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10·26이 남긴 것들①수도 빼앗기고도 웃는 MB ‘후계 비책’

박근혜 버릴 절호의 기회 “나 지켜줄 사람 누구?”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한나라당의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는 집권당의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심판이라는 실로 엄중한 의미로 해석되며 정치권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장악력이 급격히 쇠퇴해 레임덕이 초가속화 되고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이 흔들리며 ‘대안론’이 대두되고 있다. 정권 말미 친이·친박 간 주도권 다툼도 본격화 되었다. 하지만 이는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 자신의 ‘방호벽’을 쌓기 위해 고심 중인 이 대통령에게는 호재로 다가올 것으로 여겨진다. 겉으로는 ‘낮은 자세’를 운운하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을 MB의 의중을 들여다봤다.

흔들리는 ‘박근혜 대세론’, 미소 짓는 이명박
퇴임 후 ‘방호벽’ 쌓기 안간힘, 기회는 지금! 

이번 서울시장 선거 참패는 내년 4·11 총선에서 여의도 권력 지형이 여소야대로 재편되는 데 이어, 12·19 대선에서도 정권 재창출이 무망함을 보여주는 일종의 예고편이 될 수 있는 선거였다.
 
이는 당장 임기 말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속화시킬 개연성도 크다. 이 대통령은 레임덕 악화와 집권당의 영향력 약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정권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다가섰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개의치 않고 홀로 ‘마이웨이’ 중이다.

개의치 않는 MB
홀로 ‘My Way’


이 대통령이 선거가 끝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선거 패배 대책 수립도 당과 청와대의 책임론을 제기한 것도 아니었다. 선거 다음날인 27일 이 대통령은 선거 결과에 전혀 개의치 않고 특유의 보은인사와 회전문 인사를 강행했다.

청와대 경호처장에 어청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을 임명했고 지식경제부장관에 홍석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사장을 내정한 것.

하지만 어 처장은 지난 2008년 경찰청장 재임 시절 촛불시위 참가자들의 청와대 진입을 막기 위해 컨테이너를 쌓아 광화문 입구를 막은 일(일명 ‘명박산성’)을 지휘했던 인물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고 “소통을 차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강경하다. 자신의 퇴임 후를 지켜줄 인사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하다.

또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임태희 비서실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이 대통령은 “민심을 수습하는 것이 우선이고 그 다음이 (인적) 개편”이라며 임 실장을 교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자신의 심복을 놓치지 않고 곁에 두려는 의중으로 해석된다.

자신을 경호해 줄 경호처장은 최측근 인사로 내정했지만 이 대통령의 가장 큰 목적은 정권 재창출에 있다.

그동안 정권재창출의 키워드는 ‘박근혜 대세론’이었다. 친이-친박이라는 치유할 수 없는 ‘앙금의 골’ 속에 정권 재창출이라는 공동의 관심사만으로 불편한 동거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계파갈등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는 정책현안 등에 대해서도 갈등을 빚어왔다. 그동안 가졌던 7번의 회동 중 5차례 회동에서 갈등을 증폭시켰다.

지난 2007년 12월 대선 승리 후 가진 첫 만남에선 협력관계 정립에 실패했고, 2008년 총선을 전후한 회동에선 공천갈등이 폭발하며 만날수록 둘의 사이는 악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회동에선 세종시 수정안 등을 놓고 양측의 갈등이 봉합되기 시작했고 지난 6월 유럽 특사보고 회동에서는 ‘정권 재창출’에 뜻을 함께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회동 당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박근혜 대세론이 정점을 찍을 때였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레임덕’을 최소화하고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일종의 제스처였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 전 대표도 당시 불거진 ‘여성 대통령 불가설’을 의식했고 대권으로 가기 위해서는 친이계의 지원과 협조가 필요했음을 인식해 이에 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갑’과 ‘을’의 위치가 완전 뒤 바뀐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참패로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친이계가 ‘대안론’을 내세우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정권 재창출’만이 살 길인 이 대통령으로서는 ‘계륵’과도 같았고 ‘눈엣가시’같은 존재였던 박 전 대표와의 동거는 더 이상 무의미 해졌다.

‘MB 계승론’을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관계설정에 임했던 박 전 대표가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다.

‘MB 계승론’ 걱정하다
뒤통수 맞은 박근혜


‘미래권력’과의 ‘불편한 동거’를 끝낸 이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신의 후계자 선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야권에서 벌써부터 ‘정권 심판론’을 운운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해 보이는 이 대통령이다.

시기는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친박계 의원들은 ‘선거 패배는 MB 탓’이라며 선상반란을 꾀하고 있지만 이런 움직임은 이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와 등을 돌리게 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당 내에서도 이러한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박근혜 대세론으로 인해 한나라당이 안주한 것은 사실”이라며 “박 전 대표를 보완할 만한 인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도 “박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이라기보다는 정권교체나 다름없다는 말이 나온다”며 “박 전 대표가 패배한 수도권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이재오 전 특임장관, 정몽준 전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중 가장 무게감이 실리고 이 대통령의 히든카드로 떠오르는 인물은 단연 김 지사다.

‘박근혜 대안론’에 ‘김문수 역할론’ 대두되는 한나라
‘더 이상 잃을 것 없다’ 후임 밀어주기 박차 가할 듯

김 지사는 수도권에서 단 한 번도 낙선하지 않은 지지기반이 있어 ‘박근혜 수도권 한계론’을 뒷받침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노동운동과 진보정당 경험은 물론 한나라당의 부자정당 이미지를 불식시킬 만큼 서민계층과 잘 어울린다. 대구와 부산경남을 찾으며 지역민심을 돌봤던 점도 향후 대권행보에 유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달리 학교 무상급식과 관련해 민주당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와 타협을 이룬 그의 정치력과 도내 31개 전 시·군을 순회한 택시기사체험 등 현장행정도 주목받고 있다.

김 지사는 대권 의지와 관련해 누누이 “꿈을 이루기 위해 조건이 마련돼야 한다. 정치적 계기로 해서 변화가 올 것으로 본다”며 정중동의 스탠스를 취해온 김 지사는 서울시장 선거결과에 “큰 충격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쇄신, 자기혁신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의 속내가 어떻든 간에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한나라당의 대권구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시점에 그의 ‘역할론’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김 지사가 당장 중앙정치에 뛰어들지는 않겠지만 특강과 한나라당 홈페이지 기고 등의 방식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또 국정의 축소판인 경기도정에 대한 비판적인 평가를 받으며 대권으로의 도전은 불가능하기에 일단 도정에 계속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사직을 조기에 그만둘 경우 역풍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대권 행보를 본격화한 만큼 김 지사도 하루 빨리 나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조기등판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근혜의 위기!
이명박의 호재?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내년 1월을 전후해 대권 출마를 본격화 할 것이란 시각과 총선 직후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김 지사가 대권 출마로 비워진 경기지사 자리는 임태희 비서실장으로 채운다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이 정해져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처럼 김 지사가 원하든 원치 않던 당내 경선 흥행을 위해 대권 출마가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10·26 재보선 참패는 박 전 대표에게 위기로 다가왔고 다른 시각으로 본다면 이 대통령에게는 호재로 다가왔다. 친이계의 자신과 우호적인 인물을 내세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이 대통령은 놓칠 리 없다.
 
이미 국정장악력을 잃어버린 시점에 ‘더 이상 잃을게 없다’는 자세로 후임자 밀어주기에 매진 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이 자신이 살 길임을 이 대통령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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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