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입법전쟁’ 여야 충돌 법안 리스트

‘밀리면 끝장’ 외나무 리턴매치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입법전쟁이 시작됐다. 정책대결이란 큰 틀에서 여야 간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공전국회가 거듭된 끝에 국회 내 계류 법안만 1만여건에 달한다. 최근 여야는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국회 원 구성을 매듭지었다. 지각 출범한 국회이지만 이래저래 정상궤도에 안착한 모양새다. <일요시사>는 여야의 본격적인 정책 레이스에 있어서 충돌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해 분석했다.
 

여야는 지난 16일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원 구성을 완료했다. 다만 18개 상임위원회 중 교육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오는 26일 본회의를 통해 선출된다. 두 위원회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서 분리됐다. 기존 상임위원회를 두 곳으로 나누려면 국회법을 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이찬열 의원이, 문체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내정됐다. 이어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국회의장단이 꾸려졌다. 후반기 국회의 진용이 갖춰진 것이다.

원 구성 완료
정상궤도 진입

여야의 거듭된 정쟁으로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였다. 여론의 비난과 성토가 쏟아졌지만 거대 중앙 이슈들이 정치권을 뒤덮었다. 남북 정상회담, 비핵화, 드루킹 그리고 6·13지방선거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의 시계는 선거 이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다. 다만 그 요인이 내부보다 외부에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었다. 자체적 성과에 비해 야당의 지리멸렬 등 외부적 요인이 승리를 견인했다는 것이다. 이후 여당은 악화된 고용 동향과 마주했다. 

경제가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정부와 여당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민주당은 민생개혁입법을 통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증명하려는 모양새다.


야당은 이번 선거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야당은 지방선거 이후 당 내외적으로 존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야당은 문재인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경제정책에 집중하고자 한다. 

경제지표 악화와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 문제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사용자와 근로자 어느 한쪽서도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서 야당은 정책대결을 통해 몸값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경제 난관에 가시적 성과를 보인다면 지난 지방선거의 패배를 딛고 2020 총선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경제정책에 뛰어든 형국이다.

여야는 민생법안, 개혁법안 등에 집중하면서 본격적인 정책대결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향후 여야가 갈등을 보일만한 분야는 ‘규제혁신’이다.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경제의 선순환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여야 모두 규제혁신에 대해선 공감한다.

다만 세부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은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바미당의 ‘규제프리존법’이다.

지각 국회 계류 법안만 1만건
정책대결로 정상궤도 진입하나 

민주당은 규제혁신 5법을 추진 중이다. 규제혁신 5법은 문재인정부의 3대 경제정책 기조 중 혁신성장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규제혁신 5법은 혁신성장을 위한 선행과제로 통한다. 정부는 올해 초 혁신성장의 한 축으로 신산업 진흥을 꼽았다. 


또 신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규제샌드박스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규제샌드박스란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가 출시될 때 한시적으로 규제를 유예해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그 연장선서 규제혁신 5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규제혁신 5법은 ▲행정규제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안 ▲산업융합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을 뜻한다.
 

행정규제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신기술을 활용한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 ‘우선허용·사후규제’의 원칙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의 규제가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안은 정보통신기술 융합 산업에 대한 사후규제를 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금융서비스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장 테스트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결국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산업융합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임시허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로 이루어진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위한 규제완화가 주요 내용이다.

규제혁신 공감대
법안은 내가 먼저

정보통신 진흥 및 융합 활성화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4차 산업혁명 등 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현재의 포지티브적 규제(원칙적 금지·예외적 허용)를 네거티브적 규제(원칙적 허용·예외적 금지)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과감한 규제완화가 핵심이다. 이어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필요성 역시 명시돼있다.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례법은 수도권 중심의 성장과 지역산업 침체 해소를 위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법안은 시·군·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지역특화발전제도의 개선 방향을 제시한다. 

법에 열거된 규제특례를 한정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지역특화사업에 신기술을 접목하려는 시도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기존의 지역특화발전특구 대신 지역혁신성장특구제도를 도입해 지역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제출한 규제혁신 5법은 규제혁파를 골자로 한다. 4차 산업혁명서 비롯된 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4차 산업혁명과 규제혁신을 내세우며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규제프리존법’을 내세우며 민주당의 혁신 5법 처리에 소극적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규제혁신 자체엔 민주당과 이견이 없다. 다만 혁신 5법에 앞서 규제프리존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규제혁신 5법이 규제프리존법보다 후퇴했다는 이유에서다.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에 27개 지역별 맞춤 전략산업을 지정한 뒤 규제 특례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원칙적 허용의 예외적 금지인 네거티브 방식이다. 14개 시·도는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세종·강원·충북·충남·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다.


규제혁신 5법과 규제프리존법은 규제혁신이라는 측면서 맥락을 같이한다. 다만 두 법안은 몇 가지 조항서 차이를 보인다.

규제혁신 5법의 경우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규제특례 구역과 기간, 규모 등을 심의한다. 심의 내용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안전, 환경, 지역균형발전 저해 여부 및 개인정보 등이다. 

반면 규제프리존법은 전국 14개 시·도에 27개 전략산업을 우선적으로 지정한다. 규제혁신 5법은 수도권을 포함시켰지만 규제프리존은 수도권을 제외한 점이 다르다.

규제프리존법은 최근 발의된 법안이 아니다. 지난 2016년 5월30일 당시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대표발의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이름을 올렸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규제프리존법에 대해 “특정 대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했다. 당시 법안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관통했다. 

일각에선 최순실과 규제프리존법을 연결 지어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 역시 규제프리존법을 ‘최순실법’이라며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과거 충돌 법안
이번에도 계속?

민주당과 한국당·바미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두고도 충돌할 예정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서비스발전기본법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서비스발전기본법 역시 규제프리존법과 마찬가지로 박근혜정부 당시 추진됐던 법안이다. 여야는 당시 서비스발전기본법을 두고 첨예한 갈등을 겪었다. 계류기간만 7년에 다다른다.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산업·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은 대부분의 사항에 대해선 합의했다. 그러나 양당은 보건과 의료부문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민주당은 의료 민영화를 우려하며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민주당은 대기업의 의료부문 진출로 인해 의료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보건·의료 분야를 제외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의료 공공성 강화와 의료 영리화 방지를 위해 보건과 의료 분야를 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야는 7월 임시국회서 혁신5법과 규제프리존법 그리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두고 정면으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혁신 5법과 규제프리존법은 극명한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규제혁신이란 큰 틀 안에서 맥을 같이 한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역시 당시 여야가 보건·의료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선 접점을 찾았다. 7월 임시국회서 두 사안이 어떻게 풀이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외에도 여야가 충돌할 만한 법안으로 방송법이 꼽힌다.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임기가 내달 종료되기 때문이다.

규제, 방송…7월 관전포인트
접점 찾기 ‘글쎄’ 공전 전망도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은 방송통신위원회서 추천·임명한다. 그러나 현실에선 여당과 야당이 각각의 비율대로 이사를 선임한다. KBS의 경우 여야 7:4,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의 경우 6:3 비율로 이사 추천과 선임이 이뤄진다. 

이같이 선임된 KBS와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들은 KBS와 MBC 사장을 선임한다. 결국 공영방송이 정권의 입김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해석이다.

방송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당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했다. 그러나 국회서 2년째 발이 묶여있다.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13인으로 구성하고 여야가 각각 7명, 6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또 특별다수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특별다수제란 이사회가 사장을 임명·제청할 경우 재적이사 3분의 2 찬성으로 의결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야당의 동의 없이 공영방송 사장 선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발의했던 민주당은 당시 야당이었다.
 

방송법을 두고 여야는 이미 한 번 맞붙었다.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 여야는 방송법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4월 국회가 공전국회가 된 결정적 원인이었다.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당시 발의한 내용인 만큼 법안 내용은 야당에게 유리한 편이다. 

오늘날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서 입장이 바뀐 상황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원안의 통과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새로운 법안을 내놓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방송법까지
난제 수두룩

방송법을 두고 갈등을 겪을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을 통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 제출한 차악의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방송장악을 위한 꼼수”라며 대치했다.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 방송법 처리 문제로 국회는 정상가동되지 못했다. 이는 7월 국회 역시 주목받는 대목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막 오른 7월 국회 18개 상임위원장 누구?

여야는 18개 상임위원장 중 16개 상임위원장 선출에 합의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분리된 교육위원장과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선출된다. 

운영위원장은 3선의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맡는다. 운영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집권당이 자리한다. 민주당은 운영위원장과 안민석 의원으로 내정된 문체위원장을 포함해 총 8개의 상임위를 맡게 됐다. ▲정무위원장 3선 민병두 의원 ▲기획재정위원장 3선 정성호 의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3선 노웅래 의원 ▲국방위원장 3선 안규백 의원 ▲행정안전위원장 재선 인재근 의원 ▲여성가족부위원장 재선 전혜숙 의원.

대부분 여야 합의
26일 본회의 선출

한국당은 총 7개의 상임위를 맡았다. ▲법제사법위원장 4선 여상규 의원 ▲환경노동위원장 3선 김학용 의원 ▲외교통일위원장 3선 강석호 의원 ▲예산결산특별위원장 3선 안상수 의원 ▲국토교통위원장 3선 박순자 의원 ▲보건복지위원장 3선 이명수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3선 홍일표 의원.

바른미래당은 2개의 상임위를 맡게 됐다. ▲정보위원장은 3선 이학재 의원이 선출됐고, ▲교육위원장에는 3선 이찬열 의원이 내정됐다.

민주평화당은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에 재선 황주홍 의원이 선출됐다.


<기사 속 시사> 인사청문회, 또 다른 관전포인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7일 국회 후반기 첫 회의를 열었다. 행안위는 이날 민갑룡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오는 23일 오전 10시 국회서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행안위는 당일 청문회를 실시하고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곧바로 합의·의결할 계획이다.

국회가 청문회 일자를 23일로 결정한 까닭은 인사청문회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 등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임명 심사 또는 인사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부득이할 경우 대통령 등의 요청에 따라 10일의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서는 지난달 20일에 도착했다. 이미 심사 기한을 20일 넘긴 상황이지만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오는 23일이 유예기간의 마지막 날이다.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등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23∼25일에 예정돼있다.

정치권에선 민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무난하게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인의 신상보단 수사 구조 개혁 등 현안에 치중할 전망이다. 다만 대법관 후보자들의 경우 ‘좌편향 인사’와 ‘균형 인사’ 사이에서 험난한 청문회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대치 역시 첨예할 것으로 예측된다.

7월 임시국회의 개원과 동시에 시작될 인사청문회가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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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