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부는’ 친노 바람 풍향계

사방천지 '노의 남자', '폐족'의 화려한 부활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우리는 폐족이다.’ 친노(친 노무현)는 2007년 대선 이후 정치권서 퇴장했다. 대선 패배와 마주한 친노는 스스로를 폐족이라 부르며 물러났다. 그러나 친노는 보수정권 9년과 국정 농단 사태를 관통하며 부활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문희상 의원과 유인태 전 의원은 각각 국회의장과 국회사무총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이들은 친노 좌장으로 통한다. 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원장 역시 친노 인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친노는 정치권 최대 계파로 부상했다. 지난날 폐족을 자처하며 정치권서 물러난 모습과 대비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은 친노 부활의 기폭제가 됐다. 문 대통령은 친노 대표주자로 통한다. 친노는 문재인정부 탄생 이후 광폭적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 6월 실시된 지방선거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압승을 하면서 활동영역은 더 넓어졌다.

설움 딛고 빛

친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을 지향하거나 측근서 수행했던 인사들을 일컫는다. 친노의 전성기는 열린우리당이 탄핵 역풍으로 17대 총선서 크게 승리한 때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과반을 차지했지만 이른바 ‘4대 개혁 입법’ 처리로 위기를 맞았다. 개혁 입법은 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 진상 규명법·언론관계법 등을 골자로 한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이를 두고 ‘4대 개악 입법’이라며 반대했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에게 대연정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한나라당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분열 조짐이 일었다. 특히나 한나라당과 대척점에 있던 호남민심의 반발 기류가 가시적이었다.

2007 대선 패배는 결정적이었다. 친노는 이후 폐족을 자처했다. 보수정권은 2007 대선을 시작으로 약 9년간 집권했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었다. 당시 주류 계파는 친이(친 이명박)와 친박(친 박근혜)이었다.


보수정권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촛불집회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정권 9년은 마침표를 찍었다. 문 대통령은 촛불집회를 ‘촛불혁명’으로 명명했다. 문 대통령은 스스로를 “촛불혁명이 만든 대통령”이라고 밝혔다. 촛불혁명에 정권의 정당성을 부여한 셈이다.

친노가 재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문재인정부의 탄생이 뒷받침됐다. 국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냈고, 그 연장선에 정권교체와 문 대통령의 집권이 자리한다. 친노 대표주자인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친노 인사들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자 친노 인사들은 국회 내 요직에 자리하는 모양새다. 홍영표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대표적 친노 인사다. 홍 원내대표는 2002 대선 당시 개혁국민정당 조직위원장과 사무총장을 맡았다. 당시 개혁국민정당은 노 전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당 외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홍 원내대표가 노 전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까닭이다. 이후 그는 참여정부서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실 소속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김 위의장 역시 노 전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김 위의장은 2002 대선 때 노무현선거대책본부 성남공동부장직을 수행했다.

지난 13일 신임 국회의장으로 선출된 문희상 의원은 친노 좌장으로 꼽힌다. 의사봉을 쥐게 된 문 의장은 국회 후반기 2년간 입법부를 이끌게 됐다. 

문 의장은 참여정부 당시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문 의장은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문 의장은 DJ계로 통하기도 한다. 그는 국민의정부서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과 청와대 정무실장을 역임했다.

문정부 이후 줄줄이 장악
요직 꿰차 정치권 최대 계파 


문 의장은 국회 사무총장에 유인태 전 의원을 내정했다. 유 사무총장 역시 ‘원조 친노’로 분류된다. 유 사무총장은 참여정부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수행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 의장과 함께했다. 문 의장과 유 사무총장은 ‘정치 콤비’로 통한다.

민주당 당 대표 후보에 나서는 의원들 역시 친노 또는 범친노로 분류된다. 가장 먼저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던 박범계 의원은 2002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법률특보를 시작으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인수위원, 청와대 민정2비서관,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어 출마를 선언한 김진표 의원은 참여정부서 경제·교육부 부총리를, 송영길 의원은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수행비서를 맡았다. 최근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최재성·김두관 의원 역시 친노인사다. 

최 의원은 당시 노무현 대선 후보 선대위 청년특보단 상임부회장직을 수행했다. 김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냈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서 최대 변수로 꼽히는 이해찬 의원은 문 의장·유 사무총장과 함께 ‘원조 친노 3인방’으로 꼽힌다. 이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이하 김 위원장) 역시 친노 인사로 주목을 받고 있다. 보수정당 비대위원장에 친노 인사가 내정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대통령 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참여정부에선 청와대 정책실장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과 대통령 정책특별보좌관직을 수행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중도적 인사로 평가받는다. 김 위원장은 탄핵 정국 당시 국무총리에 지명됐다가 철회된 바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 친노 인사들 사이에선 김 위원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무현 키즈’로 불리는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위원장을 비판했다. 

전 의원은 “청와대서 노무현 대통령을 모시고 함께 일했던 사람으로서 그를 너무나 잘 안다”며 “출세를 위해 노 대통령님을 입에 올리거나 언급하지 말아달라”고 언급했다. 전 의원은 이어 “당신의 권력욕이 참 두렵다”고 덧붙였다.

한자리씩

김 위원장은 이날 한국당 2차 전국위원회서 비대위원장으로 추인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 “그건 노무현정신 왜곡하는 것”이라며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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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