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588’ 어떻게 변할까?

단지나 도보권에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원-스톱(one-stop) 리빙 단지’가 수요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안정적 자산가치는 물론 청약 성적도 좋으며 가격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뿐만 아니라 상가, 오피스텔, 지식산업단지 등 수익형 부동산 시장 전반에도 ‘원-스톱’이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편리한 교통은 물론이고 우수한 교육환경, 쾌적한 자연, 편의시설 등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인프라를 단지에서 도보로 누릴 수 있는 원-스톱 아파트는 부동산시장 내 스테디셀러로 통한다. 

한 번에 해결
하나의 도시

최근 잇따른 초강력 부동산 규제에 안정성 높은 자산 확보가 중시되면서 탄탄한 미래가치까지 누리는 원-스톱 단지에 대한 주목도는 점점 더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 청약 성적에서도 그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114 자료를 보면 KTX 진주역과 중심상업지구, 교육시설 등이 밀집해 있는 경남 진주혁신도시에서 지난해 12월 분양한 진주혁신도시의 ‘중흥S-클래스 더퍼스트’는 1순위 청약접수 결과 평균 31.75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같은 달 분양한 강남동의 ‘진주강남동 일동미라주’는 평균 9.26 대 1로 중흥S-클래스 더퍼스트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가격에서도 강세다. 세종특별시 새롬동의 올 2월 기준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1391만원으로 지역 내에서 가장 높은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새롬동은 이른바 지역 최대 중심상업지구인 데다 BRT정류장, 학교, 근린공원 등이 모두 밀집된 세종시 내 ‘노른자위’생활권으로 불린다. 새롬동 내 위치한 단지들의 평균 매매가는 세종시 전체 평균(1042만원)에 비해 약 33.5%가량 높은 수준이다. 

원-스톱 리빙이 가능한 단지가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높은 편의성뿐 아니라 쾌적한 주거 환경도 한몫한다. 단지 인근으로 초·중·고 등 다수의 교육시설이 있어 유해업종이나 혐오시설이 들어올 가능성이 낮다. 또한 입지 자체의 희소성이 높은 데다 풍부한 인프라로 주거가치가 높아 환금성도 좋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 중시되면서 바쁜 삶 속에서도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원-스톱 단지는 지친 현대인들이 집 인근에서도 여가 및 생활편의를 모두 편리하게 누릴 수 있다는 강점으로 향후에도 더욱 각광받는 추세라는 게 업계의 견해다.

원-스톱 리빙으로 부각되는 주거단지로 MXD(Mixed Use Development·주거복합단지)가 있다. MXD는 주거와 상업 그리고 문화가 어우러지는 미래도시 개발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MXD는 주거 외에 상업, 교통, 업무, 문화, 교육 등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상호보완이 가능하도록 연계 개발한 것이다. 도시 속 도시를 형성하는 차세대 주거단지로 떠오른다. 도시 개발용지 부족과 구도심 공동화 문제 등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구도심에서 쇠락한 기능을 효율적으로 재정비하여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수단이 바로 MXD다. 

이미 해외에서는 MXD 방식의 복합단지가 경제적 효과와 가치를 창출하는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일본의 롯폰기힐즈를 비롯해 미국의 배터리 파크시티, 파리의 라데팡스, 베를린의 포츠다머 플릿츠 등이 그 예다. 

MXD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국내에서는 2000년 착공해 2005년 준공된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가 처음으로 MXD 개념을 도입한 사례다. 센텀시티에는 벡스코를 중심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롯데백화점 같은 대규모 쇼핑시설과 영화의전당,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KNN, 영화진흥위원회, AP EC나루공원, 부산월드비즈니스센터, 넥슨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센텀시티는 영상 산업의 메카이자 세계적인 쇼핑 명소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며 부산 경제에 활기를 주고 있다.

도심에 MXD가 건설되면 도시 주거 균형발전은 물론 지역경제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이는 집값에도 꽤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대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리는 랜드마크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원-스톱 리빙 단지가 대세
분양시장 스테디셀러 우뚝 

실제 국내 최초 복합단지로 일컬어지는 센텀시티가 들어서면서 해운대구 우동은 부산에서 가장 비싼 동네가 됐다. 센텀시티가 속해 있는 해운대구 우동 일대 집값은 3.3㎡당 1623만원(부동산114, 3월 4주 기준)으로 해운대구(1261만원)와 부산시 평균 집값(982만원)을 웃돌고 있다. 올해 부산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아파트 TOP3에 이름을 올린 ‘해운대 두산위브 더 제니스’(최고 31억9940만원), ‘해운대 아이파크’(15억5000만원),‘대우트럼프월드마린’(15억원)도 모두 센텀시티 내에 있는 초고층 아파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MXD는 차세대 주거공간으로도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앞서 말한 롯폰기힐즈 레지던스는 일본 연예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집으로 꼽힐 정도다. 주거와 상업시설뿐만 아니라 교육과 문화시설까지 함께 개발되다 보니 단지 안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추기 때문이다. 현관문을 나서기만 하면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을 비롯한 쇼핑, 비즈니스 시설, 문화시설, 교육시설까지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안에 모든 기능이 압축돼 단지가 하나의 도시를 형성하는 원스톱 라이프의 최적화된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현관문 나서면 
쇼핑하고 운동

사람들이 많이 찾고 수요가 있는 만큼 개발 30년에 다다른 1기 신도시 등의 구도심에서도 M XD를 모델로 한 도시 재생 움직임이 최근 가시화되고 있다. 집 근처서 모든 생활을 해결하는 올인원 라이프 이른바 ‘올인빌(All-in-Vill)’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으면서 공간 효율 집약적인 주거복합단지가 급부상하며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MXD가 바로 이러한 니즈와 콘셉트에 딱 들어맞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MXD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지역 랜드마크이자 시세 리딩하는 부의 대명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역 최고가를 달리고 있는 청주의 지웰시티, 성남 분당 알파리움,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등이 그 예다. 이들 MXD가 들어선 곳들은 현재 지역의 강남이라 불릴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성장했는데, 지역 시세를 리딩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

MXD 성공사례로 꼽히는 지웰시티는 유일하게 청주에서 10억이 넘는 아파트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판교 알파리움이나 동탄 메타폴리스 역시 지역 내에서 비싼 아파트로 유명하다. 이처럼 MXD는 탁월한 주거편의성으로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이것이 MXD가 도시개발 트렌드로 급부상하며 개발에도 탄력을 받고 있는 이유다.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발맞춰 요즘 복합개발 움직임은 한층 더 가속화되고 있다. MXD로 개발 본격화하는 수원 구도심 화서역세권 개발이 그것이다. 1호선 화서역 인근에 13년간  유휴지로 남아 있던 KT&G 옛 연초제조창 부지를 복합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곳에 대형 테마파크형 쇼핑몰과 업무시설, 공동주택(화서역 파크 푸르지오, 최고 46층, 총 2355가구), 그리고 약 4만평의 도시공원 등을 포함하는 일본 롯폰기힐즈 같은 도시 속 미니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개발면적 규모는 30만5000㎡에 달하고 사업비가 수백억에서 수천억에 달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단지 안에 모든 기능이 압축
원스톱 라이프 최적화된 모델

서울 여의도 옛 문화방송(MB C) 부지도 MXD로 개발된다. 1만7795㎡에 달하는 부지에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가 한 곳에 들어서는 복합형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청량리 588’로 불리던 청량리 4구역에도 호텔, 쇼핑몰과 공동주택(최고 65층) 등으로 구성된 MXD가 들어선다. 

부동산 관계자는 “MXD가 많은 장점과 가치를 지닌 것은 분명하지만 사업추진 절차가 복잡하고 개발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분양가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이 한계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조언했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도 투자 성공 키워드로 원-스톱이 급부상하고 있다. 상권 중에서 원-스톱 소비가 가능한 대표적인 곳으로 ‘항아리 상권’이다. 항아리 상권에 위치한 상업시설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안정성이 높다고 평가 받는다.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나 기업, 관공서 등 고정된 배후 수요가 있다. 상권 내에서 유통시설, 각종 편의시설, 여가시설 등 원-스톱으로 누릴 수 있어 입주민들과 유동인구가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 생활을 해 독립적인 상권을 유지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신도시 및 택지지구와 같이 주거용지와 상업용지가 체계적으로 계획된 지역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항아리 상권에 위치한 상업시설은 풍부한 배후수요를 갖춰 투자 안정성이 높은 편이다.

1인 가구 증가로 소형 오피스텔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함께 두각을 나타낸 것이 바로 원스톱 생활 인프라를 갖춘 오피스텔이다. 지난해 9월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 진건지구에 공급된 ‘다산자이 아이비플레이스’오피스텔은 270실 공급에 1만8391건이 접수돼 평균 6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아파트 평균 경쟁률 (6.80대 1)을 크게 웃돈다. 한화건설이 같은 해 10월 분양한 서울 ‘영등포뉴타운 꿈에그린’오피스텔(111실)도 아파트보다 높은 평균 22.4대 1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계약 시작 이틀 만에 완판 됐다.

높은 편의성
쾌적한 환경

업무시설의 경우 업무와 주거, 여가 기능을 하나로 합친 원-스톱 서비스 제공 비즈니스 콤플렉스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지식산업센터도 예외가 아니다. 비즈니스, 제조, 업무지원, 주거 등 각 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일과 주거를 동시에 해결하는 원-스톱 라이프를 실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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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