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돈스코이호’ 신일그룹 대표 사기 판결문

보물선 발견했다더니…교도소에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신일그룹은 사명을 바꾸고 간담회를 열어 적극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반응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신일그룹 유병기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 유병기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사 정우혁)은 지난 6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유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유 대표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대박이냐 
신기루냐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유 대표는 2014년 상반기 무렵 중동 지역 사업가들과의 인맥·친분과 사업·근무 경험을 이용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중동 지역 진출 또는 중동 지역 기업들과의 공동사업 등을 주선하고 일이 성사되는 경우 그로 인해 창출된 이익의 일정 비율을 나눠주겠다고 피해자 A씨를 속여 투자금 1억5000만원을 챙겼다. 

유 대표는 A씨에게 한국 중소기업 운영자들을 소개해주고 그 활동에 드는 경비를 지원하는 대신 수수료를 분배하기로 합의했으나 경비 지원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에 2014년 9월 여의도에 사업 추진을 위한 사무실을 개설한 후 직원들을 채용했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 투자를 받거나 투자유치를 받아오게 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오히려 직원들의 반발을 산 유 대표는 사무실서 축출됐다. 


이후 유 대표는 당시 동거녀의 아버지 B씨에게도 손을 뻗쳤다. 

유 대표는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할 예정인데 전망이 밝아서 미리 그 지분을 확보하려는 투자 희망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 설립 비용을 투자하면 지분을 확보하게 해주겠다”며 B씨를 설득했다. 

그는 동업자 신모씨를 대동해 신씨가 중동에 있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회장의 양자이며, C호텔 지분 49%를 갖고 있는 유력인사라고 소개하며 투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유 대표는 B씨에게 1억5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유 대표는 B씨에게 받은 돈을 중동 지역 사업가들의 항공료, 초청행사 개최비용 등에 사용했고 일부는 주거비용 등 사적인 용도에 사용했다. 

유 대표는 실제 법인 설립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 대표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대부분 사업 추진을 위해 사용했다”며 편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동사업 미끼 투자금 챙겨
징역 10개월 선고…복역 중


하지만 법원은 “당시 사업이 과연 성공해 법인 설립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법인을 설립할 구체적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였다”며 “피해자에게 ‘전망이 밝고 법인이 곧 설립될 예정이라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거짓말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여러 증거들로 인해 입증됐기 때문에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유 대표가 경찰서 같은 취지로 자인했던 사실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재판부는 “동종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특히 당시 1억원에 이르는 차용금 편취 범행으로 기소돼 재판받던 중 도주해 지명수배된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자숙하지 않고 동거녀의 친척을 상대로 무려 1억5000만원을 편취하는 범행을 다시 저질렀다.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 대표가 반성하는 빛이 보이지 않는 점,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고 시도한 점, 오랫동안 피해자 측의 연락을 회피한 점,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 의도적으로 여러 차례 선고기일과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절차의 진행을 진행시킨 점이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신일그룹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1905년 울릉도 근처서 침몰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신일그룹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제일제강이 ‘보물선 테마주’가 돼 주가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석연찮은 해명
회사 이름 교체

하지만 돈스코이호 진실 여부, 소유권 문제, 인양에 따른 법적 문제, 신일그룹의 실체 등에 대한 많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신일그룹은 지난 26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부터 새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는 최용석 대표는 “현장 탐사원이 단단한 밧줄로 고정된 여러 개의 상자 묶음을 확인했다”며 “지금까지 자체 파악한 역사자료와 그동안 많은 업체가 돈스코이호 발견을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입한 것 등으로 미루어 생각할 때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무언가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대표는 “신일그룹은 그간 의혹이 제기됐던 신일광채그룹·인일유토빌건설·제이앤유글로벌·신일골드코인 등과 전혀 다른 법인”이라며 “어떤 주주권의 관련도 없고, 순수하게 돈스코이호 탐사·발견·인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일그룹과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미 신일그룹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곳곳서 나오고 있다. 신일그룹은 이날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어 사명을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또 신일골드코인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게시된 사진에는 이날 신일그룹 간담회에 참석한 회사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되자 “유지범 회장이 탐사를 시작한 건 맞지만, 돈스코이호 인양을 시도하는 신일그룹은 순수하게 인양만을 목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회사”라고했다. 

보물 있나 없나?
의혹은 그대로

그러면서 “이전 류상미 대표이사와 임원들, 이사회가 구성돼있었는데 신일그룹이 ‘사기꾼 집단’이 되는 형세다 보니 기존 이사회 구성원들이 굉장히 심적 부담을 느껴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것까지만 일한 것으로 하고, ‘1기 이사회’로 끝내기로 했다”고 답했다.

결국 유지범 회장과 류상미 전 대표, 싱가포르 신일그룹, 신일골드코인 등이 현재의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인만 놓고 보면 아무 관련이 없는 별도의 회사”라는 주장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코인 관련 논란이 모두 이전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란 주장이라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잘 몰라서 오해가 생긴 부분들을 앞으로는 시정하겠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코인과 관련해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피해 구제 노력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금화·금기의 존재 여부와 가치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답만 내놨다. 

또 그동안 150조원이라는 말을 앞세워 홍보를 해왔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그간 기사들에서 ‘돈스코이호에 200t의 금괴가 있어 150조원’이라고 게재됐는데, 현재 1㎏ 당 약 5100만원의 금 시세로 환산해도 가치는 10조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동종전과·지명수배, 재판부 “죄질 불량”
경찰·금감원 조사…희대의 사기극?

최 대표는 ”150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떻게 산출됐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과거 1999∼2003년 동아건설과 한국해양과학연구원이 공동으로 돈스코이호를 탐사할 때, 그때 이미 150조원의 가치라고 했고 어떤 신문은 160조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가 탐사를 계획하기 전부터 ‘돈스코이호 150조원 보물’이란 문구가 사용됐고, 공공기관서도 보물선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는 일부 언론보도 및 추측성 자료에 따라 검증 없이 내용을 인용해 사용했던 것”이라며 “무책임한 인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150조원이란 말을 쓰긴 했지만, 이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았고 현재도 150조원이라고 볼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보물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이 이를 인양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는지 역시 여전히 의문이다. 

신일그룹은 당장은 돈스코이호 인양에 필요한 돈은 300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발굴 허가를 받은 후 발굴 과정 중 유물, 금화 및 금괴의 발견 시 발굴을 직시 중단하고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한 후 10% 선에서 보증금을 추가 납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서도 신일그룹은 어떻게 돈을 마련하고, 어떤 자료를 보완해 정부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 대표는 “투자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며 “저희가 온전하게 저희 힘으로 인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보물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금융당국과 검찰 등의 조사도 예정된 상황서 실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앞서 신일그룹이 제출한 매장물 발굴 신청서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고, 서울남부지검도 신일그룹과 관련한 사기 혐의 고발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신일 그룹에 대한 사기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발표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서울 남부지검이 신일그룹 경영진에 대한 사기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 지휘함에 따라 고발인 조사와 함께 관련 자료 확보 및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을 사기혐의로 고발한 이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일그룹이 최근 울릉도 앞바다서 발견했다고 전한 ‘돈스코이호’를 과거 자신들이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한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 측은 “(신일그룹이) 투자 사기가 의심된다”며 신일그룹 경영진을 고발했다. 

경찰·금감원 조사
희대의 사기극?

강서경찰서가 고발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일그룹 경영진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신일그룹은 경찰 조사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조사에도 응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5일 신일그룹이 150조 상당의 금화, 금괴를 싣고 침몰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직후, 제일제강 최대 주주가 신일그룹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제일제강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일그룹에 대해 ‘제일제강 주가조작 가능성’ ‘신일그룹 투자금 모집의 적법성’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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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