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레임덕 불 지른 ‘3대 악재’ 집중분석

측근비리·정권심판론·경제위기 ‘쓰나미’에 “허걱”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말 ‘3중고’에 휘말리며 레임덕이 초가속화 궤도에 올라섰다. 잇달아 터지는 측근 비리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본격화하면서 정권심판론이 다시금 불거질 전망이다. 여기에 국제경제 상황이 또 다시 악화 기로에 접어들면서 고물가 등 경제위기론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측근비리 엄정수사를 촉구하며 진화에 나섰고 부산을 방문하며 민심잡기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는 경제위기와 마찬가지로 레임덕이 가속화 되어가는 현상을 막을 묘책 또한 없다는 게 중론이다.

김두우, 신재민 도덕성에 치명타 안겨준 최측근비리
제2경제위기에도 자화자찬, 근거 없는 자신감만 충만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침통한 표정이 역력하다.
 
특히 임기 초부터 “최초로 친·인척과 측근 비리가 없는 정권으로 남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여러 차례 한 이 대통령이 대선 캠프 핵심인사나 청와대 보좌진들의 비리 의혹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경제대통령’을 자처하며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으며 당선 된 이 대통령으로서는 연이어 계속되는 국제경제위기가 야속하기만 해 보인다.

‘용서받지 못할 비리’
부산저축은행 사태

측근 비리는 치명적 타격을 안겨줬다. 올 1월에는 ‘함바비리’ 의혹으로 배건기 청와대 감찰팀장의 사직, 2월에는 최영 강원랜드 사장의 구속과 장수만 방위사업청장의 사직으로 시작된 측근비리는 이 후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 스스로 ‘용서받지 못할 비리’로 규정한 부산저축은행사태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로비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이국철 SLS 회장이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수십억원을 줬다는 폭로까지 줄을 잇자 이 대통령 스스로 측근들의 잇단 권력형 비리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이면 측근일수록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며 “법무부는 권력형 비리나 가진 사람들의 비리를 신속하고 완벽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김 전 홍보수석과 신 전 차관 등 당사자들이 비리의혹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먼저 측근비리 강력 대처를 주문한 것은 이번 일이 임기 말 심각한 레임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지시 전날까지만 해도 신 전 차관 의혹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 ‘개인비리에 국한되지, 정권차원의 비리는 아니다’는 식으로 권력형 측근 비리 의혹과는 선을 그었던 청와대의 입장이 하루 만에 확 바뀐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말 측근 비리나 권력형 비리가 터지면, 부인하고 막기에 급급하다 사실이 밝혀지면 국민적 망신을 당했던 전례를 염두에 둔 듯 이 대통령은 정면 돌파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로비스트 박태규와 이 회장의 입에서 어떤 증언이 나와 어디로 불똥이 튈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서둘러 수사를 조기에 마무리하려는 의도로도 보여진다.

검찰은 일단 주말도 반납한 채 이 회장을 소환조사하고 신 전 차관도 출국 금지시키며 강한 수사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밖에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적지 않은 현 정권 실세들의 이름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와 관련해 오르내리고 있어 이 대통령을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트리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만약 대통령 측근이나 여권 인사의 비리 의혹이 추가로 나올 경우 이명박 정부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고 급속한 레임덕과 함께 국정수행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양건 감사원장도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장에서 잇단 측근비리와 관련해 “측근비리 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고 여기에 대한 강한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측근비리 폭발 원인에 대해선 “통상적으로 대통령의 임기말에 이런 사례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통상적인 사례라는 식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경제위기에도
‘자화자찬’ 일색

여기에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경제가 다시 흔들리고 있어 이 대통령을 야속하게 만들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고 브랜드는 ‘경제대통령’이고 이를 국민들에게 잘 어필해 대선에 승리했다. 그만큼 국민들이 경제에 대해 그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하지만 계속되는 고물가와 전세난, 유가급등, 구직난, 주가 폭락과 환율 급등으로 국가경제는 위기에 처했고,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날이 갈수록 힘들어 지고 있다.

‘MB노믹스’의 근간인 부자감세로 사회양극화는 더욱더 가속화 됐고, 위화감과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는 평가도 잇따랐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란 말로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면서 서민경제는 뒷전에 뒀다. ‘저금리-고환율’정책이 그것이다.

저금리로 기업의 금융비용을 경감해주고 고환율을 통한 수출촉진으로 경제성장을 주도한다는 것이었다. 선거공약인 ‘747’(경제성장 7%,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의 실현전락이다.
 
전문가들은 “747이란 성장잠재력을 도외시했다는 점에서 엔진을 탑재하지 않은 비행기와 다름없다. 그럼에도 무리하게 밀어붙여 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유지하는데 고환율정책을 고수함으로써 수입물가 앙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유발 했다”며 “여기에다 재정-금융팽창에 따른 통화팽창이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권 심판론 부각시키는 촉매제 10?26 서울시장 선거
민주당, ‘MB정부 권력형비리진상조사특별위원회’ 꾸려


상황이 이러한데도 지난 1차 경제위기 때 이 대통령은 “미국발 경제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암흑기에 들어섰다”며 책임을 회피했고, 이번에도 2차 경제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지만 태도에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내가 대통령이면서 위기를 두 번 맞는 게 다행”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1차 경제위기를 잘 넘긴 것이 자신의 공적인 것 마냥 자화자찬 했다.
 
29일에는 “우리가 위기라고 해서 우리끼리 자꾸 위기라고 하면 위축된다”며 “경제는 위기대처는 철저히 하지만 지나치게 우리끼리 위기감을 조성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세계위기는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미국이 지난번에 애먹이더니 유럽이 이번에...”라며 거듭 유럽을 힐난한 뒤, “뭐 옆에 나라가 위기가 오면 정말 위기다. 그렇게 되면 아마 수출이 줄 것이지만 아무튼 세계가 다 어려워져도 우리가 맨 나중에 어려울 것이다. 그런 자신감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 대통령 주장과는 달리 금융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주가가 45개 주요국 가운데 4번째로 많이 폭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폭등하는 등 심각한 금융위기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자신만만한 그로서도 별다른 대응책은 없어 보인다. 지난달 8일 추석맞이 특별기획 <대통령과의 대화>에 출연, 물가 상승과 관련해 “최선을 다 하고 길을 찾으면 어느 정도는 잡을 수는 있을 것”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물가를 탁 잡을 방법은 없다”고 밝힌바 있다.

그는 물가정책에 불가항력적인 요소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특히, 취임 초기부터 성장에 몰두하느라 ‘물가잡기’에 소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성장 때문에 물가가 올랐다고 생각 안한다. 서민들 고통을 덜어주려는 노력을 부단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위기는 물가상승 등을 통해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다. 이로써 경제대통령이란 브랜드는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정권?
뻔뻔함의 극치

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민심이반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자 일부에서는 10·26 재보궐선거는 해보나 마나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MB 심판”이라고 밝혔듯, 서울시장 선거는 정권심판론을 부각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자고 나면 터지는 측근 비리에 이명박 정권의 ‘블랙아웃’이 머지않았다”며 ‘이명박 정부 권력형비리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꾸린 상태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 변호사도 최근 “현 정부 정치행태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이렇게까지 추락해도 되는가 하는 측면에서 분노를 느꼈다”며 공세를 예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달 25일 “보궐선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보선에서 패하면 청와대는 급격히 힘이 빠질 것”이라고 예견했다.

여권에서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자 이 대통령과 차별화에 힘쓰는 모양새가 역력하다. 차별화로 정권재창출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 대통령은 임기말 3중고를 겪으며 레임덕이 초가속화 되어가고 있다. 내우외환으로 국정운영의 동력이 급격히 약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측근비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는 커녕 지난달 30일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된다”며 자신의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으로 규정해 앞으로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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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