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북미’ 문재인 역할론

결국 문이 나설 차례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의 방북 취소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비밀편지 보도에 이어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미 연합 훈련 재개를 시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비핵화의 가시적 성과에 집중하고 있다. 적어도 11월까지는 북핵 이슈가 선거 악재로 작용하지 않도록 애쓰는 모양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까.  
 

지난달 2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비핵화의 진척이 부족하다는 점과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언급했다. 방북 취소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따뜻한 존경심과 존중심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낼 것이다. 그를 곧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며 비핵화 불씨를 완전히 꺼트리지 않았다.

벼랑 끝 전술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의 진척을 내세운 까닭은 북미의 비핵화 출발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은 선 체제보장을 원하는 반면 미국은 선 비핵화 조치를 내세운다. 

실제로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과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에 따르면 서훈 국정원장은 지난달 28일 비공개로 진행된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의 선 종전선언 채택 요구와 미국의 선 비핵화 선언 입장이 충돌했기 때문에(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못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미가 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물밑접촉 등 후속협의서 비핵화 평행선을 좀처럼 좁히지 못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을 비핵화 문제와 결부시켜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결정을 설명하면서 “중국에 대한 우리의 무역 공세가 훨씬 강경해졌기 때문에 중국이 이전만큼 비핵화 과정을 돕고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판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의 배후에 있다는 해석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전후로 김 위원장이 방중할 때마다 중국 배후론을 지적하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분쟁을 비핵화 협상과 연결지어 중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중국의 개입을 차단하고자 한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차질을 빚자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론이 대두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북미정상회담 성사 과정서 중재자 역할을 해낸 바 있다. 다만 이번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정상회담 때와 다소 결이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서 무엇보다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가오는 11월 중간선거와 맞닿아 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실질적 성과가 이뤄질 수 있을 때 허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3차 방북 이후 미군 유해 송환과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해체 등을 이끌어냈다. 

다만 가시적 비핵화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당시 카운터 파트너인 북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회담 이후 “생산적이었다”고 밝힌 반면 북한은 외무성 담화를 통해 “미국 측의 태도와 입장은 실로 유감스럽기 그지 없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빈손 방북’이란 비판이 있었다.


트럼프, 중간선거 앞두고 성과에 집중
복잡해진 비핵 방정식…남북회담 주목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때도 비핵화 후속 조치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겐 선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폼페이오 장관 방북 취소 결정은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내린 판단이란 것이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7일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가 결정된 것은 전적으로 김 부위원장의 비밀편지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초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에 대한 답변인 것으로 보인다.
 

미 CNN방송은 다음날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비밀편지서 “북미 협상이 위기에 처해있으며 협상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며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은 편지를 통해 “평화협정에 서명하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가는 데 있어 미국이 북한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초기 협상이 흔들린다면 평양은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서 편지의 존재여부나 내용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의 비밀편지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빈손 방북에 따른 국내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방북을 취소했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비핵화 이슈를 선거 악재로 전환될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국내 정치적 위험성과도 관련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뮬러 특별검사팀과 각종 성추문으로 정치적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 트럼프 후보 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폴 매너포트가 유죄 평결을 받으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매너포트는 뮬러 특검의 첫 번째 기소 대상이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추문과 트럼프 재단의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히면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호황기를 맞고 있는 미국 경제와 지난달 27일 멕시코와의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타결 등으로 선거 악재만 가득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NBC뉴스와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44%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2∼25일 미국 유권자 600명(표본오차 ±4.0%포인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취소 사태와 김 부위원장의 비밀편지가 보도되면서 비핵화 협상은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재 역할 중요

이어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달 28일, 한미연합 군사훈련 재개를 언급하면서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가시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다시금 중재자 역할에 서게 됐지만 상황은 지난 북미정상회담 때보다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한층 복잡해진 비핵화 국면과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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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