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부딪힌 비핵화 운명

멀고도 험한 한반도 평화, 만약 엎어지면 3차 대전?

[일요시사 정치팀] 김정수 기자 =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의 방북 이후 북한의 후속조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동안 한미는 각각 경제협력과 연합 군사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비핵화의 길목을 터준 셈이다. 비핵화의 시작과 끝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있다.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이 전적으로 북한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 사이에는 얽히고설킨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길이 멀고도 험한 까닭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하 김 위원장)과 회담을 가졌다. 그는 지난 5일, 워싱턴을 출발해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북미정상회담 이전에도 북한을 두 번 방문해 북미 간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세 번째로 북한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변함없다는 방증이다. 김 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남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는 해석이다.

계속되는 협상
폼페이오 3차 방북

폼페이오 장관은 기존의 CVID 원칙(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대신 FFVD라는 새로운 비핵화 원칙을 제시했다. FFVD는 최종적이고 충분히 검증된 비핵화를 뜻한다. CVID보다 다소 약화된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북 정책 완화론이 제기됐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5일 정례 브리핑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한다는 한미 공동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 역시 지난 5일(현지시각) “북한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에 이어 북미 간 여러 접촉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 비핵화 후속 조치를 위해서다. 북미정상회담의 연장선이라 볼 수 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 

양국 간 후속 협상은 북미정상회담서 발표한 성명문의 구체성을 채우는 과정이다. 북미는 그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대두된 비핵화 문제는 김 위원장으로부터 시작됐다. 김 위원장의 올해 신년사를 시작으로 평창동계올림픽과 4·27남북정상회담, 6·12북미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됐다. 이어 김 위원장은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선언을 통해 비핵화 의지를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 스스로 비핵화 문제를 꺼내든 셈이다. 비핵화가 김 위원장의 손에 달렸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힘을 싣고자 한다. 한미는 북한 비핵화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한미와 북한 간 정상회담을 통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천명됐기 때문이다. 한미는 다양한 대북정책을 구사했다.

한국은 경제협력을 추진 중이다. 남북은 최근 도로·철도 협의를 가졌다. 교통 인프라 투자를 통해 효과적인 경협을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이어 남북은 지난 4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산림협력 분과 회담을 개최했다. 

남북은 이 자리서 북한의 산림 복원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향후 남북 경협 분야로는 건설·항만·에너지 등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조치를 내세웠다. 그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비용 문제를 언급하며 중단 이유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훈련 중단은 대북 정책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비핵화 협상이 오가는 가운데 자극과 도발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강경책을 병행하고 있다. 북한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내부에서 제기되는 우려의 시각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백악관 내 대북 강경파들은 김 위원장을 신뢰하지 않는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첫 후속협상
신뢰 구축 가운데 대북제재 유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북제재를 1년 연장했다. 북미정상회담 성사 이후 단행한 조치였다. 또한 미국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대북제재 완화의 필요성이 담긴 UN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언론성명을 반대해 무산시켰다. 중국과 러시아가 언론성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안보리 언론성명은 안보리 결의와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다. 대신 안보리 전체 이사국의 찬성이 있어야 발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가시적 후속조치가 있기 전까지 안전장치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의 전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북한은 과거에도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북한은 1991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시작으로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을 거친 바 있다.

특히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은 구체적인 비핵화 방식이 명시됐다.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은 핵 활동의 전면 동결과 기존 핵시설의 궁극적인 해체를 선언했다. 또 9·19공동성명에선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북핵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유지하는 까닭이다.

신뢰 형성?
제재 유지 가닥

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의지 외에 구체적인 비핵화 계획은 불투명하다. 또한 전례를 비춰봤을 때 실질적 이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된다. 우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경제협력을 제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꺼내든 상태다. 신뢰 구축을 통해 김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진일보한 후속조치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보상의 일환으로 주어지는 체제보장과 경제지원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완전한 비핵화에 물음표가 찍히는 이유다.

이러한 우려와 달리 일각에선 비핵화 문제가 강제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비핵화가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관통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이 한미 정상과 만나 비핵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소위 ‘판을 벌여 놓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핵 문제에 있어서 상당한 입지를 내세우고 있는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직접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다. 그만큼 비핵화 해결 가능성을 기대할만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북한 스스로 비핵화를 포기한다면 그 반대급부로 북한은 더욱 고립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김영수 교수는 지난 2일 <일요시사>와의 이메일 인터뷰서 “리스크가 크고 작은 것을 떠나 비핵화란 것이 명료하게 종료될 수 없는 사안임을 김 위원장은 잘 알고 있다”며 “의지만 밝힌 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동안 끌고 가도 북한에게 불리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잘못되면 남조선 책임론, 미국 책임론으로 전가하면서 한반도에 위기를 고조시키면 이에 질색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유화방안이 나온다는 것이 북한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은 현재진행형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중국의 대북 경제 지원을 받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시계를 늦춰 보상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챙기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 회담 일정을 뒤로한 채 중국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해 3차 북중정상회담을 개최하며 밀월관계를 과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경제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보인다. 북중 관계가 긴밀해지면서 경협 움직임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사절단은 중국 전역을 시찰했고, 북한 경제 관료들은 북중정상회담 기간 김 위원장과 동행했다. 최근에는 구본태 북한 대외경제상 부상이 중국을 방문했다. 구 부상은 북한의 경제와 무역을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외경제상의 방중으로 본격적인 북중 경협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김 교수는 비핵화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김 교수는 “비핵화는 여러 이슈들과 얽히면서 꽤나 시간을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러다가 북한체제의 변화 요인으로 북핵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해결되는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획은 예견된 시간보다 늦춰진 상태서 진행됐다. 또 북미 간 후속 협상이 예정된 시기에 북측은 답변을 미루고 폼페이오 장관의 상대역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이 시기에 북한은 북중정상회담을 가졌고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확대됐다. 북핵 문제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비밀 핵시설
다양한 변수 부상

비핵화의 어려움이 제기되는 또 다른 이유는 변수가 상존해 있어서다. 비핵화 변수는 앞으로의 후속 과정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란 시각이 시기상조인 까닭이다.
 

대표적인 변수는 앞서 언급한 중국이다. 중국의 경제 제재 완화로 인해 대북 영향력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비핵화 해결 방안은 더 복잡해질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변수는 최근 미국 정보 당국이 제기한 북한의 핵탄두·핵시설 은폐 의혹이다.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의문이 생기는 까닭이다.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실제로 주장한 핵탄두의 수보다 더 많은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또 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2010년부터 강성이라는 지역에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운영했다고 주장했다. 농축 규모는 그간 북한의 유일한 우라늄 농축시설로 알려진 영변의 두 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의혹의 사실관계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한계·변수 잇따라 수면 위로
김정은 결단에 성사 여부 달려

비핵화 협상이 진행될수록 다양한 변수가 부상하고 있다. 변수가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비핵화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남궁영 교수는 지난 4일 <일요시사>와의 전화 인터뷰서 “비핵화의 가부 여부는 김정은 위원장의 진실성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성명을 통해서만 드러났다”며 아직까지 실질적 조치가 가시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현재 진행 중인 북미 간 물밑접촉과 후속협상 등은 비핵화 후속조치를 위한 것인 만큼 변수를 주시하면서 해석해야 한다”고 보충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변수 역시 김 위원장의 진실성과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진실성을 보인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큰 문제가 없을 것이지만 그와 반대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결렬을 선언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타협으로 이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남궁 교수는 새로운 타협에 대해서 “과거의 핵은 인정하는 대신 ICBM을 파기하고 미래의 핵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대통령이
또 나설 차례?

남궁 교수는 중국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이 진실성을 갖고 있다면 중국은 북한의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중국은)미국이 북한에게 제공할 보상 등을 좀 더 편하고 빠르게 받아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반대의 경우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하지 않고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대북제재 완화 혹은 경제지원 등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핵시설·미사일 실험장, 지금은…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일 “한미 군 당국은 북한 영변서 여전히 각종 핵시설이 정상가동 중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국방위원장을 지냈다.

군 당국은 이와 관련해 단정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지난 6일 오전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단정적으로 이야기가 안 된 걸로 안다”며 “동향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스탠스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5일 “국방부로부터 최근 북한의 군사동향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며 “결과는 여전히 아무것도 변한 게 없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함경남도 신포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의 신규 건조 정황이 포착됐다”며 “동창리 등 수 곳의 미사일 엔진 시험장도 정상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동창리 실험장은 과거 북한이 인공위성을 탑재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실험한 곳이다.

그는 “난수방송도 여전히 방송 중”이라고 덧붙였다.

 난수방송은 북한이 대남 간첩들에게 지령을 내릴 때 사용하는 일종의 암호다. 난수 방송은 숫자나 문자 등을 조합해 만든 난수와 모스 부호 등을 이용해 남파 공작원 등에게 전달한다.

김 의원은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우리 군의 조치와 반대로 북한은 예년과 유사한 수준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군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미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사상교육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북한이 취한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는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전부”라며 “북한의 정확한 의도와 진정성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일부와 외교부는 북핵 폐기를 위한 비핵화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되 대한민국 안보의 최후 보루인 국방부는 변함없는 안보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협상서 압박카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군사 대비태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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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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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