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5년 천하’ 풀스토리

어렵사리 올라 허무하게 추락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들에게 퍼부은 폭언과 욕설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이 확산됐다. 윤 회장의 폭언·욕설 논란은 업계에선 이전에도 꾸준히 입방아에 올랐다. 윤 회장은 모든 지위서 물러나겠다며 전격 사임 의사를 밝혔지만 비난 여론이 여전히 거센 상황인 만큼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한 매체가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이 직원과 대화를 나누며 욕설하는 녹음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윤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폭언과 욕설 사실을 인정했다. 윤 회장의 상습적인 욕설과 폭언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폭언이 일상?
인정하고 사임

대웅제약의 창업자인 윤영환 명예회장은 재룡, 재훈, 재승 등 3남 1녀를 뒀는데 그룹을 셋째인 윤재승 회장에게 물려줬다. 윤영환 당시 회장은 지난 2009년 후계자로 차남 윤재훈 부회장을 선택했다. 

1997년부터 12년간 대웅제약 대표 자리를 지키며 공식적인 후계자로 알려졌던 윤재승 회장은 형에게 자리를 넘기고 경영 일선서 밀려났다. 당시만 해도 업계는 차남과 3남의 경영권 싸움서 형이 승기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3년 만에 상황은 급반전했다. 2012년 윤재승 회장이 다시 대웅제약 대표로 선임된 것이다. 2년 뒤인 2014년 9월 대웅제약은 이사회를 열고 윤재승 회장을 선임했고 윤영환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또 대웅제약의 지주사인 대웅도 윤재승 회장을 신규 선임했다. 대웅제약은 윤재승 회장을 중심으로 한 본격적인 2세 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윤재승 회장이 2012년 갑작스럽게 복귀한 이유는 업계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윤재훈 부회장이 이렇다할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하자, 오너 1세인 윤영환 회장이 3남 윤재승 회장을 복귀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윤재훈 부회장이 2015년 알피그룹을 꾸려 독립한 뒤 형제 사이는 멀어졌다. 알피그룹의 연질캡슐 생산 계열사 알피코프는 대웅제약으로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물량을 받아왔는데 계열 분리 이후 대웅제약으로부터의 일감이 급감했다. 

형인 윤재훈 회장이 2016년 10%에 달하던 대웅 지분 상당수를 정리하면서 형제간 분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윤 회장은 재계 경영자들 중에서 특이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는 인물이다. 1962년생인 그는 서울대 법학과 재학 시절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지검, 부산지검서 7년 동안 검사 생활을 했다.

장·차남 제치고 경영권 잡았는데…
직원에 욕설 파문으로 씁쓸한 퇴장

이후 대웅제약 감사로 회사에 발을 내디뎠고, 1997년 대웅제약 사장 자리에 올랐다. 대웅제약 경영에 뛰어든 이후에도 변호사로 활동했다. 


윤 회장은 2014년 대웅제약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오른 뒤에야 본격적으로 회사 일에만 전념하기 시작했다. 
 

윤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중국, 베트남 등 신흥 시장에 진입해 2020년까지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높게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임직원들과 등산을 하고, 맥주를 마시는 등 참신한 2세 경영인의 행보를 이어온 것으로 외부에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번 ‘욕설 파문’으로 인해 회장님의 민낯이 고스란히 알려지게 됐다.

공개된 녹음 파일을 통해 윤 회장은 직원의 보고가 마음에 들지 않자 “정신병자 XX 아니야. 이거? 야. 이 XX야. 왜 이렇게 일을 해. 이 XX야. 미친 XX네. 이거 되고 안 되고를 왜 네가 XX이야”라며 폭언을 쏟아냈다. 

또 직원의 설명에도 “정신병자 X의 XX. 난 네가 그러는 거 보면 미친X랑 일하는 거 같아. 아, 이 XX. 미친X이야. 가끔 보면 미친X 같아. 나 정말 너 정신병자랑 일하는 거 같아서”라며 욕설을 이어갔다. 

이 매체에 따르면, 대웅제약 전·현직 진원들은 이 같은 폭언이 일상이었으며 공식 회의 석상서도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어 굴욕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또 언어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주장했다. 

치열한 경쟁
3남이 대권 

대웅제약 직원들은 검사를 지낸 윤 회장이 법을 잘 아는 만큼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으며, 언어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는 사람도 많았다고도 했다.

직원들에 대한 상습 욕설과 폭언으로 공분을 산 윤 회장은 결국 지난달 28일 대웅제약과 그 지주회사인 대웅의 모든 직위서 물러나 회사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날 대웅제약 홍보팀 명의로 언론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다시 한 번 저로 인해 상처받으신 분들과 회사 발전을 위해 고생하고 있는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저는 오늘(2018년 8월 28일) ㈜대웅 대표이사 및 등기임원(이사), ㈜대웅제약의 등기임원(이사) 직위를 모두 사임했으며, ㈜대웅제약과 그 지주회사인 ㈜대웅의 모든 직위서 물러나 회사를 떠난다”며 “자숙의 시간을 가지고 제 자신을 바꿔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대웅제약은 이제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 임직원들이 성장하고 발전해나갈 수 있는 기업문화를 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전승호·윤재춘 공동대표 중심의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된다. 앞서 윤 회장은 직원들에 대한 갑질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된 지난달 27일에도 이메일을 통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윤 회장은 이날 보고하러 온 회사 직원에게 욕설이 담긴 폭언을 한 내용의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자숙의 시간을 갖겠다”며 경영 일선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가족 일정을 이유로 미국에 체류 중이며, 귀국 일정은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이 대웅제약 회장과 지주회사 대웅의 대표이사 회장 자리를 내려놨지만 경영 제일 앞인 ‘일선’서 물러났을 뿐이다. 실제로 윤 회장은 대웅제약의 지주회사인 대웅 지분을 11.61% 가진 최대주주다. 

대웅은 대웅제약 지분을 40.73% 갖고 있다. 대웅제약의 주요 의사결정에 윤 회장의 의견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직위는 내려놨지만, 경영서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다. 이에 윤 회장의 사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들이 나온다.

물러나도 
여전히 오너


한 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의 사퇴는 얼핏 봤을 때 용감해 보이지만, 재발 방지를 위해 변화를 약속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사실상 면피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피해를 고발한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실질적인 대책 발표가 있어야 한다”며 “내부고발 직원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런 모욕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을 것이고 불이익도 각오한 사람들이다. 이들을 위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회사원 A씨는 “윤 회장이 직위를 다 내려놔도 바지사장을 앉히면 그만이라 생각한다. 외부 인사가 사장을 하더라도, 총무, 인사, 기획 등 주요 직책에 자기 심복을 심어 놓으면 모든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제대로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으려면 내부 익명 신고제도, 윤리경영 관련 국제 기준 도입, 해당 내용에 대한 제삼자 검증 등 장치가 필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임은 그저 ‘쇼’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재벌 갑질 문화를 바꿔야 할 때라는 의견도 나왔다. 

회사원 B씨는 씨는 “실제 사임했다고 해도 가족경영인 국내 재벌 경영 체제서 그게 무슨 의미일까 싶기도 하다. 이제는 이 기본이 안 된 오너와 그에 따른 경직되고 인권이 보장 안 되는 조직 분위기가 재벌 가족 경영의 부작용이라는 걸 누구나 다 안다”며 “앞으로는 체질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조직의 이해관계자, 주주들 사이서 이런 논의가 나와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윤 회장의 사퇴는 그저 여론이 가라앉길 기다리는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자영업자 C씨는 “대주주인만큼 경영에 참여를 아예 안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대중에 드러나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언젠가 모습을 다시 드러낼 것이다. 조현아도 땅콩회항으로 사퇴했지만 슬그머니 경영 복귀를 시도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처음 아니다” 녹취록 공개로 망신
지분 40.73% 소유…여전한 영향력

그는 “여론이 잠잠해지면 다시 나올 것으로 본다”고 꼬집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아직까지 윤 회장의 복귀 여부나 시기에 대해 ‘알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윤 회장의 회사 지배력이 견고하고, 형제들 중 회사 업무에 관여하는 인물이 없어 언젠간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윤 회장의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안타까워하는 반응도 나온다. 갑질 및 인성 논란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져야 하겠지만 지금껏 대웅제약 윤 회장으로서 걸어온 길을 버리기엔 안타깝다는 주장이다. 

실제 윤 회장은 국내서 보기 드문 경영 실험자로 불릴 정도였다. 무엇보다 제약업계서 이 같은 평가를 내렸을 정도다.

윤 회장은 인사에 보수적인 제약업계 룰을 깨고 연 2회 정기 인사로 기대와 우려를 부른 인물이다. 더욱이 지난해 3월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를 사외이사로 깜짝 선임하면서 동종업계서 이례적인 족적을 남겼다. 

이는 모두 회사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로 증명되면서 윤 회장의 가치를 높였던 바 있다.

무엇보다 오너 일가가 수장 자리를 이어받는 제약업계서 이례적으로 젊은 전문 경영진을 기용하고 자신은 이사회 의장으로 전환하며 역시 남다른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단 해외로
잠잠해지면?

그러나 이 모든 평가는 윤 회장의 인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무너져내렸다. 무엇보다 윤 회장은 전문 경영인을 내세우면서 올해 매출액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는 어렵게 됐다. 매출액을 높여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겠다는 그의 목표는 자신으로 인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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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