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노의 남자들 아귀다툼

여의도가 온통 노란색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선거제도 개혁이 9월 정기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까. 최근 민주평화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의 불씨를 키우는 모양새다. 이에 야당은 화답하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로 선출될 당 대표에 따라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던 인사들이 저마다 당 전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선거제 이슈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5일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 신임 당 대표로 선출된 정동영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의 고삐를 당겼다. 정 대표는 취임 일주일 뒤 열린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서 “목숨 걸고 선거제도를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정 대표는 “정기 국회가 넘어가면 선거제도 개혁은 물 건너 간다”며 사실상 개혁 시기를 9월 정기국회로 못 박았다.

선거제 개혁
9월 정기국회로

정 대표가 제안한 선거제 개편은 갑작스럽지 않다. 선거제 개혁은 국회를 비롯한 여러 갈래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다. 특히 선거제 이슈는 20대 국회 전반기부터 개헌과 함께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다. 선거제 개혁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선거제 개편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수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이후 지역구 의석과 전국구 의석을 결정한다. 지역구 의석은 현행 방식대로 결정되고 나머지 의석은 배분된다. 

예를 들어 한 정당이 10%의 지지율을 얻었다면 30석이 배분된다. 해당 정당이 지역구서 10석을 획득했다면 나머지 20석은 비례대표제로 보완된다.


사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민의를 더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군소정당들의 국회 입성이 원활해질 공산이 크다. 현행 소선거구제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정 대표 역시 소선거구제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전환하고자 한다.

정 대표가 선거제 개편에 본격적으로 불을 지피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은 이에 화답하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역시 긍정적이다.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는 지난달 선거제 개혁과 개헌을 연동해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 참석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은 시대적 책무”라고 밝혔다. 바미당의 선거제 개편 입장은 다음달 2일 선출될 새 당 대표를 통해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미당 전당대회 예비경선을 통과한 후보들 중 몇몇은 공식적으로 선거제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김영환 후보는 지난 5일, 국회 정론관서 “선거제도 개혁에 사활을 걸겠다”고 강조했다. 정운천 후보 역시 지난 7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열고 “소선거구제 개편 등 정치제도 개혁을 통해 진정한 동서화합의 미래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바미당 전당대회에서 가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손학규 후보도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이다. 손 후보는 지난 8일 국회 기자회견서 “선거제도를 비롯한 잘못된 정치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 손학규의 마지막 소명”이라고 호소했다.

정동영 연일 선거제 개혁 띄우기
김병준 “선거구제 이야기 가능”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하 김 위원장)도 선거제 개편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일 한국당 비대위원장실을 예방한 정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정 대표는 “김 위원장의 한국당과 평화당이 선거제도 개혁의 우군이 됐으면 좋겠다”며 선거제 개편을 위한 연대를 제안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선거구제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 룸을 열어뒀다”며 긍정적 의사를 밝혔다. 정 대표는 제1야당까지 우군으로 확보해 놓은 셈이다.

애당초 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함께 거대 양당의 축으로 자리하면서 선거구제 개편에 소극적이었다. 소선거구제 개편은 현행 의석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전향적으로 입장을 선회한 까닭은 지난 6·13지방선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방선거 결과
한국당도 다급

한국당은 지난 6월 지방선거서 민주당에게 완패했다.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광역단체장 선거는 결정적이었다. 한국당은 보수텃밭이라 불리는 대구와 경북 단 두 곳서 승리했다. 겨우 체면치레한 셈이다.

한국당의 지방선거 참패는 오는 2020년 시행되는 21대 총선과 결부지어 볼 수 있다. 소위 지방선거는 정부와 정당의 중간평가로 여겨진다. 한국당이 이전과 달리 선거제도 개편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지방선거 이후 당 내외에서 제기되는 위기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정의당도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고 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지난 7일 오전 국회 정론관 브리핑을 통해 “민의를 제대로 담보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이미 시대정신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정의당을 예방해 이정미 대표를 만나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협력을 촉구했다.

다만 정 대표는 민주당을 예방해 추미애 대표(이하 추 대표)를  만나는 과정서 실망감을 드러냈다. 추 대표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답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지난 10일 KBS 라디오 <최강욱의 최강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서 “민주당 추 대표와 한국당 김 위원장을 만나 똑같이 (선거제 개편을) 강조했지만 추 대표가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좀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민주당은 선거제 개편 논의를 좌우할 수 있는 입지를 지니고 있다. 집권 여당인 데다 정당 지지도가 여타 정당에 비해 압도적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서도 ‘싹쓸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압승했다. 당 내외에선 21대 총선 전망도 지방선거 결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민주당은 현행 의석수와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민주당은 선거제 논의를 전면 부정하고 있지 않다. 최근 여야 5당은 회동을 통해 올해 안에 선거제 개혁을 이뤄내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야 5당은 지난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다당제 민주주의와 선거제도 개혁’ 토론회서 뜻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박병석 의원은 “정당들이 많은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면서도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을 마련할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선거제 개편에 뜻을 함께 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 대표가 선거제 개혁의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 묻자 “문제없다”며 한국당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대표는 선거제와 함께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여야 모두 원론적인 입장에서부터 적극적인 화답에 이르기까지 동행의 뜻을 밝히고 있다. 최근 평화당 전당대회에 이어 민주당과 바미당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과 바미당은 각각 오는 25일과 다음달 2일 전당대회를 개최한다. 선거제 이슈가 힘을 이어간다면 각 당 수장들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민주당은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가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 당 대표 여론조사에선 이해찬 후보(이하 이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바미당에선 손 후보가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로 평가된다. 이에 타 후보들은 적극적으로 손 후보를 견제하고 있다.

최근 전당대회를 앞두고 등판한 이들을 향해 ‘노의 남자들’이 돌아왔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후보와 김 위원장 그리고 정 대표는 모두 참여정부서 일한 경험이 있다. 손 후보 역시 정치적으로 얽혀있다. 

이들이 모두 각 당 대표로 자리한다면 ‘노의 남자들’이 당 전면에 포진하게 된다.

전대 이후
다시 재편?


이 후보는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원회 창단기획단장으로 열린우리당 창단의 기틀을 닦았다. 이후 그는 참여정부에서 36대 국무총리를 지냈다.    

정 대표는 참여정부서 31대 통일부장관으로 남북문제를 책임졌다. 이후 그는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을 지냈다. 열린우리당은 노 전 대통령이 창당했다. 2007년 대선 때는 노무현정부의 여당이던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나섰다. 정 대표는 당시 대선 후보 경선서 이 후보와 손 후보와 경쟁했다. 정 대표는 대선서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크게 패했다.

손 후보는 이듬해 대통합민주신당 대표를 맡으며 당 수습에 들어갔다. 이 후보와 손 후보가 전당대회 이후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세 사람의 운명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된다.

김 위원장은 2002년 대선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의 정책자문단 단장을 지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위원회 간사위원과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정책실장을 역임하다 7대 교육부총리에 임명됐다. 
 

그러나 취임 13일 만에 논문 표절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네 사람 모두 참여정부 시절 정치권의 중심서 활약했다.

과거의 인연으로 얽혀있는 이들이 모두 당 대표에 안착하게 된다면 정 대표의 선거제 개혁이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선거제 개편 공론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정 대표는 민주당과 바미당의 전당대회 이후 그 행보를 더욱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이후 선거제 개편 논의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다. 후반기 국회의장에 선출된 문희상 국회의장(이하 문 의장)은 취임 이후 개헌과 함께 선거제 개혁에 힘을 실었다.

문 의장은 지난달 18일 오전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선거제도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문 의장은 이날 “선거제도의 개편이 따르지 않는 개헌은 의미가 없다”며 “선거제도만 개편한다고 해도 역사적으로 정치개혁을 제대로 한 국회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문 의장 역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이 닿아있다는 것이다. 문 의장은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민주당·바미당 전대 후 선명해질 듯
문 의장까지 가세…개편 가능성은?

전당대회 이후 새 당 대표를 주축으로 본격적인 5당 체제가 공고히 되면서 선거제 개혁이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민주당과 바미당 전당대회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얽힌 이 후보와 손 후보가 당의 전면에 나설 수 있을지 역시 관전 포인트다.

선거제 개혁은 각 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교차하는 곳으로 꼽힌다. 정쟁의 과열이 예상된다. 게다가 2020년 21대 총선을 앞둔 상황서 의석수 확보를 위한 각 정당의 움직임이 선거제 개편과 맞물려 분주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미당은 의석수로 원내 3당 자리를 꿰차고 있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서 참패했다. 바미당 소속 후보들의 99%가 낙선했고,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시나리오의 중심에 선 것도 그 이유에서다. 

바미당은 다가올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 선거제 개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만연하다. 유력한 차기 당 대표로 꼽히는 손 후보는 선거제 개혁을 ‘정치적 소명’이라 강조하며 만전을 기하고 있다.
 

평화당도 지난 지방선거서 한계를 보였다. 기초단체장은 5석 확보에 그쳤다. 호남서의 성과는 있었지만 외연 확장에는 실패했다. 또한 평화당은 정의당과 함께 ‘평화와 정의’라는 이름의 공동교섭단체를 결성했지만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타계로 지위를 상실했다. 

2020 총선 결과에 따라 당의 존폐 여부가 좌우되는 상황이다. 정 대표가 평화당 대표에 취임하자마자 선거제 개혁 카드를 꺼낸 것도 당의 현재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선거제 개혁의 키는 민주당에 달려있다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민주당은 연일 정당 지지율 1위를 기록하는 가운데 6월 지방선거서 압승했다. 이어 2020 총선서의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이 선거제 개혁 논의를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는 새로 선출될 당 대표의 입장을 통해 분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혁 어디까지
당 대표 입장은?

이 후보와 손 후보가 전당대회서 차기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인연이 닿아 있는 이들이 4당의 수장이 된다. 정의당과 후반기 국회를 이끄는 문 의장이 선거제 개편에 적극적인 가운데 이들의 정치적 결단이 선거제 개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무현의 숙원, 선거구제 개편 이뤄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당선 직후 선거구제 개편을 언급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선거제를 바꾸겠다”며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다. 지역구도가 깨지면 대통령 권한을 그만큼 양보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제1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제안에 수용 불가 방침을 내세웠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을 한나라당에게 제안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의 반대급부 내용은 선거제도를 고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노 전 대통령과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연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담을 가졌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당시 박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선거구제 개편 제안에 행정구역 개편을 역으로 제안하면서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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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