대 상황서 당대표 임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운명을 지닌 당대표가 자꾸 야당을 궤멸 대상이나 혁파 대상으로 느끼게 하는 언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정면 비판했다.

송 의원 역시 이 대표를 향해 날을 세웠다. 송 의원은 당시 추 전 대표가 “확신을 가지고 잡고 끌고 갈 수 있는, 그런 강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이 대표를 지지하자 제동에 나섰다. 
 

송 의원은 “당 대표도 특정 후보를 지지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공정해야 할 당 대표 입장으로 좀 더 신경 써 달라는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비판했다.

김 의원과 송 의원은 이 대표를 상대로 협공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전당대회 첫 TV토론회에 출연해 이 대표를 향해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김 의원은 “(이 후보의) 보수 궤멸, 20년 집권계획 같은 불필요한 비판과 논란은 야당과의 소통을 어렵게 만들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이 대표가 비판을 받았던 소통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송 후보 역시 “원팀과 당정청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 후보님과 과연 원활한 소통이 될지 의구심이 제기된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전당대회 이후 이 대표는 김 의원을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에, 송 의원을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에 위촉했다. 민주당 내 원팀을 강조하며 두 의원을 각각의 전문분야에 배치한 것이다.

그러나 김 의원과 송 의원은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친문 구심점’을 시험하는 자리였던 만큼 두 의원은 검증을 해내지 못한 셈이다. 

송 의원은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해 입지를 다지는 데 그쳤다. 김 의원의 경우 타격이 컸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 과정서 친문 인사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3철' 중 하나인 전해철 의원의 지지를 받은 것도 김 의원이었다. 

전 의원은 김 의원을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글을 게재했다가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친문세력 견제 움직임
당내 새나오는 불협화음

새로 결성될 부엉이 모임이 주목을 받는 것도 그 연유에서다. 두 의원의 참여 여부를 떠나서 그들을 지원했던 인사들이 싱크탱크에 참여하게 된다면 또 다른 친문 세력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한 여권 관계자는 “송 의원이 86계 의원들과 여러 가지 수를 구성하고 있다. (이 모임도) 그 중 일환”이라며 “재단 설립까지는 아니고 계속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엉이 모임은 친문 세력과 86계의 연합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될 전망이다. 모임이 결성된다면 이 대표를 견제할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소위 ‘이해찬 대 부엉이’의 구도다.

반면 견제세력이 아닌 당내 균형추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최근까지 이 대표가 보였던 광폭 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당이 대표 1인 체제로 기울 가능성을 차단하고, 부작용 등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 대표에 대한 견제 자체를 시기상조라고 본다. 이 대표는 지난 8월 당권을 잡았다. 대표에 취임한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다. 또, 이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여당의 위상과 당 내 분위기가 상당 부분 변화했다. 

당 내외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이 대표를 향한 견제가 이른 시기부터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이 대표는 민주당 창당 63주년을 맞아 ‘힘 있는 여당’을 넘어 ‘힘 있는 민주당’을 재차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민주당 창당 63주년 기념식서 “63년간 달려온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을 당선시켰다”며 “앞으로 대통령 열 분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창당 기념일은 1955년 9월18일이지만 남북정상회담 일정으로 올해 창당 기념식을 하루 일찍 앞당겼다. 이 대표는 이 자리서 “민주당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유일한 기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남북정상회담은 대립과 갈등을 평화와 공존의 현대사로 바꾸는 매우 중요한 행보”라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헤쳐 나가는 민주당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조성된 한반도 평화 무드에 민주당이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역할 재차 강조
갈등보단 원팀

이 대표는 창당 기념식서 민주당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향후 이 대표가 나아갈 방향과 그 궤를 같이 할 공산이 크다. 이 대표는 여당으로서의 민주당과 정당으로서의 민주당을 강조했다. 

또, 대통령 당선을 거론한 것은 하나 된 민주당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의 공언은 당이 하나가 됐을 때를 전제로 한다. 이 대표의 말처럼 민주당이 당내 갈등 없이 원팀으로 명맥을 이어갈지, 당내 갈등을 피할 수 없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해찬의 집권 50년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민주당 창당 기념일서 ‘집권 50년론’을 주창했다. 남북정상회담 하루 전 시행된 기념식서 나온 발언이었다. 앞서 제시한 집권 20년론보다 30년 앞섰다. 이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집권 20년론’을 제시했고, 지난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선 ‘20년 집권플랜’을 제시했다.

야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권력 욕심 부릴 시간에 민생에 집중하는 여당 대표의 모습을 보고 싶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삼화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필요하게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비치는 발언을 자꾸 내뱉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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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