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3개월, 흔들리는 홍준표 리더십 내막

당 대표는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홍준표호’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한나라당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당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심지어 존재감이 최고위원 시절보다도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장 재보선 후보 선정 과정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했고, 선거 패배 시 선대위원장 체제로 총선을 준비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흔들리는 홍준표 리더십’ 내막을 살펴봤다.

“당 변화 이끌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우려의 목소리 높아 
서울시장 후보 선정 과정, 오락가락 행보 보이다 책임 회피

지난 7·4전당대회에서 압승을 거두며 당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된 홍 대표는 친이·친박·소장파로 3분화 된 당을 ‘홍당’ 체제로 바꾸기 위해 ‘계파해체’라는 야심찬 각오를 내비쳤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 ‘홍준표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많이 깨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기자에게 “맞고 싶어?”라는 막말 파문과 처조카의 채용과정 등으로 구설수에 휘말려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전당대회 전에는 “박근혜의 보완재”가 되겠다고 자청해 친박의 지지를 등에 업고 대표에 당선 됐지만 당선 후에는 친박과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서울시장 재보선 후보 선정에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다 결국 책임을 회피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최고위원 때보다
떨어지는 존재감

홍 대표는 최근 서울시장 재보선 후보 선정 과정에서 리더십 논란을 맞았다. 민주당은 일찌감치 재보선을 향한 일정을 마무리 짓고 박차를 가하고 있는 반면, 야권 후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만 번복하며 확실한 윤곽을 드러내지 못했다.

이에 우왕좌왕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야당의 후보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 자체가 집권여당의 무기력증을 나타냈다는 비판이 거셌다.

홍 대표는 당초 나경원 최고위원의 서울시장 출마 움직임에 “이벤트·탤런트 정치인은 안 된다” “제2의 오세훈이나 오세훈 아류는 안 된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특정인을 지칭한 게 아니라고 밝혔지만 누구나 나 최고위원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실제 홍 대표는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나 최고위원의 ‘비토론’을 제기하며 대안 모색에 절치부심했다.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등 외부인사 영입을 검토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손석희 교수가 진행하는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후보 제의를 했다가 “다 나가면 소는 누가 키우냐”는 손 교수의 촌철살인 답변을 듣고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 모두가 여의치 않자 김황식 총리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제안까지 했지만 청와대가 난색을 표했고 김 총리도 거듭 고사하며 무산됐다.

결국 주호영 인재영입위원장을 내세워 이석연 전 법제처장을 선거판으로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 변호사가 지난달 16일 “한나라당으로 안 된다는 건 지도부도 알고 있는 상황이다. 어제 충분히 얘기했다”며 홍 대표와의 통화 사실을 공개해 당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내 유력후보를 비토하며 영입을 추진했던 이 변호사가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자 당초 이 변호사를 입당시켜 당내 경선에 참여시킨다는 복안이었던 홍 대표로서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홍 대표가 서울시장 보선 책임론과 사퇴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이 변호사의 중도 사퇴 및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를 성공시키는 방법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 당직자는 “홍 대표가 경선 패배 시 차기 총선에서 자리를 보장하겠다는 식의 섣부른 언급이 오히려 이 변호사를 자극하는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이야기가 당 내에서 나오는 형편”이라며 “이 같은 불신을 없애는 방법은 결국 후보단일화를 성공시켜 서울시장선거를 이기는 방법 밖에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나 최고위원도 홍 대표에게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나 최고위원은 그동안 자신에게 향했던 비토론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 이 변호사건 역시 조율되지 않은 입장이 불쑥불쑥 나오면서 안타까운 부분이 많았다”고 홍 대표의 오락가락 행태를 지적했다.

복잡한 머릿속
오락가락 ‘홍반장’

이 변호사가 나 최고위원과의 여론조사 격차가 너무 커 경선 자체가 의미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결국 나 최고위원이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됨에 따라 홍 대표로서는 멋쩍은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자신이 반대해온 나 최고위원을 자기 스스로 전략공천 후보로 내세우며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일”이라며 “당에서 한 목소리로 도와주면 좋겠다”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이 변호사의 지지율이 예상을 밑돌고 후보단일화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아 홍 대표가 입장을 선회해 나 최고위원을 지지하기로 했다’는 말들이 돌았고 홍 대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홍 대표의 후보선정 과정에 한나라당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는 지난 6월 지방선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으로 풀이 된다.

당시 유력한 후보였던 강재섭 전 대표를 망신창이로 만들어 놓고 결국에는 그를 후보로 내세워 패한 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10·26 재보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보선 패배 시, 선대위원장 체제로 총선 준비 가능성 대두
‘비리 척결’과 ‘MB와 각 세우기’로 돌파구 모색하는 ‘홍반장’


홍 대표가 외부 인사를 영입해 패배할 경우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을 염려해 은근슬쩍 꼬리를 내렸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식물대표’가 될 것을 의식한 홍 대표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나 최고위원을 택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지면 한나라당은 바로 총선 체제로 돌입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당은 홍 대표 체제가 아닌 선거대책위원장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재보선에서 패할 경우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대표는 단호하다. “나는 오세훈이 아니다. 당 대표가 선거 때마다 직을 걸면 1년에 몇 번씩 바뀌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과거 열린우리당처럼 석 달 만에 지도부가 바뀌는 정당이 아니다”라며 10·26재보선 결과에 상관없이 대표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뜻에도 불구하고 선대위원장 체제로 당이 바뀌면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천에 민감한 박 전 대표로서도 선대위원장 체제로 전환한다면 밑질 것 없다는 생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

여권 관계자는 “홍 대표가 취임한지 3개월이 갓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선대위원장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그 만큼 홍 대표의 리더십에 금이 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내년 4월 총선 앞두고
선대위원장 체제로 전환?

책임론이 대두되자 홍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자신이 이 대통령에게 공개리에 촉구한 측근·친인척 비리 척결과 관련해 “대통령의 가까운 친인척과 측근들에 대해선 모두 그 뒤(비리의혹)를 살펴볼 것”이라며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도 예외가 없다”고 말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이어 28일에는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어떻게 임기 후반기에 몰락했나? 측근비리나 권력비리가 터지면 막기에 급급하고, 아니라고 부인했다가 나중에 사실이 밝혀지면 끌려 다니면서 임기말에 다 몰락했다”며 거듭 이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는 이어 “임기말 있을지 모르는 권력비리를 예방하는 특별기구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고, 어제 만들었다”며 자신의 역할을 강조했다.

또한 “아울러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로 그런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며 “당의 자체정화운동을 하겠다. 그렇게 해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우리가 과거 정부가 실패했던 그런 사례,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겠다”고 비리연루 인사들에 대한 공천 불가 방침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행보는 비리 척결에 단호하게 임한다는 과거 ‘모래시계 검사’ 이미지를  대중에게 각인시키고 MB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해 여론을 호의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공천 불가 방침을 내세우며 당 대표로서 가진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해 책임론과 사퇴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도 보여진다.

취임 3개월 만에 악재를 만난 홍 대표. 10월 26일 이후에는 그가 ‘식물대표’인지, 승승장구 하는 ‘홍반장’인지 결과가 드러날 전망이어서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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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