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44>

‘대우’ 받고 싶고 노력한 만큼 주어지는 ‘결과물’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냈다. 김 대표의 책 내용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꿈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시스템 마련
“종업원으로 하여금 생각하는 영업 하게 하라”


■ 역동적인 시스템의 장점

그런데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이러한 종업원들의 꿈과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단지 ‘말’만으로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하는 일에 합당한 ‘대우’를 받길 원하고 자신이 노력을 기울인 것만큼의 ‘결과물’이 주어지길 기대한다. 이것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열정의 말도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말로 때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것을 ‘공짜 심리’라고 할 수 있다. 상대방이 한 만큼 반드시 지불을 해야 하며, 더 열심히 하면 더 많은 것들을 지불해 주어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이것이 바로 ‘합당한 거래’인 것이다.

특히 유흥업소는 매일 매일 돈이 오가는 곳이다. 돈의 흐름이 눈에 보이고 어떻게 하면 돈이 벌릴 수 있는지 가장 짧은 시간 안에 빨리 캐치해낼 수 있는 곳이 또한 유흥가이기도 하다. 따라서 종업원들에게 자신의 열정에 따라 자신의 수입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은 힘과 용기를 내게 마련이며 시키지도 않은 일을 자신이 먼저 나서서 솔선수범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레드모델바의 경우 인센티브제도가 있다. 일정한 기본급이 있지만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 월급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현재 종업원들 중에서 적게 벌어가는 친구는 월 1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많이 벌어가는 친구는 700만~800만원에 육박한다. 20대의 젊은 친구들이 벌 수 있는 최대치의 금액이라고 해도 사실 과언은 아닐 것이다. 웬만한 기업의 부장 월급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도대체 이 정도 나이의 젊은 친구들이 어디 가서 이러한 돈을 벌 수 있겠는가. 그런데 중요한 것은 종업원들 스스로가 바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어디 가서 이렇게 큰돈을 벌겠어? 그러니 지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야지!’라는 생각이 솟아나야 한다. 그래야만 진짜로 ‘열정’이 생겨나고 그것을 이루고자 자신의 온 힘을 다하게 된다.

레드모델바에는 이렇게 자신의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힘, 역동적인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없이는 그들의 열정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나는 이러한 시스템의 장점을 종업원들에게 많이 이야기해준다. 성인이 되어서 자신의 경제적인 삶을 구축하는 방향에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직장인의 삶이다. 매달 주어지는 월급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는 있겠지만 큰돈을 벌지는 못한다. 사회생활을 하는 첫 순간에는 거의 대부분 100만원 대에서부터 시작한다. 물론 대기업의 임원이 된다면 억대 연봉도 가능하겠지만 그런 사람의 수는 극히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 40대가 되어도 많아야 400만~500만원을 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40대가 넘어서면서부터는 더욱 험난한 앞길이 펼쳐진다. 명예퇴직, 구조조정 등 직장인이 넘어야할 길이 산 넘어 산이다.

두 번째는 사업가의 삶이다. 나도 사업을 하고는 있지만 사업은 아주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20~30대가 당장 창업을 하기에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업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물론 누구나 대박을 할 수 있다면 제일 권할 만한 것이 사업이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그 리스크의 크기를 넘어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그 무엇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주변에서 한 번 잘못된 사업의 길을 들어섰다가 영영 재기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봐왔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어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저 실패가 실패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다.

세 번째는 바로 인센티브를 벌어가는 삶이다. 평범한 직장인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사업가와 같이 쪽박을 찰 일은 없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돈을 벌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이러한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안정적이고 위험도 무릎 쓰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못 벌어간 경우는 그저 못 벌어간 것에 불과하다. 그것 때문에 엄청난 빚을 질 필요도 없고 인생을 살아가며 큰 낙담을 할 필요도 없다.

그런 점에서 레드모델바는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돈을 벌어가고 그것으로 자신의 꿈을 이뤄갈 수 있는 시스템적인 구조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나에게 있어서도, 그리고 일을 하는 종업원에게 있어서도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모든 유흥업소들이 다 종업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기는 힘들다. 특히 작은 유흥업소일수록 이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유흥업소도 ‘사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한다면 이러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요인은 충분히 많다고 본다. 사실 고객들은 종업원이 마음에 들어 술집에 가는 경우가 많다. 그저 작은 호프집이라고 하더라도 종업원이 유난히 친절하고 이것저것 잘 챙겨주면서 배려를 해주면 손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마음이 간다. 마음이 가면 단골이 되는 것이고, 결국 수많은 단골들이 업소의 매출을 올리게 마련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종업원이 조금이라도 인센티브를 벌어들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게 해준다면 분명 자신의 열정을 바치면서 업소가 발전하는데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다.

■ 열정 바쳐 최선 다해

하지만 시스템 자체만 만들어 놓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시스템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역시 다시 ‘사람의 문제’로 귀결된다. 또한 이는 구체적인 방법론의 문제와도 연관이 되어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영업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봉착된다는 이야기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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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