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만난’ 월드컵 토토 천태만상

  • 김세훈 기자 space0122@naver.com
  • 등록 2018.07.02 12:13:35
  • 호수 11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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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전 맞춰 수십억 벌었다?

[일요시사 취재 1팀] 김세훈 기자 = 2002년 월드컵의 영광을 온라인서 재현이라도 하려는 걸까. 월드컵 승패에 밤잠을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 이야기다. 월드컵 특수를 맞은 도박 업계엔 각종 이벤트가 쏟아진다. 그들은 오늘밤도 ‘인생은 한 방’이라며 충혈된 눈으로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월드컵 최종예선서 독일을 2-0으로 꺾으며 막판 분투했지만 우리나라 대표팀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은 독일전을 마지막으로 이번 월드컵을 마쳤다. 하지만 온라인 불법스포츠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당과 회원들에게 월드컵은 끝날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무서운 베팅

지난달 27일 한국과 독일의 경기에 사설 베팅사이트인 A는 매력적인 배당률을 내놨다.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2-0으로 승리한다’에 도박사이트가 제시한 배당률은 85.3배였다. 가장 높은 배당률은 142.8배였는데, 한국과 독일이 3-3으로 비기는 경우였다.

이렇게 사행성이 짙은 게임에 참여하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했다. 필요한 건 전화기와 계좌번호뿐이다. 신원을 확인하는 절차도 허술했다. 가입신청을 하고 전화번호를 인증하면 국제전화로 전화가 한 통 걸려온다. 

전화 속 남자는 몇 살인지 묻고는 바로 가입을 승인해줬다.


가입절차를 마쳤다고 곧바로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회원마다 고유의 입금계좌번호를 발급 받아야 했다. 공식적인 업체 계좌에 돈을 넣는 것이 아니라 정체를 알 수 없는 개인 계좌번호를 부여했다.

입금을 하고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방식이다. 부여받은 계좌번호가 대포통장인지 아닌지는 확인 할 수 없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은 불법 도박사이트를 홍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를 여과 없이 받아 보게 되는 장소기 때문이다. 특히 주식전문가를 자처하고 정보를 공유한다며 만들어 놓은 채팅방에는 각종 도박 홍보자료가 넘쳐난다.

베팅 결과를 표로 만든 승률기록표, 현금지급기 앞에서 돈다발을 만지는 사진, 특정 경기에서 얼마를 땄다는 바람잡이들의 채팅들까지 쉴 틈 없이 자극적인 게시물이 쏟아진다.

2차 범죄 이어질라
미성년자들도 노출

문제는 미성년자들에게도 이 정보가 그대로 노출된다는 데 있다. 분별력 없이 온라인 불법스포츠도박에 손을 댄 청소년들이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2차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최근 상담을 받은 A군은 지난 5월 불법 스포츠도박을 시작해 용돈을 모두 탕진하자 친구들의 돈을 뺏어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처벌을 받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사기를 저질렀다. 


B군 역시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져 돈을 잃고 절도를 저질러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성인이라고 해서 피해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남성의 제보에 따르면 “먹튀만 1200(만원)정도 당했다. 사이트 관리자의 신상도 알지만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도 (제가)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이 탄로날까봐 무서워 신고를 못하겠다”며 “사설 사이트가 회원에게 돈을 어느 정도 잃으면 환전을 안해주고 강제로 탈퇴시킨다. 스포츠 경기 외에 사다리(홀짝 맞추는 게임) 같은 게임은 배팅된 금액에 따라 승부가 조작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축구 특수 불법도박 사이트 성행
대박 꿈꾸다 사기…신고도 못 해

이렇듯 불법 스포츠도박은 연령층을 막론하고 사회에 해악이 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불법 스포츠도박을 개설한 사람은 물론이고 이에 가담하거나 이용한 사람도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기피해를 당해도 거래한 계좌가 대포통장이면 자금을 추적 할 방법이 없다. 또 도박에 참여한 사람도 처벌받기 때문에 적극적인 수사가 이뤄지기도 어렵다.

불법 도박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정부는 불법 스포츠도박과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해 정부는 불법 스포츠도박 운영자를 신고하면 지급되는 포상금을 기존 1000만원서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고 대상자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수탁업자가 아니면서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유사한 것을 발행해 그 결과를 적중시킨 사람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한 자’ ‘금지하는 행위를 이용해 도박을 한 자’ ‘운동경기에 관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받은 선수·감독 등 승부조작에 가담한 자’로 정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5년 기준 국내 불법 도박시장 규모를 약 84조원으로 집계했다. 이 가운데 불법 스포츠도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26%로 약 22조원에 달한다. 

문체부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도박은 높은 배당률과 무제한 베팅, 다양한 상품, 인증 절차 없는 익명성 등으로 인해 청소년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 급속하게 확산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도 러시아 월드컵 기간 불법 스포츠도박이 성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감시 강화안을 내놨다. 사감위는 현재 불법사행행위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포상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와 운영자 정보를 제보하면 신고자에게 주는 포상금을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여 정도에 따라 최고 30만원 불법 운영자 신고에 대해서는 최고 5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번 집중 감시 기간에는 포상금 심사 시 신고자 기여도에 대한 가산점을 부여해 포상금 지급액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감위 관계자는 “불법 스포츠도박은 운영자뿐 아니라 이용자도 처벌 받게 되는 범죄행위”라며 불법도박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합법적인 스포츠도박도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사업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케이토토’는 합법적인 스포츠도박이다. 케이토토는 세금 추징이 불가능한 지하경제로 자금이 흐르는 것을 막고 스포츠 도박으로 발생한 이익금을 스포츠 산업에 재투자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합법적인 스포츠도박이 있는데 왜 사설 도박 사이트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걸까.

이용자도 처벌

다만 최대 베팅금액이 10만원으로 정해져 있고 반드시 2경기 이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그리고 승리했을 때 환급받는 금액도 배당금의 65% 내외에 그친다.

사설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합법 사이트에 비해 배당률이 높다. 승리했을 때 환급 받는 금액도 배당금의 90% 내외로 합법도박 보다 크다. 이런 불법 스포츠도박의 매력에 사람들의 발걸음은 어두운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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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