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2라운드’ 관전 포인트

막 오른 레이스…주도권 쟁탈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후반기 국회를 바라보는 각 당의 셈법이 가지각색이다. 지방선거서 크게 승리한 민주당은 성과를 보일 차례다. 선거서 패배한 야당은 존재감 드러내기에 분주하다. 6·13 지방선거를 관통한 여야는 향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 분수령은 개헌을 향하고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 이후 각 당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선거 완승 이후 굳히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지금의 기세를 2020 총선까지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선 선거 승리를 자체적 성과라기보다 외부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야당의 지리멸렬과 남북 평화무드가 대표적이다. 다만 그 호재들은 지속되기 어렵다. 북한의 비핵화는 불투명한 상태다. 야당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서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다. 민주당 스스로 성과를 일궈내야 하는 형국이다.

후반기 준비

야당은 선거 기간 내내 힘을 이어가지 못했다. 선거 결과가 그 방증이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굵직한 사안마다 민주당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여당을 견제하는 제1야당의 역할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했고 결국 한국당은 선거서 크게 패했다. 지지율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바미당)은 대안 정당을 자처했지만 한국당과 차별화에 실패했다. 선거 결과가 이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바미당 소속 광역단체장과 지방자치단체장은 ‘제로’다. 당 내외서 자성의 목소리가 이어진 까닭이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과 정의당은 ‘평화와 정의’라는 이름의 공동 교섭단체를 형성했다. 평화와 정의는 원내 캐스팅보트 역할을 자부했다. 그러나 선거 기간 발발한 대형 이슈들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남북정상회담과 드루킹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야당은 지난 지방선거서 민주당에게 압도당했다. 그 결과 야당은 정계개편 시나리오에 휩싸였다. 정당 간 합종연횡과 이합집산이 예상됐지만 가시적이지 않다. 대신 야당은 후반기 국회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모양새다.

여야는 최근 경제지표가 악화된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는 까닭이다. 민주당은 경제 분야서 성과를 보이고자 한다.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쥐기 위해서다.

야당 역시 민생정당을 외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여당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고자 한다. 향후 정국 주도권을 위한 발판을 삼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민주당·평화당·정의당은 ‘개혁입법연대’를 내세우고 있다. 범여권은 국회 내 과반을 넘어 그 힘이 선명하다. 이들은 국회의 공전을 막고 민생 법안을 빠른 시일 내에 통과시키고자 한다.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개혁입법연대 좌담회’에 참석한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속도감 있게 개혁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연대를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 참석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뜻을 함께하는 의원들과 연대를 결성하자”며 대동소이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한국당과 바미당은 입법연대를 반대하고 있다. 민생경제 회복이라는 큰 틀에선 동의하지만 인위적 연대는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3일 ‘하반기 국회 대비 정책혁신 워크숍’에 참석해 “(개혁입법연대는) 입법 권력을 통한 인위적 정계개편을 시도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정계개편 소용돌이 각당 연착륙 시도
여, 성과 낼 차례 야, 존재감 표출 분주

김관영 바미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 4일 “국회 내 과반이 넘으니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오만한 인식”이라며 날을 세웠다. 다만 김 원내대표는 “민생에 도움이 되는 개혁에는 적극 동참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후반기 국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개혁입법연대의 경계는 허물어질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여야 모두 민생법안 통과에 강제성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생법안들은 국회서 계류 중이다. 심사하지 못한 법안만 1만건에 달한다. 
 

민생 법안의 통과가 지연된다면 여야를 막론하고 여론의 비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민생 법안 통과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재 여야 간 다툼은 후반기 국회와 원 구성을 앞두고 몸값을 키우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결국 야당의 터닝 포인트는 민생 법안의 줄다리기에 있지 않다는 해석이다.

여야가 민생경제를 넘어 정면으로 부딪힐 사안은 개헌이다. 한국당과 바미당은 개헌을 요구하며 개헌연대를 구축하고 있다. 바미당 김 원내대표는 개혁입법연대와 개헌연대를 두고 ‘편 가르기’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개헌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한 선거구제 개편을 내세우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득표율에 따라 국회의원 의석수가 결정되는 것이다. 사표를 방지할 수 있고 민의가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장벽은 낮아진다. 그만큼 거대 정당의 독과점을 막을 수 있다.

한국당이 선거구제 개편을 포함해 개헌을 요구하는 까닭은 2020 총선 이후 존속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현행 소선거구제로 총선을 치른다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바미당의 처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개헌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개혁입법이 먼저라는 것이다. 다만 그 경계가 다소 흐릿하다. 평화당과 정의당은 바미당과 마찬가지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외면할 이유가 없다. 

의회정치서 의석수는 결정적이다. 특히나 평화당과 정의당은 공동교섭단체를 형성했다. 양당은 비교섭단체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개혁입법연대는 야당들이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벌이는 다툼의 일환이다. 후반기 국회가 정상화된다면 민생 법안은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국회가 장기간 공전하면서 여론의 비판 역시 높아지고 있어서다.


반면 개헌의 경우 한국당을 포함한 야4당이 선거구제의 변화를 원하고 있다. 민주당 강세가 지속되면서 현행 선거구제로 2020 총선을 치른다면 야당의 타격은 결정적일 수 있다.

분수령은?

국회의원 ‘배지’가 걸린 만큼 야4당의 개헌 주장이 거세질 것으로 점쳐진다. 개헌이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 6·13지방선거서 개헌 동시투표가 야4당의 반대로 결렬된 바 있다. 반면 오늘날엔 야4당이 개헌에 동조할 것으로 풀이된다. 2차 개헌 정국이 열릴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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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