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권전략 전면수정 내막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다 어쩌려고?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보궐선거를 지원하겠다”고 전격 밝혔다. 현 정부 출범 후 줄곧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둬온 박 전 대표가 4년 만에, 심판론에 맞서는 ‘MB 프레임’ 속에서 첫 선거전에 뛰어든 것이다. 당초 내년 초 본격 대권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조기등판’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고집으로 불기 시작한 ‘안풍’이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대권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애초의 전략에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초 예상한 대권행보, ‘안풍’에 휩쓸려 6개월 조기 등판
정치 행보에 중대한 전환점 맞아, 신중한 ‘선거의 여왕’

10·26 재보선은 ‘미니대선’으로 불리며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로 그 의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정치행보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고, 대권전략이 어그러져 버려 전면 수정에 나선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박 전 대표는 요즘 어느 때보다 신중해 보인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자신이 지원에 나섰음에도 패한다면 이미지와 존재감에 크나큰 상처를 입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그간 지켜왔던 ‘대세론’에 더 이상 자신의 이름 석자를 달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번 선거지원에 임하는 박 전 대표로선 위험부담이 크다.

어그러져버린 대권전략
더 신중한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잘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나 있었는데, 지금 상황은 한나라당뿐 아니라 정치 전체가 위기”라며 “모두가 힘을 모아야 되고 당과 우리 정치가 새롭게 변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해 이번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나경원 후보 지원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정치가 무엇보다도 국민의 삶의 질을 바꾸고 보다 나은 희망을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해서 참 송구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치권 전체가 많이 반성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 후보 지원 방법과 관련해선 “어떻게 지원을 할 건가, 어떻게 힘을 보탤 건가 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고, 당 관계자들과 상의를 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직책을 맡고 안 맡고 하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말해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을 생각은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서울시장 보선을 대선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선하고는 관계없는 선거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해 전국 재·보선 지역구를 돌며 후보 유세를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리베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번 10·26 재보선이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미니대선론’에 대해서 박 전 대표는 “대선과 상관없는 선거”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박근혜 대 안철수’의 대선 전초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또한 자신이 지원한 나 후보가 낙마하더라도 이를 자신과 연결 지으려는 시도를 미리 차단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vs 안철수’
‘박근혜 vs 문재인’

박 전 대표의 의도와는 다르게 정치권의 반응은 이번 선거가 미니대선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서울시장 선거는 매번 정국의 흐름을 바꿔놓는 분수령의 역할을 해왔고, 그만큼 선거를 전후해 정치적 파장도 컸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이전 서울시장 선거의 정치적 비중마저도 뛰어넘을 것 같다.

여론조사의 가상대결로만 이뤄지던 박풍(朴風)과 안풍(安風)의 맞대결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동적이긴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대학원 원장이 본격적으로 박원순 후보의 선거 지원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그 파괴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의 승패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판도를 바꿔놓을 메가톤급 영향력을 갖는 선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과 대선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 한나라당의 텃밭이었지만 최근 민심이반이 가속화 되고 있는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 등 굵직하고도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큰 지역의 선거가 있기 때문에 중량감은 더욱더 무거워지고 있다.

따라서 나 후보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닌 10·26 재보궐선거 전체를 지원하기로 나선 박 전 대표는 나 후보가 패배해 서울시장 책임론에 대한 짐을 덜진 몰라도 다른 지역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 동구청장 선거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신공항 무산,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부산민심의 실체를 엿볼 수 있어 박 전 대표에게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지역으로 여겨질 듯 보인다.

“한국 정치의 위기 상황” “그동안 뭐했냐” 비난 빗발쳐
‘리베로’ 역할로 전국구 지원, ‘40:0’ 신화 다시 쓰나?


서울시장 선거가 ‘박근혜 대 안철수’라는 대선 유력주자들의 영향력을 시험해보는 무대인 반면 부산은 ‘박근혜 대 문재인’이라는 유력주자의 지원력과 영향력 대결도 주목된다.

전국적인 지원 유세를 밝힌 박 전 대표는 야권바람에 흔들리는 동구청장 선거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써, 서울시장 선거 패배 시 입을 타격을 분산하는 전략을 고려했음직하다.

두 지역 모두 승리로 이끈다면 선거의 여왕 이미지를 더욱더 확고히 함은 물론이고 안철수, 문재인 등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와의 격차를 벌리며 확실한 1강 체제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직접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동구청장 선거에 대해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오는 시점을 전후로 문 이사장의 지원 유세를 요청해 상쇄효과를 내려고 한다”고 밝혀 부산에서 벌어지는 대선주자들의 한판 싸움도 기대되고 있다.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 공천 물갈이와도 직결된다. ‘공천학살’을 경험한 바 있는 박 전 대표는 공천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 따라서 패한다면 수면 아래 잠복했던 물갈이론이 또 다시 대두돼 박 전 대표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본인은 “대선과 상관없는 선거”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선거 지원을 공식화하는 순간부터 대선주자로서의 검증대에 오른 박 전 대표이다.

선거 지원을 바라보는
어긋난 시선들

상황은 녹록치 못하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도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이 판세를 크게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소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판세를 그렇게 또 흔든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그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이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당연한’ 수순인 만큼 나 후보의 지지율에 그 효과가 이미 반영됐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실제 최근에 실시된 여론 조사들을 살펴보면 박 전 대표가 나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선다 해도 박 후보에게 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는 약 9~10%대로 박 전 대표가 지원 여부를 밝히기 전과 비슷한 격차를 유지하거나 도리어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 조사 결과에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의 정광용 대표도 “같은 당이니 심정적 지지는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지원유세는 결단코 반대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면 안 되며,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을 승리로 이끌 유일한 지도자로 남겨둬야 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홍준표 대표의 책임 하에 치러져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 본인의 선거구(대구 달성군)의 (한나라당) 기초단체장도 낙선했다”며 “크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가 괜히 박근혜’고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겠냐며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과거 서울시장 선거를 지원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06년 당시 당 대표의 신분으로 오세훈 후보를 도왔다. 그때 유세 도중 괴한의 피습을 당하는 등의 악조건 속에서 오 후보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의 여왕이란 박 전 대표의 별명은 2004~2006년 크고 작은 재ㆍ보선에서 ‘40대 0’의 승리신화를 만들면서 붙여졌다.

2년3개월 동안 야당 대표로 재임하면서 승승장구할 때 여당 대표는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9번이나 바뀐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한 직후 천막당사에서 치른 2004년 총선에서도 개헌 저지선인 100석 이상(121석)을 차지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박 전 대표가 4년간 지켜온 ‘선거 불개입’ 원칙을 접으면서 내세운 명분은 “한국 정치의 위기 상황”이다. “한국 정치가 위기 상황에 처할 때 까지 뭐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지만 최고 잠룡으로 평가되는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무시 못 할 변수임엔 틀림없다.
 
그동안 꼼짝도 않던 그를 ‘안풍’과 ‘박풍’이 6개월 일찍 등판시킨 것이다.

이것이 박 전 대표의 대권 전략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 그 영향력과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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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