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인10색’ 인사청문회 관전포인트

“10명 중 2명은 날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인사청문회가 연달아 개최되면서 여야가 본격적으로 부딪힐 전망이다. 문재인정부 2기 개각과 함께 5개 부처 장관을 비롯한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관 등 10여명의 인사청문회가 연이어 예정돼있다. 이미 야당에선 정면승부를 예고한 만큼 청문회 험로는 불가피해보인다. 여기에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고개를 들면서 쉽게 청문회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치열하고도 복잡한 양상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충돌이 가시적인 데다 청문회를 거칠 후보자들이 10여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5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개각을 단행했다. 추후 임명될 1명까지 더하면 총 6명이다.

여야 벌써부터
팽팽한 줄다리기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유은혜 의원, 국방부장관엔 정경두 합참의장이 발탁됐다. 여성가족부장관에 민주당 진선미 의원, 고용노동부장관에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는 성윤모 특허청장이 내정됐다. 

헌법재판소장에는 유남석 헌법재판관이 지명됐고,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총 5명으로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인사청문회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민주당 소속 의원인 유은혜 후보자다. 유 후보자는 내정과 동시에 지명 철회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맞닥뜨렸고, 각종 의혹이 연이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유 후보자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내정했다. 유 후보자는 이날 “문재인정부 2년차에 중책에 내정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교육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며 교육 정책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유 의원의 내정과 동시에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의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청원이 게재됐다.

지명철회 청원은 지난 6일을 기준으로 6만명을 넘어섰다. 꽤 가시적인 숫자다. 청원자는 유 후보자의 ‘전문성’에 대해 지적했다. 현장 경험이 없다는 것이 포인트다. 유 후보자는 국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2012년부터 최근까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교문위원회)서 줄곧 활동했다. 다만 현장서의 경력은 찾아보기 어려운데 청원자는 이를 지적한 것이다.   

유 후보자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유 후보자는 지난달 31일, 충남 예산서 열린 민주당 워크숍서 전문성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소통 능력이나 중재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 현안은 뚜렷한 입장차와 첨예한 갈등을 낳는 만큼 이를 수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후보자는 ‘교육공무직법 제정’에 대해서도 소명했다. 그의 전문성을 지적했던 청와대 청원자가 유 후보자의 법안 발의를 비판하면서 이슈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유 후보자는 지난 2016년 11월 기간제 교사 등을 정규직화 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직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안은 임용 대기 중이거나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됐다.

유 후보자는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교육시설재난공제회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시 법안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교사로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공무직이라는 별도의 직제를 만들어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였다”고 해명에 나섰다. 

검증 대상자만 10여명…여야 대립 예고
후보자들 각종 의혹 고개 “예단 어렵다”


해당 법안의 제3조에는 “교육공무직은 교원 또는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라고 명시돼있었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유 후보자는 “이번 정부 들어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진행되면서 다시 발의할 이유가 없어졌다”며 법안을 재발의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유 후보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서 지적된 사안 외에 또 다른 의혹들과 마주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지난달 31일 유 후보자가 한국체육산업개발 일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 의원 사무실을 낸 것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곽 의원은 ‘국회 교문위원회 소속인 유 후보자가 피감기관인 한국체육산업개발서 운영하는 공공시설에 지역구 사무실을 낸 것은 갑질’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유 후보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입찰 과정을 거쳐서 사무실에 들어간 것”이라며 “법적인 관계가 성립해서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 후보자는 자녀와 관련된 의혹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유 후보자는 지난 4일,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과 딸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들의 병역 문제에 대해선 “고의적 또는 불법적 병역기피 행위와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아들의 수술 기록과 병역판정신체검사결과 통보서를 공개했다.

유 후보자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만 14세였던 지난 2011년 8월30일 유도 연습을 하다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받았다. 이후 만 17세였던 2014년 9월2일에는 학교서 축구하다 같은 부위를 다시 다쳐 또 수술을 받았다. 
 

아들의 부상은 고의적 병역 기피와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유 후보자의 아들은 이로 인해 지난 2016년 신체검사 당시 불안정성대관절(십자인대파열)로 5급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불안정선대관절’이 고위공직자의 단골 병역 면제 사유라는 점을 내세우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대법원장 이어
헌재소장까지

유 후보자는 딸의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도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던 상황이라 아이를 세심하게 돌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딸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같은 유치원에 다니던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진학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 시인한 것이다.

당시 유 후보자의 실거주지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이었지만 주소지를 서울 중구 정동으로 옮겼다. 유 후보자는 “딸의 주소지 이전은 보육상 불가피했고, 부동산 투기나 명문학군 진학을 위한 부정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 후보자의 위장전입을 도운 것으로 알려진 장기용 신부는 지난 6일, 해명의 글을 기자들에게 보냈다. 장 신부는 ”또래 아이들 십여 명이 거의 매일 성당 마당과 저의 집에서 놀았다“며 ”그러던 중 초등학교 입학 때에 유 후보자의 딸만 다른 학교로 가게 됐다. 저의 아내는 이를 측은하게 여겨 유 후보자의 주소지를 저의 집으로 옮겨 학교를 같이 다니게 하자고 제안했다“고 위장전입 배경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자녀의 위장전입 사실을 ‘보육상 목적’이었다는 사실에 대해 여론은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특히 유 후보자가 교육부장관 후보자인 만큼 이를 쉽게 간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야당은 인사청문회서 송곳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한국당은 ‘현역의원 불패’를 깨겠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그간 현역 의원들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하곤 했다.

문재인정부의 ‘여성 장관 30%’ 기조에 맞춰 내정된 민주당 소속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후보자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 후보자는 지난달 30일 “성평등 진전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반드시 응답하는 여성가족부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관 후보자
5인방 운명은?

호주제 폐지에 앞장섰던 진 후보자는 지난 2012년 국회에 입성한 뒤 여성 안전과 관련된 법안을 다수 발의했다. 대표적인 것이 ‘소라넷’ 폐쇄다. 진 후보자는 국내 최대 불법음란물 사이트인 소라넷 폐쇄에 앞장선 바 있다. 

진 후보자는 소라넷에 이어 ‘야딸TV’ 폐쇄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야딸TV는 회원수가 85만명에 달했던 대표적인 음란 사이트였다. 진 후보자는 피해자 제보를 바탕으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경찰은 야딸TV 등 음란 사이트 3곳을 폐쇄하고 운영자와 공범 일당을 검거했다.
 

그는 몰래카메라 근절을 위해 몰카 판매 규제법(위장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진 의원의 여가부장관 내정은 여성 인권 신장을 위한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진 후보자는 청와대 탁현민 선임행정관의 거취와 관련된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탁 행정관은 지난해 5월 여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그가 출간한 저서에서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친구들과 여중생을 공유했다’ 등의 발언이 나오자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정현백 여가부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서 탁 행정관의 경질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정 장관은 탁 행정관의 경질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건의한 사실을 밝혔다. 이어 탁 행정관은 지난 6월 사직 의사를 표했지만 당시 청와대는 이를 반려했다.


진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서도 탁 행정관의 거취와 관련된 질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간 여성 인권을 위해 노력해온 진 후보자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 받는 까닭이다.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장관에 이재갑 전 고용노동부 차관을 내정했다. 고용 지표 악화 등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마주한 때라 이 후보자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정부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냈다. 

이 전 차관의 내정 배경을 두고 전문성에 기인했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이 후보자는 30년 가까이 고용노동부서 근무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줄곧 고용 분야서 일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서 고용 지표 개선 방안 등 정책 계획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야권 집중 타깃은 유은혜
여가부 다시 탁현민 공방?

이 후보자는 ‘고용 쇼크’로 불리는 고용동향 개선을 위해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물론 청와대와 정부 역시 민생 경제 활력에 힘을 쏟는 형국이다. 특히 야당은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등에 대한 이 후보자의 의견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지난 고용동향 발표 이후 김영주 고용노동부장관의 경질 등을 요구하면서 문 대통령이 추구하는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문제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이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지난 5일, 아파트 다운계약서 의혹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당시 법무사에 처리를 맡겼지만 결국 저의 불찰”이라고 인정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0년 서울 강남구 방배동 소재 아파트를 3억7000만원에 매입하면서 계약서에는 매매가를 1억5000만원으로 낮춰 작성해 다운계약서 의혹이 제기됐다. 다운계약서로 취득세 등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이날 “2006년 부동산 실거래가격 신고의무제가 도입되기 전 법무사가 당시 관행에 따라 금액을 낮춰 신고한 것을 최근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필요한 법적 절차는 다 밟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주식 투자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 5일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ABL 바이오’ 비상장 주식 16주를 2080만원(1주당 130만원)에 샀다. 

이 회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1주당 신주 99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했고, 이 후보자의 주식은 1600주로 불어났다. 지난 7일 기준 장외거래 가격으로 1주당 약 2만3000여원에 거래되는 것을 고려해볼 때 이 후보자가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3600여만원인 것으로 예상된다. 석 달여 만에 1600여만원에 가까운 이득을 본 것이다.

일각에선 장외거래가 가능하기 전부터 비상장 주식을 매수한 것은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지인이 다니고 있어 그 회사(ABL 바이오)를 알게 됐으며 장기투자 목적으로 지인에게 주식 취득 방법을 문의한 바 있다”고 밝혔다.

신임 헌법재판소장에는 유남석 헌법재판관이 지명됐다. 사법 농단 의혹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유 후보자의 청문회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성부터
고질 의혹 산적

야권은 유 후보자를 두고 ‘이념 편향성’을 제기할 전망이다. 유 후보자가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유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얻을 경우 사법부 양대 수장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자리하게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 역시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역임했다. 이에 야권은 유 후보자의 청문회서 중립성을 제기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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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