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권전략 전면수정 내막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다 어쩌려고?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보궐선거를 지원하겠다”고 전격 밝혔다. 현 정부 출범 후 줄곧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둬온 박 전 대표가 4년 만에, 심판론에 맞서는 ‘MB 프레임’ 속에서 첫 선거전에 뛰어든 것이다. 당초 내년 초 본격 대권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조기등판’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고집으로 불기 시작한 ‘안풍’이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대권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애초의 전략에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초 예상한 대권행보, ‘안풍’에 휩쓸려 6개월 조기 등판
정치 행보에 중대한 전환점 맞아, 신중한 ‘선거의 여왕’

10·26 재보선은 ‘미니대선’으로 불리며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로 그 의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정치행보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고, 대권전략이 어그러져 버려 전면 수정에 나선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박 전 대표는 요즘 어느 때보다 신중해 보인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자신이 지원에 나섰음에도 패한다면 이미지와 존재감에 크나큰 상처를 입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그간 지켜왔던 ‘대세론’에 더 이상 자신의 이름 석자를 달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번 선거지원에 임하는 박 전 대표로선 위험부담이 크다.

어그러져버린 대권전략
더 신중한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잘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나 있었는데, 지금 상황은 한나라당뿐 아니라 정치 전체가 위기”라며 “모두가 힘을 모아야 되고 당과 우리 정치가 새롭게 변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해 이번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나경원 후보 지원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정치가 무엇보다도 국민의 삶의 질을 바꾸고 보다 나은 희망을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해서 참 송구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치권 전체가 많이 반성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 후보 지원 방법과 관련해선 “어떻게 지원을 할 건가, 어떻게 힘을 보탤 건가 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고, 당 관계자들과 상의를 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직책을 맡고 안 맡고 하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말해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을 생각은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서울시장 보선을 대선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선하고는 관계없는 선거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해 전국 재·보선 지역구를 돌며 후보 유세를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리베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번 10·26 재보선이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미니대선론’에 대해서 박 전 대표는 “대선과 상관없는 선거”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박근혜 대 안철수’의 대선 전초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또한 자신이 지원한 나 후보가 낙마하더라도 이를 자신과 연결 지으려는 시도를 미리 차단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vs 안철수’
‘박근혜 vs 문재인’

박 전 대표의 의도와는 다르게 정치권의 반응은 이번 선거가 미니대선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서울시장 선거는 매번 정국의 흐름을 바꿔놓는 분수령의 역할을 해왔고, 그만큼 선거를 전후해 정치적 파장도 컸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이전 서울시장 선거의 정치적 비중마저도 뛰어넘을 것 같다.

여론조사의 가상대결로만 이뤄지던 박풍(朴風)과 안풍(安風)의 맞대결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동적이긴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대학원 원장이 본격적으로 박원순 후보의 선거 지원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그 파괴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의 승패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판도를 바꿔놓을 메가톤급 영향력을 갖는 선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과 대선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 한나라당의 텃밭이었지만 최근 민심이반이 가속화 되고 있는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 등 굵직하고도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큰 지역의 선거가 있기 때문에 중량감은 더욱더 무거워지고 있다.

따라서 나 후보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닌 10·26 재보궐선거 전체를 지원하기로 나선 박 전 대표는 나 후보가 패배해 서울시장 책임론에 대한 짐을 덜진 몰라도 다른 지역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 동구청장 선거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신공항 무산,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부산민심의 실체를 엿볼 수 있어 박 전 대표에게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지역으로 여겨질 듯 보인다.

“한국 정치의 위기 상황” “그동안 뭐했냐” 비난 빗발쳐
‘리베로’ 역할로 전국구 지원, ‘40:0’ 신화 다시 쓰나?


서울시장 선거가 ‘박근혜 대 안철수’라는 대선 유력주자들의 영향력을 시험해보는 무대인 반면 부산은 ‘박근혜 대 문재인’이라는 유력주자의 지원력과 영향력 대결도 주목된다.

전국적인 지원 유세를 밝힌 박 전 대표는 야권바람에 흔들리는 동구청장 선거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써, 서울시장 선거 패배 시 입을 타격을 분산하는 전략을 고려했음직하다.

두 지역 모두 승리로 이끈다면 선거의 여왕 이미지를 더욱더 확고히 함은 물론이고 안철수, 문재인 등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와의 격차를 벌리며 확실한 1강 체제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직접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동구청장 선거에 대해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오는 시점을 전후로 문 이사장의 지원 유세를 요청해 상쇄효과를 내려고 한다”고 밝혀 부산에서 벌어지는 대선주자들의 한판 싸움도 기대되고 있다.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 공천 물갈이와도 직결된다. ‘공천학살’을 경험한 바 있는 박 전 대표는 공천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 따라서 패한다면 수면 아래 잠복했던 물갈이론이 또 다시 대두돼 박 전 대표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본인은 “대선과 상관없는 선거”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선거 지원을 공식화하는 순간부터 대선주자로서의 검증대에 오른 박 전 대표이다.

선거 지원을 바라보는
어긋난 시선들

상황은 녹록치 못하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도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이 판세를 크게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소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판세를 그렇게 또 흔든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그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이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당연한’ 수순인 만큼 나 후보의 지지율에 그 효과가 이미 반영됐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실제 최근에 실시된 여론 조사들을 살펴보면 박 전 대표가 나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선다 해도 박 후보에게 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는 약 9~10%대로 박 전 대표가 지원 여부를 밝히기 전과 비슷한 격차를 유지하거나 도리어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 조사 결과에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의 정광용 대표도 “같은 당이니 심정적 지지는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지원유세는 결단코 반대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면 안 되며,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을 승리로 이끌 유일한 지도자로 남겨둬야 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홍준표 대표의 책임 하에 치러져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 본인의 선거구(대구 달성군)의 (한나라당) 기초단체장도 낙선했다”며 “크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가 괜히 박근혜’고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겠냐며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과거 서울시장 선거를 지원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06년 당시 당 대표의 신분으로 오세훈 후보를 도왔다. 그때 유세 도중 괴한의 피습을 당하는 등의 악조건 속에서 오 후보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의 여왕이란 박 전 대표의 별명은 2004~2006년 크고 작은 재ㆍ보선에서 ‘40대 0’의 승리신화를 만들면서 붙여졌다.

2년3개월 동안 야당 대표로 재임하면서 승승장구할 때 여당 대표는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9번이나 바뀐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한 직후 천막당사에서 치른 2004년 총선에서도 개헌 저지선인 100석 이상(121석)을 차지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박 전 대표가 4년간 지켜온 ‘선거 불개입’ 원칙을 접으면서 내세운 명분은 “한국 정치의 위기 상황”이다. “한국 정치가 위기 상황에 처할 때 까지 뭐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지만 최고 잠룡으로 평가되는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무시 못 할 변수임엔 틀림없다.
 
그동안 꼼짝도 않던 그를 ‘안풍’과 ‘박풍’이 6개월 일찍 등판시킨 것이다.

이것이 박 전 대표의 대권 전략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 그 영향력과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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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