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부딪힌 비핵화 운명

멀고도 험한 한반도 평화, 만약 엎어지면 3차 대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방북 이후 북한의 후속조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한미는 각각 경제협력과 연합 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길목을 터준 셈이다. 비핵화의 시작과 끝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이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는 얽히고설킨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길이 멀고도 험한 까닭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그는 지난 5일, 워싱턴을 출발해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이전에도 북한을 두 번 방문해 북미 간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세 번째로 북한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변함없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해석이다.

계속되는 협상
폼페이오 3차 방북

폼페이오 장관은 기존의 CVID 원칙(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신 FFVD라는 새로운 비핵화 원칙을 제시했다. FFVD는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를 뜻한다. CVID보다 다소 약화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북 정책 완화론이 제기됐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한미 공동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역시 지난 5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이어 북미 간 여러 접촉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비핵화 후속 조치를 위해서다. 북미정상회담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양국 간 후속 협상은 북미정상회담서 발표한 성명문의 구체성을 채우는 과정이다. 북미는 그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대두된 비핵화 문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시작으로 평창동계올림픽과 4·27남북정상회담, 6·12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됐다. 이어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 스스로 비핵화 문제를 꺼내든 셈이다. 비핵화가 김 위원장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힘을 싣고자 한다. 한미는 북한 비핵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한미와 북한 간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천명됐기 때문이다. 한미는 다양한 대북정책을 구사했다.

한국은 경제협력을 추진 중이다. 남북은 최근 도로·철도 협의를 가졌다. 교통 인프라 투자를 통해 효과적인 경협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어 남북은 지난 4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산림협력 분과 회담을 개최했다. 

남북은 이 자리서 북한의 산림 복원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향후 남북 경협 분야로는 건설·항만·에너지 등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조치를 내세웠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비용 문제를 언급하며 중단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훈련 중단은 대북 정책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이 오가는 가운데 자극과 도발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강경책을 병행하고 있다. 북한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내부에서 제기되는 우려의 시각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내 대북 강경파들은 김 위원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첫 후속협상
신뢰 구축 가운데 대북제재 유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북제재를 1년 연장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 이후 단행한 조치였다. 또한 미국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이 담긴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언론성명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중국과 러시아가 언론성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안보리 언론성명은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대신 안보리 전체 이사국의 찬성이 있어야 발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가시적 후속조치가 있기 전까지 안전장치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북한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시작으로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을 거친 바 있다.

특히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은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이 명시됐다.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은 핵 활동의 전면 동결과 기존 핵시설의 궁극적인 해체를 선언했다. 또 9·19공동성명에선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북핵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까닭이다.

신뢰 형성?
제재 유지 가닥

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의지 외에 구체적인 비핵화 계획은 불투명하다. 또한 전례를 비춰봤을 때 실질적 이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경제협력을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신뢰 구축을 통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진일보한 후속조치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보상의 일환으로 주어지는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완전한 비핵화에 물음표가 찍히는 이유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일각에선 비핵화 문제가 강제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관통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이 한미 정상과 만나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소위 ‘판을 벌여 놓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상당한 입지를 내세우고 있는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직접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만큼 비핵화 해결 가능성을 기대할만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북한 스스로 비핵화를 포기한다면 그 반대급부로 북한은 더욱 고립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는 지난 2일 <일요시사>와의 이메일 인터뷰서 “리스크가 크고 작은 것을 떠나 비핵화란 것이 명료하게 종료될 수 없는 사안임을 김 위원장은 잘 알고 있다”며 “의지만 밝힌 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끌고 가도 북한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잘못되면 남조선 책임론, 미국 책임론으로 전가하면서 한반도에 위기를 고조시키면 이에 질색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유화방안이 나온다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시계를 늦춰 보상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회담 일정을 뒤로한 채 중국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3차 북중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경제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경협 움직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사절단은 중국 전역을 시찰했고, 북한 경제 관료들은 북중정상회담 기간 김 위원장과 동행했다. 최근에는 구본태 북한 대외경제상 부상이 중국을 방문했다. 구 부상은 북한의 경제와 무역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경제상의 방중으로 본격적인 북중 경협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김 교수는 비핵화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김 교수는 “비핵화는 여러 이슈들과 얽히면서 꽤나 시간을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다가 북한체제의 변화 요인으로 북핵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해결되는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은 예견된 시간보다 늦춰진 상태서 진행됐다. 또 북미 간 후속 협상이 예정된 시기에 북측은 답변을 미루고 폼페이오 장관의 상대역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북한은 북중정상회담을 가졌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확대됐다. 북핵 문제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비밀 핵시설
다양한 변수 부상

비핵화의 어려움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는 변수가 상존해 있어서다. 비핵화 변수는 앞으로의 후속 과정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시기상조인 까닭이다.
 

대표적인 변수는 앞서 언급한 중국이다. 중국의 경제 제재 완화로 인해 대북 영향력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비핵화 해결 방안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미국 정보 당국이 제기한 북한의 핵탄두·핵시설 은폐 의혹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이 생기는 까닭이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실제로 주장한 핵탄두의 수보다 더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또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2010년부터 강성이라는 지역에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농축 규모는 그간 북한의 유일한 우라늄 농축시설로 알려진 영변의 두 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의혹의 사실관계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계·변수 잇따라 수면 위로
김정은 결단에 성사 여부 달려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비핵화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남궁영 교수는 지난 4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서 “비핵화의 가부 여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진실성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성명을 통해서만 드러났다”며 아직까지 실질적 조치가 가시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북미 간 물밑접촉과 후속협상 등은 비핵화 후속조치를 위한 것인 만큼 변수를 주시하면서 해석해야 한다”고 보충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변수 역시 김 위원장의 진실성과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진실성을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큰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그와 반대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결렬을 선언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타협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새로운 타협에 대해서 “과거의 핵은 인정하는 대신 ICBM을 파기하고 미래의 핵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대통령이
또 나설 차례?

남궁 교수는 중국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진실성을 갖고 있다면 중국은 북한의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은)미국이 북한에게 제공할 보상 등을 좀 더 편하고 빠르게 받아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반대의 경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고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북제재 완화 혹은 경제지원 등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핵시설·미사일 실험장, 지금은…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일 “한미 군 당국은 북한 영변서 여전히 각종 핵시설이 정상가동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국방위원장을 지냈다.

군 당국은 이와 관련해 단정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6일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정적으로 이야기가 안 된 걸로 안다”며 “동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스탠스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국방부로부터 최근 북한의 군사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결과는 여전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함경남도 신포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신규 건조 정황이 포착됐다”며 “동창리 등 수 곳의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정상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동창리 실험장은 과거 북한이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실험한 곳이다.

그는 “난수방송도 여전히 방송 중”이라고 덧붙였다.

 난수방송은 북한이 대남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릴 때 사용하는 일종의 암호다. 난수 방송은 숫자나 문자 등을 조합해 만든 난수와 모스 부호 등을 이용해 남파 공작원 등에게 전달한다.

김 의원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우리 군의 조치와 반대로 북한은 예년과 유사한 수준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군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미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사상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취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전부”라며 “북한의 정확한 의도와 진정성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부와 외교부는 북핵 폐기를 위한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되 대한민국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방부는 변함없는 안보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협상서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군사 대비태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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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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