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입법전쟁’ 여야 충돌 법안 리스트

‘밀리면 끝장’ 외나무 리턴매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입법전쟁이 시작됐다. 정책대결이란 큰 틀에서 여야 간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공전국회가 거듭된 끝에 국회 내 계류 법안만 1만여건에 달한다. 최근 여야는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국회 원 구성을 매듭지었다. 지각 출범한 국회이지만 이래저래 정상궤도에 안착한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여야의 본격적인 정책 레이스에 있어서 충돌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해 분석했다.
 

여야는 지난 16일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원 구성을 완료했다. 다만 18개 상임위원회 중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오는 26일 본회의를 통해 선출된다. 두 위원회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서 분리됐다. 기존 상임위원회를 두 곳으로 나누려면 국회법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이찬열 의원이, 문체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내정됐다. 이어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국회의장단이 꾸려졌다. 후반기 국회의 진용이 갖춰진 것이다.

원 구성 완료
정상궤도 진입

여야의 거듭된 정쟁으로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론의 비난과 성토가 쏟아졌지만 거대 중앙 이슈들이 정치권을 뒤덮었다. 남북 정상회담, 비핵화, 드루킹 그리고 6·13지방선거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의 시계는 선거 이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다. 다만 그 요인이 내부보다 외부에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었다. 자체적 성과에 비해 야당의 지리멸렬 등 외부적 요인이 승리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이후 여당은 악화된 고용 동향과 마주했다. 

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정부와 여당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민주당은 민생개혁입법을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증명하려는 모양새다.


야당은 이번 선거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야당은 지방선거 이후 당 내외적으로 존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야당은 문재인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집중하고자 한다. 

경제지표 악화와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문제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사용자와 근로자 어느 한쪽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서 야당은 정책대결을 통해 몸값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경제 난관에 가시적 성과를 보인다면 지난 지방선거의 패배를 딛고 2020 총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경제정책에 뛰어든 형국이다.

여야는 민생법안, 개혁법안 등에 집중하면서 본격적인 정책대결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향후 여야가 갈등을 보일만한 분야는 ‘규제혁신’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규제혁신에 대해선 공감한다.

다만 세부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은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바미당의 ‘규제프리존법’이다.

지각 국회 계류 법안만 1만건
정책대결로 정상궤도 진입하나 

민주당은 규제혁신 5법을 추진 중이다. 규제혁신 5법은 문재인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 중 혁신성장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규제혁신 5법은 혁신성장을 위한 선행과제로 통한다. 정부는 올해 초 혁신성장의 한 축으로 신산업 진흥을 꼽았다. 


또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규제샌드박스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규제샌드박스란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 한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 연장선서 규제혁신 5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규제혁신 5법은 ▲행정규제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안 ▲산업융합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을 뜻한다.
 

행정규제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 ‘우선허용·사후규제’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의 규제가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안은 정보통신기술 융합 산업에 대한 사후규제를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장 테스트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결국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산업융합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임시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로 이루어진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위한 규제완화가 주요 내용이다.

규제혁신 공감대
법안은 내가 먼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현재의 포지티브적 규제(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를 네거티브적 규제(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과감한 규제완화가 핵심이다. 이어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필요성 역시 명시돼있다.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은 수도권 중심의 성장과 지역산업 침체 해소를 위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법안은 시·군·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지역특화발전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법에 열거된 규제특례를 한정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지역특화사업에 신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의 지역특화발전특구 대신 지역혁신성장특구제도를 도입해 지역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제출한 규제혁신 5법은 규제혁파를 골자로 한다. 4차 산업혁명서 비롯된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과 규제혁신을 내세우며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규제프리존법’을 내세우며 민주당의 혁신 5법 처리에 소극적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규제혁신 자체엔 민주당과 이견이 없다. 다만 혁신 5법에 앞서 규제프리존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이 규제프리존법보다 후퇴했다는 이유에서다.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27개 지역별 맞춤 전략산업을 지정한 뒤 규제 특례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원칙적 허용의 예외적 금지인 네거티브 방식이다. 14개 시·도는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다.


규제혁신 5법과 규제프리존법은 규제혁신이라는 측면서 맥락을 같이한다. 다만 두 법안은 몇 가지 조항서 차이를 보인다.

규제혁신 5법의 경우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규제특례 구역과 기간, 규모 등을 심의한다. 심의 내용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 환경, 지역균형발전 저해 여부 및 개인정보 등이다. 

반면 규제프리존법은 전국 14개 시·도에 27개 전략산업을 우선적으로 지정한다. 규제혁신 5법은 수도권을 포함시켰지만 규제프리존은 수도권을 제외한 점이 다르다.

규제프리존법은 최근 발의된 법안이 아니다. 지난 2016년 5월30일 당시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대표발의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규제프리존법에 대해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당시 법안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관통했다. 

일각에선 최순실과 규제프리존법을 연결 지어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역시 규제프리존법을 ‘최순실법’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과거 충돌 법안
이번에도 계속?

민주당과 한국당·바미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두고도 충돌할 예정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서비스발전기본법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서비스발전기본법 역시 규제프리존법과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 당시 추진됐던 법안이다. 여야는 당시 서비스발전기본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계류기간만 7년에 다다른다.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산업·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은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선 합의했다. 그러나 양당은 보건과 의료부문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의료 민영화를 우려하며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민주당은 대기업의 의료부문 진출로 인해 의료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 공공성 강화와 의료 영리화 방지를 위해 보건과 의료 분야를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는 7월 임시국회서 혁신5법과 규제프리존법 그리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두고 정면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혁신 5법과 규제프리존법은 극명한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규제혁신이란 큰 틀 안에서 맥을 같이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역시 당시 여야가 보건·의료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선 접점을 찾았다. 7월 임시국회서 두 사안이 어떻게 풀이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외에도 여야가 충돌할 만한 법안으로 방송법이 꼽힌다.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임기가 내달 종료되기 때문이다.

규제, 방송…7월 관전포인트
접점 찾기 ‘글쎄’ 공전 전망도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은 방송통신위원회서 추천·임명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여당과 야당이 각각의 비율대로 이사를 선임한다. KBS의 경우 여야 7:4,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의 경우 6:3 비율로 이사 추천과 선임이 이뤄진다. 

이같이 선임된 KBS와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들은 KBS와 MBC 사장을 선임한다. 결국 공영방송이 정권의 입김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해석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당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서 2년째 발이 묶여있다.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13인으로 구성하고 여야가 각각 7명, 6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또 특별다수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특별다수제란 이사회가 사장을 임명·제청할 경우 재적이사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야당의 동의 없이 공영방송 사장 선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은 당시 야당이었다.
 

방송법을 두고 여야는 이미 한 번 맞붙었다.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 여야는 방송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4월 국회가 공전국회가 된 결정적 원인이었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당시 발의한 내용인 만큼 법안 내용은 야당에게 유리한 편이다. 

오늘날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서 입장이 바뀐 상황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원안의 통과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새로운 법안을 내놓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방송법까지
난제 수두룩

방송법을 두고 갈등을 겪을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제출한 차악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방송장악을 위한 꼼수”라며 대치했다.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 방송법 처리 문제로 국회는 정상가동되지 못했다. 이는 7월 국회 역시 주목받는 대목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막 오른 7월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누구?

여야는 18개 상임위원장 중 16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합의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분리된 교육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된다. 

운영위원장은 3선의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맡는다. 운영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집권당이 자리한다. 민주당은 운영위원장과 안민석 의원으로 내정된 문체위원장을 포함해 총 8개의 상임위를 맡게 됐다. ▲정무위원장 3선 민병두 의원 ▲기획재정위원장 3선 정성호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3선 노웅래 의원 ▲국방위원장 3선 안규백 의원 ▲행정안전위원장 재선 인재근 의원 ▲여성가족부위원장 재선 전혜숙 의원.

대부분 여야 합의
26일 본회의 선출

한국당은 총 7개의 상임위를 맡았다. ▲법제사법위원장 4선 여상규 의원 ▲환경노동위원장 3선 김학용 의원 ▲외교통일위원장 3선 강석호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3선 안상수 의원 ▲국토교통위원장 3선 박순자 의원 ▲보건복지위원장 3선 이명수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3선 홍일표 의원.

바른미래당은 2개의 상임위를 맡게 됐다. ▲정보위원장은 3선 이학재 의원이 선출됐고, ▲교육위원장에는 3선 이찬열 의원이 내정됐다.

민주평화당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에 재선 황주홍 의원이 선출됐다.


<기사 속 시사> 인사청문회, 또 다른 관전포인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7일 국회 후반기 첫 회의를 열었다. 행안위는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23일 오전 10시 국회서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행안위는 당일 청문회를 실시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곧바로 합의·의결할 계획이다.

국회가 청문회 일자를 23일로 결정한 까닭은 인사청문회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임명 심사 또는 인사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부득이할 경우 대통령 등의 요청에 따라 1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는 지난달 20일에 도착했다. 이미 심사 기한을 20일 넘긴 상황이지만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오는 23일이 유예기간의 마지막 날이다.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등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23∼25일에 예정돼있다.

정치권에선 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의 신상보단 수사 구조 개혁 등 현안에 치중할 전망이다. 다만 대법관 후보자들의 경우 ‘좌편향 인사’와 ‘균형 인사’ 사이에서 험난한 청문회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대치 역시 첨예할 것으로 예측된다.

7월 임시국회의 개원과 동시에 시작될 인사청문회가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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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