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특활비’ 해외사용 내역 공개

몰래 받아 다른 나라서 펑펑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참여연대가 공개한 국회 특활비 내역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활비는 기밀유지가 필요한 활동에 드는 경비다. 그러나 특활비가 사용된 내역을 보면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안이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의원친선협회 방문이 대표적이다. 의원외교활동을 명목으로 의원친선협회 방문 경비에 특활비가 사용된 사례가 꽤 된다. 물론 의원외교는 기밀이 요구될 수 있다. 그러나 의원친선협회 방문 결과 보고서는 여러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지난 5일 참여연대는 국회의 특수활동비(이하 특활비) 지출 내역을 공개했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특활비 자료(2011∼2013)에 따르면 3년간 240억원의 특활비가 지급됐다. 영수증은 단 한 장도 없었다. 특활비가 국회의원의 ‘제2의 월급’ ‘쌈짓돈’ 으로 불리며 비판을 받는 까닭이다.

목적에 부합
하지만 비밀?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쓰이는 비용’이다. 사용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다. 특활비를 사용하게 된 근거가 그 목적에 부합한다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특활비 사용 내역은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일요시사>는 의원외교활동 중 ‘의원친선협회 방문’에 사용된 특활비를 주목했다. 의원친선협회 방문이 기밀 유지에 해당되는 활동이었는지 살펴볼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친선 목적의 방문과 기밀 유지의 성격은 다소 거리가 있다.

물론 의원들의 외교활동 자체를 지적하기엔 무리가 있다. 국회의 역할과 권한에 ‘외교’도 포함된다. 국회는 ‘초청외교활동’ ‘방문외교활동’ ‘국제회의 참석’을 보장한다. 의원친선협회 방문은 방문외교활동에 속한다. 


방문외교활동은 방문국 의회 및 정부 주요인사와의 면담과 산업체 및 교육·문화시설 등의 시찰로 이뤄져있다.

또 의원들의 원활한 외교 활동을 위해 의회외교단체가 구성돼있다. 의원친선협회 역시 이 중 하나다. 

국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의회외교단체는 ‘의원외교협의회’ ‘의원친선협회’ ‘한·중의회정기교류체제’로 구성돼있다. 의원외교협의회는 주변 주요국 의회와의 상호교류 및 합동회의 개최 등을 바탕으로 한다. 또 단순한 친선단체의 성격을 넘어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전문의회외교단체를 뜻한다. 

현재 국회는 미국·중국·러시아·EU 의회와 의원외교협의회를 결성했다.

한·중의회정기교류체제는 한중 간 우호협력 관계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양국 의회 간 정기적 교류를 목적으로 한다. 한·중의회정기교류체제는 협력의정서를 통해 결성된 외교단체다.

주안점을 두고 있는 의원친선협회의 경우 대한민국 국회의원과 상대국 의회 의원 간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 있어서 양국 간 이해증진과 협력강화를 목적으로 결성된 외교단체다.

기밀 유지 필요 때 쓰이는 특활비
의원친선협회 방문 시 사용, 왜?


국회에선 의원외교를 위한 예산을 따로 책정한다. 그러나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의원친선협회 방문에 특활비가 사용됐다. ‘기밀을 유지할 만한’ 방문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의원친선협회의 경우 상호교류 및 기타 친선활동의 성격이 강하다. 국회사무처에 공개된 방문 결과보고서를 살펴보면 기밀 유지와 친선의 거리가 더욱 멀어 보인다. <일요시사>는 공개된 2011∼2013년 의원친선협회 특활비 사용 사례 중 각 해마다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된 경우를 꼽았다.
 

2011년 가장 많은 특활비를 사용해 의원친선협회 방문 명목으로 상대국을 방문한 사례는 ‘한·자메이카-도미니카-파나마 의원친선협회 상대국 방문경비’다. 총 478만950원의 특활비가 사용됐다. 

국회사무처에 공개된 방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상대국 방문은 지난 2011년 8월8일부터 17일까지 8박10일 일정이었다. 이곳을 방문했던 대표단은 총 5명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박종근·진영·이애주 의원과 민주당 이미경 의원 그리고 자유선진당(이하 선진당) 박선영 의원이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당시 박선영 국제협력관이 동행했다. 대표단이 이용했던 비행기 좌석은 모두 비즈니스석이었다.

보고서의 주요일정에 따르면 이들은 8월8일 인천을 출발해 같은 날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비행기 경유를 위해서였다. 미국에 도착한 이들은 당시 김영목 뉴욕 총영사 주최의 오찬에 참석했다. 

이후 대표단은 다음날인 8월9일 미국 뉴욕을 출발해 같은 날 도미니카 산토도밍고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날 교민 간담회를 가졌다. 다음날인 8월10일에는 도미니카 하원의장을 예방했고, 도미니카·한 의원친선협회 주최의 오찬에 참석했다. 이어 대표단은 당시 박동실 주도마니카공화국 대사 주최의 만찬을 가졌다.

예산 있는데
추가로 사용

대표단은 이튿날 8월11일 도미니카 산토도밍고를 출발해 같은 날 파나마 파나마 시티에 도착했다. 도착한 이들은 당시 두정수 주파나마 대사 주최의 만찬에 참석했다. 다음날 8월12일에는 파나마 국회의장을 예방했고, 한·파나마 의원친선협회 주최의 오찬을 가졌다. 

이후 현지 진출 국내기업과 교민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표단은 이튿날 8월13일에 파나마 파나마 시티를 출발해 같은 날 자메이카 킹스턴에 도착했다. 이들은 다음날인 8월14일 교민 초청 간담회를 가졌고, 이튿날 8월15일 자메이카 하원의장을 예방했다. 

대표단은 이날 자메이카 킹스턴을 출발해 자정이 다 돼서야 경유지인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이들은 다음날 8월16일 미국 뉴욕을 출발해 인천에 도착했다.


방문 결과 보고서에 기록된 이들의 주요 일정은 오찬과 만찬 그리고 교민간담회와 예방이다. 의원친선협회의 목적인 ‘상대국 의회의원 간의 상호교류 및 친선활동’과 상통한다. 그러나 특활비가 지급된 것은 의문이다.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국정수행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 진 의원은 개인일정으로 7월28일 인천을 출발해 같은 날 미국 시애틀에 도착했다. 그는 개인일정 후 8월9일 미국 플로리다를 출발해 같은 날 도미니카 산토도밍고에 도착했다.

민주당 이 의원 역시 개인 일정으로 8월5일 인천을 출발해 같은 날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이후 8월8일 뉴욕에서 대표단과 합류했다. 이 의원은 대표단에 합류하기 전인 8월5∼7일까지의 체재비와 숙박비를 개인 부담했다. 
 

이 의원은 개인 사정으로 자메이카 일정에 불참했다. 자메이카 일정을 취소한 이 의원은 8월 13일 파나마 파나마시티서 출발해 같은 날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이 의원은 대표단과 달리 8월15일 미국 뉴욕을 출발해 8월16일 인천에 도착했다.

선진당 박 의원은 개인 일정으로 같은 해 7월22일 사전 출발했다. 박 의원은 8월8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서 출발해 같은 날 미국 뉴욕에 도착했고 이어 대표단과 합류했다. 이후 일정은 대표단과 같다.

2012년엔 ‘한·대만, 한·싱가포르 의원친선협회 대표단 상대국 방문경비’서 의원친선협회 방문 명목으로 가장 많은 특활비가 사용됐다. 총 297만9020원이었다. 공개된 방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2년 5월7일부터 13일까지 6박 7일 일정이었다. 


이곳을 방문했던 대표단은 총 4명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조진형·강승규 의원과 민주통합당 유선호·박우순 의원이었다. 대표단을 지원하기 위해 당시 이덕형 국제협력관이 동행했다. 대표단이 이용했던 비행기 좌석은 모두 비즈니스석이었다.

보고서 주요 일정에 따르면 이들은 5월7일 인천을 출발해 같은 날 대만 타이베이에 도착했다. 이날 대표단은 당시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대표 주최의 만찬을 가졌다. 이들은 다음날인 5월8일엔 임덕복 대만 입법위원 주최의 오찬에 참석했다. 

이후 대표단은 교민 간담회를 가졌다. 이튿날 5월9일 대만 타이베이를 출발한 대표단은 같은 날 싱가포르의 수도 싱가포르에 도착했다. 이날의 공식 일정은 보고서에 기록되지 않았다.

다음날인 5월10일 대표단은 주싱가포르 대사주최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싱가포르 국회부의장과 싱가포르 의원 3명이 동석했다. 이어 대표단은 주싱가포르 한인회장 주최의 만찬에 참석했다.

대표단은 그 다음날인 5월11일 싱가포르 싱가포르를 출발해 같은 날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했다. 필리핀을 방문한 까닭은 경유를 위해서였다. 이들은 이날 주필리핀 한국대사 주최의 만찬을 가졌다. 대표단은 5월13일 필리핀 마닐라를 출발해 같은 날 인천에 도착했고 공식 일정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그 사이 5월12일의 일정은 보고서에 기록되지 않았다.

대표단 역시 상대국 의회의원과 만나 교류하는 등 의원친선협회 방문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했다. 그러나 친선협회 방문 차 기밀을 요하는 특활비를 받은 것에 대해선 의문이다. 보고서에 기록된 대표단의 공식 일정은 오찬과 만찬 그리고 간담회뿐이었다.

밥 먹고 구경
굳이 써야?

2013년에는 ‘인도, 스리랑카, 미얀마 의원친선협회 상대국방문 경비’서 방문외교 명목으로 가장 많은 특활비가 지급됐다. 총 721만5100원이었다. 

공개된 방문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7월28일부터 8월6일까지 8박 10일 일정이었다. 대표단은 총 6명이었다. 당시 새누리당 송광호·정갑윤·신성범 의원과 민주당 백재현·이찬열 의원 그리고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이었다. 의원외교활동을 보좌하기 위해 당시 이경은·임진표 국제협력관이 동행했다.

대표단은 비행기를 총 9번 이용했다. 이 중 비즈니스석이 5번, 일반석이 2번이었다. 나머지 2번은 ‘현지항공’ 이라고 보고서에 기재됐다. 이 현지공항은 모두 일반석이었다.

대표단은 7월28일 인천을 출발해 같은 날 인도 델리에 도착했다. 이들은 도착 후 숙소서 휴식을 가졌다. 대표단은 다음날 7월29일 델리 시내를 시찰했다. 이후 자유오찬을 가진 대표단은 인도·한 의원친선협회장과 면담을 했다. 이후 인도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저녁엔 대사주최 만찬을 가졌다. 이튿날 7월30일엔 인도 델리를 출발해 인도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보고서엔 이날 대표단이 전일 문화 시찰을 한 것으로 기록돼있다. 다음날 7월31일 대표단은 인도 바라나시를 출발해 인도 델리로 복귀했다. 

대표단은 이날 델리 시내를 시찰하며 자유일정을 가졌다. 이들은 이날 인도 델리를 출발해 스리랑카 콜롬보에 도착했고 숙소서 휴식을 가졌다.
 

다음날 8월1일 대표단은 콜롬보 시내와 스리랑카 국회를 시찰했다. 이후 스리랑카·한 의원친선협회장을 면담했고 선물가게를 방문하는 등 시내 시찰에 나섰다. 이어 이들은 스리랑카 경제개발부장관과 만났고 숙소 체크아웃 후 골(스리랑카 도시 이름)로 향해 만찬을 가졌다.

이튿날 8월2일 골 주변을 문화시찰하고 콜롬보로 돌아와 시내시찰을 이어갔다. 이후 대표단은 대사주최 만찬으로 하루를 끝냈다.

다음 날 8월3일 이들은 스리랑카 콜롬보를 출발해 태국 방콕에 도착했다. 비행기 경유를 위해 태국에 도착한 것이다. 대표단은 공항 근처서 오찬을 가진 뒤 미얀마 양곤으로 향했다. 미얀마 양곤에 도착한 이들은 만찬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튿날 8월4일은 전일 문화시찰과 자유일정을 가졌다고 기록돼있다. 이들은 8월5일엔 미얀마 양곤을 출발해 미얀마 네피도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이날 하원 국회부의장을 예방하고 하원 국제관계위원장과 면담했다.

같은 날 오후 미얀마 네피도를 출발해 미얀마 양곤에 도착했다. 대표단은 대사주최 만찬을 가졌고 오후 늦게 미얀마 양곤을 출발해 다음날 8월6일 인천에 도착했다.

보고서에 기록된 대표단의 일정은 문화시찰 및 시내시찰과 자유일정, 면담과 예방 그리고 오찬과 만찬이 전부였다. 기밀 유지를 필요로 하는 특활비가 지급된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기는 까닭이다.

의원외교 예산 따로, 특활비 따로
국회 외유성 논란 스스로 해결해야

국회에선 의원들의 외교활동을 위한 예산이 따로 책정된다. 그러나 의원들은 친선협회 방문을 명목으로 특활비를 받았다. 결과 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의원들의 외교활동엔 기밀과 관련된 사안을 찾아보기 어렵다. 물음표가 찍히는 까닭이다. 최근 공개된 특활비 내역으로 의원 외교활동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외교 활동은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그 절차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문제가 반복된다면 의원들의 외교활동이 자칫 외유성 출장으로만 비춰질 수 있다. 국회 스스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각이 대두되는 까닭이다.

언급된 사례뿐 아니라 특활비가 사용된 대부분의 의원친선협회 방문은 오찬과 만찬, 면담과 예방 그리고 문화시찰 등으로 이뤄져 있었다. 기밀성이 요구될만한 내용을 찾아보기 어렵다.

특활비 논란이 부상하면서 정당들은 특활비 폐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특활비의 폐지보다 제도개선에 힘을 싣고 있다. 민주평화당 역시 이와 대동소이하다. 반면 바른미래당과 정의당은 특활비 폐지를 내세우고 있다.

외교? 외유성?
경계 선명해야

특활비 폐지에 앞장서고 있는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8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의원 외교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 원내대표는 ‘의원외교가 기밀 유지 등이 요구되기에 특활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는 질문에 “나도 의원외교를 해 봤지만 기밀을 요구하는 활동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의원 외교 명목의 특활비는 거의 다 외국 나가는 의원들에게 용돈 비슷하게 지급된 사실을 감안하면 국회에선 필요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특활비 폐지법’ 이름 올린 의원은?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지난 5일 특활비 폐지 내용을 담은 국회법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 총 11명의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정의당 심상정·김종대·윤소하·이정미·추혜선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서형수·표창원 의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그리고 민중당의 김종훈 의원이다. 

개정안은 국회의장이 국회 소관 예산요구서를 작성할 때 특활비를 제외하고, 국회의장 소속 국회예산자문위원회를 신설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다.

한편 이보다 앞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작년 11월 특활비 폐지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공동발의한 의원은 바른미래당 권은희·오신환·유승민·유의동·이언주·정병국·정운천·박인숙 의원 등이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은 국회의장이 국회 소관 예산요구서를 작성할 때 특활비 등 별도의 총액으로 제출하는 항목을 포함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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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