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줄기 같은 ‘위키리크스’ 파문 일파만파

“원칙공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일요시사> 818호(9월9일 발행)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도 하기 전에 정권 핵심인사들이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약속한 점과 이라크 파병 확대를 카드로 꺼내들며 ‘BBK 주가조작사건’의 핵심 인사인 김경준씨의 소환을 미뤄줄 것을 요청한 것 등 현 정부가 미국에 과잉 충성하는 뒷모습을 낱낱이 공개했다. 2주가 지난 이번호에서는 이 대통령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 발언과 국내 언론이 위키리크스를 축소·왜곡 보도하는 현상 등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봤다.

“MB는 깔수록 거짓말, 노짱은 깔수록 진실함 드러나”
캐도 캐도 나오는 MB 리크스 전문, 그 끝은 어디에?

지난 2일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의해 미국 외교전문 25만여 건의 문서가 수정?편집 없이 모두 공개돼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내용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 양이 워낙 방대해 번역 과정을 거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지라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문건이 상당량 남았기 때문이다.

또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전문이 공개됐고 ‘위키리크스 한글 번역 사이트(www.wikileaks-kr.org)’가 개설돼 화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위키리스크 국정조사를 주장하고 있어 그 파장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깔수록 비열한
‘MB리크스’

추가 정리된 폭로내용 중 화제는 단연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다.

현재까지 ‘위키리크스 한국’이 번역해 공개한 문건 가운데 이 대통령의 발언은 두 종류로 나눠진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인 2006년 3월13일 당시 주한 미국대사 버시바우와의 만남을 보고한 <서울시장 이명박과의 만남>이란 문건과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시절인 2006년 11월20일 만남을 정리한 <이명박: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그것이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 당시인 2006년 3월7일 버시바우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에 대해 “한낱 농담에 불과한 것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잃었기에 유머감이 없다”고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서로 싸우기보단 여당과 노무현 대통령을 공격하는데 집중해야만 했기 때문에 박근혜에 대한 비판을 가하는 것을 삼갔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언론에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해 운신의 자유가 없다”면서 버시바우 대사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용으로 북한과의 회담에 나설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우방인 미국과 일본과의 관계를 지나치게 소홀히 했다”고 전했다.

또한 위키리크스 한국이 번역해 공개한 외교문서 <이명박: 한국의 차기 대통령?>는 이 대통령이 중동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좀 이상한 얘기지만”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중동 건설 사업을 하면서 후세인을 잘 알게 됐다. 후세인이 한 장성을 총살하는 것을 목격했고 그 이후에는 후세인과 관계를 맺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실제 총살현장에 서 이를 목격했다는 것이다. 믿기 어렵지만 이 또한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2006년 11월20일 버시바우 대사를 만나 직접 한 말이다.

이어 “미국은 이라크를 잘 모른다. 이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 이라크 침공 전 이라크인의 후세인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려 했던 것처럼, 한국 사람들이 북한을 이해하는 방식을 알아야 한다”며 “그런 관점은 왜 한국인들이 북핵 사건 이후에도 금강산을 방문하는지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금강산에 대한 감정적 애착이 있고 이를 미국은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일관계와 한미FTA에 대한 전문도 공개 됐다.

이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일본 총리 사이의 껄끄러운 관계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문화적 교류를 포함한 두 나라 국민 간의 개인적 접촉이 활발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며 “노무현과 고이즈미는 국내의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자국에 민족주의를 주입시키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FTA에 대해서는 “2007년에 열릴 대선으로 인해 고조된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FTA협상에 대해 상당히 우려한다”며 “노무현 정부가 반미정서를 부채질할 구실로 삼고 협정에 관한 불평을 이용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은 협상을 오래 끌지 않도록 주의해야만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과격하기로 유명한 농부들에게 FTA협상은 특히 민감한 사안이다. 2002년 지난 대선의 결과가 두 여학생의 사망을 계기로 달라졌다”며 농민을 과격한 존재로 비하하기도 했다.

공동번역 프로젝트로 여러 사람이 참여해 함께 만들어
아직 많은 양 남아 파문 어디까지일지, 초미의 관심사


한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4% 성장은 수출과 첨단산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들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 한국경제의 불안정성은 매우 높다”며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 시장을 활성화해 7%의 경제 성장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내수시장에서 수요도 늘 것이다”고 경제 성장에 대한 전망을 내세웠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자신의 주요 대선 공약인 대운하 프로젝트를 자랑했다고 한다.

반미 자세를 취하고 있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의 일부는 이념적으로 미국에 반하고 있다”며 “남한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위협할만한 그 어떠한 것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다. 비록 학생시절엔 급진주의자였으나 경영업무와 공직에서의 경험을 통해 시장원리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을 얻었다”고 말했다.

깔수록 진국인
‘노짱리크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분도 있다.
 
북핵 문제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북한은 인도의 상황과 비슷한데 나는 왜 인도는 핵이 용인되는지 이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다음 정부로 이 문제를 넘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와 관련 노 전 대통령은 “작전권 환수가 군사적 공백을 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노 전 대통령은 조지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자신을 좋아하며 이는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부시행정부와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미국은 김정일 정권 붕괴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 중인 반면 북한은 매우 완고하기 때문에 한국은 (미국과 북한) 가운데에 낀 신세”라고 말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했을 때 국방부 관리들이 자신을 일반 방문객으로 취급하는 느낌이었다면서 조롱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에 사행성 게임기(바다이야기) 파동이 발생했지만 청와대 시스템 개혁을 추진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직접 개입할 수는 없었다는 입장도 밝혔다

한미FTA와 관련해선 민감한 이슈인 농업분야를 언급하며 “농업 분야에서 3분의 1만이 경쟁력이 없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경쟁력이 있거나 정부 지원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이는 남경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금까지 우리 의원들은 농민들을 두려워해 진정한 현안을 다루지 않고 농업보조금만 지급해왔다”며 “이제 의원들이 농업보조금 정책을 지속하는 게 왜 해로운지 설명하고 한·미 FTA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중 자유무역협정 체결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농민에 저항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과 전면 배치되는 의견이기도 하다.

미 외교전문은 이날 만찬은 노무현 정부에 ‘우호적인’ 언론사 간부들을 초청해 비공개로 이뤄졌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대화 대용은 만찬에 참석한 한 간부로부터 입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위키리크스 전문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이 대통령의 공개 때완 다르게 “이명박은 위키 깔 때마다 거짓말이 드러나고, 노무현은 위키 깔 때마다 진실함이 드러난다” “노통이 진실을 바로 이해하고 있었다는 거. 노통 너무 아까운 사람이다” “노 대통령 아무리 생각해도 참 훌륭하신 분이네. 아니, 오히려 그 당시엔 몰랐는데, 이제와 보니 참 대단하신 분이셨어. 이런 분들을 우리가 지켜줘야 했는데... 참, 마음이 아프다” “‘우리의 국방력은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너무나 멋진 생각이고 옳은 말씀이다” 등 찬사가 이어졌다.

한글 번역 사이트
‘위키리크스 한국’

상기 내용의 전문들은 위키리크스 한국 사이트에 따른 내용이다. 위키리크스 미 대사관 전문과 관련해 국내 언론들이 보도를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잇따르자 한글 번역 사이트가 개설된 것이다.

트위터러 ‘@wikileakskrorg’는 지난 18일 “위키리크스 코리아 웹사이트 오픈했다”며 “아직 미약하나 많은 분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번역된 결과물이 모이고 있다”고 트위터에 밝혔다.

‘위키리크스 한국’ 사이트는 누구나 위키리크스 한국 문건을 번역해 올리고 누구나 열람할 수 있는 한국 관련 문건 공동번역 프로젝트로 여러 사람이 참여해 만드는 ‘위키백과사전’과 비슷하다.

외국서버를 사용하고 있으며 트위터러들의 ‘집단지성’이 십분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wikileakskrorg’ “보다 많은 네티즌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며 “여러분의 힘이 합쳐질수록 더더욱 빠른 시간 안에 진실이 밝혀질 수 있다”고 이번 사이트를 개설한 이유를 밝혔다.

아직도 많은 문건들이 번역을 기다리고 있어 앞으로의 파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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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