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기다리는 범털들 백태

대통령 입만 보고 ‘세월아 네월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특사는 없다.” 청와대는 이번 8·15광복절 특별사면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일각에선 특사를 기대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은 것이다. 특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특사를 더욱 학수고대하는 까닭이다.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특별사면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역대 정권의 특사를 비춰볼 때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일찌감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지난 1일 “올해 8·15광복절 특별사면은 없다”고 밝혔다. 광복절 특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행사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서민생계형 범죄에 대한 사면’을 골자로 첫 특사를 단행했다. 다음 특사는 언제쯤 진행될지 아직까지 정해진 바 없다.

이번에도 역시
다음에는 혹시?

특사가 화두로 떠오를 때마다 자주 언급되는 사람들이 있다.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이석기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1월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 받았다. 다만 내란음모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이 속해있던 통진당은 지난 2014년 12월 헌법재판소 판결을 통해 해체됐다.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주장하는 측은 문재인정부 들어 그 목소리를 더욱 높히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은 지난달 1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8·15광복절을 맞아 이 전 의원을 포함한 양심수들의 특사를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민가협은 “단 한 명의 양심수도 사면하고 있지 않기에 우리는 쉴 수 없다”며 “이 전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을 결단하지 않는 것은 민가협 33년 역사를 부정당하는 심정”이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14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선 이 전 의원 석방과 관련한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 단체의 공동주최로 ‘평화와 인권, 민주주의를 위한 이석기 의원 석방 콘서트’가 열린 것이다. 이날 함세웅 신부는 “이 전 의원을 석방하는 건 시대의 명령이고 대통령의 의무”라며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의원의 특사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 전 의원이 내란선동 혐의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전 의원의 사형을 주장하기도 한다. 국가 전복 행위라는 비판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이 전 의원의 특사 논란은 최근 불거진 ‘이석기 내란음모 판결 파장’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문건에서 당시 행정처는 이 전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이를 분석했다.

문건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항소심 판결은 엄격한 법리에 따라 해석한 결과”라면서도 “정당해산심판서 정부 측에 유리한 판시내용이 많다”고 명시했다.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통진당 해산 심판과 이 전 의원의 내란선동 유죄 판결은 모두 박근혜정부 때 발생했다. 당시 행정처는 정당해산 심판에 대해 ‘박근혜정부에 유리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광복절 특별사면 무산
사면권 제한기조 유지

또 이 전 의원에 대한 판결은 특정 판사의 비리를 덮기 위해 앞당겨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향신문>과 SBS 보도 등에 따르면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3부는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의 이동식저장장치(USB)와 하드디스크 등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지난 2015년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된 최민호 전 판사와 이 전 의원에 대한 문건이었다. 

‘최 판사 관련 대응 방안’이란 문건에 따르면 “청와대가 사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갖게 된 상황이라 메가톤급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이 전 의원) 판결 선고를 1월22일로 앞당겨 언론 및 사회 일반의 관심을 유도 한다”고 명시돼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1월22일 이 전 의원 사건을 선고했다.
 

한명숙 전 총리 역시 양승태 사법부 시절 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적시돼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과거 한 전 총리의 판결을 두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정치권 역시 극심한 대립을 겪은 바 있다.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당시 행정처는 ‘한명숙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대응 전략’이란 문건을 작성했다.

당시 행정처는 판결에 대해 정치권의 반응과 전망, 언론사 보도 분석까지 자세하게 담았다. 당시 한 전 총리의 판결을 두고 여야가 극심한 대립을 겪게 되자 법원 차원의 대응 논리도 제시됐다. 행정처는 한 전 총리와 관련된 사회 갈등을 근거로 상고심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김현 대변인을 통해 “박근혜정부 당시 사법부에 의한 정치재판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날이 갈수록 증폭되는 가운데 한 전 총리의 재판에 개입한 정황까지 나오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번 한명숙 총리를 희생양 삼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기·한명숙
새로운 국면 맞나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 경선 비용을 명목으로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총 3차례에 걸쳐 9억원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0년 기소돼 지난 2011년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그러나 지난 2013년 항소심서 유죄 판결 받아 전세가 역전됐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상고심서 원심인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한 전 총리는 의원직을 상실했고 2027년까지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8월23일 새벽 만기 출소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의정부 교도소서 나와 “2년 동안 정말 가혹했던 고통이 있었지만 드디어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됐다”며 “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자리엔 민주당 이해찬·우원식·전해철 의원 등이 찾아 한 전 총리를 격려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한 전 총리의 만기 출소 이후 “한 전 총리의 인격과 고운 양심을 믿는다”며 “진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과 한 전 총리와 함께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이 전 지사)도 언급된다. 이 전 지사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서 강원도지사에 당선됐다. 그러나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11년 1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된 이 전 지사는 지사직을 잃었고, 2021년까지 피선거권을 상실한 상태다.

이 전 지사는 대표적인 친노(친 노무현) 인사로 꼽힌다. 이 전 지사는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보좌관을 지냈다. 이어 대선 때 노무현대통령후보 선거단 기획팀 팀장을 맡았다. 


이 전 지사는 당시 노무현 캠프의 중심축으로 꼽혔던 금강팀 멤버였다. 대선 승리 이후 이 전 지사는 대통령비서실 국정상황실 실장을 수행했다. 금강팀 멤버로는 유일하게 청와대로 입성한 인물이다.

이 전 지사는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사면 대상이 될 것이란 추측이 무성했다. 그러나 이 전 지사는 지난해 사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전 지사의 혐의가 문 대통령의 ‘5대 중대 부패범죄’에 해당됐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은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을 기준으로 원천적 사면 배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사면 명단에 들어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 역시 그와 같은 맥락이다.

내 차례는
언제쯤…

정재계 인사로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거론된다. 윤 회장은 지난 2012년 회사의 신용 하락을 예상하고도 1천억원가량의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어 법인자금 횡령, 계열사 불법 지원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배임·횡령액 1560억 중 1520억은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신용 하락을 예상하고도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판결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윤 회장은 1심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재판부는 2심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윤 회장은 지난 2015년 2심 재판서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회장직을 이용해 우량계열사로 하여금 부실계열사나 실질적 개인회사에 거액을 지원하게 해 지원회사 주주, 채권자, 이해관계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범행 결과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회생 절차를 마치고 재기 중인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보다 기업 경영을 다시 하게 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낫다”며 “원심의 실형 선고는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판결 당시 윤 회장은 “투명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에서도 개인 비리가 나오지 않았는데 배임죄가 적용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특사를 언급할 당시 윤 회장도 물망에 올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윤 회장은 유죄 판결로 2020년 말까지 회사 등기임원이 될 수 없다. 또한 출국에 있어서도 지장을 받는다.

이석기·한명숙, 문건 공개로 반전?
경제인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까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군 이슈와 관련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특사 요청도 눈길을 끌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28일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병역 종류 조항에 규정된 병역을 부과하면 그들의 양심과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충분히 병역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 종류 조항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돼 양심의 자유를 침해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 등을 거부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병역법 제88조 1항에 대해서는 위헌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합헌을 결정했다.
 

오두진·김진우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수감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 155명이 특별 사면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대리하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따라 이미 수감돼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구제를 위해 정부의 특사 단행을 촉구한 것이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즉시 석방은 국제기구 권고사항에 대체복무 도입과 함께 늘 빠짐없이 포함됐던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들은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의 2015년 ‘대한민국에 대한 최종 견해’ 및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의 지난해 5월 보고서의 권고대로 석방 조치만이라도 이뤄진다면 국제기구의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권고사항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수들도 기대
사연 가지각색

두 변호사는 “특별사면이 이뤄진다면 이번 헌재 결정에 따라 국회가 이 문제를 국제인권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조속히 해결하도록 촉구하는 매우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정부 첫 특사는?

지난해 12월29일 법무부는 특별사면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당시 특사는 일반 형사범, 불우 수형자, 일부 공안사범 등을 중심으로 단행됐다. 정치인과 기업인 등을 포함한 부패형 범죄 수형자는 배제됐다. 

특별사면·복권된 이들은 모두 6444명이었다. 세부적으로 일반형사범 6400명, 고령 등 불우 수형자 18명, 용산참사 관련자 25명 그리고 정치인 중 유일하게 정봉주 전 의원(이하 정 전 의원)이 사면 및 복권됐다.

당시 화제가 됐던 특사 대상은 용산참사 관련자와 정 전 의원이었다.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 당시 벌어진 용산참사 관련자들은 당시 강제철거에 반발해 건물 점거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이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용산참사는 수사 및 재판이 종결된 대표적 공안사건”이라며 “삶의 터전을 잃은 철거민들을 배려해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유일한 정치인인 정 전 의원의 사면은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은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저격수’란 별명이 붙은 까닭이다.이후 정 전 의원은 민주당 복당 신청과 서울시장 출마 등을 추진하며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으로 피해자와 공방을 펼쳤다가 스스로 사실관계를 인정해 물러났다. 정 전 의원은 “자연인 정봉주로 돌아가겠다”며 정계은퇴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이 외에도 165만975명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행정제재 특별감면을 실시했다. 다만 음주운전과 뺑소니, 난폭·보복 운전, 경찰 폭행, 사망 교통사고 등은 제외했다. 또한 1716명을 대상으로 어업인 면허·허가 행정제재 감면을 단행했다. <수>


<기사 속 기사> 특사 절차는?

특별사면은 형의 언도를 받은 특정 범죄인에 대해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절차 없이 자신의 특권으로 형의 전부나 일부를 소멸시키거나 형을 선고받지 않은 사람의 공소권을 소멸시키는 제도다. 

사람이 아닌 특정 범죄(종류)를 지정해 국회동의를 얻어 이에 해당하는 모든 범죄인의 형을 소멸하는 일반사면과 구분된다. 법무부장관이 상신하고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결정한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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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