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빼든’ 자유한국당 대반전 카드

벼랑끝 전면전 “갈 데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한국당이 야성을 되찾았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대여·대정부 투쟁에 나서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문재인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현안과 의혹에 집중하고 있다. 맹점을 파고들어 존재감을 확실히 되찾겠다는 의지다. 그들은 무엇을 공략하고자 할까.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지난 5일 김성태 원내대표(이하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로 포문을 열었다. 김 원내대표는 원색적인 단어를 서슴지 않았다. 당장 정치인의 품격을 가리켜 비판이 쏟아졌다. 동시에 지난날의 야성을 되찾았다는 평가도 존재했다. 이번 김 원내대표의 연설은 한국당이 9월 정기국회서 보여줄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까닭이다.

수위 높여가며
대정부 투쟁 예고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한국당 연찬회서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언급하며 9월 정기국회 전면전을 예고했다. 이날 김 원내대표는 “영화 속 건달들이 ‘집중해서 한 놈만 패자’고 한다”며 “한국당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끝장을 보여주자는 투지를 가질 때 야당으로서 가장 무서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소득주도성장을 정면 반박하며 대여·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6·13지방선거 참패 이후 일차적으로 당 수습에 나섰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경제 지표가 악화되는 상황에 발맞춰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서서히 높여갔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9월 정기국회서 야성을 드러내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정부의 3대 정책기조 중 하나인 소득주도성장을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소득주도 성장은 국민을 현혹하는 보이스 피싱” “소득주도 성장은 대한민국이 베네수엘라로 가는 레드카펫”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연설서 소득주도성장 대신 출산주도성장을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가 주장한 출산주도성장은 아이가 태어나면서 성년에 이르기까지 출산장려금 2000만원과 함께 1억원의 지원금을 국가가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당장 재원 마련 방안의 결여성이 제기됐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다음날 오전 국회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서 “여성의 출산을 경제성장의 도구로 여기는 한국당의 인식이 너무 천박하다”며 비난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번 연설은 9월 정기국회서 한국당이 보여줄 행보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9월 국회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바짝 날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은 침체된 고용 지표를 근거로 경제 현안을 선점하고자 한다. 

이는 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이 지난 2일 발표한 “민생을 살리기 위한 민심 국회를 만들겠다”는 논평과 그 궤를 같이한다. 그간의 경제 결과를 근거로 소득주도성장을 부정하면서 민심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다.

특히 한국당은 정기국회서 2019 정부 예산안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 예산안에는 문재인정부의 경제 기조가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교섭단체 연설에서 정부 예산안을 “세금 중독 예산을 싹둑싹둑 잘라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기조가 아직까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소득주도성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대급부로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다. 한국당은 김 원내대표의 연설로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역시 소득주도성장에 반박하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비대위 회의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관련해 “일종의 악마의 유혹서 빠져 나와야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득주도성장
정면으로 비판

한국당은 소득주도성장과 반대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가치와 좌표 재정립소위’ 위원장을 맡은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홍성걸 교수는 지난 31일 BBS 시사 프로그램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여의도 연구원을 비롯해 당내서 여러 가지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이 소득주도성장을 대체할 만한 모델을 통해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까닭이다.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에도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다.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서 “탈원전 정책의 백지화는 협치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탈원전 정책의 대체재로 평가받는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집중 호우로 전국의 태양광 발전 시설들이 수해에 그대로 노출됐다”며 피해를 입은 시설 사진을 꺼내들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달 청와대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이어 탈원전 문제를 재차 강조했다. 탈원전 카드가 공식화된 것이다. 

한국당은 탈원전 정책을 전력수급 문제와 고용 등과 함께 연결지어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력수급 문제는 지난 여름 동안 이어졌던 폭염과 함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여름에는 이상 고온으로 전력 수요가 연일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전력수급불안이 제기됐다. 

당시 한국당은 전력예비율이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자 탈원전 정책 재고를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탈원전 정책은 원전을 당장 줄이자는 게 아니다”며 단계적 감축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국당은 이어 고용문제를 언급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기국회 첫날이었던 지난 3일 오전 첫 현장 일정으로 울산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새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신고리 4호기 발전소 시설을 시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신고리 4호기 발전소를 시찰한 뒤 가진 토론회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앞으로 2030년까지 한수원 직원 1만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결국 안전문제로 원전을 반대하고 나섰지만 결국 국민들의 고용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원전 정책을 고용문제와 결부지어 비판한 것이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16일 문 대통령이 지난달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 당시 “탈원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탈원전이라는 표현을 호도하는 게 있었는데 이에 우려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탈원전 속도와 관련해 “충분히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폭염이 지속됐던 지난달 8일, 최고위원회의서 탈원전 정책 비판에 대해 “근거 없는 트집잡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예정대로 진행된 원전 정비를 전력수급 때문에 갑자기 바꾼 것으로 호도하고, 마치 탈원전 때문에 전력 수급에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탈원전 흠집 내기 공세를 그만하라"고 촉구했다.


김 비대위원장의 현장방문과 김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한국당은 탈원전 공세를 9월 정기국회서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9월 국회에선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예정돼있다. 탈원전 정책 공방이 불가피한 까닭이다.

당 내부서도 탈원전 공세가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이 세울원자력본부를 시찰한 날 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정부가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에 의뢰해 작성한 ‘원전산업 생태계 개선 방안 보고서’를 토대로 “청와대는 ‘탈원전 몽니’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 문제 연결
원전 공세 가속

이 의원은 “보고서에 따르면 추가 해외 원전 수주가 없을 시 2030년까지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국내 원전산업 붕괴로 부품 및 기자재 수급이 어려워 원전의 안전 운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도 인정한 탈원전 부작용을 청와대만 모른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엿다.

한국당은 지난 여름 발생한 폭염에 전력문제가 대두된 것과 신재생 에너지의 경착륙 등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탈원전 공세를 펼칠 예정이다. 여기에 고용문제까지 결부시켜 진용을 갖추고 있다. 또 산자부장관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돼있어 탈원전 반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정부·여당과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다. ‘북한산 석탄 국정조사’와 ‘판문점 비준안’ 문제가 대표적이다. 한국당은 북한산 석탄 의혹과 관련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한국당 북한산석탄수입의혹규명특별위원회 첫 회의서 북한산 석탄 의혹과 관련해 “우리 기업, 금융기관을 비롯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미치고 국가 안보에도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당의 석탄 국정조사 요구는 이번 9월 국회서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서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은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는 오래전부터 북한산 석탄을 인지하고 수차례 청와대 대책회의까지 했다”며 “이번 정기국회서 국정감사를 통해 진실을 반드시 파헤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산 석탄 논란은 지난달 28일 다시 주목을 받았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민주당 김민기 의원과 한국당 이은재 의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비공개로 열린 정보위원회 회의서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북한산 석탄의 국내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미 청와대가 북한산 석탄 반입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다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고한 것에 대해 민주당 김 의원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 게 아니라는 의미”라며 국정원이 덧붙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 이 의원은 “안보실 보고는 대통령 보고와 다름이 아니라는 답변을 (국정원이)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서 “미국이 지난해 10월 초 정보를 줄 때까지 제 차원에선 북한산 석탄 불법 수입 정보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탈원전·석탄 등 대북이슈 조준
당내 투톱 이견 봉합 후 전면에

한국당 내부에서는 북한산 석탄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석탄특별위 위원장인 유기준 의원은 “경찰 내사 중단과 관세청의 꼬리자르기 수사, 조직적인 자료 제출 부실 및 입맞추기 등 이에 대한 의심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여당 민주당 원내대표도 정부의 설명이 부족했다며 야당이 국조한다면 할 수도 있다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정부의 설명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도 야당서 국정조사를 하자고 하면 할 수도 있다”고 발언한 점을 되짚은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산 석탄 국정조사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국정조사 등을 통해 밝혀질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은 누구에게 유리할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서 석탄 의제가 부각돼 협의가 한층 복잡해질 가능성도 제기 된다. 결국 한국당은 결과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여당과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원내대표는 교섭단체대표 연설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는 지금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경제에 실패한 문재인정권이 종전선언 운운하며 북핵 이슈를 계속 끌고 가기 위한 정략적 접근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며 “한미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북핵폐기 철벽 공조에 보다 집중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당은 최근 대북 특사가 파견된 이후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진 것을 두고도 입장차를 보였다. 정치권이 대체로 환영의 뜻을 표한 것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 한국당은 지난 5일 윤영석 수석대변인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 역시 비준안 동의 반대 기조로 입장을 선회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7월 JTBC에 출연해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전통적인 안보관보다는 평화 정착을 위해 적극 협력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4일 비대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대해 “비핵화의 진전이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 이라며 “일종의 법률로서 인정하는 비준을 한다면 우리는 경제협력과 관련된 의무만 지게 된다. 찬성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양김 전면에
100일 역할은?

한국당 ‘투톱’이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정책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북한산 석탄 수입 의혹을 제기하는 형국이다. 또한 판문점 비준안 동의 여부도 반대 입장을 표하고 있다. 한국당이 정기 국회를 관통하면서 본격적인 ‘존재감 드러내기’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당 수습에 들어갔던 한국당이 100일간의 정기 국회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홍준표 가니 김성태 왔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최근 교섭단체 대표 연설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정치권에선 김 원내대표의 표현과 발언을 비판했다. 여론 역시 부정적이다. 

김 원내대표의 거친 발언은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지난 7일 “지방선거 패배로 무너진 홍 전 대표 체제의 또 다른 버전이 등장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혹평했다. 

홍 전 대표는 지난날 정부여당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판을 쏟아내며 ‘레드준표’라는 별명을 얻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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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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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