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비상’ 광역단체 역할론

임금은 아등바등 원님은 유유자적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직을 걸고 임하라!”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발표된 고용동향과 관련,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에게 단호히 경고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수가 5000명에 그치면서 한국 사회가 고용쇼크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이 고용 위기 해소를 위해 직접 고삐를 당기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지방정부 수장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용충격’ ‘고용대란’ ‘고용참사’.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단어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7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고용 이슈가 단숨에 부상했다. 자료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취업자 증가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7월 취업자는 2708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증가했다. 신규 취업자가 5000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증가폭이 1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 2010년 1월 1만명 감소 이후 8년6개월 만이다.

중앙 수장 일침
지방 수장 촉각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해 여러 차례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업무지시는 일자리위원회 설치였다. 문 대통령은 위원장직을 직접 맡았다. 또한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매일 일자리 현황을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첫 외부일정 역시 일자리 현장이었다.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며 직원 1만명의 정규직 전환 약속을 받아냈다.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를 잡겠다는 포석이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뒀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7월 고용동향의 여파로 문 대통령은 직접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고용 위기 해소를 위해 좋은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영했지만 결과를 보면 충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간 정부 차원의 노력이 있었다 해도 결과가 충분한 방증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 모두가 완벽한 팀워크로 믿음을 주고 결과에 직을 건다는 결의로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경제 투톱’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의 갈등설에 선을 긋고자 한 것이다.

중앙정부 수장이 고용동향에 자성하고 강한 책임을 요구하면서 지방정부 수장들도 지역 경제 현안에 더욱 집중하는 모양새다. 지방정부 수장들은 민선 7기 출범과 함께 저마다 경제·일자리 해결을 외쳤다.
 

<일요시사>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수도권 세 곳(서울·경기·인천)을 꼽았다. 가장 많은 인구가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6·13지방선거 결과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그리고 박남춘 인천시장이 시·도정을 책임지고 있다. 지역 현안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은 일자리 문제 해결에 대동소이했다.

문 대통령 고용지표 악화에 엄중경고
지자체 수장들 일자리 창출에 안간힘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일 취임사를 통해 “일자리 절벽에 직면한 오늘의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일자리대장정 시즌2를 시작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서울특별시 고용동향’에 따르면 서울시의 고용률은 59.9%로 전년 동월 대비 1.1%p 하락했다. 취업자 수는 510만2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2.2%(11만3000명) 감소했다.

반대로 실업률은 4.7%로 전년 동월 대비 0.5%p 상승했다. 실업자 수는 25만3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10.6%(2만4000명) 증가했다.

산업별 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전기·운수·통신·금융업 분야에서만 취업자가 5000명 증가했다. 이외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에 7만명, 제조업에 2만3000명, 건설업에 1만5000명 그리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 8000명이 줄었다.

서울시는 비교적 일자리 사업을 체계적으로 시행중이다. 서울시는 일자리 서비스를 총 6개 분야로 나눠 진행 중이다. 6개 영역은 청년·여성·중장년·어르신·노숙인·장애인이다.

서울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표적으로 일자리 카페, 취업날개, 뉴딜일자리 정책 등을 운영 중이다.

청년 일자리 카페는 스터디룸, 취업 멘토링, 특강을 무료로 제공한다. 취업 날개 서비스는 청년들의 면접 정장을 무료로 대여해준다.

뉴딜 일자리 정책은 서울시가 채용 계획이 있는 기업을 미리 확보해 청년 구직자를 모아 2개월간 교육을 실시한 뒤 정규직 채용까지 연결하는 정책이다. 다만 기업들이 청년 구직자들을 채용해야 할 의무가 없는 데다 해당 중소기업에 취직한다 해도 근무 환경으로 인해 장기근속이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된다.
 

이어 서울시는 여성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여성능력개발원과 50플러스포털 등을 시행 중이다. 또한 노숙인의 사회 복귀와 장애인들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노숙인일자리지원센터, 서울시 장애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시는 우수중소기업과 공공일자리의 채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육훈련을 통해 취업준비생을 위한 잡콘서트 및 특강을 제공하고 있다. 여성과 고령자를 위한 교육도 따로 준비돼있다. 기술교육원 역시 운영 중이다. 기술교육원은 동부·중부·남부·북부 등 총 4곳이다.

취업 정책 강조
취임 후 전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대 기본 복지를 강조하며 성남시장 당시 화제를 모았던 ‘성남형 복지’를 경기도 전역에 안착시키고자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경기도 고용동향’에 따르면 경기도의 고용률은 62.4%로 전년 동월 대비 0.5%p 하락했다. 반면 취업자 수는 683만8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1.0%(6만5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실업률은 3.9%로 전년 동월 대비 0.1%p 상승했다. 실업자 수는 27만5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2.2%(6천명) 증가했다.

산업별 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전기·운수·통신·금융업에 취업자가 10만4000명, 건설업에 7만1000명,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 1만5000명이 증가했다. 이와 반대로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에 9만1000명, 제조업에 2만9000명, 농림·어업에 4000명이 줄었다.

경기도는 일자리재단을 따로 구축해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일자리재단은 크게 고용성장본부와 여성능력개발본부 그리고 경기도 기술학교로 구성돼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여러 일자리 정책에 집중하고 있지만 역점에 두고 있는 사안은 지역화폐와 주 52시간 노동정책으로 영향을 받은 버스 관련 정책”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지역화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골자로 한다. 특히 골목상권의 부흥 등 소상공인의 경영난 해소를 목표로 한다.

다만 지역화폐는 경기도 전역서 사용할 수 없다. 통합화폐를 발행할 경우 일부 대도시권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및 유흥업소 등에서도 사용할 수 없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기존 취지와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는 도내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지역화폐를 발행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해당 시·군이 지역화폐 형태를 선택하면 발행비와 플랫폼 이용료 등을 제공하게 된다. 지역화폐 형태는 종이상품권, 카드상품권, 모바일상품권 등이다.


이미 경기도는 지난달부터 경제실장을 단장으로 TF(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고 있다. 도는 연내 지역화폐에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 확보 및 시·군 간 협약 체결 등에 나설 방침이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순차적으로 지역화폐가 지원된다.

경기도는 주 52시간 정책의 여파로 버스 대란 등이 예상되긴 했지만 현실로 드러나진 않았다. 다만 인력 확충이 필요할 전망이다. 도는 이미 올해 1월 중순경부터 버스 운전기사 양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어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버스 기사를 추가로 양성하고 내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40억원씩 총 160억원을 투자해 4년간 8천명의 버스 기사를 충원할 예정이다.

지역화폐와 버스정책은 이 지사가 지향하는 밑바닥 경제의 연장선이다. 이 지사는 도지사 당선 이후 취임사를 통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고, 중소기업 지원과 창업 활성화, 노동권 강화로 일자리와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제가 지속성장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 역시 시장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창설해 청년 일자리를 비롯한 일자리 이슈를 논의할 예정이다. 인천시의 이번 달 고용동향은 고용률이 늘고 실업률이 감소하는 등 다소 안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천광역시 고용동향’에 따르면 인천시의 고용률은 63.6%로 전년 동월 대비 1.4%p 상승했다. 취업자 수는 159만1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2.9%(4만5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3.9%로 전년 동월 대비 0.2%p 하락했다. 실업자 수는 6만5000명으로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보다 2.3%(2000명) 감소했다.

지역별 방안
가지각색

산업별 취업자 현황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에서 취업자가 1만8000명이 감소했다. 이외에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에 3만4000명, 전기·운수·통신·금융업에 1만9000명,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 7000명, 건설업에 2000명이 증가했다.

인천시 역시 서울시,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자리 알림에 나서고 있다. 그 외에 주목되는 사안은 인천시의 일자리위원회다. 위원회는 시장 직속이면서 위원장을 시장과 민간위원장이 공동으로 맡는다.

인천시 일자리위원회는 기업·고용·청년·복지 등 4개 분과로 구성된다. 기업 분과는 중소기업 미스매칭 해소 등을, 고용 분과는 지역특성에 맞는 일자리 창출 사업과 산업별 직업훈련 및 인력양성 등을 담당하게 된다. 

청년 분과는 청년일자리 사업 발굴 및 청년일자리 미스매칭 해소방안 등을 수행하고, 복지 분과는 여성, 노인, 장애인 취업 확대 등을 맡게 된다. 위원회는 오는 10월경 출범할 예정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강조할 만한 일자리 정책으로 ‘강화 청춘마을과 뿌리산업을 위한 정책’을 꼽았다. 인천시는 지난 5월 강화 청춘마을의 문을 열었다. 청춘마을은 주로 청년층을 대상으로 창업 및 취업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강화 청춘마을은 청년과 지역을 동시에 잡는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강화군은 노령화로 인해 청년들의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 해소와 함께 지역 노령화를 방지할 수 있다.

인천시는 인천뿌리지원산업센터를 통해 뿌리기업 취업자를 위한 경력형성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은 제조업 전반에 걸쳐 기반성과 연계성이 높은 산업으로 제조업의 근간이다. 

근로자가 지역 내 뿌리산업 기업체에 신규 취업해 3개월 이상 근무하면 1년간 매월 15만원서 최대 30만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 사업은 뿌리산업의 인력 유입을 늘리고 구직·구인 미스매치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구직을 시도한 사람과 취업에 성공한 사람의 수가 적다는 점에서 효과는 가시적이지 않다. 다만 시행된 지 3개월 된 사업인 만큼 아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뿌리지원센터는 지난 5월부터 시행 중이다.

관계자는 인천시 고용률이 증가하고 실업률이 감소한 것에 대해 “인천시가 그간 기업을 유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기업 유치 등에 적극적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인천시는 지난 4년간 4400여개의 기업을 유치해 35만6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는 이 기간 경제자유구역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을 유치했다. 시는 2018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대상에서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지역별 일자리 정책, 실질적 효과는?
시도지사 간담회 통해 대안 마련할까

문 대통령은 7월 고용동향에 따른 여파로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전국 17개 시도지사 간담회를 오는 30일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7기 지방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개최되는 간담회다.

당초 간담회는 22일 기획됐지만 간담회는 태풍 ‘솔릭’의 북상으로 연기됐다. 전국 17개 시도의 광역단체장은 각 지역의 일자리 구상을 발표하고, 문 대통령은 중앙 정부의 지원방안을 논의해 일자리 문제 해결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었다.

한자리에 모여
지방 역할 강조

문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가 한 자리에 모이는 까닭은 고용지표 개선에 지역의 역할이 강조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 문 대통령이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팀에게 “직을 걸고 임하라”며 단호히 경고한 만큼 지방정부의 수장들에게 일자리 창출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자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앙과 지방이 협력을 가하는 모양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숨 돌린 광역단체는?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7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인천을 포함해 전남과 경남 역시 고용률이 증가하고 실업률이 감소했다.

‘7월 광주전남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남의 고용률은 62.7%로 전년 동월 대비 0.2%p 상승했다. 취업자 수는 96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00명 증가했다. 실업률은 2.5%로 전년 동월 대비 0.6%p 하락했다. 실업자 수는 2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000명 감소했다.

‘7월 경상남도 고용동향’ 에 따르면 경남의 고용률은 62.6%로 전년 동월 대비 1.5%p 상승했다. 다만 전월에 비해 0.2%p 하락했다. 취업자 수는 178만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5만명(2.9%) 증가했다. 

실업률은 2.3%로 전년 동월 대비 0.6%p 하락했다. 실업자 수는 4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000명(18.2%) 감소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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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